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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CEO를 육성하라

페터 킬레포르스(Petter Kilefors),헤르만 반트라펀 | 58호 (2010년 6월 Issue 1)

그야말로 글로벌 비즈니스의 시대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 국제 교역량은 연간 5.7%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의 생산 증가율은 3%에 그쳤다.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국가 간 투자를 촉진시켜주는 세계 각국 국부펀드의 자산은 2008년 3조 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레노보, 하이얼과 같은 신흥 국가의 기업들도 세계 곳곳에서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외국인 직접 투자(FDI)의 유입과 유출은 각각 연간 11%, 13%씩 증가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2008, 2009년에 일부 경기 지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여기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대상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렇듯 각국 기업의 활동 무대가 세계로 확장되는 와중에도 유독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최고경영자(CEO) 인재풀이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본사가 위치한 국가의 내국인을 CEO로 임명한다. 중소기업은 내국인 CEO를 선호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내국인 CEO가 보유한 현지 네트워크, 현지어 구사 능력과 같은 ‘문화적 일치’가 중소기업에 게 특히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찾을 수 있는 후보군도 대부분 내국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활동 중인 대기업들도 내국인 CEO만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하다. 2008년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10대 기업 중 외국인 CEO가 있는 기업은 아일랜드 출신 CEO를 둔 미국 석유업체 쉐브론 하나에 불과했다. 나머지 9개 기업 즉 월마트, 엑손 모빌, 로열 더치 쉘, 브리시티 페트롤리움(BP), 도요타, ING, 토털, 제너럴 모터스(GM), 코노코 필립스는 전체 직원 중 절반이 넘는 외국인 직원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국인을 CEO로 임명했다. 2008년 말 기준 쉐브론 직원 중 87%, BP는 83%, ING는 76%가 외국인이었다. 엑손 모빌에서도 2007년 말 기준으로 63% 직원이 외국인이었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외국인 CEO 영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국경을 초월한 CEO는 이제 막 등장한 개념에 불과하다. 현재 아무리 대단한 위용을 누리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라 해도 외국인 경영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외국인 경영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않으면 가치 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물론 외국인 CEO가 반드시 내국인 CEO보다 낫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면 국경의 한계를 넘어 자국 밖에서도 최고의 경영 인재를 모집할 줄 알아야 한다. 이들을 육성할 규정, 프로그램, 관행을 보유해야 한다. 최고의 글로벌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에 성공할 수 있다.
 
우선 우리가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의 CEO ‘수입’ 및 ‘수출’ 정도를 국가별, 산업별로 나눈 결과를 보자. 이후 CEO의 ‘출신 국가’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다국적 CEO 육성을 위해 기업들이 취해야 할 조치를 논의해보도록 하자.
 
글로벌 CEO 분포도 분석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 CEO 수입: 외국인 CEO를 영입한 기업의 수는 얼마인가? 외국인 CEO에 가장 개방적인 국가는 어디인가?
- CEO 수출: 자국인 CEO를 외국 기업에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어디인가?
- CEO 교역: CEO 교역에 가장 많이 기여한 국가, 다시 말해 외국인 CEO 영입이나 자국인 CEO 수출 비율이 높은 국가는 어디인가?
- 산업별: 외국인 CEO가 가장 많은 산업 부문은 어디인가?
포천 500대 기업 중 CEO가 외국인인 기업은 전체의 14%인 총 68개였다. 글로벌 500대 기업 3개 중 1개(약 31%)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미국 기업의 수가 가장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별 CEO 수출 및 수입 수준을 비교해보았다. 해당 국가에 본사를 둔 글로벌 500대 기업 수 대비 외국인 CEO를 영입한 기업 수를 비교했으며, 해당 국가 출신의 글로벌 500대 기업 CEO 수 대비 해외 기업에서 활동 중인 해당 국가 출신의 CEO 수를 비교했다. <표1>을 보면 CEO 교역이 가장 활발한 상위 10개국 중 8개가 모두 유럽 국가로 대부분이 소국(小國)이었다. 브릭스 국가 중에는 인도가 유일했으며, 다른 신흥 경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비유럽 선진국 중에는 호주가 유일했다.

