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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제 정착이 어려운 이유와 해결책

임원이 팀장? 관료주의 넘어서야 팀이 산다

이홍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팀제 조직이 당시 혁신의 대상이었던 과부장제도(직제조직)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했다. 어떤 기업들은 명칭만 바뀌었지 하는 일은 과거의 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강력히 추진됐던 팀제조직이 왜 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일까?
 
팀제조직과 직제조직의 차이
 
 
먼저 직제조직과 팀제조직의 차이를 살펴보는 데서 출발하자.(표1) 직제조직의 조직화 원리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목적은 두 가지. 기업의 경제성과 수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경제성이란 다름 아닌 효율성이다. 단위 투입당 산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효율성이다. 수단성이란 X단위의 투입을 넣으면 Y개의 산출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좋은 예가 품질이다. 품질이 좋아야 기업의 수단성이 좋아진다. 10단위의 자재를 넣어 5개의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정이 있다고 하자. 만들어진 5개가 모두 양품이면 수단성이 매우 좋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 불량이 생겨 3개 밖에 만들지 못했다면 수단성은 나쁜 것이다.
 
경제성과 수단성이 좋으려면 가급적 표준화된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조직화 방식이 직제조직이다. 직제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일이 매우 단순하다. 자신에게 할당된 전문적이고 좁은 범위의 일을 숙련된 솜씨로 처리하면 된다. 이들에게 복잡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최소량의 정보만이 제공된다. 리더의 역할도 단순하다. 하위 계층에서 해야 할 일들이 제시간에 진행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지시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에 비해 팀제조직은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조직화된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빠르면 직제조직은 대응하기 어렵다. 한 가지 제품만 팔아도 되는 시절에는 직제조직이 매우 효율적이지만 소비자의 입맛이 빠르게 변하고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세상에서 직제조직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 팀제다.
 
직제조직과 비교할 때 팀제에서는 구성원들의 역할이 다르다. 환경이 변하면 그때마다 대응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아진다. 그래서 이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문제 발견과 해결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니 조직 내 다른 프로세스에 속한 구성원들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어떤 때에는 여러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이럴 경우 환경변화에 대한 정보를 개별 구성원들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구성원들 간의 정보공유가 필수적이다. 리더들은 자신의 부하들이 빠르게 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변화라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돕는 코치로서의 역할과 후원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팀제조직의 또 다른 특징은 팀의 생존과 사멸이 직제조직보다 자유스럽다는 점이다. 팀은 생겨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 직제조직에서는 할당된 정원에 따라 과와 부가 운영되기 때문에 신설과 폐지가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1990년대에 두 가지 큰 변화가 발생했다. 하나는 한국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한 것이다. 특히 고객 환경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달라졌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기업들이 접한 새로운 단어가 있다. 바로 고객만족이다. 고객 위에 군림만 하던 기업들에 이 단어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고객의 힘은 날로 세져 갔다. 고객들의 입맛도 매우 까다로워졌다. 한두 가지 제품으로 만족하던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라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1990년대 중반 한국 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외국 제품들이 국내로 침투하기 시작했고 한국 제품은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됐다. 이때 팀제가 경영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크게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하나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으로 팀제를 도입한 기업들이다. 다른 하나는 다른 기업들이 도입하니 따라서 도입한 기업들이다. 어쨌든 한국 기업들은 유행처럼 직제조직을 팀제조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동시에 일어난 일이 있다. 조직의 계층수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의사결정 계층을 줄일 필요가 있다. 먼저 ‘대과(大課)대부(大部)제’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여러 개의 부서를 합쳐 하나로 만들고 이것을 팀이라고 불렀다. 이로 인해 과거 ‘사원→계장(대리)→과장→차장→부장’이라는 계층구조는 ‘팀원→팀장’ 구조로 축소됐다. 외견상 3, 4개의 계층이 단일 계층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생겼다.
 
팀제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이렇게 야심적으로 도입된 팀제가 왜 오늘 날에 이르러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일까? 비난의 핵심은 이렇다. 팀이라고 불리고 있는 부서들의 역할을 보면 과거 과부제도에서의 역할과 큰 차이가 없다. 팀제에서의 주요한 업무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인데 실상은 과거와 같이 반복적인 일을 한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줄인 계층의 숫자도 과거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팀장 직책을 임원들이 맡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팀장 밑에 그룹장 직제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밑에 파트장이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의사결정의 단계가 ‘팀원→파트장→그룹장→팀장’이라는 다단계 구조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팀장의 역할이 코치와 후원자인 것도 아니다. 지시와 감독만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생성과 소멸이 자유스럽다는 팀제의 심리적인 효과를 제외하면 현재의 팀제 모습은 과거의 직제조직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 이유는 조직의 특성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따져보면 알 수 있다. 조직의 특성은 몇 가지 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요인들은 조직의 특성을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힘으로 아무리 팀제를 하고 싶어도 이 힘들이 직제조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팀제는 작동할 수 없다. 조직의 특성에 영향을 주는 힘은 크게 5가지다.(그림1) 이들을 살펴보면 왜 팀제가 작동하지 못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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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

    - (현) 광운대 경영대학장
    - 한국인사조직학회 편집위원장
    - 한국지식경영학회장
    - 정부혁신관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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