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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인도시장을 뚫다

DBR | 1호 (2008년 1월)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인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이 인도 시장에서 노키아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습니다. 특유의 ‘전력투구 전략’과 유통 채널 선점 등을 통해 노키아는 인도에서 무려 60%에 육박하는 기록적 점유율을 보였다는 분석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뉴욕타임스(NYT) 신디케이션인 ‘GBP’를 통해 ‘Knowledge@Wharton’ 콘텐츠를 공급받아 와튼스쿨의 최신 경영학 연구 성과를 소개합니다.

인도 휴대전화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 인도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1억7000만 명에 달하며 한 달에 600만∼700만 명씩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중국의 한 달 평균 신규 가입자는 500만 명 수준이다.) 따라서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들은 인도 시장에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핀란드 업체 노키아는 유독 빼어난 성과로 경쟁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노키아의 인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58%에 달하고 GSM(유럽식 이동통신 표준)방식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무려 70%나 된다. 인도비즈니스스쿨 라비 바프나 교수는 노키아의 인도 전략과 관련해서는 숫자가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키아는 인도 무선 산업 가치사슬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를 신흥 시장 진출 전략의 실험장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전력투구의 힘
노키아 인도법인의 D. 시바쿠마르 부사장은 “만약 다른 업체들이 지난 1995년 노키아처럼 휴대전화에 전력투구했더라면 누구라도 노키아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 다른 모든 업체들이 다른 사업에 집중했고 오로지 노키아만 휴대전화 사업에 올인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키아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인도에서 생활 가전이나 전자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노키아도 무선통신장비 등 다른 사업부가 있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휴대전화에 전략적으로 집중했다.
 
휴대전화 사업에 집중함에 따라 선제적 투자도 가능했다. 시바쿠마르 부사장은 “브랜드나 사람, 유통채널 등과 관련해서 노키아는 다른 업체보다 항상 앞서 투자를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노키아는 지금까지 인도 시장에 1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유통망 장악
인도 시장의 유통채널과 관련해서 노키아는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인도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매장은 9만5000개다. 시바쿠마르 부사장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만개의 휴대전화 판매 매장이 노키아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아는 HCL(옛 힌두스탄컴퓨터스)과 함께 휴대전화 유통 사업을 벌여 지금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노키와 HCL은 또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진출하고 일부는 각자 유통망을 추가로 확충하기로 했다. 노키아는 이미 수요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고성능 휴대전화이 잘 팔릴 수 있는 지역에 집중하고 HCL은 현재 구매력이 높지 않아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향후 성장성이 높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는 이미 수요가 성숙 단계에 들어선 도시 지역에 ‘컨셉트 점포’를 만들고 있다. 이 점포에서 고객들은 노키아의 최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제조공장에 대한 투자
노키아는 유통뿐만 아니라 제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노키아는 2005년 첸나이 지역에 1억5000만달러를 들여 휴대전화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이미 휴대전화 생산 대수가 2500만 개를 넘어섰으며 생산량의 30%는 인근 해외로도 판매되고 있다. 삼성과 LG, 모토로라 등도 인도에 비슷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제품까지 함께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다. 이와 달리 노키아 공장에서는 휴대전화만 만들고 있다.
 
산업 분석가들은 노키아의 이런 전략이 상당히 위험스러운 것이라고 진단한다. 휴대전화 사업이 잘 될 때 이 전략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휴대전화 수요가 줄어들 경우 삼성전자는 다른 제품을 생산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만 노키아는 이런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노키아의 휴대전화 올인 전략은 본사의 성장 궤도와 유사하다. 노키아는 본래 화장지부터 전기까지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각화된 회사였지만 1993년 욜마 올릴라 회장이 최고경영자(CEO)가 된 후 이동통산 산업에 전략적으로 집중했다.
 
