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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교수의 전략 멘토링

현대차의 10년 보장은 품질자신감! 도요타가 했다면 위험시그널?

이승현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본문

길을 가다가 담장이 높고 경비시설이 잘 돼 있는 집을 보면 이런 집은 도둑이 들래야 들 수가 없겠구나 생각을 한다. 이런 보안 장비와 시설은 실제로 도둑이 들어오려고 할 때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효과는 도둑이 아예 넘볼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시그널링(signaling)이라고 한다. 이런 시그널링은 기업전략에서도 많이 쓰인다. 그러면 기업이 어떻게 시그널링을 이용하는지를 알아보기에 앞서 시그널링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

 

시그널이란?

시그널이란 시장에서 파악이 어려운 기업의 어떤 본질적 특성(예를 들면 신뢰성)을 소비자나 경쟁사에 전달해주는 것을 의미한다.1 시그널은 알고자 하는 본질이 관찰하기 어려우면 어려운 상황일수록 효과적이다.2

 

두 기업이 합작을 추진한다고 하자. 상대 기업이 협조적으로 나올지, 아니면 합작을 하기로 하면 그때부터 비협조적으로 나와서 낭패를 보게 할지 모를때 기업들은 상대 기업이 비신사적으로 나올지 아닐지를 합작을 결정하기 전에 알기 원한다. 이런 때에는 상대방의 말은 믿기가 어렵다. 어느 누구도 합작을 원하다면 자신이 합작결정 후에 비신사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미리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합작이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업이 시그널을 통해서 자사가 합작결정 후에도 신사적으로 협조 체제를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작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선택의 위험과 정보의 비대칭성

원래 시그널에 대한 연구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물이다. 역선택이란 의사결정에 있어서 정확한 정보의 부족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대방과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말한다.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은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 그는 중고차시장에서는 이런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위험 때문에 중고차를 제값에 팔지 못하는 현상을 연구했다.3 예를 들면 새 차를 사서 하루도 운전하지 않았는데 그 차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려 하면 원래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아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원래 가격에서 몇 만 원만 뺀 가격이 맞을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는 수십, 수백만 원까지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팔려고 하는 중고차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중고차를 파는 사람이다. 상대적으로 중고차를 사는 사람은 문제점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속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중고차를 구입하기를 꺼려 하고 그래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을 때에 비해 가격이 아주 낮게 형성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차를 구입했으면 하루도 안 지나서 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값을 다 주고 사는 것은 너무 순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는 중고차시장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가 평균적으로 암이 걸릴 확률을 가지고 보상해야 할 금액을 근거로 보험금을 계산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암이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예를 들면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 암이 걸릴 확률이 낮은 사람보다 보험을 더 열심히 들게 되므로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보험회사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은행에서는 대출이자를 산정할 때 일정 한도 이상의 대출이자로는 아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높은 대출이자를 내겠다는 사람은 십중팔구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않을 마음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대출을 잘 하지 않는다. 이를 신용할당(credit rationing)이라고 한다.4

 

시그널링이 전략적으로 사용된 예

시그널이 효과적으로 작용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1) 시그널을 주기 위한 행동이 직접 볼 수 없는 본질을 잘 나타내야 하고

2) 그 본질을 가지고 있지 않는 기업은 같은 시그널을 주기 위한 행동을 하기가 아주 어렵거나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5

 

예를 들어 두 기업이 합작을 할 때 상대기업이 부실기업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 제3자의 감사를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하는 것은 부실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잘 나타내는 시그널이다. 부실기업의 경우는 감사를 허락했을 경우 부실기업이라는 것이 바로 탄로날 것을 알기 때문에 감사 받기를 꺼려할 것이다.