한국, 일본, 캐나다에는 적지 않은 수의 글로벌 500대 기업이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는 이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에는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64개 업체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 중 외국인 CEO를 영입한 곳은 2개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해외에 위치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일본인 CEO를 영입한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이 상위 10개국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외국으로부터의 CEO 수입을 산업별로 분석한 결과, 다른 산업에 비해 국제 CEO에 개방적인 산업이 있었다.(표2) 상대적으로 외국인 CEO 비중이 높았던 부문은 의료, 소비재, 유통 산업이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첫째, 이들 부문에서 활동 중인 대기업의 과반수가 미국이나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들 지역은 오래전부터 외국 출신의 경영인을 육성해왔다. 둘째, 이들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외국 지사 간 경영진 이동을 촉진하는 인사 규정을 도입했다(네슬레, 다국적 리더를 육성하다 참조). 셋째, 에너지, 공공설비, 건설, 여행, 운송 부문과 달리 이들 부문에서는 본국과의 연고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해당 산업에서는 기업의 핵심 부서(의료 기업의 연구개발(R&D) 부서, 소비재 기업의 브랜드 관리 부서)가 본국과 떨어져 위치해 있을 때가 많다. 해당 핵심 부서의 외국인 책임자(R&D 책임자나 브랜드 매니저)는 출신 국가에 상관없이 경영진을 결정하는 본사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CEO의 ‘출신 국가’가 중요한 이유
일부에서는 CEO의 ‘출신 국가’는 성별이나 인종, 기타 개인의 특성처럼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CEO로서의 능력과 자질이기 때문에 경영진을 선별할 때 출신 국가에 상관없이 후보의 실적이나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출신 국가나 문화적 배경은 경영자의 CEO 자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CEO가 내외부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살펴보면, 출신 국가의 영향을 분명히 받는 사안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 내부에서 CEO는 기업 비전 및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직원의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직원의 과반수가 본국 출신일 때는 CEO가 이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CEO와 직원의 문화적 동질성은 앵글로색슨 이외 지역, 다시 말해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기업 외부에서 CEO는 해당 기업의 대표 자격으로 규제 당국과 핵심 주주그룹, 제휴 기업, 핵심 고객, 이사회 등의 외부 관계자를 상대한다. 세계화와 함께 외부 이해관계자 그룹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의 대다수가 내국인일 때는 현지에서 탄탄한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가진 내국인 CEO가 이들의 신뢰를 얻기에 더 용이하다. 외국인 CEO를 영입한 64개의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는 일본 기업이 2개(소니, 닛산)가 있다. 이 두 기업은 사업 영역이 명확하고 외국인 CEO를 임명할 당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소니의 CEO인 하워드 스트링어는 영국인으로 주로 미국에서 일했다. 닛산의 CEO인 카를로스 곤은 브라질 출신으로 주로 프랑스에서 일했다.
 
경영자의 ‘출신 국가’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 사이를 오가며 국제 무대에서 경력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영자는 본질을 파고드는 탐구력, 유대감을 구축하는 풍부한 공감 능력, 흑백을 나누지 않는 포용력과 긴장을 조율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따라서 무의식적 혹은 체계적으로 외국 출신의 경영자를 선택하지 않는 기업은 미래의 CEO가 될 능력 있는 인재를 외면할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라면 이를 염두에 두고 외국 출신의 경영자 선임을 방해하는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들을 모집하고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내부 승진에 주로 의존하는 기업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GP TIP연구정보
 
