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10년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한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시스템이 경제, 사회, 문화와 개인의 일상 생활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세계 경제에서 두각을 보이는 기업과 인재들도 속속 등장했다. 네트워크화된 글로벌 환경에서 ‘혁신’은 한국의 슬로건이 됐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 어느 한 기업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수평적으로 협업하며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내는 ‘개방형 혁신’과 같은 새로운 경영 개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과 소비자의 욕구가 빠르게 변하는 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혁신이 일상화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기업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의 전통적인 직함 시스템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과장님’ ‘부장님’식으로 직책을 부르는 현재의 한국식 직함은 임금 수준이나 조직상의 서열만을 복합적으로 반영할 뿐이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에는 긍정적이지 못한 영향을 끼치기가 쉽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속에서는 하급자가 상급자의 의견에 반하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어렵고 자유로운 제안이나 개방형 협업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조직문화와 경쟁 환경이 이식되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직함이 본래 가지고 있던 연공서열이나 실제적인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머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이는 한국식 직함이나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통과 문화적 유산은 소중하나, 글로벌 비즈니스와 트렌드에 적응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 본사의 조직 이념도 준수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과 혁신의 기업 전통을 지속할 수 있다.
한국머크는 본사와 인사 및 성과관리 시스템을 연계하고 다양한 인사 관련 제도를 시범 적용한 뒤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중간관리자들을 중심으로 자료 조사와 토의를 하며 한국식 직함의 전통과 직무 중심으로 된 본사의 직함을 발전시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이 결과 2010년 4월 새로운 호칭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과장, 부장 등의 직책을 없애고 업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직무 중심의 영문 직책을 쓰기로 한 것이다. 대신 서로를 부를 때는 한국식 전통을 존중해 이름 뒤에 ‘님’을 붙여 상대를 존중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조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낸 덕분에 새로운 제도가 빠르게 정착될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 의사소통도 과거보다 빨라졌다. 3년쯤 지나면 새로운 제도가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이 전통과 관습에 얽매여 의사소통에 지장을 받는다면, 이 결과는 비생산적일 것이다. 특히 우리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혁신을 지속적으로 성취해나가야 하는 환경이라면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한국머크가 조직 내의 프로세스를 올바르게 실천하고 제대로 다루는 방안을 찾았다고 확신한다. 머크라는 기업으로서의 성공을 지속하며, 직원들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직함 제도를 통해 훌륭한 가치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는 기업의 올바른 자세이자 300년 이상 머크라는 회사를 지탱해온 머크 일가의 원칙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유르겐 쾨닉 한국머크 대표이사 사장 juergen.k.koenig@merckgroup.com
필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나 제툴리우 바르가스대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파키스탄 BASF 의약회사(Knoll) 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한국머크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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