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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관찰 없으면 통찰도 없다 전략, 지도에서 길을 찾다

송규봉 | 111호 (2012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경영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리정보를 통해 경영에 관한 통찰력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관찰 없으면 통찰도 없다 전략, 지도에서 길을 찾다

관찰은 통찰에 선행한다. 올림픽을 맞아 스포츠 세계에서 경영의 혜안을 찾아보고자 했다. 현대 축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3명의 명장 - 스페인 국가대표팀 델 보스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2002 월드컵 한국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전략과 리더십을 살펴봤다. 동시에 현대 축구에서 활용되고 있는 선수추적시스템(Player Tracking System)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의 분석사례를 국내 생명보험의 사례와 접목해봤다. 스포츠의 전략지도와 보험시장의 경영지도가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 선수 개개인의 동선지도와 보험 설계사의 성과지도를 어떻게 경영일선에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스페인 축구 - 천국과 지옥 사이

런던올림픽 예선탈락 - 무적함대가 좌초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예선 D조에 속한 우승후보 스페인은 일본에 이어 온드라스에 패배했다. 온드라스전 초반에 선제골을 허용한 스페인은 옐로(경고) 카드를 7장이나 받으며 허둥지둥 경기를 풀어갔다. 스페인은 지난 7월 끝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대회의 우승 멤버 후안 마타(첼시), 호르디 알바(바르셀로나) 등을 가동하고도 연패를 막지 못했다.

99% + 1% - 축구에서 감독의 비중은 1%이고 선수는 99%를 차지한다. 그러나 감독의 1%가 더해지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1 이번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스페인 올림픽 축구팀 감독 루이스 미아(Luis Milla)는 스페인 성인 축구처럼 경기를 압도하고 지배하겠다는 포부를 인터뷰에서 밝혔다.2 레알마드리드 미드필더 출신 40대 중반의 젊은 감독은 패기만만했다. 그러나 불과 2경기만에 예선탈락의 침묵 속으로 퇴장했다.

4 : 0 - 그러나 불과 한 달도 되기 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최종 결승전은 그렇게 끝났다. 경기 후 카메라가 그라운드의 영웅들을 비추는 사이, 유로 2012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그라운드를 선수들에게 내주고 조용히 감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사상 최초의 감독. 유럽 챔피언스리그컵, 월드컵, 유로컵, 3개 대회 우승컵을 모두 들어올린 감독은 이제껏 없었다. 1999∼2003년 스페인 레알마드리드를 이끌었던 델 보스케(Del Bosque) 감독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후 남아공월드컵(2010) 우승에 이어 유로 2012에서도 승리한 것이다.

3P - 환갑을 넘긴 명장이 밝힌 스페인 승리의 비법으로 결승전이 끝나고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신문사 AS와의 인터뷰에서 델 보스케가 밝힌 내용이다.3 3P는 압박(Pressing), 점유(Possession), 심오함(Profundity)의 영어 첫 글자로 이뤄진다. ‘상대편이 공을 소유할 때에는 압박하고, 우리팀이 볼을 보유할 때는 독점적으로 점유하며, 공격할 때는 심오함으로 압도하는 것을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심오압도라는 단어가 한 묶음으로 쓰이니 어감이 특별하다. 심오함은 최종공격수 없이 여섯 미드필더의 현란한 패스로 4골을 몰아넣은 압도력으로 귀결됐다.





Zero Top - 델 보스케 감독이 선택한 회심의 카드는제로톱(Zero-Top)’이었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가장 큰 고민 또한 골 결정력에 있었다. 부상으로 빠진 경험 많은 최종공격수 다비드 비야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고심하던 감독은 최전방에 전문 공격수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만 전진배치하는 이른바 ‘4-6-0’ 전술을 들고 나왔다.

