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모방을 위한 10가지 방법

Benchmarking 2.0은 ‘상상력+창의력’

66호 (2010년 10월 Issue 1)

 
기아자동차의 경쟁상대는 동종업계의 자동차회사일 수도 있지만, 노키아(NOKIA)가 될 수도 있다. 소니의 경쟁상대는 삼성전자이기도 하지만 싸이월드일 수도 있다.
 
왜 일까. 노키아의 비즈니스 콘셉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connecting people)’시켜 주는 데 있다. 자동차는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준다는 점에서는 휴대전화와 동일하다. 제품은 다르지만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해주는 가치의 유형은 비슷하기 때문에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경쟁 제품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소니에서 만드는 게임기를 갖고 게임하는 시간보다 싸이월드를 이용하는 시간이 많다면 소니로서는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소니는 싸이월드보다 더 가치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벤치마킹은 동종 또는 유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서서 콘셉트(concept)와 가치(value)를 중심으로 한 벤치마킹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세상을 해석할 때 안경에 해당하는 ‘개념’이 필요하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거나 기존 개념의 재개념화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한때 유행했던 벤치마킹을 전혀 다른 콘셉트로 재개념화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학습을 통한 창조 전략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이른바 창조적인 모방을 통한 벤치마킹으로 ‘벤치마킹 2.0’이다.
 
1. Benchmarking 2.0: 창조적 모방과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벤치마킹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보다 잘하는 기업을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창조적으로 모방을 하는 데 있다. ‘전대미문의 창조’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것을 남다른 방식으로 모방하면서 기존에 없던 것을 추가하거나 빼거나 또는 다른 방식으로 변형시켜 탄생하기 때문이다. 창조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힘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낯설게 보여주는 데 있다. 창조는 모방에서 비롯된다. 전례 없는 새로운 창조는 없다.
 
창의성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은 아주 익숙한 것을 다른 맥락에 놓아 새롭게 느끼게 하는 능력이다(김정운, 2007).1  창의성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기존의 정보와 정보들의 관계를 이전과는 다르게 정의하거나 정보의 맥락을 바꾸는 능력이다. 훌라후프를 허리에 걸면 운동기구가 되지만 화초나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서는 지지대로 변신한다. 훌라후프가 비닐하우스 지지대로 변한 것은 뭔가를 새롭게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도구의 사용 맥락을 바꿨을 뿐이다.
 
“인간은 늘 주어진 것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해서 모든 창작물은 모방이며 표절이다. 바이올린의 격렬한 현은 폭풍과 파도소리를 모방하고, 풍경화가의 유려한 붓은 들판과 숲을 표절한다.”(남경태, 2007, p.179)2
 
이런 점에서 창작물을 독창적으로 만드는 것은 창작물 자체에 내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창작물과의 관계에서 부각되는 차이다. 차이를 드러내는 노력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기존 창작물과 다른 방식으로 조합하거나 기존 창작물이 갖고 있는 의미의 맥락을 바꿈으로써 다르게 느껴지는 차이인 경우가 더 많다. 마찬가지로 예술가의 임무도 무엇인가를 늘 새롭게 창작하는 데 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도전해 낯선 경험과 자극을 제공하는 데 있다. 창의와 창조는 결국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노력이자 결과물이다.
 
솔로몬이 탄식(歎息)하면서 말했던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해 아래 관계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탄성(歎聲)으로 바꾸면 창조가 시작될 수 있다. 모든 창조는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을 조합하거나 융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창조는 기존의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엮어서 각각의 ‘유’가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유’를 만들어 내는 이종결합(異種結合) 또는 잡종교배(雜種交拜)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과정을 통해, 또는 동일한 정보라 할지라도 정보가 쓰이는 맥락을 달리함으로써,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관계없다고 관심을 갖지 않거나 포기하면 창조적 연상 작용은 멈추게 된다. 전혀 관계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다 연결시키려 노력하면 각각이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할 수 있다. 창의와 창조의 문제는 결국 내 주변과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고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을 엮어서 세상에 내 놓느냐의 기회선점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벤치마킹은 우리보다 단순히 잘하는 기업이 아니라 우리와 색다르게 경영활동을 전개하는 기업을 창조적으로 모방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기업, 즉 솔로몬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 아래 모든 기업’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정 기업이 특이한 제품개발 과정에서 차용했던 아이디어 발상법이나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변화관리 기법, 제품 콘셉트 창조 과정이나 마케팅 방법 등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배움의 원천이다.
 
