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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예측 불가능한 北 체제 시나리오로 대비하라

주성하 | 100호 (2012년 3월 Issue 1)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은 급격히 높아졌다. 김정은 3대 세습정권이 연착륙할지, 아니면 붕괴될지 여부가 세계의 관심사다. 내로라하는 북한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급작스럽게 붕괴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불과 몇 달 전까진 아무도 없었다.

 

김정은 체제는 리비아나 이집트보다 더 예측하기 어렵다. 정보도 없고 접근도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측을 하나로만 국한시키지 않는다면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정할 수 있다. 그 시나리오엔 최상도, 최악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대비한 최악은 최악이 아니다. 대비하지 않은 것이야 말로 진정한 최악이다.

 

북한은 사실 여러모로 보아 한국 기업에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는 땅이다. 수십 년간의 경제난으로 북한 산업은 거의 몰락했다.(그림1) 반면 근로자들의 상대적 교육수준은 비교적 높고 우수한 산업기술자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경제 및 자원 강대국들을 끼고 있는 지정학적인 이점과 자체의 풍부한 지하자원 등까지 갖추고 있어 발전 추동력만 있다면 폐허에서 고도성장으로 전환될 조건은 충분하다. 반면 불안정한 미래, 반기업적 체제, 폐쇄적 대외환경 등은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가 되고 있다.

 

 

북한을 고도성장으로 이끌어 내고 그 흐름에 한국 기업들이 올라타는 것이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자면 한국 기업들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함과 동시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김정은 체제의 향후 미래를 여러 시나리오로 분석하고 각 시나리오별 한국 기업들의 대응전략과 북한 투자에 유망한 업종을 전망해본다. 산업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기 때문에 대북 식량지원이나 이산가족, 국군포로 문제, 문화교류 등 다른 남북 간 현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1) 몇 년 내 북한 점진적 개혁 유력

북한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김정은 체제가 김일성·김정일 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노선을 견지하는 경우다. 한마디로 김정일 체제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대외적으로는 핵문제를 내걸고 미국과살라미식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벌고 양보를 얻어내면서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독재로 불만을 짓누르는 것이다. 정책의 연속성을 고수하고 익숙한 일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해 한 달 남짓 지난 현재까지 북한의 정책은 김정일 노선 그대로 따라하기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는 아주 심각한 허점이 있다. 경제적 파국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주민들의 불만도 강제로 짓누를 수 있고 미국과의 협상도 이어질 수 있지만 이것이 계속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북한 경제를 회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제문제를 풀지 못하면 주민들의 불만은 계속 고조될 것이며 불만이 점차 간부층까지 전염된다면 김정은의 통치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그래도 새 지도자가 올라섰으니 혹시나하는 심리로 김정은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 소식통들이 전해오는 민심으로 봤을 때 그 인내심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주민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면 결국 체제를 지탱하는 것은 공포통치다. 공포통치의 미래는 암울하다. 말기 암 시한부 진단을 받은 환자처럼과연 얼마나 버틸까하는 카운트다운일 뿐이다.

 

경제 회생이 유일한 출구

김정은이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 회생밖에 없다. 경제 회생을 하려면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버리고 시장 친화적 경제개혁과 개방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시나리오다. 김정은은 당분간 안정성에 위주를 둔 첫 번째 시나리오를 고집하겠지만 결국은 두 번째 시나리오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언제 얼마큼 바뀌는가이다. 개인적으로는 주민들의 민심 이반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고려하면 개혁 조치는 이르면 1년 안, 길어도 2∼3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과 개방의 방식과 폭도 중요하다. 김정은으로서는 급격한 개혁개방은 체제의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속도를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내부 개혁조치가 대외 개방보다는 훨씬 위험이 적기 때문에 이왕이면 개방보다는 개혁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에게는우리도 변하는 구나하는 환상만 심어준다면 불만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

 

경제특구올인유력

김정은이 체제도 지키면서 가장 손쉽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은 우선 경제특구 중심의 발전이다. 특구를 앞세운 경제발전 전략은 이미 중국에서 검증이 된 모델이기도 하다. 특구는 주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과 동시에 전국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116일 김정일 사망 후 북한 고위관리로서는 처음으로 외신과 만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김정은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경제개혁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시나리오의 전망을 뒷받침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올 초 북한 실세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이광근 전 무역상이 북한의 해외투자 유치 창구인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돼 베이징에 파견됐다.

