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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서울대 CFO 전략과정 Case Study 14: 삼성토탈의 홈퍼니 경영

社교육이 私교육 책임지니 회사 직원 모두 웃었다

최한나 | 132호 (2013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교수 황이석)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기업의 임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CFO 과정의 교육생들은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중 각자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한국 기업에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임채범(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다음 주에 면접 있습니다.”

“아, . 감사합니다. 그런데 근무지가 어디죠?”

“서산입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밖에 안 걸려요.”

“아… 서울 근무인 줄 알았는데죄송합니다.”

()

 

인력 채용을 맡고 있는 김왕수 인사팀 차장이 한숨을 내쉰다. 올해만 벌써 수차례 박사급 인력 채용에 실패했다. 회사에 관심을 보이다가도 근무지가 충청남도 서산이라고 하면 고개를 젓기 일쑤다.

 

“고학력자일수록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해외 박사들은 더하죠. 강남을 벗어나면 자신이 평가절하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계열사 중에 인당 매출 생산성이 가장 높다. 연 매출이 7조 원에 달하지만 전체 직원 수는 1400여 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재작년에서야 1000명을 넘겼고 그 전까지는 1000명이 채 안 되는 인력으로 조 단위 매출을 내곤 했다. 축적된 노하우와 숙련된 인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번 입사하면 대부분 정년까지 근무한다. 각종 복지 혜택에 직원 친화적인 기업 문화까지 누구라도 탐낼 만한 조건을 고루 갖췄지만 단 하나, 근무지가 지방이라는 점이 늘 골치였다. 애써 찾아낸 박사급 인재들은 지방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발을 돌렸다. 눈을 반짝거렸다가도 서울이 아니라고 하면 고개를 저었다. 삼성토탈 얘기다.

 

2009년 이 회사는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서울이 아니라서 외면한다면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면 될 것 아닌가. 우수한 인재를 데려올 수 있는 것은 물론 서울이 아니라며 상대적 열등감과 박탈감에 시달리는 직원과 그 가족들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정(Home)과 직장(Company)의 유기적 결합, 즉 홈퍼니 경영이 시작됐다.

 

 

삼성토탈, 설립부터 지금까지

삼성토탈이 지금의 부지,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에 터를 정한 것은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이다. 창업자 이병철 선대 회장이 타계한 후 새로 부임한 이건희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삼성토탈의 전신, 삼성종합화학을 세운 것이다. 삼성토탈 본사를 서산에 두기로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석유화학업의 특성 때문이다. 공장의 열을 식히거나 폐수를 방류할 때 바다와 가까워야 비용 부담이 적다. 둘째, 수출입상 이점 때문이다. 바다에 근접해 있으면 원료를 수입하거나 제품을 수출하기 쉽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인 중국시장 개척에 유리하다. 서산은 국내에서 중국 산둥반도와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올림픽이 열리기 석 달 전인 1988 5, 대규모 공장 부지를 만들기 위한 서산 앞바다 매립이 시작됐다. 100만 평에 달하는, 서울 여의도만한 면적의 바다를 메우는 대규모 공사였다. 1991 10월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석유화학업은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정제유를 제외한 석유의 나머지 부분을 가공해 다양한 종류의 제품 재료로 탈바꿈시키는 공정을 핵심으로 한다. 흔히 사용되는 일상 용품의 70% 이상에 석유화학 제품이 원료로 사용된다. 휴대용 식수를 담는 용기의 플라스틱 뚜껑부터 자동차의 대시보드까지 석유화학 제품이 원료로 사용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 삼성토탈은 국내외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며 매출을 끌어올렸고 2003 2조 원대였던 매출은 2012 7조 원대로 증가했다.

 

업의 특성과 장래성을 노리고 선정한 입지였지만 서울 중심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제대로 된 사교육 시스템이나 가족이 누릴 문화 시설이 마땅치 않다 보니 남편만 서산에 내려와 혼자 지내고 가족은 서울에 머무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들이 갈수록 증가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직원들은 건강 악화나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런 직원이 늘면서 조직 분위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가족이 함께 서산에 내려와서 사는 직원들도 불만이 많았다. 교육 시설이 갖춰진 타 도시로 자녀들을 보내거나 학원을 다니게 하기 위해 원정을 마다하지 않는 가정이 많았다. 엄마는 엄마대로 자녀들을 픽업하러 다니느라 고달팠고 아빠는 아빠대로 적지 않은 사교육비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인재 유치가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첨단기술업의 특성상 인재 확보가 매우 중요했지만 석박사급 인재들은 아무리 좋은 처우를 제시해도 지방 근무라는 점에 발을 돌렸다. 남성 직원이 관심을 보였어도 아내나 자녀 등 가족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일터, 그 이상의 일터를 만들자

2009년 초 새로운 수장이 부임했다. 유석렬 신임 사장과 박성훈 부사장은 취임 후 직원들과 돌아가며 미팅을 갖고 인사를 나눴다.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개선해야 할 사항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묻고 들었다. 다수 직원들이 지방 근무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데서 오는 고충, 함께 살더라도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가계 운영, 서울에 비해 부족한 문화 시설 때문에 발생하는 아내들의 불만, 늘 목표 비율에 미달하는 석박사급 인재 채용 등 다양한 문제가 쏟아졌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터라 가계 중 사교육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민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녀들을 제대로 교육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책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신임 경영진은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문제의 근원이 회사가 지방에 있다는, 즉 서울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면 회사가 서울처럼, 혹은 그 이상의 교육문화 환경을 제공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평소 회사의 경쟁력은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였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은 사람의 손끝에서 공장이 돌아가고 제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의 심리적·정서적 문제가 회사의 경쟁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로 인한 잠재적 손실이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가정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방치했다가는 문제가 누적되고 심해져 결국 회사 성과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직원의 안정이나 행복이 기업 실적과 직결돼 있는 셈이다. 경영진은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진단하는 일부터 했다. 인사팀이 주축이 돼서 직원의 아내들을 초대해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그들의 의견을 들으며 문제가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갈지 실마리를 찾았다.

 

우선 자녀 교육 문제였다. 엄마들은 서울에서 고액 과외를 받거나 이름난 학원에서 보충 학습을 하는 학생들에 비해 자녀들의 실력이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밤늦게까지 먼 곳으로 학원을 보내는 가정이 적지 않았다. 인프라 부족으로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도 걱정했다. 각종 활동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은 학생들보다 사고력이나 창의성 등이 부족해질 것 같다는 걱정도 안고 있었다.

 

다음은 남편을 따라 서산에 내려오기는 했으나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들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들은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일 뿐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아내들은 상실감이 더 컸다. 다른 지역에 살다가 옮겨 온 아내들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일상을 공유할 친구가 적다는 점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회사가 어떻게 지원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들은 하나같이 서울 강남의 유명 학원에서 활동하는 인기 강사를 데려다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혹은 이름난 강사를 데려와서 그룹 과외를 받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신들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것을 배우고 나눌 수 있는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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