벤치마킹 2.0에는 창조적인 모방 외에도 상상력이 수반돼야 한다.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기업의 차별화 전략을 철저히 분석, 자사에 적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경쟁기업을 능가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자사의 미래 발전 모습에 대해 어떤 상상을 하는지에 따라 상상한 대로 회사의 미래가 현실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에서 상상력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흔히 상상력하면 밑도 끝도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상상력은 구체적인 현실과 일상에서 출발한다. 일상에서 출발한 상상이어야 비상할 수 있다. 상상력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경쟁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어떤 불편함, 불만족스러움, 불안감을 느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구상했는지 포착할 필요가 있다. 모든 혁신과 창조는 고객과 제품이 만나는 접점에서 고객이 느끼는 불편, 불만족,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의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따라서 벤치마킹 2.0은 ‘상상하는 벤치마킹(Imaginative Benchmarking)’과 ‘창조적인 벤치마킹(Creative Benchmarking)’의 합성어인 ‘Im-Creative Benchmarking’으로 정의할 수 있다. ImCreative Benchmarking은 경쟁기업을 단순히 모방하는 따라잡기식 학습전략을 넘어서서 제2의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창조적 모방학습전략을 강조하기 위해 창안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2.ImCreative에 이르는 길
ImCreative Benchmarking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단계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상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제한속도가 없다. 공상이든 환상이든 허상이든 망상이든 일단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상상력의 한계가 곧 창조로 이루어낼 수 있는 성취물의 한계로 연결되는 이유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상력의 베이스캠프를 얼마나 높이 치느냐가 곧 창조의 노력을 통해 정복할 수 있는 산의 높이와 직결된다. 창조의 싹은 상상력의 거름 없이 자라지 않는다. 무엇인가 창조되려면 창조의 원료가 풍부할수록 창조를 통해 창출되는 아름다운 가치와 보람은 배가된다.
 
둘째 단계는 상상을 창조로 연결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현실에 적용되는 꽃을 피우는 단계가 바로 창조다. 창조적 모방으로서의 벤치마킹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상으로 시작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한 다음, 이것을 실제로 구현시키는 창조의 과정을 거쳐야 된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만, 상상한 결과를 창조로 연결시키겠다는 의지와 욕망이 없다면 상상은 공상, 환상, 허상, 망상 등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상상력에 실현시키겠다는 의지와 열망이 추가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현실에 적용돼 고객의 불편, 불만,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모종의 결과로 구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상상과 창의, 그리고 창조는 항상 같이 다니는 삼총사다. 상상력을 창의력이나 창조성으로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상창교(想創橋, ImCreative Bridge)’다.이 글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해 벤치마킹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원리를 설명하고, 이어서 상상력을 창조로 연결하는 여섯 가지 원리를 소개한다.
 
