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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QOOK

인지도 1위 쿡, 알고 보니 ‘저비용 고효율’

문권모,오범용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1. 2009년 3월 20일 인터넷 포털 ‘다음’에 항공 사진 1장이 올라왔다. 사진은 경기도 분당 KT 본사 사옥 옥상에 “QOOK”이라고 적힌 빨간색 대형 현수막이 펼쳐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장 인터넷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났으며, ‘쿡(QOOK)’은 포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정체불명의 사진을 계속 퍼 날랐다. 이후 나흘 동안 문제의 사진을 본 사람의 수는 무려 540만 명에 이르렀다.
 
#2. 며칠 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란 파격적 카피의 광고가 TV에 등장했다. 광고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집 나가면 개고생”과 “집에서는 QOOK”이란 문구를 반복했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더욱 높아졌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쿡이 무엇인지를 검색했다.
 
 

 
사실 이 2가지는 KT가 유선통신 통합 브랜드 쿡과 관련해 제작한 홍보물과 티저 광고였다. 이런 초기 마케팅 활동은 쿡의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상승시켰다. KT의 자체 조사 결과 2주 만에 브랜드 인지도가 80%를 넘었을 정도. 일반 브랜드는 1년이 지나도 이런 인지도를 올리기 어렵다. 쿡은 또 출범 3개월 만에 브랜드 정보회사 브랜드스톡이 선정하는 ‘2009년 2분기(4∼6월) 100대 브랜드’ 6위에 올랐다. 쿡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단기 파급력’ 분야에서 월등한 차이로 1위(25.6%)를 차지했다.
 
이렇게 엄청난 효과를 거둔 마케팅 프로모션은 이미 시장에 알려져 있는 티징(teasing·미리 일부를 보여줘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기법의 확장이다. 하지만 KT는 기존 티징 기법과는 차별적인 전략을 채택했다. 단순히 일부 정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직접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고 공유하게 했다. 쿡의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고 실무를 진행한 신훈주 KT 통합이미지 담당 코디(팀장)는 이를 ‘커뮤니케이션 2.0’이라고 정의했다.
 
고객들은 인터넷에서 개고생이나 쿡을 키워드로 검색했고, KT가 미리 준비해놓은 브랜드 사이트에 접속했다. KT는 고객들이 이 사이트에서 광고와 관련한 경험담을 올릴 수 있게 했다. 그러자 “공부 못 하면 개고생” 등의 체험담이 올라왔고, 일부 네티즌은 광고를 패러디해 블로그에 게시했다.
 
“저희는 궁금하면 스스로 탐색하고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2.0 시대의 소비자 성향을 최대한 이용했습니다. 고객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즐기게 한 것이죠. 그러자 브랜드가 급속도로 확산되더군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입소문(buzz) 마케팅이 위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 코디의 설명이다.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케팅 활동은 다양한 광고와 이벤트로 계속 이어졌다. KT는 직원들의 집에 쿡이 써진 현수막을 걸게 했고, 남태평양의 쿡아일랜드에 있는 리조트를 1년간 공짜로 빌려주는(체재비 3000만 원도 부담) 이벤트를 열었다. 여름 휴가철에는 전 직원에게 유선 브랜드 쿡과 무선 브랜드 ‘쇼(SHOW)’가 바닥에 새겨진 슬리퍼를 나눠줬다. 휴가지에서 직원들이 걸음을 뗄 때마다 새겨지는 로고가 피서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
쿡은 상대적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쿡의 마케팅에는 KTF가 2년 전 출범시킨 쇼 대비 70%의 비용만 들어갔다. 올해 KT의 마케팅 예산은 경쟁사 SK텔레콤의 6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KT가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인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을 가능하게 한 일등 공신은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입소문 마케팅이었다. 쿡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툴을 통해 비용 지출을 줄였다. 고객들이 광고 노출량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의 효과가 높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신 코디는 “일방적인 광고보다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하게 하는 광고가 더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쿡의 마케팅은 고객들이 브랜드를 즐기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KT는 이를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홍보의 파급력을 최대화할 수 있었다.
 
