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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ation for M&A

M&A의 핵심, 몸 값 키우기

윤재봉 | 57호 (2010년 5월 Issue 2)

M&A 가치평가가 왜 그렇게 어려운 작업일까. 가치평가 분야의 권위자인 애스워스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NYU) 경영대학원 교수는 2008년 국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가치평가는 없다. 가치평가는 각 평가자가 가진 견해, 사용한 가정, 평가 시점, 가치평가를 의뢰한 사람의 견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치평가의 권위자조차 애초부터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가치평가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치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몇 가지 요인과 그 이유를 알아보자.
 
평가 시기의 문제
M&A의 인수자는 대부분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 가치평가를 실시한다. 산업에 대한 이해가 아무리 높다 해도 피인수 회사의 내부 사정을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사업 계획 등 여러 사항이 인수 후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도 높아진다.
 
최근 가치평가 작업을 진행한 A 기업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서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고 국내 특허를 비롯해 동 산업의 선진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더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핵심 사업과 관련한 어떤 시험을 통과해야 했고, 관련 법률이 국회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외에 모 선진국 시장에서의 안정성과 시장성도 검증받아야 했다.
 
그렇다면 이 기업의 M&A를 위한 평가는 시점에 따라 달라져야 할까? 평가자마다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겠지만 주요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마다 해당 기업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달리 말하면 주요 불확실성은 할인율의 할증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확실성이 낮아지면 낮은 할인율을 적용받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기업은 필자가 속한 회계법인에 외부 공시 목적의 공정가치 평가를 요청했다. 당연히 해당 기업으로선 불확실성을 낮게 적용한 평가 결과를 원했지만 실사 결과 그 기업의 기대만큼 높은 평가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즉 높은 평가가 필요한 회사일수록 자사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과 정보의 불완전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수자와 피인수자의 경영 계획 상충
2009년 필자가 속한 회계법인이 자문을 담당했던 국내 B사는 미국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 회사의 C사업 부문을 인수하려 했다. C사업 부문은 글로벌한 생산과 영업 기반을 가지고 있었으나 매각 대상에 인사, 급여, 재무, 자금, 회계, 세무를 비롯한 지원 부서의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매각은 여러 인수 희망자들이 참여한 경매 형식으로 진행됐다. B사의 강력한 경쟁자는 미국 회사인 D사였다. B사는 글로벌한 회사를 경영한 경험은 없었지만 해당 산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해도가 있었기에 C사업 부문 인수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B사가 D사와 뜨거운 가격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D사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D사는 이미 글로벌한 사업 운영 조직을 가지고 있어 C사업 부문을 인수한다면, 자사의 글로벌 조직에서 곧바로 운영이 가능했다. 반면 글로벌 조직이 없는 B사는 이를 위해 상당히 많은 자금과 시간 투입이 불가피했다. 운영 경험이 없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지도 불확실했다. B사의 예처럼 피인수 기업의 경영 계획을 인수자가 실행할 수 있을지라도 해당 업계의 경험이 부족하다면 가치평가 결과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인수구조 및 세무효과
인수 후 역(易)합병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피인수자가 지닌 이월결손금의 공제효과를 가치평가에 반영하여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했던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는 세무효과를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M&A 사례다. 비록 합병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세무효과는 가치평가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인수자가 인수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인수금액의 경제적 효과, 인수 후 창출되는 영업 현금흐름 또한 크게 달라진다.
 
인수 후의 현금흐름을 평가할 때는 해당 국가에서의 조세 규정, 인수 계약을 통해 이동되는 영업, 이자, 배당, 양도 등의 자금이 각 국가 간의 조세협약을 통해 어떻게 과세되는지를 면밀히 분석한 후 가장 유리한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많은 세계적 펀드들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세금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큰 질타를 받았듯이, 세금을 회피하려는 노력들을 각국 정부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으므로 해당 국가의 법률을 위반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필자가 속한 회계법인이 참여한 해외 M&A 중에는 신재생 에너지업체도 존재했다. 각국 정부는 재생 에너지 산업에 대해 세금환급 또는 세액공제와 같은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해당 업종의 기업을 인수할 때는 피인수 기업의 분석 및 평가에 반드시 세제 혜택 요소를 추가해야 한다. 미국 기업을 인수할 때는 인수자와 매도자의 선택에 따라 지분 인수를 하더라도 세무적으로는 자산 양수도를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영업권 부분을 상각할 수 있으므로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수 후 재무보고목적 평가 결과의 배분
과거 국내 기업의 M&A에서는 가치평가를 인수가격 결정을 위한 내부 목적으로만 수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수가격 결정뿐 아니라, 기업의 재무투명성과 관련하여 인수가격을 인수한 자산에 배부하는 목적(PPA, Purchase Price Allocation)의 평가도 함께 이뤄지는 추세다. PPA는 과거 국내 회계기준에서는 요구되지 않았고, 기준서가 도입된 이후에도 실무적으로 거의 수행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로 평가 받아 왔다.