One·Two·Three Top - ‘··쓰리톱그간 익숙한 공격전술과 비교하면 스페인의 작전은 더 두드러진다. ‘제로톱은 고정된 최전방 공격수 없이 미드필더들이 돌아가면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을 상대하는 팀의 중앙 수비수는 마크해야 할 센터포워드가 없어진 상황에서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들이 수시로 공간을 파고 들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제로톱은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경기 내내 넘나들 정도로 체력적으로 강하고 개인기와 골결정력까지 보유한 미드필더들이 두텁게 포진해야만 가능한 전술이기도 하다. 사비,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 등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스페인이제로톱카드로 정상을 차지한 비결이다.

 

축구, 빅데이터로 분석하다

투우사의 칼끝

스페인은패스로 경기의 전 과정을 지배하려 했다. 유로 2012 본선 여섯 경기에서 오직 1골만을 내주고 12골을 확보한 배경이다. 결승전이 끝나자 전 세계 축구평론가들은 과학적이고 다채로운 분석평을 남겼다. 어김없이 데이터 분석과 시각자료가 곁들여진다. 현대 축구가 이미 빅데이터(Big Data)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림1>에서 선보인 스페인·이탈리아전에 관한 패스 시점, 도착점, 거리, 성공·실패율, 슈팅지점, 유효슈팅, 선수의 이동거리, 순간속도, 선수 간의 패스 순서 등은 모두 빅데이터의 일부만을 소개한 것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누구라도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다. 이제 축구분석은 야구분석처럼 점점 데이터에 기반하게 됐다.

누구라도 기초 데이터를 도표에 옮기면 나름의 분석을 시도할 수 있다. 결승전 전후반 90분 동안 스페인은 모두 565번 총 8065m, 이탈리아는 408번 총 6553m의 패스를 했다. 패스만 놓고 봐도 스페인은 이탈리아보다 1.4, 1512m 더 많이 시도하고 더 오래 공을 지배하며 4골 득점에 무실점의 승리를 만들었다. 스페인의 전체 패스시도를 살펴보면 10m(45.0%) > 20m(35.6%) > 30m(9.9%) > 공중 30m(7.1%)순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20m(41.2%) > 10m(31.9%) > 30m(16.4%) > 공중 30m(8.1%)순으로 집계됐다.

실제 패스가 진행된 거리의 총량으로 보면 20m 구간에서 스페인(34.7%)과 이탈리아(36.6%)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10m 구간에 스페인(21.3%)이 이탈리아(13.8%)보다 집중한 반면 30m 구간에서는 이탈리아(24.8%)가 스페인(16.2%)보다 의존율이 높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스페인이 10m짜리 짧은로 승부를 거는 동안 이탈리아는 30m짜리 기다란으로 경기에 나섰다. 의 이탈리아 군단이 널찍한 진용으로 움직일 때 스페인은 기민하고 예리한을 들고 투우사처럼 상대방의 급소를 찔러 쓰러뜨렸다. (그림2, 1)

 

 

 

 

전략의 네트워크 지도

미국의 공대교수들이 2009년 스페인 축구의 황금시대를 검증하듯 선수들의 역량을 수학적으로 비교·분석했다. 조르디 더시(Jordi Duch) 등 노스웨스턴대 공대 교수 세 명이 스페인 축구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논문을 발표했다.4 더시 교수는 동시에 스페인의 한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팀워크(teamwork)와 구성원의 기여도 분석을 축구팀의 경기 데이터로 시도한 그들의 논문은 비범함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 논문은 과학, 예술, 비즈니스, 스포츠 등 사회전반에서 창의적인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했다.

한 명의 팀원이 어떻게 다른 팀원들의 활동에 기여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이들은 유로 2008년 토너먼트를 분석했다. 이들은 네트워크 분석틀을 적용해 팀 성과에 대한 팀원들의 기여도를 산정했다.

