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기업들
기업은 현재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사업부 수준(business level)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들은 항상 또 다른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새로운 기업 수준(corporate level)의 전략을 구상해 신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현재 주력 사업의 수익성 둔화와 같은 사업 위험(business risk)을 줄여야 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CEO들은 신규 사업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비교적 쉽게 내릴 수 있었다. 해외 사례만 잘 분석해도 신규 사업 아이템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활용해서 해외 경쟁사보다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재빠른 추격자 전략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넓혀갈 수 있었다. 당시 한국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생산’에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 경쟁력은 이미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생산’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경쟁력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 중 다수는 과거 성장 전략을 답습하려 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 기회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재무적 역량을 키워왔지만 제대로 된 신규 사업을 개발하지 못해 성장 잠재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성장 지향적인 기업 수준의 전략을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력한 대안 가운데 하나는 막대한 국가 연구개발(R&D)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국가 R&D 투자와 자원
정부는 매년 과학기술예산을 배정하고 주로 연구개발비를 출연하는 방법으로 예산을 활용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정부의 과학기술예산은 12조3437억 원이며, 우리나라 전체 예산 중의 4.3%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 매년 배분되고 있다.
2009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정부의 총 연구개발비는 10조9936억 원이며, 기술 분야별 연구개발비는 우주항공천문해양 분야가 9.7%(9578억 원)로 가장 높고, 전기·전가 분야가 7.8%(7640억 원), 기계 분야가 7.1%(7004억 원) 등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단계별 예산을 살펴보면, 개발연구가 4조1436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응용연구 및 기초연구가 각각 1조9895억 원과 1조9398억 원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수행 주체별 연구개발비는 정부 부처, 대학, 대기업, 출연연구소 등으로 구분되며 <그림1>과 같은 비중으로 투자되었고,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전, 지방(경상남도,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등)으로 구분되어 <그림2>와 같은 분포로 나타났다.
효율적인 연구개발 신사업 발굴 팁
잠재 기술과 특허 찾아보기 1년 동안 투자한 정부의 연구개발사업 결과는 ‘기술’로 나타난다. 이 기술은 국가기술은행(National Technology Bank, http://www.ntb.or.kr/)에 기재된다. 이 국가기술은행은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7조(기술 이전 사업화 정보의 등록 및 제공 촉진) 규정에 의해 설립됐다. 기술 이전 사업화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60여 개 주요대학과 40여 개의 정부출연(연)에서 개발된 기술 중 이전을 희망하는 기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의 지적재산권인 특허를 인터넷상에서 거래하고 이전 희망 특허기술 데이터베이스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IP MART’(http://www.ipmart.or.kr/)도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이전하기 위해 대학은 ‘산학협력단’이라는 조직을, 출연(연)은 ‘TLO(Technology License Office)’라는 조직을 운영하면서 기술 수요자들에게 잠재 기술과 활용 가능한 특허를 제시하고 있다. 대학들은 공동으로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http://www.kautm.net/)를 운영하면서 미공개 특허 기술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역적 특성을 가진 기술 데이터베이스도 있다. 출연 연구기관들이 위치하고 있는 대덕 지역에서는 대덕 특구의 기술과 시장 정보 포털(대덕특구 기술사업화 정보시스템, http://www.dit.or.kr/)이 운영된다. 이 사이트에서는 시장 중심의 기술요약 보고서 및 기술관련 특허, 논문, 저널, 연구 보고서 등을 제공하여 기술의 시장성과 기술의 이해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잠재 기술의 평가 정보 활용하기 신사업으로 가능한 기술군을 평가할 때 2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기술 평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술 자체에 대한 기술 평가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여러 가지 평가 요소가 있겠지만, 매우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해당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기까지의 소요시간(time to market)이다.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서는 보통 2∼3년까지의 소요 기간을 두는 기업들이 많다.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집행하면서 기획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제품-기술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다. 관심 있는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려면 전문가들이 작성한 해당 기술의 로드맵을 참고하는 게 좋다. 일부 로드맵 자료는 책자로 만들어져 출간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많은 자료는 해당 기술의 기획 자료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찾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 자체에 대한 평가 자료도 공공기관에서 많이 생산하고 있다. 기술의 향후 발전 가능성, 시장 진입에 필요한 소요 기간에 기술 개발을 해야 할 내용, 장애 요인 등에 대한 평가 결과를 유용하게 활용하면 기업들이 신사업 발굴 과정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정보 검색 및 획득과 관련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기술평가정보유통시스템’(http://www.firstep.or.kr/)을 구축했다.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국내 주요 기술평가 기관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다양한 기술, 시장, 산업 정보 및 전망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소유한 기술평가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기술사업화 초기 자금 지원 프로그램 활용하기 정부는 연구개발 결과물인 기술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스크 자체에 대한 자금 지원보다는 해당 기술의 초기 검증에 대한 자금 지원과 사업화 초기 단계에 필요한 기술개발 자금을 주로 지원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사업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정부 자금을 활용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중기적인 목표로 잠재 기술을 찾고 특허를 확보하면서 부족한 연구개발을 추진하려는 기업이라면 정부의 출연자금 혹은 융자금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