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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Overpayment 대응방안

M&A 60%가 고평가… 고성장 꿈에 취하지 마라

유영욱,송경열 | 84호 (2011년 7월 Issue 1)
 

민성식 <공사중 2(Under Construction 2)>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2005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민성식의 작품은 선명하고 강렬한 색감, 대담하게 분할된 화면, 부감(俯瞰) 구도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그만의 독특한 부감 구도는 작품을 멀리서 바라볼 때와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바라볼 때 완전히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2009년 6월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8000만 파운드(한화 약 1650억 원)의 이적료를 받고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인 미셸 플라니티는 “미친 가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즈 구단주는 “호나우두 영입으로 늘어날 매출을 고려하면 합당한 투자”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극단적인 견해차를 해소해줄 방법은 없을까요.
 
비단 축구계의 고민만은 아닙니다. 많은 기업들은 M&A, 신사업 진출, 인재 영입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가치평가를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평가 기법이 진화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무결한 방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경영자의 통찰과 안목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DBR이 가치평가 전문가들과 함께 21세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걸맞은 다양한 방법론과 실전 솔루션을 집약했습니다. 개별 방법론이 갖고 있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가치평가의 궁극적 목적인 투자 성과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소개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가치평가 체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금융위기의 파고가 잦아들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대규모 M&A로 몸집을 불렸던 기업들이 큰 위기에 빠진 사례가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자사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 이상의 비싼 돈을 주고(Overpayment) 인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M&A는 여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피인수 기업의 본질 가치 이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해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지는 게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카이프(Skype) 인수 역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수 발표 직후 WSJ은 “MS가 무려 85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구글은 불과 40억 달러를 제시했다”며 고평가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인수 사실을 발표한 당일 MS 주가는 0.5% 하락했다. 이후 1주일 동안 약 4.5% 더 떨어졌다.
 
문제는 인수가격 고평가 논란을 쉽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M&A가 발표된 시점에서 이를 평가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발표 전후 인수 기업의 주가가 어떻게 변동했는지를 살펴보면 해당 M&A에 대한 금융시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바로 맥킨지의 POP 지수(The proportion of over payers)다. 이 지수를 산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맥킨지는 주요 M&A 거래 발표 직전과 직후 2일간의 주가 변동을 조사한다. 여기에 금융시장 전체의 변동폭을 반영해 시장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받은 M&A 비중을 POP 지수(The proportion of over payers)로 도출한다. 맥킨지가 1997년부터 2011년 1분기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약 1500건의 상장회사 M&A의 주가 변동을 분석한 결과 POP가 무려 60%에 달했다. 즉, 금융시장은 세계 M&A의 약 60%에 대해 ‘인수자가 너무 많은 돈을 썼다’고 판단한 셈이다.
 
가치평가(Valuation)에 관한 수많은 방법론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아직까지 벌어질까.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진행된 주요 M&A 거래를 분석해 인수가격 고평가가 일어나는 4가지 이유와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업 전망
피인수 기업의 사업 및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 상황 및 피인수 회사의 핵심 사업의 경기주기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 즉 업종과 개별 기업의 특성을 막론하고 장기적으로 5% 이상의 고공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1963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기업들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5% 정도에 불과했다. 특정 시점에서 20% 이상의 고성장을 보였던 대부분의 기업들조차 이후 10년 안에 성장률이 5%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포춘 상위 50대 기업에 속하는 대기업들은 성장률이 더 낮았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수준보다 불과 1%포인트 정도 높은 성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수자들은 피인수 기업의 가치를 과대 평가한다. 특히 현재 피인수 기업의 상황이 좋다고 해서 지속적 고성장을 예견하면, 즉 이를 10년 후 가치를 반영하는 영속 가치(Continuing value)에 넣으면 피인수 기업의 본질 가치는 심각하게 왜곡된다. 거듭 말하지만 10년 이상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은 극히 적다.
 
따라서 피인수 기업의 영속 가치를 계산할 때, 그 가정치가 산업 성장 평균이나 주요 거시 경제 지표보다 높으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낙관적 전망이 빈번한 업종은 주로 철강, 항공, 반도체, 제지, 화학 산업 등이다. 때문에 이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려고 검토할 때는 영업 이익, 현금 흐름(Cash flow), 투하자본 수익률(ROIC) 등 주요 지표를 최소 5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도출해야 한다.
 