 
조직 구성원의 열정을 깨운 내부 마케팅
쿡 마케팅 사례의 또 다른 시사점은 성공적인 임직원 참여를 통해 마케팅 효과와 조직 분위기 향상이라는 2가지 목적을 달성했다는 데 있다. KT는 쿡 출범에 맞춰 3만8000명의 직원들에게 “집에서 ㅋㅋ QOOK”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나눠주고, 그들이 자신의 집에 현수막을 붙인 사진을 사내 포털에 올리게 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얼핏 장난스럽게 보이는 이벤트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는 열광적이었다. 일부 직원들은 자신의 집은 물론 야구장이나 골프장에도 현수막을 달았다. 자동차에 현수막을 달고 ‘카 퍼레이드’를 벌이는 직원도 있었다. 이벤트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2500여 건의 기발한 사진이 사내 포털에 올라왔다. 이 이벤트가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의 호기심과 시선을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보통 조직의 구성원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비롯한 회사의 변화에 냉소적이거나 회의적인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KT는 간단한 이벤트를 통해 조직원의 사기와 충성도를 높였다. 사실 KT는 직원 수가 3만8000여 명에 달해 일사불란한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 론칭에 직원들을 참여시켜 ‘내가 기여한 브랜드’란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신 코디는 “직원들이 브랜드 론칭에 참여하면서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한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낼 때 느끼는 긍정적 감정을 경험했다”며 “이런 것들은 주인의식 함양 측면에서 정신 교육이나 사내 방송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쿡 덕분에 회사 이미지도 개선
쿡의 자유롭고 즐거운 이미지는 KT의 회사 이미지 개선에도 큰 기여를 했다. 실제로 DBR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쿡이 KT의 고루한 공기업 이미지를 없애줬다”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KT는 원래 참신하고, 새로운 것을 하는 회사”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것은 쿡 마케팅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정확하게 노리고, 원했던 사항이다. 쿡 마케팅 팀은 올해 초의 KT·KTF 합병을 회사 이미지를 젊게 바꾸는 기회로 생각했다. ‘새로 태어난 KT’에 정보기술(IT) 산업을 주도하는 혁신적 기업이란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 목표로 설정됐다. 마케팅 팀은 이런 맥락에서 혁신적인 네이밍(QOOK)과 커뮤니케이션 툴(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버즈 마케팅), 광고(티징, 개고생 등 튀는 카피) 등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쿡과 관련한 마케팅 활동은 ‘정체돼 있는 공룡 KT’란 이미지를 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DBR TIP 효과적 마케팅 연계로 개별 기법 한계 극복
 
티저(teaser), 입소문(buzz 또는 viral), 온오프라인 연계. KT 쿡의 마케팅 활동은 이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이들은 그다지 새로운 기법이 아니다. 쿡의 성공 비결은 3가지 기법을 ‘예술’에 가까운 수준으로 엮어내 개별 기법의 한계를 극복한 데 있다.
 
티저나 입소문 마케팅은 이미 많은 기업들에 의해 시도됐다. 그러나 대부분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알리는 데 그치거나, 고객들의 짜증만 유발했다. 쿡은 기존의 티저나 입소문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해 브랜드에 새로운 시너지를 부여했다.
 
쿡은 첫째, ‘개고생’이란 유머 넘치는 소재를 채택하고, 쿡이 뭔지 의아해하는 고객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온라인 사이트를 미리 준비해 티저 광고에 대한 고객들의 부정적 반응을 상쇄했다.
 
둘째,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도 입소문 마케팅을 실시함으로써 ‘입소문 노출 고객과 실제 고객의 괴리’를 줄였다. 즉 아파트에 현수막을 걸고, 해수욕장에 쿡 로고가 들어간 발자국을 찍음으로써 유선통신 서비스의 주요 고객인 30∼40대, 특히 주부들을 공략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입소문은 젊은 고객들에게만 전달돼 노출 고객과 실제 고객의 괴리를 일으킨다.
 