 

김정은에게는 당면하게 현재 추진 중인 황금평 특구와 나진선봉 특구의 성공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이 특구에 진출하는 기업은 거의 없지만 특구가 김정은 체제 유지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곧 파격적인 조건을 거듭 내걸며 기업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국의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성공단에 비견되는 다른 경제공단을 만들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특구 개발이 과연 북한 민심을 얻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가 하는 점이다. 특구가 아무리 성공적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투자 기업들이 본격적인 생산에 착수해 북한 주민들이 피부로 그 효과를 느끼기까지 최소한 5년 이상은 걸릴 수밖에 없다. 또 특구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다른 지방 주민들의 생활격차는 또 다른 불만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예상외로 주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되면 북한은 특구의 성공을 기다리기 전에 내부 개혁을 병행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경우 북한이 가장 본받을 수 있는 국가는 중국과 함께 쿠바다.

 

쿠바 모델이 매력적

특히 30년 전의 중국 개혁 모델보다는 최근 미국의 제재 속에서 일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 중인 쿠바가 북한이 본받기엔 더 매력적이다.

 

장성택의 매형 전영진이 올 초 쿠바에 대사로 파견된 것도 쿠바 개혁 상황을 직접 보고 장성택에게 전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 전영진은 1980년대 중반 개혁개방을 주장하다 6년 동안 지방에서 노동자로 있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우선 단행할 수 있는 개혁은 협동농장 토지 임대, 소규모 국영기업 경영자율화, 자영업 제한적 허용, 배급제 폐지와 사유재산 거래 허용 등이다. 참고로 쿠바는 이달 초 통치자의 10년 이상 집권을 금하는 등의 정치개혁까지 진도가 나갔지만 북한은 당분간 정치개혁은 생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만 하더라도 사실 하나하나가 북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개혁조치이지만 북한에 전혀 없는 형태는 아니다. 이미 북한 각지에서는 암암리에 농민들에게 토지를 빌려주고 있고 노동자 여러 명을 고용한 자영업도 존재하며 주택과 같은 사유재산도 돈으로 팔고 사고 있다. 배급제도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결국 이미 존재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만 하면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정도의 개혁까지는 북한 당국이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체제의 위기는 개혁 조치하에 전국이 합법적인 돈벌이에 빠져들면 전통적으로 체제를 지탱하고 있던 주민 통제 및 감시 조직들인 군과 노동당, 보위부, 보안서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능력에 따라 돈을 버는 세상이 됐는데 누가 10년씩 군에 가서 청춘을 바치려 할 것이며, 누가 체제 보위를 위해 뇌물을 마다할 것인가.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고민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개혁을 하지 않고 버티면 민심이반이 걷잡을 수 없게 돼 대량 탈북과 같은 또 다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개혁은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가 된다. 김정은 체제가 체제의 명운을 건 이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 점치기 힘들다. 바로 코앞에 다가온 한국의 총선 대선 전망도 모르는데 하물며 몇 년 뒤 북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북한 붕괴 시 예측불가능

셋째 시나리오는 북한 체제 붕괴다. 이 경우 김정은은 제거될 확률이 높다. 집권층끼리 권력을 둘러싼 각축전을 벌이는 사이 전국은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고 대량 탈북이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군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할 수 있지만 지금껏 상호 감시 시스템으로 유지돼 온 북한에서 절대 권력자가 쉽게 나오기는 어렵다. 권력자가 여러 번 바뀌면서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확률이 높다.

 

북한 체제의 붕괴를 가정했을 때 붕괴 방식이나 향후 정세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김정은 체제의 통제력이 마비된 그 순간부터 북한 문제는 각종 돌발 변수가 난무한 국제 문제로 성격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북한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냉혹한 힘의 대결이 시작돼 한반도는 다시금 우리 스스로가 아닌 강대국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1945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이를 둘러싼 거래, 합종연횡 등이 활발해지면 그 결과는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북한이 남한과 통일하거나 또는 친중 정권이 들어서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2) 특구 진출은 OK, 다른 지역은 NO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한국 경제와 기업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급작스러운 북한의 붕괴다. 이때 붕괴 시기나 당시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실례로 김정은 체제가 최소한 5년 이상 경제개혁을 진행한 상황이라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정치 체제는 무너져도 북한 주민들이 월급 받고 가족을 부양하는 경제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또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중국이나 한국 등으로의 대량 탈북이 불가피하다.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그때 가서 북한 지역을 부흥시키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공장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한다고 해도 대량 탈북은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급히 공장만 지어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발전소, 철도, 도로, 항만과 같은 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산업 인프라를 완전히 새로 구축하다시피해야 하는데 그때 가서야 급작스럽게 인프라를 건설하려 하면 비용은 둘째 치고서라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북한 주민들이 그때까지 참아줄 리 없다. 능력 있는 젊은 청년층부터 더 나은 환경을 위해 고향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이나 한국 등 타향에서 직업을 얻고 1∼2년 정도 자리 잡으면 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젊은이들이 떠난 북한 지역의 동공화(洞空化)야 말로 우리가 통일 이후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북한 동공화는 반드시 막아야