1963년에서 2007년까지의 생존한 50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업 간 ROIC는 동종 업계 내 기업들보다 산업 간 차이가 훨씬 컸다. 특허에 의해 경쟁 우위가 결정되는 제약업계의 ROIC는 제지, 전력 등 다른 산업의 ROIC보다 훨씬 높았다. 즉 특정 제약업체의 ROIC가 높다고 해서 이를 해당 업체의 개별적 경쟁 우위로 여겨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특정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기란 매우 어렵다. 가치 평가 과정에서 피인수 회사가 지속적으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면 그 근거를 명확히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 뛰어난 브랜드 파워로 인한 가격 프리미엄,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가 낳은 비용 경쟁력, 핵심 부품에 대한 독점권 등과 같은 해당 기업만의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차별성 없이 최근 몇 년간 수익률이 좋았다고 섣불리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대응 방안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업 전망으로 인한 과도한 인수 금액 지불을 피하려면 지속적인 시나리오 플래닝 및 교차 점검(Cross-checking)이 필요하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의 주요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그 불확실성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사업 전망치를 다르게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최종 가치 평가나 가치 산정으로 연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각 시나리오별 발생 가능 확률을 책정하고 이를 가중 평균한 수치를 얻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매우 편리하긴 하나 평균치가 ‘가장 발생할 확률이 높은 수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각 시나리오 결과를 점검한 후 가장 발생할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를 택해 이에 집중 대비하는 방식이다.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지만 실제 그 일이 일어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 평가 과정에서 만들어진 산출 수치에 대한 지속적인 교차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해당 기업의 추정 수익성이 산업 평균 이상은 아닌지?’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이 과거 실적이나 동종업계 대비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은지?’ 등의 질문 리스트를 작성한 후 월별이나 분기별로 이 수치를 점검하고 변화 가능성을 포착해야 한다.
 
합병회사의 시너지 창출 능력 평가 오류
시너지는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미래 현금 흐름을 개선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뜻한다. 보통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현재 시장 가치보다 높은 돈을 지불할 때 이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쓰인다. 문제는 이 시너지 효과를 지나치게 과대 평가함으로써 인수 가격이 늘어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합병회사의 매출 시너지를 과대 평가한다. 시너지의 원천은 크게 매출 시너지와 비용 시너지다. 매출 시너지는 두 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개별 회사의 매출을 합한 수치보다 더 높은 매출이 발생할 때를 말한다. 소규모 창업 기업 A의 우수한 기술력과 대기업 B의 판매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A가 단독으로 제품을 상업화할 때보다 훨씬 큰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매출 시너지의 대표적 예다. 비용 시너지는 두 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개별 회사의 비용 지출 합보다 더 적은 돈을 쓰는 것을 뜻한다. M&A 후 두 회사가 중복 사업 부서나 인력을 축소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M&A 사전 실사에서 비용 시너지는 비교적 정확한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반면, 매출 시너지는 적정하게 평가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맥킨지의 합병 후 경영(Post-Merger Management) 담당 부서가 조사한 90건의 M&A 결과를 보자. 조사에 따르면 인수 기업의 88%가 당초 M&A 전 예상했던 비용 시너지의 70%를 달성했다. 반면 매출 시너지의 비율은 훨씬 낮았다. 인수 기업의 절반만이 목표 매출 시너지의 70%를 실현했다.
 
매출 시너지를 과대 평가하는 이유는 시장 전체의 성장 가능성 및 시장 내 경쟁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인수 회사에 지나치게 유리한 쪽으로만 피인수 기업의 현실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회사는 M&A를 추진하며 합병 회사의 매출 시너지를 매우 낙관했다. 이 회사는 합병 첫해에 합병회사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 이익 성장률이 두자릿수 이상을 기록할 거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큰 폭의 매출 증가율을 달성하려면 판매 가격을 낮추는 길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시장점유율은 증가했지만 실제 이익 성장률은 두자릿수에 훨씬 못 미치는 2%에 불과했다.
 