이런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유로 2008 대회기간에 확보된 데이터베이스, 즉 빅데이터 덕분이다. 팀원들의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해 패스의 성공 여부, 유효·비유효 슈팅, 득점, 어시스트, 패스흐름 네트워크(flow networks) 등을 분석했다. 경기마다 두 팀 간 공의 흐름에 관한 전체 데이터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분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라운드의 공간독법

누가 더 기여도 측면에서 뛰어난 선수인가? 전체 평균, 팀 평균, 포지션 평균을 기반으로 개별선수의 역량을 진단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유로 2008 모든 경기의 패스정확도를 상황별로 구분해 평균값을 살펴보면 골키퍼는 60.8%, 수비수는 78.1%, 미드필터는 75.6%, 공격수는 64.9% 등으로 집계됐다. 이 평가에서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Xavi Hernandez)의 팀 기여도는 최고 1위로 평가됐다. 당시 득점왕을 차지한 최종공격수 다비드 비야를 제치고 사비가 MVP를 받은 배경과 일치한다.

<그림 3>을 분석해보자. 유로 2008 결승전은 스페인과 독일이 맞붙었다. <그림 3>의 가장 아랫부분을 참고해야 한다. 왼쪽 끝이 독일의 골키퍼이고 오른쪽 끝이 스페인의 골키퍼이다. 각 진영의 골키퍼 앞으로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순으로 서로를 향하게 돼 있다. 선수들은 각각 등번호가 담긴 동그라미로 표시되고 팀 기여도가 높을수록 동그라미의 크기는 커진다. 패스는 하나하나 선으로 표현되는데 패스의 왕래가 많을수록 두껍게 표시된다. <그림 3> 한복판의 [G]는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 [W]는 골문을 벗어난 비유효슈팅을 뜻한다.6

공격과 달리 독일은 수비수 라인의 패스망이 더 두껍고 진하다. 그러다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좌측의 공격수에게 중거리 패스를 가장 많이 시도했다. 수비에 집중하다 긴 패스 2∼3번으로 최종공격수에게 볼을 전달하는 익숙한 전술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독일은 최종공격수(우측, 11번 선수)에게 20차례에 가까운 패스를 시도했으나 한번도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독일의 전술은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의 패스를 보면 마치카오스 이론의 복잡계 현상을 보듯 뚜렷한 패스의 패턴이 드러나지 않는다. 독일의 패스경로는 5∼6개의 축으로 압축돼 단순한 반면 스페인은 15∼18개 축으로 네트워크를 이루며 그물망처럼 촘촘하고 긴밀하게 구성돼 7∼8차례 유효슈팅을 시도했다. 스페인은 공격 점유율이 높았고 독일은 수비 점유율이 높았다. 즉 공을 가졌을 때 스페인은 주로 공격을 펼친 반면 독일은 수비에 집중했다. 그렇게 스페인은 10으로 승리했다.유로 2012년 결승전은 2008년의 고도화된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던 셈이다.

 

 

 

빅리그와 빅데이터

선수추적시스템

영국 프로축구 그라운드에 출전한 선수의 모든 동선은 컴퓨터에 전송된다. 2010년 영국의 스포츠 미디어그룹 프레스 어소시에이션(Press Association)은 영국축구협회와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축구리그를 가진 영국의 20개 주요 축구경기장에 각각 24대 이상의 특수 카메라를 설치해 선수추적시스템(Player Tracking System)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컴퓨터로 저장돼 연간 380개 경기당 평균 90분씩 총 570시간 동안 펼쳐지는 모든 선수들의 공간 드라마가 모두빅데이터로 구축된다.

선수추적시스템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사전에 지정된 기능과 할당된 공간에 따라 1초당 24프레임의 영상물을 중앙시스템에 전송한다. 선수의 위치는 축구경기장을 모눈종이처럼 쪼개놓은 지도 위에 X·Y값으로 표시되고 골의 도착순서와 패스대상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그래야 선수별 총주행거리, 순간 최고 속도, 공간 점유도, 팀 기여도 등을 분별할 수 있다. 기록해서 분석하고 분석해서 경영하고 있다. 경기마다 쌓인 빅데이터는 주요 구단의 감독실, 전략분석실, 구단스태프, 마케팅실에 전달되며 전 세계 주요 방송국, 신문잡지사, 축구해설가 등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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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데이터 분석에 투자하는가?
 
