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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시대의 전략수립 방법론

무거운 지팡이 과감히 버려라

DBR | 1호 (2008년 1월)
전용욱 중앙대 교수, 백풍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는 지금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주창해 온 금융 자본의 글로벌화가 전 세계를 ‘파산 도미노’ 공포에 몰아넣었다. 소비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머니를 쉽게 열지 못하고 있으며, 경영자들도 언제 닥쳐올지 모를 위험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경영자들의 심리적 공황 상태가 기업의 경영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불안해하면 구성원 또한 불안해진다. 경영자가 불안해하면 참모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따라서 참모들이 리스크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진다. 참모들이 위험을 확대 해석할 경우 경영자는 자칫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의사결정은 다시 조직 구성원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산속의 메아리처럼 소리 지른 대로 되돌아오는 것이 바로 경제 현상이다. 불확실하다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불확실성을 가정한 사람들의 행위가 미래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확실한 불확실성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금융위기가 너무나 ‘확실한 불확실성’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명확한 상황은 어떻게 보면 전에 없이 확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는 정말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경영자들은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기업을 잘 이끌어 왔다. 불확실한 상황은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은 경영에 있어서 불가피한 요건과도 같다.
 
이제 불확실성은 더 이상 기업 경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것이다. 불확실성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아니라 항상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운명과 관련한 결정적인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자(CEO) 등 톱매니지먼트팀(TMT)이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CEO라 불확실성을 간과한 경우에는 큰 손해를 보거나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CEO뿐 아니라 하급관리자도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들 수 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서 보여 준 ‘불확실성’이 좋은 예다. 현대아산은 사업 중단 등으로 1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객을 책임지고 교육하는 하급관리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현대아산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에서는 조직원 모두가 항시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경영자는 좀 더 단순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대처하는 것이 미래 상황을 더욱 단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예측 가능하고 소비자가 예측 가능할 때 기업을 둘러싼 상황도 예측 가능해진다. 이런 상황을 만들려면 스스로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좀 더 단순하고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본다.
 
① ‘시나리오’를 점검하되 무거운 지팡이는 버려라
우선 대안 경영, 즉 시나리오 경영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주 복잡해 보이는 문제라도 하나하나 정리해 ‘가능성 시나리오(Scenario of Possibility)’를 만들어 보면 의외로 문제가 간단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한 가지 전략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 항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실행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면 더 이상 불확실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바로 시나리오 경영이다. 답은 쉬운 데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이 로열 더치셸이다. 다국적 기업인 로열 더치셸 입장에서 미래 석유자원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로열 더치셸은 러시아 원전 확보를 목적으로 사할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소련의 붕괴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책 변화와 관련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바탕으로 이익을 본 것이다. 이처럼 여러 상황에 대한 예측과 변수들을 고려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최적의 선택을 한다면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경영환경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적으로 수많은 변수를 모두 관리하려는 무리한 전략을 세우는 기업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부담만 된다. 지나치게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하다 보면 기업이 스스로 무거운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무거운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은 차라리 지팡이를 안 들고 다니는 것만 못하다. 무거운 지팡이 때문에 힘을 모두 소진해 정작 중요한 일에 기운을 쏟지 못하기 때문이다.
 
② 포트폴리오를 고수하라
자사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충실해야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잘 유지해 온 포트폴리오 전략을 버리고 하나에 집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이 덜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뜻 보기에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곳에 자원을 집중시킨다.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지금까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자산 운용을 잘하던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변수로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생기면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지금까지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서슴지 않고 포기한다. 그러고는 가장 안전해 보이고 가장 수익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한 가지 종목에 모든 투자자산을 몰아넣는 극단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투자자가 직면하게 되는 위험은 종전보다 훨씬 더 커진다.
 
이와 같은 시행착오는 비단 개인 투자자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기업들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면 개인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해 효과적으로 위험 요인에 대비하던 기업도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위험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포기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현금 및 외환과 같은 유동자산을 급격히 늘리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이나 외화 자산을 늘릴수록 설비와 같은 고정자산 투자가 줄어들고 외환 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불안감으로 포기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기업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작은 위험을 버리고 큰 위험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상황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③ 핵심역량(Core Competence), 사람에게서 답을 찾아라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핵심 역량을 구축하라. 핵심 역량은 변화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경쟁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조직 특유의 유·무형 자산을 의미한다. 이것은 제품 개발이나 생산 등 기술적인 부문에서 나올 수도 있고, 영업이나 마케팅과 같은 무형의 노하우에서 나올 수도 있다. 매출이나 순이익 향상 등 ‘숫자의 환상’에 빠지기보다 그 기업만이 고유하게 가진 강점을 찾아내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일본의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편의와 속도보다 신선함이라는 요소를 강화해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또 세계적인 곡물 메이커인 카길은 자사의 재무관리 능력과 경영 능력을 통해 곡물 이외에도 유통·무역·철광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었다. 핵심 역량 중심의 경영을 글로벌시장에서 펼쳐야 한다.
 