시너지 창출을 위한 부대 비용을 과소 평가해도 과도한 인수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비슷한 사업 구조를 지닌 두 기업이 결합한 후 일어나는 시장 잠식(cannibalization)이다. 즉, 두 기업의 비슷한 제품이 서로의 시장을 깎아 먹는다는 뜻이다.
 
시장 잠식은 주로 금융업계에서 발생한다. 은행 A와 은행 B가 합병할 때, 대부분은 기존 고객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은행의 합병에 따라 기존 고객의 일부가 이탈할 때가 많다. 이를 시너지 계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이 역시 과도한 인수금액을 지불하는 주요 이유가 될 수 있다,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 및 실행 비용 또한 시너지 창출에 관한 부대 비용이다. 인수 기업이 비용 절감 시너지 실현을 위해 피인수 회사의 기능 일부를 폐쇄할 때는 직원들의 퇴직금과 같은 실행 비용이 필요하다.
 

 대응 방안  시너지 관련 비용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무엇보다 인수 회사 자신 및 피인수 회사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이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비용 발생 요인은 다음과 같다. 합병으로 인한 고객 이탈 가능성, 퇴직금을 포함한 인력 구조조정 비용, IT 시스템 통합 비용, 핵심 인력의 이탈 가능성, 일시적인 생산 위축 가능성 등이다. 막대한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인수 기업이 많은 돈을 빌리면 합병회사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본 조달 비용 증가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가치 평가 방식의 오류
피인수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널리 쓰이는 P/E(주가 수익) 배수나 EV(기업 가치)/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 상각비 차감 전 이익) 배수가 지닌 한계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를 잘못 사용해도 적절한 인수 금액을 도출하지 못할 수 있다.
 
1) P/E나 EV/EBITDA 의 한계 P/E나 EV/EBITDA 배수를 산출하는 핵심 원리는 특정 기업을 동종 업계의 비슷한 다른 기업과 비교하는 데 있다. 하지만 각각의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다른 기업을 통해 우리 기업의 가치를 유추하는 작업은 불가피한 왜곡을 낳을 때가 많다. 상대평가의 본질적 한계다.
 
영업 능력과 미래 전망이 비슷한 회사 A와 회사 B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회사의 EBITDA는 100억 원으로 동일하고 향후 사업 전망도 비슷하다. 단지 A 회사는 부채가 없고 B 회사는 400억 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B 회사는 20억 원의 이자 비용을 내야 한다. 두 회사의 세전 이익이 모두 80억 원이고, 세율은 40%로 가정하자.
 
A 회사의 순이익은 60억 원, B 회사의 순이익은 48억 원이다. 두 회사의 현재 영업과 미래 전망이 동일하므로 두 회사가 동일한 EV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1000억 원으로 가정하자.
 
두 회사의 P/E 배수를 구해보자. A회사의 P/E는 16.7(1,000억 원/60억 원)이다. B 회사의 P/E는 12.5(600억 원/48억 원)다. 따라서 B 회사의 가치를 산정할 때 A 회사의 상대가치 배수를 적용하면, 실제 가치보다 33%를 과대 평가할 수밖에 없다.
 
EV/EBITDA 배수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어도 각각의 사업 전략에 따라 비슷한 두 업체가 완전히 다른 EV/EBITDA를 보일 수도 있다. 다른 모든 부분은 동일하고 생산 전략만 다른 회사 C와 D가 있다고 가정하자.
 
C는 제품 생산을 회사 내부에서 진행하며 회사 D는 외주에 맡긴다. 두 회사의 EBITA(이자, 세금 차감 전 이익 )은 300억 원으로 동일하다. 내부 생산을 단행하는 회사 C는 장비 투자 등이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C의 감가상각비는 D의 50억 원보다 훨씬 많은 200억 원에 달한다. 즉 두 회사는 동일한 EBITA를 지녔지만 EBITDA는 각각 500억 원과 250억 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EBITA는 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은 수익, EBITDA는 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 인식한 이후의 수익을 뜻한다.)
 
두 회사는 동일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회사이기에 EV 또한 같다. EV를 300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C와 D의 EV/EBITDA는 각각 6.0, 8.6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즉 C사를 평가할 때 D사를 기준으로 상대평가를 진행하면 실제 가치보다 약 43%를 과대평가할 수밖에 없다.
 