1.ImCreative Benchmarking의 기초: Imaginative Benchmarking
첫째, 상상은 일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시작된다. 관심 없이 아무리 관찰해도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 불만족스러움, 불안감은 포착되지 않는다.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는 도망가기 전에 기록하면서 잡아 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①Principles 1: 눈 여겨봐라(Watch)!
아이디어 원천은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우리는 다른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일상, 자연 삼라만상이 모두 내가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해줄 아이디어의 보고다. 현장이 답이다. 현장에 가야 현실을 만날 수 있고, 현실 속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 관찰을 통해 현실 속에 숨겨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관찰을 하더라도 어떤 관점과 시점, 그리고 시각에서 관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관찰은 관점이다. 마케터 관점에서 보느냐, 아니면 생산품질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동일한 관찰대상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관찰은 시점이기도 하다. 어떤 시점, 즉 과거, 현재, 미래 시점 중에서 어떤 시점을 선택해서 관찰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관찰된다. 또 관찰은 시각이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와 측면에서 바라볼 때, 그리고 후면에서 바라볼 때 동일한 현상도 다르게 관찰될 수 있다.
 
벤치마킹 대상 기업도 매출규모가 크거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업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작지만 특이한 경영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벤치마킹은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제품의 품질 수준을 따라잡는 전략이 아니라 어떤 제품이 왜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됐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분석해서 자사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학습전략이다.
 
관찰이 통찰을 일으키고 통찰이 창조를 일으킨다. 뭔가 색다른 창조를 하려면 경쟁기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동향을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관찰을 하는 이유는 불규칙한 현상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법칙을 정립한 다음 향후 일어날 미래의 사태를 조망하거나 예측하기 위해서다. 벤치마킹 대상 기업을 관찰할 경우 관점과 시점, 그리고 시각을 달리해서 동일한 현상이라도 세 번 이상 관찰해보고 그 결과의 차이를 비교·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왜 결과가 다른가? 관찰 결과의 차이를 강제로 통합할 필요는 없다. 관찰은 관점과 시점, 그리고 시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②Principles 2: 마음으로 물어라(Question)!
질문하지 않으면 호기심이 죽고 호기심이 죽으면 창의력은 실종된다. 질문하지 않으면 평생 동안 남의 질문에 대답만 하고 산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서 점차 질문하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스탠퍼드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5세 때 평균 하루에 65번 질문하다가 40년이 지난 45세가 되면 질문 횟수가 10분의 1로 줄어들어 하루에 5∼6번 질문한다고 한다. 질문이 줄어든다는 것은 궁금한 게 없어진다는 것이며, 어린이가 갖고 있는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호기심의 샘이 메말라간다는 의미다. 창조적 상상력을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물론 그렇지” “원래 그래” “당연한 거야”라는 말이 늘어나면서 호기심은 죽어간다. 상상과 창조는 질문을 먹고 산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한마디 질문, 왜(why)다. 왜?라는 질문은 물론과 당연, 원래 그런 세계에 시비를 걸면서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똑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어떤 질문을 하는지에 따라 얻을 수 없었던 답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느님 기도하는 도중에 담배 피워도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안 된다고 하지만, “하느님 그럼 담배 피우는 도중에 기도해도 되나요?”라고 물으면 된다고 할 것이다.
 
학습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내가 던지는 질문의 성격과 방향이 내가 얻을 수 있는 답을 결정한다. 어제와 비슷한 답을 얻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제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색다른 답을 얻으려면 색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오늘의 나는 과거에 내가 던진 질문이다. 나는 내가 던진 질문이 만든 사람이다. 오늘의 기업을 바꾸려면 어제와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똑같은 기업을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해도 그 결과가 다른 이유는 던지는 질문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제까지 경험한 경계선을 넘어서는 질문을 하기는 어렵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은 기술적으로 질문하고, 인사조직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로 HR 입장에서 질문할 것이다. 마케팅에 근무하는 사람은 마케팅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따라서 벤치마킹 팀을 구성할 때는 가급적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발현되는 색다른 질문이 제기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갖고 있는 기능횡단적인 팀(cross-functional team)을 구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③Principles 3: 안 보여도 참아라(Tolerate)!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설렘이며 맛보지 않은 궁금함이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면 알고자 하는 지적 욕망도 호기심도 그 순간 사라진다. 0과 1사이에 무한히 많은 수가 존재하는 아날로그 세상이 모든 것을 흑과 백, 0과 1의 이분법적 코드로 통일시키는 속도와 투명성의 디지털 세상이 펼쳐지면서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죽어가고 있다. 세상은 하얀색과 까만색만 존재하는 흑백논리의 세계가 아니라 희끄무레하고 누르스름하며 푸르스름한 세상이다. 물음표의 질문에 대해서 빠른 시간 내 마침표의 답을 찾으려는 인간의 조급함이 창조적 상상력의 뭉게구름을 파괴한다. 이것 같으면서도 저것 같고, 저것 같으면서도 이것 같은 세상,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모를 것 같으면서 알 것 같은 애매모호한 경계에 상상력의 뭉게구름은 핀다. 아이디어는 도토리와 같다. 참고 기다려야 도토리가 참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보잘 것 없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숙성된다.
 