일본 혼다자동차가 오토바이에서 출발해 자동차, 첨단 로봇 생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엔진 제조 기술’이라는 핵심 역량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보편화하면서 오토바이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많은 사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혼다자동차는 엔진 제조 기술이라는 자사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오토바이 생산에 뛰어 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위협 요인으로만 보이는 변화를 핵심 역량으로 슬기롭게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보다 더 큰 핵심 역량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어떤 변화에도쉽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핵심 역량이 조직 구성원이라면 불확실한 상황은 오히려 자사의 핵심 역량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GE의 회장이던 잭 웰치는 미래의 핵심 역량은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의 변화 대응력에 있다고 보았다. 변화가 극심할수록 이런 조직 역량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한 변화 대응력을 지닌 조직은 변화를 적극 수용할 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한다. 따라서 불확실한 상황은 변화 대응력이 큰 조직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변화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조직이라면 불확실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불확실성’이야말로 기업에는 가장 멋진 선물이다.
 
④ 나아갈 방향(Destined Direction, Goal)을 바꾸지 마라
예정된 방향으로 그대로 나아가라. 장애물을 피하려고 할수록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벗어나기 쉽다. 장애물은 항상 가고자 하는 방향에 놓여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가고자 하는 방향에 놓인 장애물을 넘어 가는 것이 피해 가는 것보다 빠르다. 어차피 피해 가도 또 다른 장애물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미로 같은 상황을 피해 가고자 할수록 함정에 빠지기 쉽다. 당신이 미로 설계자라면 어디에 장애물을 설치하겠는가. 출구로 향하는 길에 장애물을 놓아야 사람들이 미로 속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 장애물이 출구로 통하는 곳에 놓여 있지 않다면 사람들은 아주 쉽게 미로를 빠져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로는 미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현재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저 앞에 놓인 벽을 보고 피해 가려고만 하지 말고 머리를 들어 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출구가 있는 곳,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향해 과감히 장애물을 넘을 준비를 해야 한다.
 
⑤ 주저하지 말고 실행하라
계획한 대로 실행하라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계획보다 실행으로 대처하라. 계획을 자주 바꾸는 것은 오히려 실행을 어렵게 만든다. 일단 실행 후 계획을 수정한다면 그래도 한 발자국은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실행도 하기 이전에 계획부터 바꾸면 계획을 바꾸는 순간 또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고, 또다시 계획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영원히 제자리에서 계획만 세우게 될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단순하게 계획을 세우고 빨리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⑥ 흔들림 없는 꿋꿋함이 필요하다
직면하고 있는 위험과 불안 요인에 꿋꿋하게 대처하라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신마저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리게 된다. 자신이 꿋꿋하게 중심을 잡고 서 있을 때 흔들리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 함께 흔들리고 있다면 내가 문제인지 환경이 문제인지 도무지 알기 어렵다. 꿋꿋한 대처 자세가 흔들리는 환경을 극복하게 해주는 지름길이다.
 
⑦ 베팅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불확실성을 즐겨라 불확실성은 경영의 불가피한 전제 조건이다. 늘 있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 편하다. 사람들이 로또복권과 같이 아주 낮은 가능성에서 희망과 즐거움을 찾듯이 우리는 불확실한 환경에 숨어 있는 실낱같은 ‘절호의 기회’를 찾는 데서 희망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당첨이라도 된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는가. 위대한 경영자라면 과감하게 베팅하는 ‘갬블러의 스릴’을 멀리할 이유가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지금까지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순하게 대처하는 일곱가지 방법을 알아봤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이 단순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아무리 불확실한 상황이더라도 경영의 기본적인 가치와 방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 불확실한 상황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불확실을 확실하게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경영자의 몫이다.
 
확실하고 단순하게 대처하는 기업이 많아질 때 상황은 더욱 단순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단순하게 대처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확실한 상황에서는 얻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경영자는 기억해야 한다. 위험이 크면 얻는 것이 많아지듯이 불확실할수록 얻는 것도 커질 것이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약삭빠르게 대처하면 자칫 불확실성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언제나 유념하자. 그게 미로다. 좀 더 단순하고 우직하게 대처하자. 기본에 그 해답이 있다.
 
정용욱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석사(회계학·경영과학 전공)학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국제경영) 학위를 각각 받았다. 현재 중앙대 경영하고가 교수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을 맡고 있으며, 차차기 한국경영학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국제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백풍렬 연구 위원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업의 포트폴리오 전략 및 신사업 개발, 리더십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아티클과 논문을 다수 집필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DBR 21호(2008년 11월 15자) 스페셜리포트에 실린 전용욱 중앙대 교수의 <불확실성 시대의 국제경영>과 백풍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7가지 비결>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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