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
편집자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경영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리정보를 통해 경영에 관한 통찰력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관찰 없으면 통찰도 없다 전략, 지도에서 길을 찾다
관찰은 통찰에 선행한다. 올림픽을 맞아 스포츠 세계에서 경영의 혜안을 찾아보고자 했다. 현대 축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3명의 명장 - 스페인 국가대표팀 델 보스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2002 월드컵 한국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전략과 리더십을 살펴봤다. 동시에 현대 축구에서 활용되고 있는 선수추적시스템(Player Tracking System)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의 분석사례를 국내 생명보험의 사례와 접목해봤다. 스포츠의 전략지도와 보험시장의 경영지도가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 선수 개개인의 동선지도와 보험 설계사의 성과지도를 어떻게 경영일선에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스페인 축구 - 천국과 지옥 사이
런던올림픽 예선탈락 - 무적함대가 좌초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예선 D조에 속한 우승후보 스페인은 일본에 이어 온드라스에 패배했다. 온드라스전 초반에 선제골을 허용한 스페인은 옐로(경고) 카드를 7장이나 받으며 허둥지둥 경기를 풀어갔다. 스페인은 지난 7월 끝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대회의 우승 멤버 후안 마타(첼시), 호르디 알바(바르셀로나) 등을 가동하고도 연패를 막지 못했다.
99% + 1% - 축구에서 감독의 비중은 1%이고 선수는 99%를 차지한다. 그러나 감독의 1%가 더해지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1 이번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스페인 올림픽 축구팀 감독 루이스 미아(Luis Milla)는 스페인 성인 축구처럼 경기를 압도하고 지배하겠다는 포부를 인터뷰에서 밝혔다.2 레알마드리드 미드필더 출신 40대 중반의 젊은 감독은 패기만만했다. 그러나 불과 2경기만에 예선탈락의 침묵 속으로 퇴장했다.
4 : 0 - 그러나 불과 한 달도 되기 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최종 결승전은 그렇게 끝났다. 경기 후 카메라가 그라운드의 영웅들을 비추는 사이, 유로 2012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그라운드를 선수들에게 내주고 조용히 감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사상 최초의 감독. 유럽 챔피언스리그컵, 월드컵, 유로컵, 3개 대회 우승컵을 모두 들어올린 감독은 이제껏 없었다. 1999∼2003년 스페인 레알마드리드를 이끌었던 델 보스케(Del Bosque) 감독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후 남아공월드컵(2010년) 우승에 이어 유로 2012에서도 승리한 것이다.
3P - 환갑을 넘긴 명장이 밝힌 스페인 승리의 비법으로 결승전이 끝나고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신문사 AS와의 인터뷰에서 델 보스케가 밝힌 내용이다.3
3P는 압박(Pressing), 점유(Possession), 심오함(Profundity)의 영어 첫 글자로 이뤄진다. ‘상대편이 공을 소유할 때에는 압박하고, 우리팀이 볼을 보유할 때는 독점적으로 점유하며, 공격할 때는 심오함으로 압도하는 것’을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심오’와 ‘압도’라는 단어가 한 묶음으로 쓰이니 어감이 특별하다. 심오함은 최종공격수 없이 여섯 미드필더의 현란한 패스로 4골을 몰아넣은 압도력으로 귀결됐다.
Zero Top - 델 보스케 감독이 선택한 회심의 카드는 ‘제로톱(Zero-Top)’이었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가장 큰 고민 또한 골 결정력에 있었다. 부상으로 빠진 경험 많은 최종공격수 다비드 비야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고심하던 감독은 최전방에 전문 공격수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만 전진배치하는 이른바 ‘4-6-0’ 전술을 들고 나왔다.
One·Two·Three Top - ‘원·투·쓰리톱’ 그간 익숙한 공격전술과 비교하면 스페인의 작전은 더 두드러진다. ‘제로톱’은 고정된 최전방 공격수 없이 미드필더들이 돌아가면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을 상대하는 팀의 중앙 수비수는 마크해야 할 센터포워드가 없어진 상황에서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들이 수시로 공간을 파고 들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제로톱’은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경기 내내 넘나들 정도로 체력적으로 강하고 개인기와 골결정력까지 보유한 미드필더들이 두텁게 포진해야만 가능한 전술이기도 하다. 사비,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 등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스페인이 ‘제로톱’ 카드로 정상을 차지한 비결이다.
축구, 빅데이터로 분석하다
투우사의 칼끝
스페인은 ‘패스’로 경기의 전 과정을 지배하려 했다. 유로 2012 본선 여섯 경기에서 오직 1골만을 내주고 12골을 확보한 배경이다. 결승전이 끝나자 전 세계 축구평론가들은 과학적이고 다채로운 분석평을 남겼다. 어김없이 데이터 분석과 시각자료가 곁들여진다. 현대 축구가 이미 빅데이터(Big Data)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림1>에서 선보인 스페인·이탈리아전에 관한 패스 시점, 도착점, 거리, 성공·실패율, 슈팅지점, 유효슈팅, 선수의 이동거리, 순간속도, 선수 간의 패스 순서 등은 모두 빅데이터의 일부만을 소개한 것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누구라도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다. 이제 축구분석은 야구분석처럼 점점 데이터에 기반하게 됐다.
누구라도 기초 데이터를 도표에 옮기면 나름의 분석을 시도할 수 있다. 결승전 전후반 90분 동안 스페인은 모두 565번 총 8065m, 이탈리아는 408번 총 6553m의 패스를 했다. 패스만 놓고 봐도 스페인은 이탈리아보다 1.4배, 총 1512m 더 많이 시도하고 더 오래 공을 지배하며 4골 득점에 무실점의 승리를 만들었다. 스페인의 전체 패스시도를 살펴보면 10m(45.0%) > 20m(35.6%) > 30m(9.9%) > 공중 30m(7.1%)순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20m(41.2%) > 10m(31.9%) > 30m(16.4%) > 공중 30m(8.1%)순으로 집계됐다.
실제 패스가 진행된 거리의 총량으로 보면 20m 구간에서 스페인(34.7%)과 이탈리아(36.6%)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10m 구간에 스페인(21.3%)이 이탈리아(13.8%)보다 집중한 반면 30m 구간에서는 이탈리아(24.8%)가 스페인(16.2%)보다 의존율이 높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스페인이 10m짜리 짧은 ‘칼’로 승부를 거는 동안 이탈리아는 30m짜리 기다란 ‘창’으로 경기에 나섰다. 긴 ‘창’의 이탈리아 군단이 널찍한 진용으로 움직일 때 스페인은 기민하고 예리한 ‘칼’을 들고 투우사처럼 상대방의 급소를 찔러 쓰러뜨렸다. (그림2,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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