다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 쳐도 북한 젊은이들의 이탈로 야기되는 동공화만큼은 수십 년이 걸려도 치유하기 어렵다. 동독의 사례가 그러하다. 서독이 아무리 천문학적인 비용을 퍼부어도 젊은 세대가 떠나간 동독 지역을 일으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대다수 동독 지역은 노인들만 남은 한국의 농촌지역처럼 변해버렸고 좀처럼 부흥하지 않고 있다. (1)

 

 

북한 지역 부흥에 실패하면 한국 경제도 함께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 붕괴에 따른 한국의 정세 불안으로 외국 투자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파국적 상황은 오히려 피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 북한의 동공화는 한국 경제로서는 내수시장 확대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북한의 고도성장의 혜택도 보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거기에 북한 경제를 회생시킨다거나 주민들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기 위해서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만일 북한과 통일을 한다고 할 경우 수조 달러의 국민세금을 투자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2)

 

 

결국 북한이 붕괴된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과 나아가 한국 경제의 미래는 불과 2∼3년 안에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붕괴 시점에 최소한 북한 내부에 기본적인 경제적 네트워크가 존재해야 하며 초보적인 인프라 역시 미리 구축돼 있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야 북한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서도 유관국들이 주도하는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한 시점에 즉각적으로 기업들이 북한 지역에 곳곳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업들은 한국 기업일 수도 있고 다국적 기업일 수도 있다. 이런 기업에 취직해 월급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면 북한의 노동인구의 대량 탈출은 방지될 수 있고 결국 북한의 파국적 동공화도 막을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시대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첫 번째 시나리오도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그리 나쁘지는 않다. 지금 상황의 현상유지인 셈이다. 다만 한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은 개성공단과 같은 제한적 지역에 한해 아주 제한적으로 조금씩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볼 때 이것은 차선은 될지언정 최선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최선은 앞서 말했듯이 북한을 고도성장으로 유도하고 그 흐름에 한국 기업들이 올라타 남북이 윈윈하는 것이다.

 

당분간 북한은 김정일 유훈을 강조하며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권과는 어떠한 거래도 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남북 사이에 급격한 경제 교류확대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 개혁개방으로 나가려 한다면 중국 기업보다는 한국 기업이 기회를 먼저 잡아야 한다. 북한이 문을 활짝 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제한적 특구 전략만 써도 나쁘진 않다.

 

개성공단을 연구하라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든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실적은 계속 상승세다.(3) 그러니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리스크가 많이 사라진다고 하면 분명히 북한 진출 기업들에는 더욱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특구가 확대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도 고려해볼 만하다. 특구 안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조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개성공단에 초기 진출한 의류업체신원을 살펴보자. 신원의 박성철 회장은 지난해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가 한국 근로자보다 낫다고까지 평가했다. 한국 공장보다 옷을 만들면서 버리는 비율(로스율)이 훨씬 낮다는 것. 공장의 불량률은 거의 제로이며 옷 1000벌의 오더를 내고 원단을 보내면 1010벌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개성공단 신원 공장에는 지난해 현재 모두 1250명의 북한 근로자가 근무한다. 이들 가운데 80%가 여성이다.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30세 미만으로 젊고 24%는 대졸자로 교육수준이 높다. 이들의 한 달 월급은 기본급 57달러에 잔업수당을 포함해 평균 90달러다. 박 회장은현재 중국 노동자 한 달 월급이 250달러, 인도네시아는 200달러 수준이라며 “7개 국에 있는 신원의 다른 공장들보다 개성공장의 복리후생비가 높지만 이를 감안해도 좋은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근로자의 특징은 숙련도가 높고 목표달성 의식이 뚜렷한 것. 그는최근 6년간 북한 노동자들이 이직하지 않아 숙련도와 기술수준이 최상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직원들이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가 강해 점심시간도 조금씩 양보해 일을 한다고 전했다.

