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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시대의 조직운영 지혜

단순화하라, 철새의 비행처럼…

최희갑 | 21호 (2008년 11월 Issue 2)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위협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할까. 나비효과, 카오스 등의 개념을 도입해 불확실성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복잡계 과학이 조직 운영과 관련해 어떤 교훈을 주는지 살펴보자. 

조직은 또 다른 불확실성의 원천
복잡계에서는 조직 자체가 또 다른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원천이 된다고 주장한다. 왜 조직 자체가 복잡계일까. 복잡계는 수많은 이질적 개체가 상호작용하는 세계를 말한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4명이 모인 팀을 생각해 보자. 이들 간의 관계를 둘씩 짝지은 상호관계로만 국한해도 6가지 조합이 나온다. 여기에 셋씩 짝지은 관계와 넷 씩 짝지은 상호관계를 생각하면 24가지 조합이 나타날 수 있다. 각 팀원의 타인에 대한 밀착도는 매 순간 바뀌고 정보의 유통경로나 의사결정 양상도 그에 따라 변한다. 특정 시점에 어떤 관계가 지배적인 것일까. 누구도 알 수 없다.
 
조직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복잡적응계’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자연계와 달리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조직에서 개체는 환경에 적응해 간다. 조직원들은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조직의 모습은 외부환경 이상으로 복잡하고 중대한 불확실성의 원천이 된다.
 
조직은 복잡적응계이기 때문에 복잡계에서 나타나는 나비효과 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생각한 인사 조치나 경영개선 조치가 조직 질서에 현저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새로운 경영기법, 생산 및 재고 관리 기법이 조직의 안정을 저해하는 큰 위협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조직이 항상 혼란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통상적인 복잡계처럼 혼란기와 안정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혼란기와 안정기를 복잡계에서는 각각 ‘노아의 시기’와 ‘요셉의 시기’라 부른다. 주지하다시피 노아의 시기는 대홍수 시기, 요셉의 시기는 성서에서 파라오의 꿈에 예시된 7년 동안의 풍요로운 기간을 각각 의미한다. 복잡계에서는 혼란기와 안정기가 반복적으로 출현한다. 그토록 성과를 잘 내던 팀이 어느 순간 기업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되기도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을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
 
 조직과 규칙을 단순화하라
복잡계 과학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 설계를 최소화하고 조직의 규칙을 단순화하라고 권고한다. 광활한 가을 하늘을 날아가는 철새 무리를 생각해 보자. 나침반이나 항법 장치도 없이 서로 간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충돌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철새들의 모습을 보면 경이로움이 앞선다. 기업도 철새처럼 편대 비행을 하는 조직을 만든다면 어떤 과제라도 잘 완수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철새는 어떻게 이런 비행을 할 수 있을까. 철새 조직은 매우 단순한 다음 네 가지 규칙을 갖고 있다. △다른 새들에게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되고 △이웃의 행태를 모방하며 △가능한 한 무리의 중심 부위를 지향하고 △분명한 조망을 확보해야 한다 등이다. 다른 새와 너무 가까워지면 충돌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첫 번째 규칙이 만들어졌다. 또 이웃 행태를 모방해야 속도 조절이 가능해지며, 무리의 중심을 지향하면서 조망을 확보해야 흩어지지 않게 된다. 실제 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이 네 가지 원칙을 적용하면 철새 무리와 같은 비행이 가능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혁신과 글로벌화에 따라 기능별, 상품별, 지역별 등으로 조직이 날로 복잡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 복잡계 과학은 인간의 인지능력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은 단순한 규칙에 더 의존하는 성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불확실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에는 더욱 더 그렇다. 처리할 정보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단순한 규칙을 요구한다. 따라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션과 목표를 명료하게 규정하고, 조직 설계와 행동 지침도 단순화해야 한다.
 
 개인보다 조직의 맥락을 조정하라
나비효과나 카오스 현상을 보이는 조직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복잡계를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기이한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특히 복잡계가 ‘자기조직화’ 현상을 보인다는 점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자기조직화는 복잡계를 상징하는 용어로, 무질서하게 상호작용하는 이질적 개체 속에서 규칙적인 패턴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극단적인 사례일지는 모르지만 최근 외환시장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 정책 당국의 끊임없는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자기강화적(self-enforcing) 행태가 계속 나타났다. 그것도 매우 ‘질서’ 정연하게!
 
복잡계 과학은 이런 상황에서 맥락을 조정하라고 강조한다. 즉 조직원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세히 설계해 지시하기보다 이들이 적응하고 있는 지형 또는 환경 자체를 조절하라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처방이다. 그러나 이런 처방은 사실 오래전부터 등장했다. 다음은 ‘손자병법’의 군형편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전쟁에 능한 자는 승리를 ‘전세(戰勢)’에서 구한다. 그러므로 인재를 주의 깊게 선택해서 전세에 적응하게 한다. 전세에 잘 적응하는 자는 휘하 장병을 싸우게 함이 마치 나무나 돌을 굴리는 것과 같다. 나무나 돌의 성질은 놓인 곳이 편안하면 조용히 머무르지만 경사가 지면 움직이고, 또한 생긴 모양이 모가 나면 정지하고 둥글면 구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가 만들어내는 전세는 마치 둥근 돌을 천 길이나 되는 산 위에서 굴리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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