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선 인수합병(Cross-Border M&A)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70%의 M&A가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인수후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 작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략과 프로세스 및 시스템, 무엇보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두 기업이 화학적 결합을 하려면 성공적인 PMI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DBR은 Cross-Border PMI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들을 요약했으며 성공적 기업 통합을 위한 전략, 영업, 생산, 구매 등 오퍼레이션 및 IT 시스템 구축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PMI 역량 강화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2000년 이후 시장개방, 산업규제 완화, 민영화, 정보기술의 발달, 자유무역의 확대 등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M&A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해외 기업 간 M&A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M&A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은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고 빠르게 현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제화 경험과 해외 기업 운영 노하우가 많지 않은 국내 기업에는 여전히 쉽지 않은 전략적 선택이다. 해외 현지기업 M&A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다수의 연구 결과 실제 M&A를 통해 해외로 진출한 기업 중 70% 안팎이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외국 기업 M&A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광범위한 연구조사와 함께 철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해외 기업 M&A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도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고 있는 데 대해 경영학자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인수 프리미엄 △신중하지 못한 대상 선정 과정 △정교한 인수 타당성 분석 및 검증 과정 결여 △시너지 창출에 대한 경영진의 과도한 믿음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경영학자들이 인수-피인수기업 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 과정이 M&A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 기업 간 M&A의 경우 언어적,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가 커 통합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통합을 통한 가치창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공적 통합전략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본 기고문은 해외 기업 간 M&A 후 성공적인 통합과정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 필수 고려요소 및 통합전략에 관해 그동안 진행돼온 학계의 연구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내용은 실증적으로도 활발한 검증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해외 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ross-border PMI 개념
일반적으로 PMI란 인수-피인수기업 간 안정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서로 간 다른 전략, 프로세스, 조직, 그리고 문화 등의 영역을 융합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융합 활동을 통해 인수-피인수기업 간 기술, 시스템, 일하는 방식, 지휘체계, 조직구조, 기업문화, 보상제도 등 서로 다른 기능 활동을 재배치하거나 하나의 통합된 조직으로 재탄생시키는 변화 과정을 뜻한다. 일부 학자들은 통합 과정을 인수-피인수기업 간 기술·정치·문화적 통합의 순차적인 실천과정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PMI에 관한 학문적 쟁점은 통합의 강도(integration level)를 어느 선에서 결정해야 하는지, 즉 전체적인 M&A의 목적과 방향에 맞춰 피인수기업으로부터 보존해야 할 요소, 혹은 제거해야 할 요소를 고려해 통합수준(분리유지, 부분통합, 완전통합 등)을 결정하는 게 핵심이다.
해외 기업 M&A는 국내 기업의 M&A와 많은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인수-피인수기업 간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적 차이로 통합 관련 정보를 입수하거나 해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상대 기업 국가에서 과거 사업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을 때 부닥치게 될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통합작업에 커다란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일방적으로 인수기업의 제도, 정책, 시스템에 맞추도록 요구하거나 지나치게 불필요하거나 또는 필요 이상의 통합을 추진할 경우 인수기업에 대한 적대감만 불러올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기업 통합전략을 분석한 다수의 연구들에 따르면 피인수기업의 국가적, 문화적 특성을 무시한 채 자신의 경영관리 및 운영 패턴을 그대로 강요하는 경향을 보일수록 오히려 통합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통합 불능 상태가 된다. 따라서 해외 기업에 대한 통합 작업을 진행할 때 나라마다 서로 다른 경영방식, 노사관계, 재무 및 회계 관리 방식, 거래업체와의 관계, 소비자, 경쟁업체뿐 아니라 현지 국가의 전체적인 문화와 정서 등에 대한 학습도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해외 기업 인수후통합(cross-border PMI)의 핵심은 인수 후 통합과정에서 성과에 직결되는 업무, 기능, 매뉴얼, 정책통합 등 ‘하드웨어’적 이슈라기보다는 심리학적 요소, 인간 관련 요소 등 ‘소프트웨어’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즉 해외 기업 간 M&A 후 과연 무엇을 창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나의 상대자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이슈를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일이 통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남남이 만나 가족을 이뤘다면 더 이상 나의 이익만을 고집할 수 없다. 서로 다르게 살아온 것을 인정하고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한 의사결정을 위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이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합해나가는 것이 cross-border PMI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