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산 넘어 산’이란 속담이 요즘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이 어디일까?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연간 매출 31조8298억 원, 영업이익 6174억 원을 기록하며 오랜 적자를 벗어났다. 유통업계의 절대강자로 여겨졌던 이마트와 롯데쇼핑마저 제쳤다. 이제 꽃길만 걸으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이른바 C커머스(중국 쇼핑 플랫폼)다. 초저가로 무장한 중국발 직구 플랫폼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놨고, 쿠팡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알리는 통합물류센터 구축,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지원 등에 약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쿠팡도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당일·익일배송인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으로 맞불을 놨다.
새로운 도전을 맞은 쿠팡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구독 멤버십’이다. 쿠팡의 성장 비결은 이른바 ‘계획된 적자’로 불리는 공격적인 경영과 빠른 배송, 편리한 결제에 있는데 여기에 마지막 방점을 찍은 게 바로 이 멤버십이다. 쿠팡은 아마존의 구독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을 벤치마킹해 쿠팡 ‘와우 멤버십’을 만들었다. 2004년 시작한 아마존프라임을 앞세워 아마존은 단순한 전자서점에서 글로벌 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상품 판매가 아닌 구독료로 얻는 연 이익만 약 1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아마존의 구독 모델이 매력적인 건 가입자에게 구독료를 뛰어넘는 편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JP모건의 분석 결과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가 119달러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의 혜택을 받는다.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런 구조가 아마존에는 어떤 이익이 될까?
마법은 구독자들이 ‘추가로 쓰는 돈’에서 나온다.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는 비회원보다 평균 4.6배 많은 돈을 쓰면서 아마존의 매출 증가를 견인한다. 가입자의 40%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다. 더욱이 한번 발을 들인 구독자는 플랫폼에 록인(lock-in)돼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어렵다. 크로스셀링(cross selling, 고객이 사려는 것과 관련된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게 만드는 교차판매)이나 업셀링(up selling, 구매를 앞둔 고객에게 보다 상위의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 판매 방법) 등의 전략을 펼치기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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