 

신원은 지난 7년간 한반도에 어떤 풍파가 닥쳐도 한 번도 생산을 중단한 적이 없다. 지난해 김정일 사망이 발표된 다음날인 20일에도 이 공장에서는 5000벌의 옷이 생산됐다.

 

신원의 사례는 북한 진출을 꿈꾸는 다른 기업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구 이외 진출은 피해야

그러나 특구 이외의 지역에서 개별적 기업들이 들어가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리스크가 매우 커 현재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개성공단에도 아직 남과 북 사이에 합의해야 할 법률적 미비점이 많은 상황에서 다른 곳에 진출하면 법적 도움을 거의 받기 힘들다고 봐도 된다. 또 통행, 통신, 통관의 이른바 3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복잡한 북한의 권력구조와 부패 환경도 기업의 발목을 크게 잡는다.

 

이런 점에서 한때 북한에 진출했던 중국 투자자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나진선봉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한 중국 사장은벌이는 나쁘지 않은데 매일 공짜상이 너무 많아 손 털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각급 노동당 보위부 보안서 행정위원회 등 북한에 존재하는 그 많은 권력기관의 간부들이 친구들까지 데리고 계속 찾아왔고 공짜상을 거절하면 갖고 있는 각종 권력을 이용해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뇌물성 지출이 순익을 넘어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북한의 특구 전략을 고수하는 경우 한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은 이러한 특구 지역 내의 제한적 진출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이 통일까지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북한에 진출하려면 이러한 특구만으로 만족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북한의 고도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남북이 더불어 윈윈하기 위해서, 나아가 통일을 위한 영향력 확대와 급작스러운 체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북한 진출이 필요하다.

 

정부의 의지가 우선해야

이는 정부 혼자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기업 혼자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정부와 기업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긴밀히 협조하고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항해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극에서 극으로 오가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전략적 전진도 이룰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거대기업이라고 해도 버틸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진출했던 현대그룹의 몰락이다. 2008년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 5년의 첫 단추를 끼운 상징적 사건이다. 북한은 김정일까지 직접 나서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감도 표명했고 현장 조사에도 응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을 전임 정권에 의한 대북 퍼주기 사례로 여겨온 현 정권 당국자들에게는 금강산 관광은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잘못된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개혁 유도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의지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적어도 두 가지는 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당국의 개혁 의지와 신뢰를 지키려는 노력이며 두 번째는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의 변화다.

 

북한의 개혁 의지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김정은 체제가 생존하려면 결국 유일한 해법은 경제 회생밖에 없으며 경제 회생을 하려면 경제 개혁과 개방으로 가야 한다. 여기에 국제적 환경과 한국 정부 및 기업의 의지까지 더해지면 북한의 변화는 훨씬 더 빨리 또 크게 일어날 수 있음은 분명하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 변화의 핵심은 북핵이다. 북핵의 핵심은 북미 관계다. 현재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골이 깊은 상호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폐기시키려면 미국은 최소한 6.25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북미 외교관계 수립과 동시에 만족할 만한 경제적 지원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미국이 이런 조건을 다 충족시킨다고 해도 북한이 핵을 폐기시킬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도 현재의 대내외의 환경을 가지고선 경제개혁을 성공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개혁의 성공 여부가 체제의 생존문제로 직결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 북한이 갖고 있는 핵 카드의 가격은 점점 싸질 수밖에 없다.

 

북미 간의 핵 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대외적 위협 해소로 자신감을 얻은 북한이 경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지만 이는 한국 정부나 기업이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3) 건설업계가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

종합해 본다면 북한의 과감한 개혁개방은 북한 당국의 의지, 북핵 문제 해결, 한국의 적극적 접근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또 앞서 두 가지는 우리의 능력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현 단계에서 한국의 적극적 의지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많다.

 

우선 한국 건설업계의 과감한 북한 인프라 건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에서 건설업의 비중은 2009년 현재 GDP 16.4%나 된다. 노동인구 중 건설업 종사자는 인구의 10% 정도지만 창호, 커튼, 가구, 인테리어 등 건설업 관련 자 숫자를 다 합치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다. 건설업계의 수준도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러한 건설 산업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데 몇 년 뒤부터는 본격적인 인구 감소까지 예상된다. 한국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도 기본적으로 돼 있다. 아무리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해 봐도 한국 건설업의 침체는 예고된 재앙이다. 해외 진출이 아니고선 생존하기 어렵다.

 

이런 건설업계가 북한이라는 새 시장을 만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북한의 도시엔 건설된 지 50년 넘은 아파트가 즐비해 아예 도시들을 모두 새로 건설해야 할 판이며 인프라도 형편없다. 한마디로 수십 년 동안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일감이 널려 있다.