특히 IFRS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은 M&A시 반드시 인수대상회사 세부자산들의 공정가치를 평가해 PPA를 수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M&A에서 인수자는 매도자의 기업이나 주식을 순자산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다. 즉 M&A 과정에서 일정한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셈이다. 피인수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가진 영업 노하우, 고객관계, 지적재산권, 보유 인력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부동산의 개발 가치를 높게 평가했을 수도 있다. PPA 도입 전에는 이 프리미엄을 단순히 ‘영업권’이라는 하나의 계정으로 기록했지만, PPA 도입 후에는 인수자는 각 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차액만 영업권으로 인식해야 한다. 인수자가 영업권 외 무형자산을 평가해 프리미엄을 지급한 주요 M&A 사례는 다음과 같다.(표1)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위스를 인수하며 무려 670억 달러의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이중 무형자산의 평가 비중이 76%에 달했다. 제약업계의 특성 즉 신약 개발능력, 특허, 고객관계 등으로 인해 다른 업계에 비해 무형자산 평가 비중이 높다 해도 상당한 수준의 프리미엄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재무 위기에 처한 네덜란드 은행 ABN 암로를 인수한 영국 RBS는 무형자산의 평가비중이 22%에 불과했다. 소비재 업계의 무형자산 평가비중은 일반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P&G는 질레트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해 무형자산의 평가비중을 46%까지 부여했다.
 
평가 방법의 문제
일반적으로 가치평가 방법은 이익기준 평가접근법, 시장기준 평가접근법, 자산기준 평가접근법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각 접근법을 사용할 때 현금흐름 할인법, 유사 상장기업 비교가치법, 조정순자산 가치법 등을 주로 이용한다. M&A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현금흐름 할인법을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학계에서는 변동성이 높은 현금흐름보다는 보고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미래초과이익의 현재가치를 자기자본비용으로 할인하여 평가하는 초과이익모형(RIM: Residual Income Model)이 상당 수의 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유사 상장기업 비교가치법도 시간대비 효율성과 편리성으로 인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일선 실무자들은 대부분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한다. 조정순자산 가치법은 매도자가 최저 매각가격을 결정하거나, 영업을 통한 이익 창출보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중요할 때 제한적으로 쓰인다.
 
첫 번째 원고에서 언급한 국내 모 기업의 사례를 보자. 인수자는 회사와 유사한 상장회사들의 시장에서의 거래배수를 중심으로 평가 결과를 제시했고, 매도자는 회사의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한 미래현금흐름방법을 이용해 평가 결과를 제시했다. 두 방법은 M&A에서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왜 두 배의 결과 차이가 났을까? 평가 결과를 보자.(표2)

인수자는 2009년 해당 기업이 달성한 EBITDA를 기준으로, 한국 내 유사산업의 평균치를 이용했다. 평균을 구할 때 특별히 낮거나 높은 기업은 샘플에서 제외하고 EV/EBITDA 배수를 6배로 산출했다. 해외 기업인 인수자는 동 산업의 특수성이나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6배의 배수를 적용한 건 낮은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인수 후 인수자로부터 예상되는 시너지효과를 가치평가에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매도자는 자사가 달성할 것으로 추정하는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DCF를 우선 적용한 결과, 450억 원의 평가결과를 도출했다. 매도자는 WACC도 9% 수준을 사용했고, 영구 성장률도 도매물가 상승률에도 크게 못 미치는 2%를 사용했기에 자사의 추정치가 오히려 보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매도자는 아무리 양보해도 매도자가 2010년 추정 EV/EBITDA를 기준으로 평가한 360억 원이 협상의 최저액이라고 생각했다. 양자의 이런 견해 차이 때문에 이 협상은 결국 중단됐다.
 