쿡(QOOK)은 국내 최초의 공간 중심 통신 브랜드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쿡의 마케팅과 브랜딩 실무를 주도한 신훈주 KT 통합이미지 담당 코디(팀장)를 11월 27일 경기도 일산의 한 광고촬영소에서 만났다. 그는 일반적인 회사에서와는 다르게 마케팅 전략부터 광고 제작까지의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신 코디는 “시장 상황과 브랜드 전략, 광고가 하나로 정렬돼야 힘 있는 캠페인이 나오며, 그래야 설계자의 의도가 잘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쿡이란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했나?
우리는 쿡 등의 신규 브랜드 설계를 위해 소비자의 통신 서비스 사용 행태와 구체적 욕구를 개별 소비자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 결과 소비자가 집에 있을 때와 길에 나섰을 때, 회사에 있을 때 통신 서비스 소비와 관련한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소비자들의 욕구는 가지각색의 브랜드를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행태에서 통합 브랜드를 구매하는 행태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장소에 따라 서비스를 구분했고, 같은 장소에서 쓰이는 서비스 브랜드를 단일화했다.
 
쿡은 유선통신 서비스들을 ‘집’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묶은 최초의 브랜드다. 기존 브랜드들과는 차별화된 전혀 새로운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포지셔닝 전략 관점에서도 ‘집에서 쓰는 유선통신 서비스’로 쿡을 고객에게 인지시켰다.
 
네이밍과 관련해서는 집에 대한 연상 과정에서 따뜻한 가정, 가족들이 모여 여러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공간, 그런 즐거움과 나눔이 있는 공간 등의 개념이 도출됐다. 결론적으로 즐겁고 편리하게 원하는 콘텐츠를 요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쿡을 선택했고, 요리로만 귀착되는 이미지를 버리기 위해 C를 Q로 바꿨다. 쿡은 ‘쿡 누른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티저 마케팅이 고객들의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나?
사람들이 전통적인 티저 방식에 짜증을 낼 수도 있다. ‘뜬금없이’ 브랜드나 메시지를 툭 던져 궁금증을 자극한 후 나중에 알려주는 방식은 많이 반복 사용돼왔고, 그만큼 소비자들이 식상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궁금증을 가지고 인터넷을 검색한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장소를 온라인에 마련했다. 단순히 티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우리의 정신과 마인드를 느낄 수 있도록 광고를 재미있게 하고, 실제로 들어와서 놀 수 있는 공간까지 설계한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이슈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그들이 쿡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열어뒀다. 브랜드에 대해 얘기하고, 공유하면 싫증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개고생 봤어?’라고 즐겁게 얘기를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홍보 효과를 누렸다.”
 
메가패스는 10년이 넘은 브랜드다. 그동안 쌓은 브랜드 자산을 왜 포기했나.
나는 브랜드도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기술과 환경 변화가 일어나면 브랜드도 늙는다. 이때 경영자와 마케터는 해당 브랜드의 회복과 새로운 브랜드 창조 중 어느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메가패스는 그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사실 다소 하락세에 있었다.
 
게다가 시장 상황도 변하고 있다. 개별 상품이 각각의 브랜드를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고, 비슷한 서비스가 통합되는 추세가 이미 나타났다. 메가패스라는 인터넷에 국한된 브랜드는, 본격적으로 컨버전스 시대가 시작되면 급속도로 퇴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엔 다소 리스크가 있지만, 잘 준비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야 미래 시장을 주도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는 이미 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론칭한 경험이 있다. 그때 KTF가 1위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브랜드 자산을 포기하고,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은 정말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최고 경영자가 힘을 실어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쇼를 통해 ‘버림으로써 얻는 경험’을 했다. 또 향후 시장에서 단품 서비스로 승부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했다. 그래서 최고 경영층의 재가를 받아 쿡을 출범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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