 

시그널링은 기업의 시장전략에서도 많이 이용된다. 특히 과점인 산업에 있는 기업들끼리 시그널을 통해서 서로의 전략을 보이기도 하고 수용하기도 한다. 1970년대 미국의 세탁기 시장에서는 GE(General Electrics),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월풀(Whirlpool), 메이태그(Maytag) 등의 몇 개 안 되는 미국 회사들이 거의 시장 전체를 장악했다. GE가 가장 큰 기업이기는 했지만 과점인 시장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시장점유율을 인정하면서 가격책정을 해나가던 시기이다. 어느 한 기업이라도 현저히 가격을 내리면 다른 기업들도 손해를 보지 않는 한까지 가격을 내려야 하는 불꽃 튀는 경쟁에 들어갈 수도 있으므로 이들은 세탁기를 거의 비슷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특히 시장선도자(GE)는 가격을 계속 유지하거나 올림으로써 다른 업체들에 같은 가격체제를 고수하라는 시그널을 보낸다. 높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돕자는 의도다. 하지만 과점 시장의 경우 정부에서 독과점 횡포를 부리는지 감시하기 때문에 업체들 간에 직접적인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그런 상태에서는 서로가 여러 가지 시그널을 통해 가격을 제시하고 상대방이 그에 응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전략을 확인한다.

 

그런데 얼마 뒤에 문제가 생겼다. 과점을 누리던 기존 미국 업체들을 보고 유럽의 세탁기 제조사들이 미국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미국 기업들은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유럽 세탁기 제조사들에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시그널을 보냈을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그널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1) 시그널을 주기 위한 행동이 직접 볼 수 없는 본질을 잘 나타내야 하고 2) 그 본질을 가지고 있지 않는 기업은 같은 시그널을 주기 위한 행동을 하기가 아주 어렵거나 고비용을 치뤄야 한다.6  만일 미국 업체들이 세탁기 가격을 많이 내린다면 이것이 좋은 전략일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유럽 기업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런 경우 값을 내리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는 전략이다. 혹시라도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면 혹독한 가격경쟁을 각오하라는 시그널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 질서에서 미국 기업들은 적정 수요보다 약간 적은 수량의 세탁기를 생산하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해 왔다. 공급을 급격히 늘리지 않는 이상 이들의 가격인하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럽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이 낮은 가격에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가격을 올렸을 때 미국시장에 진출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힘이 빠져 있을 미국 업체들에 대해 유럽 업체들에는 오히려 경쟁우위가 생길 수 있다. 물론 미국 기업들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내리는 전략은 택하지 않았다.

 

대신 선두기업인 GE는 유휴생산능력(idle capacity)을 보여주는 전략을 택했다. 이들은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는 내용의 언론 인터뷰를 하고 실제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다른 업체들도 덩달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만약 유럽 업체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면 이 유휴시설을 다 가동해서 한판 크게 붙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다. 진짜로 그런 마음이 없었으면 공장을 새로 짓지 않았을 것이다. 시그널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없는 기업들은 따라 하기 힘든 전략을 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유휴시설 확장이었다.

 

세탁기 시장은 새로 늘어나는 GE의 유휴시설만으로도 이미 시장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들도 생산시설을 늘리는 데 동참했다. 만약에 다른 기업들이 동참하지 않고 혼자서 유럽 기업의 미국 진출을 막아냈다면 다음은 누구 차례였을까? 신문과 TV 인터뷰를 통해 같이 공동작전을 펴자고 시그널을 보냈는데도 그 시그널을 무시한 기업의 차례일 것이다. 그러니 다른 기업들도 따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던 미국시장에 한국산 세탁기들이 많이 들어와 팔리고 있다. 미국 업체들은 1980년대 유럽 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막았지만 1990년대부터 아시아 기업들, 한국 업체들의 진출은 막지 못했다. 1980년대 미국의 세탁기 제조업체들은 거의 비슷한 성능의 세탁기들을 제조하고 있었고 유럽의 경쟁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휴시설을 늘린다는 것은 기존의 비슷한 제품들을 더 만들어낼 능력을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가 되면 유휴시설을 가동하겠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유럽 기업들로서는 미국시장에 진출했을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 들어서 LG 등 한국 기업이 선보인 세탁기들은 미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세탁기들보다 질적으로 뛰어났다. 이런 상태에서는 미국 업체들이 유휴시설을 늘린다는 것은 자신들의 제품생산을 늘릴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한국 업체들이 수출하는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의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덤핑제소 등 미국 정부에 도움을 구할 수는 있지만 이런 전략은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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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현lee.1085@utdallas.edu

    - (현) 댈러스 텍사스대 경영학과 교수
    - 한미경영학회(Association of Korean Management Scholars)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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