벤치마킹을 시작하는 초기부터 벤치마킹을 통해서 밝혀내고자하는 목표와 내용을 너무 세부적으로 규정해버리면 벤치마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 이외의 성과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나아가 벤치마킹을 통해 분석된 경쟁기업의 전략을 자사에 적용해서 어떤 모습으로 경영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인지도 초기 단계에서는 완벽하게 규명하기 어렵다. 적당한 정도의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학습은 본래 답이 존재하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 끝에 찾아오는 한 줄기 빛을 만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업기회를 점차 시장경쟁력으로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색다른 성과를 낸 특정 기업을 벤치마킹 할 경우 지금 보이고 있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한 비결만을 관심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과거-현재-미래의 연속선상에서 어떤 차별적 노력을 전개해왔는지를 연대기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벤치마킹이 진행되면서 부각되는 새로운 이슈들은 벤치마킹 계획 단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일 수 있다. 벤치마킹 실행 이전에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④Principles 4: 이미지로 그려라(Visualize)!
상상력(imagination)은 이미지(image)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보이지 않는 코끼리(象)를 자꾸 그려보면서 오늘날 코끼리를 상상(想像)한 고대 중국 사람들처럼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가운데 상상력의 열매가 열린다. 위대한 과학자일수록 자신의 생각을 이미지나 그림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베토벤은 음악을 작곡하기 전에 자신이 작곡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이미지, 악상을 그리면서 출발했고 피카소도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의 이미지를 구상하면서 점진적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모습을 그리워하면서 그림으로 표현하다보면 그림 속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 그리워한 만큼 그릴 수 있으며, 그리워하는 것을 자꾸 그리다보면 그리움의 파동 에너지가 전달돼 그림이 현실로 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상상해보고 상상 속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단순히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상상력을 촉발시킬 수 있다.
 
벤치마킹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도 우리가 원하는 대상 기업의 특성을 생각나는 대로 브레인스토밍해서 모은 다음 시각적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또 벤치마킹 활동 결과를 자사에 적용하면서 변화되는 모습도 처음에는 이미지로 그릴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벤치마킹을 통해 회사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비전(vision)은 시각화(visuali-zation)를 통해서 공유하면 공감대를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vision은 visualization의 약자다. 비전을 듣는 순간 3초 이내에 답답해지면 슬픈 비전(悲典)이거나 아예 비전이 아닌 비전(非典)이다. 하지만 3초 이내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입술이 깨물어지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느낌이 오면 함께 꿈의 나라로 날아가는 비전(飛典)이다. 구성원은 ‘2030년 매출 30조 달성’과 같은 숫자로 제시된 비전에 감동받지 않는다. 숫자에 담겨진 의미에 감동받는다.
 