2)대상 기업의 선정 오류 비교대상 회사를 적절하게 선정하지 못했을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상대가치 분석을 하기 위한 비교 대상을 선정할 때 많은 사람들은 평가 대상 회사가 속한 산업에서부터 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해당 회사가 어느 산업에 속해 있느냐는 손쉽고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든 문제다.
 
설사 이를 명확하게 정의한다 해도 동종업계 내 특정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건 적절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적절치 못한 비교 대상으로부터 도출한 상대 가치 배수로 가치 평가를 단행하면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림3>은 미국 주요 내구재 소매회사의 비교표다. 미국 최대 주택자재 판매업체인 홈디포(Home Depot)와 로우스(Lowe’s)는 시장에서 거의 같은 상대 가치 평가를 적용 받는 회사다. 두 회사의 P/E 배수는 각각 13.3과 14.4로 큰 차이가 없다. EBITDA 배수는 각각 7.1과 7.3으로 더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다르다.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서킷시티의 EBITDA는 4.4에 불과하지만, 욕실 용품 전문 판매업체인 베드배스앤비욘드의 EBITDA는 9.9다. 서킷시티의 두 배가 넘는다.
 
즉, 상대가치를 평가할 때 비교 대상에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들을 많이 포함시키면 실제 해당 기업의 가치보다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 일이 불가피하다.
 
3)상대가치 배수 산정 오류 상대 가치 배수를 산정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아도 평가 결과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 예가 분모와 분자를 계산할 때 동일한 자산을 기준으로 계산하지 않는 상황이다.
 
회사 E와 회사 F가 있다. 다른 모든 부분은 동일하나 회사 F만 잉여 현금(Excess cash)이 있다고 가정하자. 두 회사의 EBITA가 100억 원이고, F만 잉여 현금이 100억 원 있다면 어떨까. 두 회사가 영업을 통해 창출하는 가치는 동일하고 이를 900억 원이라고 가정하자. 회사 F의 가치는 영업을 통한 가치와 잉여 현금을 통한 100억 원을 더한 1000억 원이다.
 
이를 간과하고 EV/EBITA를 산출하면 회사 E와 F의 EV/EBITA는 각각 9.0(900 억 원/ 100억 원), 10.0<(900억 원+100억 원)/ 100억 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때 회사 E를 평가하면서 잘못 계산된 회사 F의 상대가치 배수를 적용하면 약 11%의 과대 평가가 발생한다.
 
 대응 방안  비교 대상 회사를 적절히 선정하려면 어떻게 할까? 맥킨지는 비교 대상을 선정할 때 ROIC나 성장 전망이 유사한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GICS(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나 회사가 지정한 경쟁사 등을 토대로 비교 대상 초기 리스트를 작성하고, 각각의 사업에 대한 이해(성장 전망, ROIC, 주요 상품 등)를 통해 최종 비교 대상을 선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그림3>에서 홈디포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비교 대상은 오직 로우스라고 해석할 수 있다. 두 회사만 소매업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ROIC와 성장률 등 미래 전망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4)할인율 적용 가치 평가 시 EBITDA만큼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 현금흐름할인(DCF, Discount cash flow)이다. 현금흐름할인에서는 할인율을 얼마로 적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때 일반적으로 부도 위험이 없다고 평가 받는 각국 정부의 국채가 주로 쓰인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만기 수익률을 살펴보자. <그림4>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3년간 최고 6.17% (2008년 7월 18일)에서 최저 2.89% (2010년 12월 10일)까지 큰 폭으로 변화해왔다. 만약 한국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국고채를 사용해 할인율을 구한다면 어떤 시점으로 하는 게 정확할까?
 
국채 금리의 변동폭이 3%포인트 넘는 상황이니 할인율 적용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국채 금리가 낮을 때의 이율로 할인율을 적용하면, 할인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져 투자 대상의 가치를 과대 평가할 수밖에 없다.
 
신흥시장 국채의 한계도 있다. 미국 등 몇몇 선진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의 대부분 국채는 무위험 자산이라 보기 어렵다. 일부 국가들의 국채는 투자 적격 등급 이하일 때도 많다. 충분한 유동성을 지닌 장기 국채 시장을 찾기도 어렵다. 유동성이 적으면 채권 거래가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만기 수익률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 힘들다.
 
