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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의 질 높이는 ‘하이브리드 브레인 스토밍’

김현정 | 59호 (2010년 6월 Issue 2)

 
아이패드와 아마존, 페이스북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를 원하는 혁신가가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단체로 하는 브레인스토밍’이다. 와튼 MBA스쿨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래를 선도해 나가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와튼 MBA 스쿨에서 운영 및 정보관리를 가르치는 크리스천 터비시 교수와 칼 울리히 교수는 <아이디어 발상 및 최우수 아이디어의 질(Idea Gene-ration and the Quality of the Best Idea)>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공동 발표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집단 역학(group dynamics)이 독특한 신제품, 비용 절감을 위한 새로운 방법,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방해하는 적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순수하게 팀 주도적인 과정보다는 ‘하이브리드 과정’을 채택했을 때 나온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과정이란 단체로 모여 아이디어를 논의하기 전에 참가자 개개인에게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방법을 뜻한다. 이는 터비시 교수와 울리히 교수, 유럽경영대학원(INSEAD)에서 기술 및 운영 관리를 가르치는 카란 지로트라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이들 교수는 연구를 통해 혁신을 꿈꾸는 기업들에 한층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건 바로 하이브리드 과정을 통해 얻어 낸 최고의 아이디어가 전통적인 모델에서 찾아낸 최우수 아이디어보다도 훨씬 훌륭하다는 점이다.
 
터비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제조업체들은 1대의 매우 우수한 기계와 9대의 심각한 결함을 가진 기계의 조합보다는 괜찮은 성능을 갖고 있는 기계 10대를 보유하는 쪽을 선호한다. 마찬가지로, 실적이 저조한 9명의 판매사원과 막강한 실적을 자랑하는 1명의 판매사원을 보유하는 쪽보다는 그럭저럭 괜찮은 실력을 갖고 있는 10명의 판매사원을 확보하는 쪽을 좋아한다. 이런 경우에는 총 누적 산출량, 즉 큰 그림 자체가 중요하다. 하지만, 혁신을 추구할 때에는 여러 개의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보다 12개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게 혁신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원들이 모여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면 집단 역학이 개입된다고 비판한 연구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됐다. 하지만 와튼 MBA스쿨 연구진은 자신들이 진행한 연구가 아이디어의 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가 그 어떤 연구보다 우수하다고 믿고 있다. 연구진은 하이브리드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의 개수와 가장 우수한 아이디어의 질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특이한 또 다른 이유로 각 팀이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 중 가장 유망한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는 점을 들었다.
 
터비시 교수는 “평가 부분이 중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팀 브레인스토밍과 하이브리드 방식 중 어떤 과정을 사용하든 평가 단계를 진행하는 방식은 우리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그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건 마치 내가 여기에 앉아서 아마존에 도움이 될 만한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떠들어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 아이디어와 관련해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아이디어는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다.”
 
상사는 항상 옳다’
연구진은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 방식과 하이브리드 방식을 비교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대 학생 44명의 도움을 받았다. 연구진은 총 44명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의 하이브리드 방식과 전통적인 팀별 브레인스토밍 방식을 이용했다. 이들은 가상의 스포츠 용품 제조업체 및 가정용품 제조업체에서 생산할 수 있을 법한 학생 편의 제품 아이디어를 생각해볼 것을 요구 받았다.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할 경우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게 각 팀에 30분의 시간을 주었다. 하이브리드 방식을 활용할 집단에는 10분간의 시간을 주고 개별적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해 순위를 매긴 후 팀원들이 모두 모여 20분 동안 의견을 교환하게 했다.
 
세 그룹의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2개의 방식을 통해 탄생한 아이디어들을 개별적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전문 평가단에 잠재 고객이 느끼는 매력도, 실제 제품 생산 가능성, 아이디어의 창의성, 잠재적 시장 규모, 해당 제품이 특정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정도 등의 사업성을 바탕으로 제품 아이디어를 평가해달라고 요구했다. 안에 들어 있는 쓰레기의 냄새를 줄여주는 쓰레기통, 정수 시스템이 내장된 물병, 샤워를 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된 방수 시스템을 포함해 학생들은 총 443개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터비시 교수는 사무실 문화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구조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비시 교수와 울리히 교수는 <혁신 토너먼트: 우수한 기회를 만들어내고 선택하는 방법(Innovation Tournaments: Creating and Selecting Exceptional Opport-unities)>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 책에서 가장 우수한 제안을 걸러내기 위해 조화로운 경쟁 방법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터비시 교수는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상에 가상의 ‘제안함’을 만들어두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하나의 과정을 정해두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과정이 미리 정해져 있으면 공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는 모두가 공평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항상 상사가 옳다고 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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