2.ImCreative Benchmarking의 전개: Creative Benchmarking
ImCreative Benchmarking의 Creative Benchmarking은 우선 역발상으로 시작한다. 상상한 이미지를 구현하려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⑤Principles 5: 뒤집고 엎어라(Reverse)!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쳐라!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 생각의 날개를 달아주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노력을 멈추거나 ‘물론 그렇다’고 가정하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지루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생각의 물구나무서기를 일상화해 답이 보이지 않으면 거꾸로 뒤집어 보자. 추상화를 발견한 칸딘스키도 우연히 자신의 얼굴이 거꾸로 뒤집혀 있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전과는 색다른 발상을 하려면 사물과 대상을 분류하는 체계나 라벨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상과 사물을 원형과 본질 그대로 바라보면서 이들 간에 맺어지는 관계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분류해보고 구분해보는 연습이 새로운 발상을 통한 창조의 시작이다. 고정관념의 틀은 내 생각을 구속하는 원흉이자 장본인이다. 고정관념은 자기도 모르게 영원히 고칠 수 없는 ‘고정본능’으로 자리 잡는다. 탈을 바꿔 쓰듯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볼 때 다른 세상이 보인다. 역발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정을 없애버린 다음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테이플러는 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면 ‘알이 없는 스테이플러(stapleless stapler)’ 개발이 가능하다.
 
벤치마킹은 우선 경쟁사가 했던 방식을 철저하게 분석한 후 어떻게 하면 우리도 그 수준을 따라잡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벤치마킹은 창조적 모방전략이기에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경쟁사가 도저히 생각하지 못한 발상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시작은 따라했지만 마침내 벤치마킹 대상 기업이 역으로 자사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사가 하지 않는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남을 따라만 간다면 절대로 남을 따라 잡을 수 없다. 남이 하지 않는 발상과 시도만이 남다른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이미 성공한 기업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벤치마킹 실행 시 역발상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경쟁사가 추진했던 경영전략에 다음 네 가지 한자를 앞에 놓은 다음 거꾸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첫째, 경쟁사가 생각지도 못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경쟁사가 고객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비(非) 고객을 발굴한다. 둘째, 경쟁사가 추진했던 방식을 아예 염두에 두지 말고 제로베이스로 생각해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날개달린 선풍기에서 날개 없는(無) 선풍기를 구상하는 방식이다. 셋째, 경쟁사가 취했던 방식과 거꾸로 추진하는 역(逆)발상 전략이다. 예를 들면 배는 도크라는 시설이 있어야 건조할 수 있다는 발상을 깨고 육상(陸上) 건조법이나 수상(水上) 건조법이라는 발상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편물을 보다 빠르게 배달하는 퀵서비스와는 반대로 느리게 가는 서비스를 구상하거나 신발은 가벼워야 한다는 발상을 깨고 무거운 신발을 만들어 다이어트용 신발을 개발하는 반대(反)로 가는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다.
 