필자가 속한 회계법인이 참여한 다른 거래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외국 기업은 국내 모 자동차 부품회사와 합작벤처를 추진했다. 해외 매수자는 EV/EBITDA 배수를 56으로 제시했고, 국내 회사는 배수 89를 주장했다. 다행히 이 합작벤처는 일괄매각 대상이 아니었기에 7.5배수로 합의하고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무엇이 다른 배수를 적용하게 만드는가? 이는 결국 해당 산업, 혹은 특정 기업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문제다. 성장성이 높은 산업과 기업은 현재 창출하고 있는 수익대비 높은 배수를 적용받으며, 성장성이 낮은 산업과 기업은 당연히 낮은 배수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평가 목적과 평가 기준의 문제
필자가 속한 회계법인에서는 평가업무의 계약이나 진행과 관련해 평가 목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기업의 내부 검토목적 평가이거나 합의된 방법과 절차를 적용하는 평가에서는 별다른 문제없이 평가업무를 수임하여 진행할 수 있으나, 금융시장 등 외부의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도록 공시되는 목적의 평가에서는 수임 및 업무 진행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한다. 특히 몇 년 전 우회상장이 우후죽순 식으로 유행하면서 많은 폐해를 낳은 후에는 내부 위험관리 규정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어떤 평가 기준이나 방법을 적용하느냐의 문제는 대부분 평가자가 선택할 사안이다. 다만 법률적으로 특정 평가 기준이나 방법을 요구할 때도 있다. 가장 많이 적용되는 평가 관련 법률은 상속및증여세법(상증법)과 증권발행및및공시에관한규정(증발공)상의 본질가치 평가 방법이다. 특히 상장 기업과 비상장 기업이 합병을 할 때는 증발공 방법에 따라 합병 비율을 결정한다. 증발공에 의한 본질가치평가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하며, 수익가치는 당해 연도와 차기 연도의 추정이익을 자본환원율로 할인하여 가중평균한다.
 
이 때 적용한 자본환원율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저금리 평균의 1.5배다. 현재의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최저금리가 3.5% 내외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자본환원율은 5%를 넘지 못한다. 자본환원율은 산업이나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적용하는 게 타당하나, 현재의 증발공에 의한 수익가치평가는 일률적인 자본환원율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시중금리가 낮을 때는 수익가치를 과대계상할 가능성이 높다.
 
상증법도 마찬가지다. 본질가치를 계산할 때 순손익가치는 과거 3개년의 가중평균을 사용하거나 2개 연도의 추정이익의 평균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2개년 추정이익을 사용할 때는 증발공상의 본질가치 계산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상증법은 추정이익의 할인을 위한 자본환원율을 국세청장이 고시한 이율을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의 적용이율은 10%다. 즉 어림잡아 계산해도 증발공에 의해 산출된 수익가치보다 2배 높으므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치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평가 시기에 따라 변수가 달라지기도 하고 인수자의 향후 경영계획 및 기대 시너지에 따라 대상 기업의 가치가 널뛰기하기도 한다. 평가 방법이나 기준도 평가자에 따라 혹은 기업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커지는 일도 빈번하다. 이를 달리 말하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영환경 및 기업들이 저마다 지닌 특성을 더욱 명확히 반영하기 위해 가치평가 또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한 입체적인 가치평가, 더욱 정확한 가치평가를 하다 보니 가치평가의 복잡성 또한 증가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워런 버핏은 ‘기업 가치평가는 예술이며 과학’이라고 평한 바 있다. 어느 하나 똑같은 사례도 없고 정답도 없다. 사려 깊은 주관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동시에 매우 정교하고 논리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M&A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이처럼 어려운 가치 평가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M&A의 숙명이 아닐까.
 
편집자주 섣불리 M&A를 시도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진 기업이 많습니다. 일순간에 기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M&A의 달콤한 유혹 뒤에는 거대 기업마저도 한순간에 몰락의 길로 내모는 치명적 독이 숨어 있습니다. 윤재봉 삼일회계법인 대표가 M&A 의사결정의 핵심인 가치 평가에 관한 현장 노하우를 전합니다.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A를 고려하고 있는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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