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시대, 저무는가?
연평균 25%씩 성장하던 미국의 온라인 판매업은 2007년 10%대 성장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에서는 “닷컴(.com) 시대는 가고, 이제 닷캄(Dot calm)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던 일부 업체들이 오히려 오프라인 판매망을 강화하면서 온·오프 반전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2006년 애플의 직영 매장이 명품 보석업체 티파니를 누르고 장사를 가장 잘한 매장으로 알려지면서 오프라인 직영매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티파니 매장에서는 3.3㎡(1평)당 9만 달러를 판매한 데 비해, 애플은 평당 14만 달러를 판매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직영 매장에도 마법을 걸었을까? 애플 직영 매장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 보자.
애플 직영 매장의 성공
애플이 처음 직영점을 낸 것은 온라인 버블이 최고조에 달한 2001년이다. 당시 사람들은 “애플이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한다” “얼마 못 가서 오프라인을 접고, 다시 온라인으로 돌아올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전 세계에 180개가 넘는 직영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직영점들은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곧 망할 것이라던 초기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6년에 애플 매장에서 벌어들인 돈은총 8억5500만 달러, 영업 이익만 2억 달러가 넘는다. 직영 매장에서 크나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 성공한 애플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의 마법은 전혀 없었다. 애플 직영점의 성공은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것, 즉 소비자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애플이 직영점을 열 때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것은 딱 하나였다. “고객이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고, 구입해서 즉시 가지고 갈 수 있게 하라.” 재고가 없어서 고객이 며칠 동안 기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애플은 매장마다 항상 넉넉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제품과 고객을 만나게 하라
애플은 고객이 매장을 부담없이 수시로 들를 수 있게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임대료가 더 비싸더라도 큰길에 매장을 마련했고, 멀리서도 애플의 로고인 사과가 잘 보이게끔 만들었다. 고객이 매장에서 신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는 것은 물론 웬만한 애프터서비스는 매장 안에서 바로 마칠 수 있게 했다. 이는 매장 직원들이 애플 제품에 대해 최고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대부분 매장 안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손님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소니의 직영 매장
애플과는 다른 방법으로 성공적인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바로 소니다. 애플보다 조금 늦은 2004년에 직영 매장을 연 소니는 현재 전 세계에서 3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니의 특징은 직영 매장의 운영 목적이 ‘판매’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니 매장은 플래그십 매장, 즉 소니라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갤러리다.
갤러리 같은 플래그십 매장
소니 직영점은 명품 브랜드 매장을 연상케 한다. 매장 위치도 뉴욕이나 베를린과 같은 패션과 유행의 상징인 대도시 다운타운 한가운데에 있다. 일부러 샤넬이나 프라다 같은 명품 매장 옆에 터를 잡기도 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대단하다. 분홍, 보라, 샴페인색 등 화려한 색깔로 매장을 장식하고 제품 디스플레이도 최신 첨단 제품 위주로 구성해 방문 고객들에게 명품 이미지를 강조한다.
소니 스타일이 살아 있는 곳
소니는 매장 컨셉트를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패션 부티크”라고 설명한다. 소니 매장에는 1년에 35만 명 정도의 고객이 방문해 소니 스타일을 경험한다. 소니는 직영 매장에서 매출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애플과 소니의 공통점
애플과 소니 직영 매장은 컨셉트와 목적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영 매장을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매장을 이용하면 비용 부담도 적고,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지만 고객과 직접 대면할 수는 없다. 고객과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못 한다는 것은 치명적 단점이다.
오프라인 직영 매장에서는 고객이 순간순간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보고 확인할 수 있으며, 제품을 직접 만지고 사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 기술이 발달해서 제품을 3D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하더라도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강렬한 자극을 주기는 어렵다. 게다가 형식적이고 무뚝뚝한 기계 응답은 고객의 궁금증을 적극적이고 상냥하게 응대해 풀어주는 매장 직원과 비교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고객을 잡아라
시장과 고객은 오늘도 계속 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기업의 판매 방식과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애플이나 소니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곤란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사의 고객이 어떤 가치를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통과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물건을 파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고객이 우리 제품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