 

하지만 건설 산업의 북한 진출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북한 당국이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이윤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 당국은 이미 한국 건설업계의 북한 인프라 투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개성신의주 구간 철도 현대화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확대에 합의했다. 북한은 평양시 개발에도 한국 건설업체의 참여를 타진했다. 북한의 철도 총연장 길이는 남한보다 1.5배나 긴 5200여 ㎞인데 사실상 모두 새로 깔아야 할 정도로 노후화됐다. 도로, 항만, 공항, 공단부지조성 등 다른 인프라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2007년의 합의는 현 정권이 합의문을 완전히 백지화하면서 없었던 일이 됐다. 다음 정부가 적극적인 북한 진출을 하려면 끊겼던 이 지점에서, 즉 철도와 도로 건설로부터 남북관계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대북 투자 기업의 수익창출이야말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다. 북한은 토지보상비가 거의 없고 노동력이 싸기 때문에 건설비가 많이 들진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 당국에서 건설비를 받기는 사실상 힘들다. 이는 정부가 투자기업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대신 남북 합의를 통해 북한 지하자원으로 보상받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도 있고 또는 장기 차관을 도입할 수도 있다. 지금 중국 기업들이 북한의 지하자원 채굴권을 선점하고 있는데 대신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건설 투자의 대가로 채굴권을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이다.

 

북한 민심도 함께 얻을 수 있어

건설업계의 북한 진출은 통일한국의 미래를 그려 봤을 때도 전략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투자다. 앞서 설명했듯이 설사 김정은 체제가 급작스럽게 붕괴하더라도 북한에 기초적 인프라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한국의 경제가 함께 망하냐, 안 망하느냐가 좌우지된다. 인프라 건설은 북한의 최악을 대비한 남한의 필수 보험이라 할 수 있다.

 

또 북한 인프라 구축은 남북이 함께 사는 매우 중요한 훈련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프라 건설과정에서 북한 근로자들은 남한 인력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사회주의적 근로방식에 익숙한 북한 근로자들에게 시장경제질서하에서 일하는 법을 미리 훈련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노동자에게 한국 기업이 직접 식량공급을 하면 국내 여론이 중시하는 식량지원의 투명성은 자동적으로 확보된다.

 

여기에 철도와 도로는 북한의 주요 도시들을 모두 통과할 수밖에 없다. 공공연하게 말하면 북한 당국은 기분 나빠 하겠지만 사실 한국이 건설한 철도와 도로가 북한의 인구가 밀집돼 살고 있는 도시들을 꿰뚫고 지나간다면 북한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선진적 건설 과정과 결과를 생생하게 지켜볼 북한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이유로 다음 정권이 건설업계의 적극적인 대북 진출을 적극 담보해주고 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북 진출로 득을 볼 수 있는 것은 비단 건설업뿐 아니다. 개성공단과 같은 대규모 산업 공단이 북한에 몇 개 더 건설되면 노동집약적 산업들이 세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그림2) 이 역시 남북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는 점에서 부수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북한은 해주공단 건설도 이미 오래전에 합의했다. 또 강원도 안변에 조선소 건설도 남북이 논의했던 사안이다. 요즘 원가 절감을 위해 필리핀 등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세계 1위의 조선 산업이 북한에 생산기지를 조성한다면 윈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유 산업이 북한에 진출해도 지금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북한 역시 국제시장에서 어렵게 사오는 실정이기 때문에 북한 시장 내의 휘발유나 디젤유 가격은 세금이라는 요소를 배제한다면 한국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폭넓은 북한 내수시장

북한 내 소비시장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팔고 사는 생필품의 80∼90%는 중국산이다. 북한에서 모든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쌀 가격만 봐도 중국에서 1㎏당 4위안 하는 쌀이 북한에선 6위안에 팔린다. 중국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생활소비품을 북한에 들여와 파는 것도 중국보다 북한에서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보망을 통해 북한 장마당의 각종 생필품 가격을 확인해 보면 중국보다 싸게 팔리는 생필품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에선 중국산 옷과 식품 같은 기본적인 소비품으로부터 최신 LCD TV와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장이 형성돼 있다. 북한에서 생활소비재를 생산해 북한 시장을 겨냥해 판다고 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어 충분히 중국 기업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각종 조건들을 살펴보면 북한 시장은 사실 한국 기업들에는 무한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여건만 좋아지면 중소기업들보다는 자금력이 든든한 대기업들이 앞장서 한번쯤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초기에 리스크가 없진 않을 것이다. 한국 기업이 정세 변화에 따른 인질이 된다거나 최악의 경우 북한 당국이 트집을 잡아 모두 철수시킬 수 있는 우려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리스크는 기업이 홀로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기업의 투자 보호를 위한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단의 사례에서 보듯이 어느 정도 규모가 형성돼 공생관계가 만들어지면 북한도 쉽게 최악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자기들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거 경협 사례에서 보여준 북한의 두 가지 태도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최악의 남북관계 속에서도 개성공단은 지속적으로 가동됐다. 또 북한에 매년 수십만 톤씩 식량지원이 이뤄지던 2002∼2008년 북한은 남쪽을 향해 단 한 차례의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았다.