축구는 비즈니스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2009∼2010시즌 구단 수익에 따르면 가장 많이 돈을 번 20개의 축구클럽 중 7팀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이다. <포브스>는 올해 축구·농구·야구 등 전 세계 모든 프로 스포츠 구단의 자산가치를 분석한 결과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9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구단으로 선정됐다. <포브스>는 지난 717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구단 50’을 발표한 바 있다. 1위 맨유의 가치는 223000만 달러( 25578억 원)로 평가받았다. 지난 1년간 약 36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장마다 수십 대의 특수촬영장비를 설치하고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이유에는 방송 중계권료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프리미어리그는 각 구단이 방송사와 따로 계약을 맺고 중계료를 독식하는 다른 유럽리그들과 달리 전체 경기 중계권을 한 묶음으로 모아 방송사에 판매한다. 이 돈은 어마어마하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2007∼2010시즌 동안 중계권료로 벌어들인 수입은 약 5조 원에 육박한다. 영국 중계권이 3조 원, 해외 중계권이 1조 원에 팔렸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중계료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확보한 중계권 수입은 20개 팀에 일정한 비율로 차등 분배한다. 그래서 2부 리그 강등은 곧 막대한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팀의 1부 리그 잔류 경쟁은 어떤 리그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 분석은 각 구단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다.

 

생명보험, 지도에서 길을 찾다

변화의 지형도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외국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3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5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5%에서 20%로 커졌다. 국내 생명보험(이하, 생보) 시장은 수입보험료 기준 2000 52조 원에서 2010년에는 83조 원을 기록, 연평균 4.8%씩 성장했다. 이 중 외국 생보사는 2000 25492억 원에서 2010 163520억 원을 거둬들여 연평균 성장률 20.4%를 보였다. 국내 생보업계 상위 3사는 2000∼2010년 수입보험료가 42조 원에서 43조 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치며 연평균 0.4% 성장했다.

외국 생보사가 약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배경은 설계사 채용·육성에 전문성을 높여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등 재무설계 능력을 필요로 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영업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또한 설계사 정착률과 보험계약 유지율이 높은 현상은 외국생보사 중 선두주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험시장의 성과지도(Performance Map)

생보사 사이의 경쟁이 더없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OO생명은 빅데이터를 모두 지도 위에 올렸다. 보험 설계사마다 계약이 완료된 고객의 위치를 모두 컴퓨터 지도(GIS)에 올린 것이다. 보험계약 총액을 중심으로 확인되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과지표가 시각적으로 지도 위에 펼쳐진다. 축구경기장에서 모든 선수의 움직임을 빅데이터로 전송해 전략, 전술, 기여도를 진단하고 평가해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도 1> <지도 2>를 비교해보자. 두 장의 지도는 OO생명 소속 보험설계사 A B의 고객을 별도의 지도에 매출액을 반영해 제작한 것이다. 단순히 고객의 위치를 연산한 것이 아니라 보험수령금액, 즉 매출값을 기준으로 공간밀도를 연산했다. 보험 계약금액이 크고 많을수록 파란색 밀도값은 진해진다. 한마디로 각 보험설계사별로 어디에서 더 많은 보험금을 유치했는지 보여주는 성과지도다.

전술에 비유하자면 설계사 A <지도 1>에서처럼 서울시 전역에 고루 분포하는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 중랑구에 강한 고밀도가 하나 있지만 노원구, 강북구, 도봉구, 은평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등 지도에 표시된 권역 외에도 서쪽으로는 양천구와 동쪽으로는 강동구까지 넓게 고객군이 펼쳐져 있다. 1 12약 전술이라 할 수 있다. 매출 고밀도 1개 지역과 10∼12개의 저밀도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설계사 B <지도 2>에서 보는 것처럼 서울시 전체를 두루두루 섭렵하는 대신 강남구 중간에 강력한 고밀도 1개 지역과 서초구에 중밀도 1, 그리고 성북구, 영등포 등 서너 개의 저밀도 지역 등 모두 6개 권역에 편중돼 있다. 1 1 3약 전술이라 할 수 있다. 넓은 서울시에서 A는 지리적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구하고 B는 지리적선택과 집중에 주목한 것이다.