⑥Principles 6: 차이를 존중해라(Respect)!
나와 다른 의견은 틀린 의견이 아니다. 상대방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할 때, 즉 다름과 차이가 만들어가는 다양성 속에서 아름다운 창조는 시작된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이 이연연상이나 이종결합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너’의 개성이 우리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가 조성될 때 개성은 비로소 창조로 발아(發芽)될 수 있다. 모든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듯 인간도 저마다의 개성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때 한편의 아름다운 교향곡이 울려 퍼질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의 개성을 용광로처럼 하나로 획일화한다면 창조의 꽃은 피지 않는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용광로 문화에서는 오로지 하나의 가치만 인정될 뿐이다. 획일화, 표준화 과정을 통해서 각자의 개성은 말살되고 하향식 지시와 명령, 그리고 통제와 점검만이 칭송되는 문화적 특징을 갖게 될 것이다. 창조는 용광로처럼 이질적인 개성을 녹여서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모자이크처럼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창조의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벤치마킹은 우리와 다른 기업문화에서 피워낸 성과를 도입하는 과정이다. 문화적 차이는 토양의 차이다. 토양이 다르면 자랄 수 있는 식물이 다르듯이 기업문화가 다르면 거기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경영혁신 방법도 다를 수 있다. 나아가 똑같은 경영혁신 방법을 실행할 때에도 기업문화의 차이로 인해 독특한 변형이 일어난다. 특정 기업문화에서 형성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s)가 다른 회사에서는 워스트 프랙티스(worst practices)로 돌변할 수 있다. 따라서 벤치마킹된 결과를 자사의 기업문화에 맞게 재창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차이를 존중하라는 여섯 번째 벤치마킹 원리가 시사하는 또 다른 점은 벤치마킹 데이터 분석결과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다. 벤치마킹을 위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 분석, 정리한 후에 경쟁기업 경쟁력의 본질과 자사 적용 방안을 작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견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이견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다른 의견이 갖고 있는 일리 있는 주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義)를 굽혀 좇지는 아니하는, 즉 남과 화목(和睦)하게 지내지만 자기(自己)의 중심(中心)과 원칙(原則)을 잃지 않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미덕이 필요하다.
⑦Principles 7: 모순을 끌어안아라(Embrace)!
창조는 양자택일(兩者擇一)의 논리(either or)에서 태어나기보다는 양자병합(兩者竝合)의 논리(both all, and) 속에서 태어난다. 우리말에 오르락내리락, 들락날락, 보일락 말락, 하는 둥 마는 둥, 엇비슷하다, 어중간하다 등과 같은 말이 많다. 그만큼 애매함과 모순성을 아무런 불편 없이 견디는 민족적 DNA를 언어에도 그대로 담고 있다. 과일가게에 가서 서너 개 달라고 하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아무런 불편 없이 세 개나 네 개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 사과 서너 개 달라고 하면 과일가게 주인은 바로 되물을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세 개인지 네 개인지 분명하게 말해달라고. 이것과 저것 중에서 어느 것을 할 것인지를 선택하기보다 이것도 하면서 저것도 하는, 즉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두 가지를 다 끌어안는 패러독스의 논리 속에서 창조적 모방으로서의 벤치마킹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양자택일의 논리는 “이거 하다가 안 되면 저거나 하지”라는 자세이기에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이 부족하다. 반면에 양자병합의 논리는 “이것도 하면서 저것도 해야지”하는 치열한 승부근성과 꺼지지 않은 열정이 담겨있다. 창조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한 송이 국화꽃이다.
 
벤치마킹은 다양한 베스트 프랙티스 중에서 양자택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창조적 모방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양자병합 전략을 보다 강조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전혀 다른 상반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몇 개 회사의 경영혁신 전략을 자사의 현실과 문화적 특성에 적합하게 양자병합해서 추진할 수 있다. 겉으로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반된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하나를 포기하고 나머지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을 넘어서는 양자병합적 벤치마킹이라야 창조적 모순으로서의 벤치마킹을 추진할 수 있다. 또는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저렴하게’처럼 양극단의 모순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위대한 창조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이질적인 아이디어를 동시에 포용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쟁사가 취한 전략의 반대편 입장에서 추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한 다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수용하는 연구개발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을 활용할 수도 있다. 양자병합적 벤치마킹은 ‘이것이냐 저것이냐’ 또는 ‘이것이나 저것이나’의 ‘OR의 철학’을 따르기보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또는 ‘∼하면서 ∼도 하고’와 같은 ‘AND의 철학’을 추구한다. 이류기업은 한 가지에 집중하기도 어렵지만 일류기업은 이류기업이 포기한 모순을 창조적으로 승화·발전시키는 데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⑧Principles 8: 이것저것 엮어라(Combine)!
모든 창조는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을 조합하거나 융합해서 이뤄진다. 이종결합 또는 잡종교배(雜種交拜)를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거나, 정보가 쓰이는 맥락을 달리하는 것이 창조다. 관계없다고 관심을 갖지 않거나 포기하면 창조적 연상 작용은 멈추게 된다. 이연연상의 최대의 적은 범주화(categorization)다. 사물과 현상 간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창의성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두뇌는 ‘범주화’를 통해 ‘지름길’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물을 ‘범주화’하려는 두뇌의 의지에 의식적으로 맞설 때 우리는 ‘한계’를 넘어서서 ‘상상’할 수 있다. ‘상상’을 ‘무덤’에 갇히지 않게 하려면 그 동안 경험해본 적이 없는 환경을 찾아서 이제까지 뇌가 받아보지 못한 색다른 자극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3  <상식 파괴자>의 저자, 그레고리 번스는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할수록 범주들은 더욱 견고해진다. 이를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두뇌에 충격을 주어 선입견을 던져버리는 것이다”라고 충고하고 있다.
 