효율적 브랜드 관리
노키아의 브랜드 투자 전략도 눈길을 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노키아 제품 가격은 가장 싼 게 37달러고 가장 비싼 제품은 1125달러에 달한다. 마케팅 이론대로라면 한 브랜드로 이런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이미지를 반영할 수 없다. 실제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의 인도 법인인 힌두스탄유니레버는 경쟁사의 값싼 세척제 출시에도 불구하고 저가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배터리 업체인 에버레디(Eveready)도 중국 경쟁사가 값싼 제품을 내놓았을 때 맞대응하지 않았는데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노키아는 제품군 별로 독자 브랜드를 육성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노키아 인도법인의 마케팅 담당인 데빈더 키쇼어씨는 “어떤 제품은 수명 주기가 10년이나 50년에 달하기도 하지만 휴대전화의 경우 15∼24개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모델을 판촉하는 것은 사실상 돈을 하수구에 버리는 것과 같다는 게 노키아 경영진의 판단이다. 따라서 노키아는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E 시리즈’나 ‘N 시리즈’처럼 약간만 이름을 달리 하는 전략을 취했다. ‘노키아’라는 ‘모(母)브랜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대신 다른 브랜드에 대해서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다. SMC라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잭딥 카푸르 사장은 “노키아는 고객들이 저가 제품에서 중가를 거쳐 고가 제품으로 오를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만들어놓은 것 같다. 고객들은 이 사다리를 오르는 동안 모두 ‘노키아’라는 브랜드로 (품질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카푸르 사장은 노키아가 인도 브랜드 성공의 다섯 가지 조건인 ‘REAPS’, 즉 이성적(Rational), 감성적(Emotional), 열망의(Aspirational), 물리적(Physi cal), 영적(Spiritual) 이미지를 모두 갖췄다고 설명한다. 노키아 제품은 워낙 가격대와 성능이 다양해 ‘이성적’으로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감성적’ 욕구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성능을 가진 제품이 잇따라 나오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열망’을 유도하며, 제품의 크기나 편리함 등으로 인해 ‘물리적’으로도 고객을 만족시킨다. 또 인도에는 워낙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종교 행사 기간 중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서로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어 영적인 측면에서도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고 카푸르 사장은 분석했다.
 
제품 현지화
노키아는 인도 상황에 맞게 현지화한 제품도 선보였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휴대전화을 전등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곳이 많고 심지어 도시에서도 자주 정전 사태가 벌어진다. 따라서 휴대전화에 전등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현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실제 인도 전용 모델인 ‘노키아 1100’은 라디오와 알람기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전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제품은 공전의 히트를 쳤고 곧 해외에도 수출될 예정이다.
 
총 700명의 연구원을 가진 노키아의 인도 R&D센터는 색다른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많은 프로젝트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른바 ‘공동 휴대전화(shared phone)’ 계획에 대해서는 회사측이 공개했다. 구매력이 낮은 인도 국민들의 상당수는 휴대전화을 사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 명이 공동으로 하나의 휴대전화을 사서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동 사용을 위해 노키아는 사용자별로 각각 전화번호 저장을 가능케 하고 과금도 개별적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이상한 아이디어 같지만 소위 ‘전등 휴대전화’도 초기에 잘 안 팔릴 것이란 우려와 달리 히트상품이 됐던 것처럼 공동 휴대전화도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바쿠마르 부사장은 인도 시장만의 독특한 특징 때문에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도 소비자들의 62%가 기능 때문이 아니라 디자인 때문에 휴대전화을 산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휴대전화은 이미 핸드백이나 가방 같은 패션 상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인도에서 휴대전화는 여성을 위한 보안 상품이란 특징도 갖고 있다.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서 항상 누군가와 연결이 돼있다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는 인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많은 개인 사업자들이 벽보나 전단지 등에 휴대전화 전화번호를 기재해 고객과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라디오 기능과 음악, 동영상 재생 기능 등을 활용해 휴대전화을 오락 도구로 사용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도 휴대전화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규 이동전화 가입자 시장 규모도 크지만 대체 수요도 엄청나다. 특히 소비자들의 60%는 휴대전화을 교체할 때 더 비싼 제품을 살 용의가 있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시바쿠마르 부사장은 “휴대전화가 금융거래 수단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경우 ‘미래의 은행’이 될 수도 있으며 네비게이션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 인도에서 노키아는 더 급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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