우리는 2008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2008년 7월 21일 발표)을 본사 위치로 분류했다. 각 기업 CEO는 2009년 4월에 기업 웹사이트를 통해 파악했으며, CEO의 본국과 경력에 대한 자료 또한 웹사이트를 통해서 수집했다. 웹사이트 자료가 자세하지 않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언론 보도 내용과 유력 인사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는 노터블 네임즈 데이터베이스(Notable Names Database, www.nndb.com)를 통해 자료를 확보했다. ‘출신 국가’는 CEO가 성장기 대부분을 보내거나 대학 교육을 받은 곳, 그리고 많은 경우 사회생활을 시작한 국가를 지칭한다. 살면서 국적을 바꾸거나 이중 국적을 보유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출신 국가’가 반드시 CEO의 국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본문 중 ‘외국인’이라는 지칭은 본사가 위치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 출신을 뜻한다. 기사에는 조사 결과의 주요 내용만 포함되어 있다. 더욱 자세한 연구 결과를 원한다면 저자에게 직접 문의하면 된다.
다국적 리더를 육성하라
우리는 외국인 경영자 모집과 육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글로벌 500대 기업 외국인 CEO 68명의 경력을 자세히 조사해보았다. 이들 각각이 밟아온 경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이 차이점을 근거로 CEO들을 ‘이주민’, ‘선교자’, ‘탐험가’, ‘유목민’의 4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4개 유형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 이주민 : 경력 초기에 외국에 간다. 주로 대학원 공부를 외국에서 마친 후 해당 국가에서 직장을 얻고, 경력의 대부분을 해당 국가에서 쌓는다. 한 기업에서 오래 일하는 편이며 이직을 자주 하지 않는다.
- 선교자: 한 기업에서 오래 일하면서 해당 기업의 해외 지사를 옮겨 다니며 경력을 쌓는다. 자신의 출신 국가에 위치한 기업의 지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 탐험가: 다양한 기업이나 산업을 오가며 경력을 자주 바꾼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국가를 경험한다.
- 유목민: 국경을 넘어 성장,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한 기업의 책임자나 설립자로 활동한다. 기업의 중심 사업이 변하면서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때도 많다.
 
글로벌 500대 기업 CEO 중 ‘선교자’와 ‘탐험가’의 비중은 각각 50%와 25%를 차지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2세였다. ‘이주민’과 ‘유목민’의 비중은 이보다 더 낮아 각각 16%, 4%였다. 이들은 평균 연령은 각각 62세와 68세였다.
 
국제 경영인을 채용하고 육성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사례는 무엇일까? 우리는 우선 ‘유목민’ 유형의 CEO를 제외했다. 혈혈단신으로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을 키워낸 사례가 결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유목민’이라는 말 자체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사례를 다른 기업에 쉽사리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이주민’은 이주 국가에 통합되어 외국인으로서의 이질감이 없어졌기에 더 이상 외국인으로 볼 수 없어서 제외했다. ‘탐험가’ 유형에 집중해도 곤란하다. 이들은 자주 회사를 옮겨 다녔고, 이때 대부분 헤드헌터의 제의를 받고 이직을 택했다. ‘탐험가’ 유형을 참고해서 경력을 지도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다국적 리더를 육성하기에 가장 적절한 CEO 유형은 ‘선교자’라고 할 수 있다.
 
선교자’ 유형의 CEO는 본질을 파고드는 탐구력, 유대감을 구축하는 높은 공감 능력, 흑백을 나누지 않는 포용력과 긴장을 조율하는 능력,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 등 바람직한 CEO가 보유해야 할 여러 자질을 갖추고 있다. 타국 출신의 경영자가 능력 계발이나 인사 문제에서 의도치 않게 차별을 받는 일을 없애야 해당 회사에도 이익이다. 글로벌 기업의 CEO라면 잠시 한 발 물러서서 해외 지사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중역이 훗날 CEO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가 답으로 나왔다면, 해당 회사는 장기적 가치 창출을 위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의도치 않은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는 일부 기업이 아직도 경영진을 임명할 때 적용하는 내국인 편애 관행을 없애기 위한 규정이나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이때 CEO뿐만 아니라 하위 조직, 상위 조직(이사회와 인준위원회)까지 함께 포함시키는 포괄적 시각이 중요하다. 이사회와 인준위원회 구성은 조직 전체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이사회나 인준위원회 위원들의 출신 국가가 다양하다면 외국인 임원이 경영자로 승진하는 데 있어 ‘출신 국가’가 전혀 상관없다는 해당 회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네덜란드 기업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를 보자. 이 회사 최고 경영진 6명의 출신 국가는 네덜란드(CEO), 독일, 미국,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등으로 모두 다르다. 9명의 이사회 위원 중 3명은 네덜란드 출신, 2명은 미국 출신이다. 이 외 영국, 캐나다, 벨기에, 독일 출신이 각각 1명이다. 인준위원회 3명의 국적 또한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로 모두 다르다.
 