벤치마킹 과정에서도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사례와 비법을 수집한 다음 이들을 이연연상하면서 이종결합시키면 색다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연연상이나 이종결합 방식은 예술계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는 새로운 창작방법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가 탄생한 과정은 얼굴의 다양한 부위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최적의 얼굴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즉 눈과 코, 이마와 볼, 눈썹과 입술의 다양한 모습을 여러 가지 방향과 각도에서 수많은 조합을 하다 신비의 미소가 탄생했다. 기존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하면서 기존 정보 간 관계를 발견하고, 관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다빈치 기법’이라고 한다. 신비의 미소가 탄생한 것을 결과적으로 신비의 미소에 대한 상상의 이미지를 바로 구현한 것이 아니라 얼굴 각 부위별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정보의 재조합, 재조직화를 통한 창의적 작업, 즉 정보의 조합놀이의 결과다4 (김정운, 2007). 이런 정보의 조합놀이를 통해 익숙한 정보와 정보가 맺어지는 관계맺음 방식이 바뀌어서 낯선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낯익은 것을 낯선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동질이화(同質異化)의 과정을 시넥틱스라고 한다5 (양창삼, 2002). 익숙한 사물과 현상이 단순히 맥락만 바꾸거나 이들 간의 관계맺음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창작행위라고 볼 수 있다.
 
⑨Principles 9: 좌우지간 저질러라(Challenge)!
창조는 남 다른 도전 속에 피는 꽃이다. 남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에서 지금 도전의 깃발을 높이 들자. ‘금지’를 뒤집으면 ‘지금’이 되고,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이류기업은 주로 도전해보기도 전에 안 된다고 한계선을 긋지만, 남다른 성취를 이루는 일류기업들은 남들이 한계라고 생각한 곳에서 도전을 시작한다. 창조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현실에 구현시켜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를 고민만 해서는 절대로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조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결과다. 요리조리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좌우지간 이리저리 저질러 보고 안 되면 다시 뒷수습해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는 도전 정신이 요구된다.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 없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무엇인가를 창조하려는 생각을 한다면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좌우지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다보면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는 창조의 자양강장제다. 실패가 없다는 것은 그 만큼 창조의 여정이 치열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느냐가 중요하다. 위대한 창조는 실패를 먹고 자라며, 무엇인가 실천하는 가운데 비로소 이루어진다.
 