미학의 관점이 아니라 경영의 관점으로 A B 중에서 누가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을까? 지도를 깊게 읽은 독자들은 이미 지도 이면의 흐름을 파악했을 것이다. 아니라면 이 기회에 자신의 지도 해법을 점검해보면 좋겠다. 동일한 분석기간 동안 A는 고객 160, 보험금 3496만 원, 고객당 평균 21.8만 원의 계약성과를 올렸다. B는 고객 720, 보험금 52925만 원, 고객당 평균 74만 원의 성과를 올렸다. A B는 고객 수에서 4.75배 보험금에서 15배의 격차를 보였다.

 

 

 

 

그녀를 꾸짖지 마라

설계사 A는 이탈리아 기마군단처럼 서울시 전역을 넓게 이동하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녀의 진지는 어디인가? 중랑구 한 곳의 고밀도 지역을 제외하면 12개의 작전지역를 매일매일 신경 써야 한다. 서울시 평일 업무시간대 도심부의 평균 주행속도는 을지로청계천로 시속 10㎞대, 종로퇴계로 시속 20㎞대, 충정로연세대 시속 30㎞대를 기록한다. 설계사 A는 자신이 보유한 고객 160명이 흩어져 있는 13곳을 한 바퀴 순회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기름값을 감당해야 한다.

설계사 B는 강남구 도곡동 지역 반경 1㎞ 이내 고밀도 지역의 고객 57명으로부터 평균 200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유치했다. 11200만 원가량의 매출고를 올려 자신의 전체 매출 중 21%를 이 지역에서 쌓았다. 서울은 대략 동서 30㎞ 남북 30㎞ 길이로 면적은 605㎢이다. 설계사 A가 서울시 전역을 활동공간으로 역량을 쏟고 있는 사이, B A가 확보한 총매출의 3배가량을 반경 1㎞ 규모의 한곳에서 확보한 셈이다.

설계사 B를 스페인 축구에 비유하자면 비좁은 공간에서 3P - 압박(Pressing), 점유(Possession), 심오함(Profundity)을 실천하고 있다. 스페인의 최고 미드필더처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시장, 가장 높은 성과가 확보된 고객층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특정 고객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높은 점유율로 해당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서울시는 현재 25개 행정구와 424개 행정동으로 이뤄졌다. B 424개 중 단 1개의 행정동에서만 일반 설계사 3배의 성과를 확보하고 있는 격이다.

성급한 영업책임자는 두 장의 지도를 A에게 보여주며 야단칠 가능성이 높다. 빅데이터에서 뽑아온 성과지도를 그렇게만 사용한다면 그것은 하책(下策)이다. A의 전략과 중심의 부재를 정밀하게 진단해 B처럼 역량이 고도화될 수 있도록 안내하면 어떨까?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도 후 정기적인 진단을 통해 설계사 A가 새로운 성과를 확보하도록 격려하고 돕는 길을 찾아야 한다.



슈퍼스타의 성과지도

최고의 플레이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성과를 창출하는가? OO생명 소속 수도권의 설계사 중 실수령금이 가장 많은 최상위 랭킹 20명을 따로 추렸다. 그들은스타보다 한층 위인슈퍼스타로 불리는 설계사들이다. 우선 No.1의 데이터를 보자. 그는 용인에 거주하며 대부분의 매출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확보하고 있다. 타 지역에 고객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No.1 매출의 80∼90%는 분당구에서 몰려 있다는 뜻이다. No.2는 성동구를 핵심으로 강남구 일대를 보조무대로 한다. No.3는 성북구와 강북구가 만나는 길음뉴타운 지역에서 압도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No.4 <지도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광진구, 강동구, 송파구를 삼각지대로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No.10은 금천구 일대에서 대부분의 고객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1위부터 20위까지 개별 매출지도를 모두 그려봤다. 상위 10위권 중에서 서로 지역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사례 다섯 개를 다시 한 장의 GIS 지도로 압축한 것이 <지도 3>이다. 상위 20권까지슈퍼스타들의 매출지도를 분석하자 흥미로운 특징이 포착됐다.