사업부 본사의 외국 이전 또한 외국인 경영자를 ‘본사 근무 환경’에 노출시키는 바람직한 구조적 방침이 된다. 사업부 본사의 위치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다국적 인재 계발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에 포함되어야 한다.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의 3개 사업부 중 조명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2개 본사는 본국인 네덜란드에 위치해 있다. 나머지 헬스케어 사업부는 네덜란드와 미국, 2개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대표 본사가 위치한 본국 이외의 국가에 사업부 본사를 둔 기업은 놀라울 정도로 극소수다. GE도 마찬가지다. GE 캐피털과 NBC 유니버설을 제외하면 10개 사업부 중 9개의 글로벌 본사가 GE 대표 본사가 위치한 미국 내에 있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 본사를 둔 사업부서는 이탈리아에 있는 GE 석유&가스가 유일하다.
 
구조적 변화를 제외하고 글로벌 기업이 외국인 경영진에게 본사에 대한 노출과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영어를 회사 공용어로 규정하고 이를 사업장에 적용한다. 둘째, 각 시장을 담당하는 지사 사장을 국가별로 이동시키며 순환 배치한다. 이때 본사 직원을 일방적으로 지사에 파견하는 방법은 지양해야 한다. 셋째, 외국인 경영진에게 본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넷째, 외국 출신의 경영진이 승진했을 때 이를 축하해준다. 다섯째, ‘사내 대학’ 제도를 통해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여섯째, M&A를 고려하고 있다면 피인수 대상 기업이 보유한 국제 인재 풀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다음은 글로벌 식품업체 네슬레의 다국적 인재 육성 방안이다.
경영자를 위한 제언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뛰어난 역량을 통해 성공을 일궜다. 이들은 세계 시장, 특히 미지의 신흥 시장이 제기하는 새로운 기회와 위협을 남보다 빨리 포착했다. 고객, 협력 업체, 규제 당국,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힘을 빌리고 관계를 구축함에 있어 국경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 생산 및 R&D를 비롯한 핵심 부서의 위치를 결정함에 있어 국경과 대륙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분산시켜서 본국을 벗어나 끝없이 성장해왔다.
 