 대응 방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할인율 적용 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 시장의 국채를 이용해야 한다. 현금 흐름 추정 기간 동안 해당 신흥시장과 선진국 간의 예상 인플레이션 차이를 적용, 현지 통화 기준의 명목상 무위험 투자 수익률 (Nominal risk free rate of return)을 추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비(非)사업적 요소의 간과
특정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인수 희망 기업의 과당 경쟁, 인수 기업 오너의 개인적 관심사, 피인수 기업이나 인수 기업의 고유한 조직 관성, 인수자의 지나친 자신감 등 비사업적 요소의 위험성을 간과해 과도한 돈을 지불할 위험이 커진다.
 
1)오너의 개인적 관심사 한국에서는 유독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그룹 계열사를 인수하기 위한 여러 재벌들의 경쟁이 잦다. 인수 기업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 오너의 개인적 관심사에 따른 M&A일 때가 많다는 뜻이다. 오너가 특정 기업에 강한 개인적 관심을 갖고 있다거나, 자녀들에게 사업을 분할해 승계할 필요가 있을 때 자주 등장한다. 사업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거래이므로 더 많은 인수금액을 지불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2)조직 관성(inertia)일부 대형 M&A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거래를 위한 거래’를 시도하는 상황을 말한다. 오랫동안 M&A를 추진하면서 전 직원이 전사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해당 거래가 무조건 성사시켜야만 하는 거래로 변질됐다는 뜻이다. 모 기업은 3년에 걸쳐 특정 기업의 인수를 준비해왔다. 이 기업의 주요 임원은 “이번 M&A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나뿐 아니라 팀 전체가 문책을 피하기 어렵다”며 외부 자문회사에 공격적인 가치 평가 및 가격 제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조건 성사시켜야만 하는 M&A 거래는 어디에도 없다. 관련 산업계와 거시 경제 상황은 언제나 변한다. 이런 와중에 M&A의 성공 보수를 기대하는 외부 자문회사의 과도한 부추김까지 겹쳐지면 의사결정자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3)인수자의 지나친 자신감 인수 기업의 실적이 좋고 피인수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종종 발생한다. 이때 일부 인수 회사는 빠른 시일 내에 피인수 기업의 실적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과신한다. 그러나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장부상에 나타나지 않는 문제, 즉 핵심 주주 간의 갈등, 정부나 기타 이해관계자들과의 문제 등은 M&A의 사전 준비 및 추진 과정에서 잘 파악하기 어렵다. 설사 합병 후 뒤늦게 이를 발견했다 해도 인수 기업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때도 많다.
 

 대응 방안  오너의 개인적 사정이나 관심사로 M&A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의사 결정자가 비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M&A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액 주주들이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때도 오너의 개인적 이유로 M&A가 진행됐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조직 관성이나 CEO의 지나친 자신감은 경영자가 이를 스스로 자각하기만 한다면 상당 부분 통제가 가능하다. 이때 M&A 추진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게 좋다.
 
“우리 회사가 이 사업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회사가 하려는 일 중 과거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은 무엇인가?” “M&A 후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은 상황은 무엇이며, 우리 회사는 이에 잘 대비하고 있는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가정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때만 M&A를 진행해야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맺음말
모든 기업이 M&A를 추진하는 이유는 다 다르다. 인수 가격도 업계 및 거시 경제 상황, 해당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인수 가격을 과도하게 지급했는지에 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는 투자가 모두 완료된 시점에서만 인수 가격의 적정성에 관한 판단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M&A의 ‘Overpayment’ 논란은 기업이 존재하는 한 끊이지 않고 등장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앞서 언급한 몇몇 대응 방안을 잘 이용해 고평가 논란의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실제 거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상황을 최고경영진에게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면 얼마를 지불했는지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피인수 회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유영욱 맥킨지 부파트너 Youngwook_Yoo@mckinsey.com
송경열 맥킨지 부파트너 Kyungyeol_Song@mckinsey.com
 
유영욱 부파트너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대에서 경영학 및 공공의료(Public Health) 석사를 취득했다. 맥킨지 서울 사무소의 기업 재무 부문을 맡고 있다.
송경열 부파트너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맥킨지 글로벌 청정기술 산업 부문의 핵심 멤버이자 서울 사무소의 청정기술 산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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