수도권은 모두 79개의 행정구(서울 25, 경기 44, 인천 10)로 이뤄져 있다. OO생명 수도권 최상위 20위권 설계사들이 자신의 매출을 올리는 제1핵심 행정구 1개의 평균 매출비중은 얼마일까? 놀랍게도 최소 18%에서 최대 80%까지 평균 40%를 기록했다. 2핵심 행정구 1개의 평균 매출비중은 최소 5%에서 최고 25%까지 평균 17%로 확인됐다. 상위 20위권의 평균으로 보면 수도권에 분포한 79개 행정구 중에서 단 2곳에서 57%의 매출을 확보한 것이다





공간 이해력과 경영 통찰력알렉스 퍼거슨(Alex Ferguson) 1986 11월부터 28년째 맨유의 감독을 맡고 있다. 그가 부임할 무렵 맨유는 영국 1부 리그의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2011년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은 알렉스 퍼거슨을 ‘21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그의 통찰력은 박지성의 발탁에서도 드러났다. 맨유는 공식 스카우터만 50명에 이른다. 퍼거슨이 박지성을 맨유로 이적시킨 핵심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2004∼2005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관람하고 박지성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맨유가 박지성을 선택한 이유

 

“우리가 박지성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PSV 에인트호벤과 프랑스 리옹의 4강전 경기를 직접 보러 갔을 때 우리가 가장 주목한 것은 박지성의 탁월한 공간 이해력(understanding of space)이었다. 자신의 팀이 공을 가지고 있을 때 그의 움직임은 영리했다. …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박지성을 영입한 이유다.”8 박지성을 영입한 퍼거슨의 공간통찰력을 우리가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 박지성은 맨유에서만 207 경기에 출전했다. 맨유 130년 역사 속에 200 경기 이상을 뛴 선수는 100명도 되지 않는다. 퍼거슨의 당시 선택이 옳았음을 우리도 이제는 알게 됐다.

일반인의 관찰력으로 <지도 4·5>를 살펴보자. 오른쪽 <지도 4> 2011년 아시안컵 당시 이란과의 8강전에서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움직인 활동지도(Performance Map). 왼쪽 <지도 5>는 일본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일본 공격수 혼다의 활동을 압축한 지도다. 당시 공격을 총지휘하며 대회 우승을 일궈 MVP에 뽑힌 혼다 케이스케의 활동공간은 박지성과 사뭇 달랐다. 지도 중간의 빨간색은 핫스폿(Hot Spot)으로 선수가 가장 많이 활동한 핵심지역을 표현한다. 푸른색 테두리 안의 녹색지대는 해당 선수의 전반적인 활동범위를 표현하고 있다.

왼발잡이 박지성은 중앙선을 중심으로 상대편을 향해 좌측(지도상 하단)에서 주로 활동했다. 박지성의 운신범위는 상대편 골대 앞부터 한국팀 골대 앞까지 광활하다. 반면, 일본팀 혼다는 중앙선에서 상대편 골대 방향 중앙에서 가장 오래 활동하며 핫스폿을 그렸다. 그의 활동은 공격을 지휘하고 골키퍼와 정면대결하는 중앙에서 집중한 것이다. 혼다는 아시안컵 대회 5경기 출전해 1골에 그쳤지만 탁월한 위치선정과 정확한 패스로 일본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관찰에서 구하라

축구감독을 하기 전, 퍼거슨은 항구 근처에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선술집(Pub)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한때 선술집 사장이 ‘21세기 최고의 명장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퍼거슨의 자서전에 따르면 그것은 관찰이다. “시즌 전에 선수들을 더 열심히 관찰하고 조련하라는 격려를 받아들였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훈련 자세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선수를 골라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경기 준비다. 선수를 선택할 때는 두 명 이상의 선수를 놓고 집중 관찰할 때 진실된 평가가 나올 수 있었다.”