GP TIP 출신 국가를 벗어나 활동 중인 CEO 사례
 
외국인 CEO의 4가지 유형에 대한 구체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1.이주민
- 볼프강 메이루버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졸업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에서 40년간 경력을 쌓았고, 결국 2003년 CEO로 임명됐다.
- 안토니 나이팅게일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홍콩의 자딘 매드슨 그룹에서 40년간 경력을 쌓다가 2006년 CEO로 뽑혔다.
- 비크람 판디트는 인도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후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마치고(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미국에서 취득) 모건스탠리에서 15년간 근무했다. 판디트는 2007년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그룹의 CEO로 뽑혔다.
2. 선교자
- 파울 뷜케는 벨기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마쳤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네슬레에 30년 전 연수생으로 입사한 후, 스위스, 스페인, 벨기에, 페루, 에콰도르, 칠레, 포르투갈,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 독일 등의 지사에서 일을 하며 승진을 거듭하다 미주 지역 총괄직을 맡았다. 2008년 네슬레 CEO로 임명됐다.
- 무타르 켄트는 터키에서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냈으며, 이후 영국에서 교육을 마쳤다. 31년 전 코카콜라에 입사해서 터키, 중부 및 동부 유럽, 북아시아 등지의 국제 사업부와 보틀러 협력사에서 점차 중요한 업무를 맡다가 2008년 CEO로 뽑혔다.
- 세베린 슈반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냈으며,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영국에서 교육을 마쳤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 로슈에 16년 전 입사했다. 이후 로슈의 스위스 본사를 떠나 벨기에, 독일, 싱가포르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CEO로 임명됐다.
3. 탐험가
- 피터 뢰셔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마친 후 키엔바움, 회흐스트, 아벤티스, 아메르샴, GE, 머크, 지멘스 등을 거쳤다. 평균 근무 기간은 2∼3년이었고 스페인,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7년 독일에 본사를 둔 지멘스 CEO로 영입됐다.
- 벤 페어와이엔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마쳤다. 유럽의 ITT에서 시작해 네덜란드의 KPN, 미국의 루센트 테크놀로지, 영국의 BT를 거쳐 프랑스 기업 알카텔-루슨트에 정착했다. 그는 2008년 알카텔-루센트 CEO로 뽑혔다.
- 솔로몬 트루질로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마쳤다. 미국 이동통신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영국 기업 오렌지의 CEO로 임명됐다. 4년 전부터 호주에 본사를 둔 텔스트라 CEO로 재직하고 있다.
4. 유목민
- 루퍼트 머독은 호주에서 태어나고 영국에서 교육을 마쳤다. 호주에서 언론매체 뉴스 코퍼레이션을 설립한 그는 유럽과 미주, 아시아 지역으로 사세를 확장해나갔다. 머독은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본사도 미국으로 옮겼다.
- 락시미 미탈은 인도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마쳤다. 인도에서 미탈 철강을 설립한 이후 연이어 외국 기업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아르셀로와 합병으로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아르셀로 미탈이 탄생했다.
- 스테파노 페시나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냈다. 이탈리아에서 가업인 제약 도매 사업을 물려받아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사세를 유럽으로 확장했다. 2006년 스위스에 본사를 둔 얼라이언스 부츠를 설립했다.
어느 한 유형만으로 CEO의 다양한 경력을 모두 담을 수 없다. 초기와 중기에는 ‘선교자’였다 마지막에 ‘탐험가’로 변신한 CEO도 있다. 어쨌든 위 4가지 글로벌 CEO 유형은 기업들에 차기 CEO가 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접근법을 택해야 할지 알려준다.
 
그러나 최고 경영 인재 육성이라는 한 가지 중요한 분야에서 각 기업의 세계화 노력은 눈에 띄게 떨어진다. 다른 분야에서는 모두 세계화를 이루어낸 최고의 기업들이지만, 외국인 CEO를 둔 기업은 소수(14%)에 불과하다. 물론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특별히 ‘현지’ CEO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외국인 CEO 비중이 낮은 것은 외국인 경영자에 대한 무의식적 편견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면 이 같은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CEO 자질을 갖춘 뛰어난 경영 인재를 놓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외국 시장이나 외국인이 매출이나 생산, 혹은 중간급 관리자의 75%를 차지하고 있다면, 외국인 CEO의 수도 그에 걸맞게 늘어나야 한다. 근본적으로, 외국인 중역은 타국 출신이라는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국제 경력을 성공적으로 쌓아서 현재의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가 본질을 파고드는 탐구력, 유대감을 구축하는 높은 공감 능력, 흑백을 나누지 않는 포용력과 긴장을 조율하는 능력 등 CEO가 가져야 할 뛰어난 기술과 자질을 갖췄음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자산인 해외 인재들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은 앞으로 이보다 더 뛰어난 인재를 얻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 기업의 잠재적 가치 또한 크게 손상될 것이다.
 