벤치마킹의 끝은 경쟁사를 분석하고 자사에 적용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지 않고,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자사 특유의 경영전략을 재창조하는 데 있다. 위대한 성취는 위대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만 작은 실천을 진지하게 반복하지 않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베스트 프랙티스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사의 문화적 특성에 적합한 제도나 시스템으로 정착될 수 있다. 벤치마킹의 결과를 적용하는 과정은 ‘제2의 창조과정’이다. 창조는 장미꽃을 뿌려놓은 탄탄대로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벤치마킹을 통한 창조적 모방의 과정은 숱한 시련과 역경 속에서 자사 문화에 맞는 새로운 창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⑩Principles 10: 재미있게 놀아라(Play)!
창의 또는 창조는 재미와 동의어다. 재미있지 않으면 창조는 이뤄지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흠뻑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 몰입체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통찰과 쾌재의 경험을 제공해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장면을 유심히 관찰하면 창조적 상상력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익숙한 것을 끊임없이 낯설게 하면서 재미나게 노는 가운데 상상할 수 없는 창조적 산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창조가 재미있는 이유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색다른 체험이기 때문이다. 놀이는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바꾸는 것이고, 일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바꾸는 것이다. 놀이는 언제나 즐겁고 일은 지겨운 이유다. 일을 놀이처럼 할 때 창의력은 비로소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맛보지 않는 놀라움이 늘 존재하는 놀이 속에서 창조는 신나게 일어난다. 재미있고 신나게 놀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독창성을 담아내는 창작은 이뤄지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으로 몰입하지 않는 가운데 타인을 매혹시킬 창조는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의 창조는 ‘지성’이 아니라 ‘놀이 충동’에서 생겨난다. “창조하는 마음은 좋아하는 대상과 함께 논다.” 정신분석 심리학자인 칼 융의 말이다. 재미가 있어야 의미가 생기며 재미에 의미가 함께 놀면 의미심장해진다. 의미심장해진 의미 있는 일은 이제 더욱 재미가 있어지며, 그런 일에는 누가 말려도 열정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벤치마킹 여정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다. 미지의 기업이 어떻게 오늘날 이렇게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는지를 알아보는 탐험이다. 일이 놀이가 되기 위해서는 어제와 다르게 일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표준화된 벤치마킹 프로세스를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정형화된 절차와 틀에 박힌 질문보다는 벤치마킹 대상 기업의 기업문화적 특성에 적합한 벤치마킹 계획을 수립, 실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니면 사우스웨스트 같이 펀(fun) 문화를 실천하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조사 분석하는 것도 유용하다.
 


3.벤치마킹과 아바타, 그리고 아이패드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화를 만들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남다른 상상력과 창의력, 과감한 혁신과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이다. 아바타와 아이패드의 공통점은 지금까지 없던 것을 새롭게 창조한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새롭게 엮어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데 있다. 캐머런 감독과 잡스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능력은 한마디로, 본 적이 없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느끼는 기시감(旣視感 혹은 旣視力, déjà vu)과 본 적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느끼는 신시감(新視感 혹은 新視力, jamais vu)을 갖고 있다는 데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친숙하게 보는 게 기시감이고, 익숙한 것을 다르고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 신시감이다. 처음 보는 새로움을 일상과 연관지으려는 노력이 기시감이라면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신시감이다. 즉,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여주는 능력이 기시감이라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능력이 신시감이다.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해서라기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조적 모방으로서의 벤치마킹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대미문의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낯선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보여주고, 익숙한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낯설게 보여주어야 한다. 즉, 창조적 모방으로서의 벤치마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캐머런 감독과 잡스처럼 낯선 것도 익숙하게, 익숙한 것도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양수겸장 전략을 써야 한다. 혁신적인데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할 수는 있는데 너무 뻔한 혁신은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남과 다르게 보여주되 익숙하게 설득해야 하며, 익숙한 아이디어라도 남다르게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브랜딩 법칙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벤치마킹은 모든 기업이 상시적으로 추진해야 할 학습전략이다. 문제는 단순한 따라잡기식 벤치마킹으로는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남을 따라가서는 남을 따라잡을 수 없다. 비범하면서 평범함을 보여줘야 되고, 평범하면서도 비범함을 동시에 보여줘야 되는 모순과 딜레마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성공시킬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피카소는 마티스를 베낀 적이 없고, 베토벤은 모차르트를 따라하지 않았다. 결국 벤치마킹의 성패 여부는 남과의 차별화를 학습하되 나다움, 우리 기업다움으로 발전시키는 데 달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이류기업을 면치 못한다. 그것이 벤치마킹 2.0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소중한 가르침이다.
 
필자는 한양대 사범대학교 교육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학습체제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경영혁신과 지식경영에 대한 교육을 담당했다. 저서로는 <다르게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상상하여? 창조하라> <청춘 경영> <용기>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