 

북한에 진출해 든든히 자리 잡은 기업은 심지어 북한 정권이 붕괴해도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보듯이 아무리 주변 환경이 악화돼도 이익을 보는 기업, 이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 수혜를 보는 북한 특권 이익집단이 존재하는 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계속 굴러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하기 위한 향후 조건도 비교적 좋다. 김정일 사망 이후 허약한 카리스마를 안고 집권한 김정은 체제는 하루 빨리 경제적 성과를 이룩해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할 절박성을 느끼고 있다. 경제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선 해외의 투자가 필요한데 한국만큼 적극적인 데도 없다. 왜냐면 전 세계를 다 둘러봐도 오직 한국만이 눈앞의 이윤 이상을 보는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은의 필요성과 한국 정부의 통일 의지가 결합되면 북핵 문제가 설령 답보상태라 하더라도 커다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북한 진출의 도덕적 딜레마

끝으로 북한에 대한 적극적 진출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투자가 안고 있는 도덕적 딜레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투자와 경협의 수혜자는 비단 한국 기업만이 아니다. 북한 김정은 통치 집단 역시 또 다른 수혜자가 된다.

 

인류 보편적 가치와 기준으로 봤을 때 북한과 같은 반인류적인 세습 왕조는 하루빨리 무너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과의 경협을 통해 막대한 달러를 손에 넣는다면 이들 세습 왕조의 수명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태생적으로 역사의 진보에 반동적일 수밖에 없는 북한 왕조는 먹고 살 만하면 가급적 최대한 문을 닫아버리려 할 것이다. 물론 우리의 목표는 문을 닫고 싶어도 닫을 수 없는 상황까지 끌고 가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북한이 붕괴될 때까지 계속 옥죄인다면 악의 제거라는 도덕적으로 훌륭한 일은 완성할지 모른다. 물론 그 과정에 수많은 무고한 북한의 약자들이 희생된다는 또 다른 도덕적 딜레마가 부상할 것이다. 이렇게 얻은 체제의 붕괴 뒤에는 피폐해진, 그리고 어쩌면 무정부적 혼돈에 빠져 있을 북한이 남게 된다. 이 거대한 골칫거리는 한국의 수십 년 미래까지 삼켜버릴 공산이 크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이런 북한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한국의 힘이 약해서라기보단 워낙 북한의 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나 기업의 미래를 위해선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보다는 김정은 정권이 독재를 통해 사회 질서를 유지하면서 계획적으로 개혁개방으로 가주는 것이 더 나은 시나리오다. 그러다 북한의 생활수준이 상당히 높아지고 내부적으로 민주화와 통일 요구가 터져 나올 때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통일은 냉혹한 힘의 역학관계에 따라 결국은 남쪽이 북한을 흡수하는 형태로 가겠지만 북한의 전반적 경제력이 높아지고 시장경제에 적응된 주민들이라면 통일로 남북이 공멸하는 파국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김정은 체제의 존속으로 인권 유린이 지속될 것이라는 또 다른 도덕적 딜레마와 맞닥뜨리게 된다.

 

어떤 길을 더 중시할지 선택은 여론의 몫, 정치의 몫이다. 기업은 기업의 길을 가면 된다. 단 리스크가 없는 시장 개척은 없다. 멀고 위험한 길을 가려면 준비부터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 생존의 기본 법칙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에서 태어나 김일성대를 졸업한 뒤 체제 불만으로 탈북했다.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된 뒤 6개 감옥을 전전하며 수감생활을 하다 재탈북, 2002년 한국에 입국했다. 무역회사, 주간지 등을 거쳐 2003년 동아일보에 입사, 주로 북한 문제를 다뤘다. 방문자 3300만 명인 북한 관련 최대 사이트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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