GP TIP네슬레, 다국적 리더를 육성하다
 
네슬레는 식품 및 건강, 웰빙 부문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세계적 기업으로, 2008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57위를 차지했다. 매출 720억 달러에 28만 3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네슬레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생산 시설이나 부서를 두고 있다. 대표 본사는 스위스에 위치해 있지만, 매출의 90% 가량이 스위스를 제외한 외국 시장에서 나온다.
13명의 집행 이사회 중 스위스 출신은 한 명뿐이다. 그 외에 스페인(3명), 미국(2명), 캐나다, 프랑스, 독일, 가이아나,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집행 이사회의 출신 국가는 매우 다양하다. CEO는 벨기에 출신으로, 외국인 CEO 유형 중 전형적인 ‘선교자’에 해당한다. 네슬레 이사회 위원 12명 중 6명이 스위스 출신이라 집행 이사회만큼 출신 국가가 다양하지는 않다. 인준위원회 위원 4명 중 2명 또한 스위스 출신이다. 사업부 본사를 보면 프랑스에 본사를 둔 네슬레 워터스를 제외하면 다른 부서의 본사가 모두 스위스에 위치해 있다.
네슬레는 글로벌 리더 육성에 탁월한 노하우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네슬레의 인재 및 조직 개발을 총괄하는 에드 마쉬는 “네슬레에는 국제 경영인이 많아서 직원 모두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글로벌 경영인을 둔 각지의 현지 기업으로 구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스위스 국적의 한 경영진은 러시아 지사 사장직을 맡기 위해 러시아어를 배웠고, 이후 스페인 시장을 총괄하기 위해 다시 스페인어를 배웠다.
네슬레 대표 본사에는 총 25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의 국적은 80여 개, 사용하는 모국어만 30여 개에 달한다. 에드 마쉬는 “외국인 출신 네슬레 직원에게 필요한 역량만 갖추고 있다면 스위스 국적의 직원과 동일한 CEO 승진 확률을 가지고 있다고 보느냐고 묻는다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는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슬레는 다국적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규정과 프로그램, 관행을 도입해왔다. 다국적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채용에서부터 시작된다. 경영 연수 프로그램 대상자를 모집할 때 네슬레는 이중 국적 보유자, 다문화 가정 출생자, 다양한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 네슬레에서 외국 근무 경험은 고위 경영진으로 승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국제적 경험을 하게 되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경영인으로서의 자질도 향상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제적 경험은 고정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마음을 열어준다. 또한, 국제적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경영 환경에 노출시킨다.
네슬레는 경영진에게 국제 근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국가 순환 배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현지 계약보다 비용이 더 높은 국제 근무 계약을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이는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가 MBA를 이수한 경력자를 대상으로 도입한 ‘2×2×2 리더십 프로그램’과 흡사하다. 로열 필립스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경영진으로 선임될 인재들을 2개의 서로 다른 시장, 2개 산업 분야, 2개 사업부서에서 반드시 일하도록 한다. 차후 경영진이 될 인재들이 편안히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계속 발휘하도록 독려하기 위함이다.
네슬레 직원들은 통상 입사 초기에 한 번, 중간 관리직일 때 한 번을 합하여 총 두 번 본사에서 근무한다. 이 방침을 정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직원은 국제적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서로 다른 사업 모델과 네슬레의 다양한 사업을 접할 수 있다. 둘째, 본사에서의 근무 경험은 향후 회사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도와준다.
다국적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목적에 부합하는 기업 전략이다. 에드 마쉬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매출뿐 아니라 근무 환경에서도 국제적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기업 전략에 포함시켰다면, 그 목적에 부합하는 인사 정책을 수립해야 국제적 리더를 육성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자리를 노리는 신흥국 대기업이라면 진정으로 국제적 감각을 갖춘 고위 경영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ADL의 조사 결과 신흥국은 국제 경영인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기업의 외국인 CEO 비율 또한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낮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조직 내에 존재하는 외국 출신 경영자에 대한 편견과 장애물을 타파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 경영인을 모집하고 육성하기 위한 규정, 프로그램, 관행도 도입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일이 즉각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가치 창출 역량을 크게 높여줄 것이다.
 
편집자 주 이 글은 컨설팅회사 아서디리틀(ADL)이 발행하는 경영전문지 2009년 하반기 호에 실린 헤르만 판트라펜, 페터 킬레포르스 ADL 컨설턴트의 글 ‘Grooming CEO talent at the truly global firm of the futur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페터 킬레포르스(Petter Kilefors) 페터 킬레포르스(Petter Kilefors) | Petter Kilefors is the leader of the Global Strategy & Organization, Private Equity and Corporate Finance Practice at the Stockholm office of Arthur D. Li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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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르만 반트라펀 | - 벨기에 브뤼셀의 전략 컨설팅 업체 아코르데온(Akordeon)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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