그는 관찰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기준비라고 강조한다. “나는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점차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수년간 훈련장을 중심으로 감독의 직무를 풀어나갔다. 선수지도를 비롯해 훈련 프로그램, 연습경기 일정, 휴식 일정 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훈련일정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감독 역량의 중심이 되는 감각, 즉 관찰력이 크게 늘었다고 자부했다.”9

감독의 통찰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또 다른 사례는 2002년 월드컵에 나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히딩크를 꼽는 데 이견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히딩크가 대표팀 감독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한국 대표팀의 경기 비디오 30편 이상을 분석하고 이미 문제점 진단과 해법구상이 일단락된 상태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핌 베어백 당시 수석코치에게 히딩크 리더십을 한마디로 요약해 달라고 부탁하자 주저 없이관찰자라고 답했다. “히딩크는 철저히 분석적이며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함을 잃지 않는 관찰자와 같은 태도로 팀을 조련했다는 것이다.10

 

경영의 새로운 드라마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에는 감독, 코치, 팀닥터는 물론 심리학자와 경기분석관(performance analyst)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이청용이 소속된 볼턴에만 16명의 분석관이 있다. 볼턴이 리그 하위권임을 감안하면 상위팀이 어떨지 상상해볼 만하다. 심지어 구단이 운영하는 유소년 선수의 성장과정까지도 기록하고 분석한다.11 기록과 분석은 경기의 승패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그들은 데이터와 분석관에게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

생명보험 영업 분야의 슈퍼스타들은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까? 그들이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며 관찰력을 높이면 영업성과는 저절로 뒤따라 오는 것인가? A생명의 어느보험왕은 일년에 구두 7∼8 켤레가 닳아져 새로 사야 한다. 그녀가에 오르게 된 것은 발품의 성실함만은 아니다. 고객들로부터재테크 선생님으로 불린다. 기업 CEO들과 고액 자산가 등 VVIP들이 그녀를 자주 찾는다. 보험은 물론 증권, 부동산, 세무 등 재테크 전반에 대한 종합재무설계를 제공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B생명의 어느보험왕은 고졸에다 지방 출신이었다. 지방도시에서 보험을 시작한 그녀는금융소득종합과세를 뉴스에서 듣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 후본인 소유 건물을 갖고 싶으십니까라는 한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고객들에게 돌렸다. 시내 건물의 평균가격을 조사하고 필요자금을 모으기 위한 방법과 세금 관련 체크리스트를 담았다. 전문직종 고객들을 대거 확보하게 된 배경이다.

서울로 옮겨온 후 그녀는 노후설계가 불안한 중소기업 CEO 대상가업승계 세미나를 열어 종신보험만 500억 원을 유치했다. 최근에는 자비를 들여 유명 대학 인문학 교수가 진행하는 VIP 대상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초대된 40명의 고객은 무료로 강의를 듣고 있다. 절대고독에 처해 괴로워하는 CEO들을 위해 자신의 수입에서 기꺼이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보험시장에서공간통찰력고객통찰력의 동의어다. 그녀를 지방에서 서울본부로 불러들인 리더는 누구였을까? 그녀에게 임원직책으로 승진시켜 설계사들의 교육을 전담토록 별도의 사무실과 비서를 지원한 퍼거슨과 히딩크 같은 감독은 누구였을까? 현대 축구가 명감독에 의해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경영의 현장에서도 슈퍼스타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며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제를 가두고 있는 인식의 감옥을 넘어 새로운 미래지도를 그려가는 소식이 더 자주 들리기를 기원한다. 올림픽 선수들의 새로운 드라마처럼 경영의 그라운드에서도 새롭게 드라마가 계속 탄생하길 기대한다.

 

 

 

송규봉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분석 전문가 그룹인 ㈜GIS United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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