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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인 이야기

운하에서 배우는 ‘연결 혁명’

조영헌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수에즈운하의 종점은 어디인가? 혹자는 포트사이드나 수에즈를 꼽을지 모른다. 하지만 100여 년 전 아시아 일대를 여행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의외의 답을 내렸다. ‘홍콩’이다. 수에즈운하를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이집트 소재 운하’로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지만 운하를 통과한 선박의 종착지를 살펴보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영국은 수에즈운하를 지배하면서 영국 상선들이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대폭 확대했다. 지리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공간 혁명’을 이뤘다. 공간 혁명은 지정학적 판도를 재편하고 패권의 이동을 부른다. 강과 운하, 바다에서 우주까지 확산한 공간 혁명의 역사는 이제 디지털 세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윽고 연결성 그 자체가 혁명을 촉발하는 시대가 열렸다.



막혀버린 수에즈운하

지난 2021년 3월 27일부터 6일 동안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가 막혀버리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전장 400m에 22만 t이 넘는 거대한 컨테이너 선박인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좌초였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왕래하는 최소 369척의 선박이 양쪽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좌초 6일 만인 3월 29일 에버기븐호가 안전하게 인양됐다. 대기하던 수백 척의 선박이 정리된 후인 4월 4일이 돼서야 수에즈운하는 정상화됐다.

세계 물류의 12%를 담당하는 수에즈운하가 6일 동안 마비된 결과는 엄청났다. 이집트는 이 기간 통행료를 거둘 수 없었기에 수백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유통이 지연된 원유의 가격 역시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기다리다 지친 해운사 선박들 일부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경유하는 먼 우회로로 경로를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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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헌 chokra@korea.ac.kr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의 방문 학자와 하버드-옌칭 연구소 방문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근세 시대에 대운하에서 활동했던 상인의 흥망성쇠 및 북경 수도론이 주된 연구 주제이고, 동아시아의 해양사와 대륙사를 겸비하는 한반도의 역사 관점을 세우는 데 관심이 있다. 저서로 『대운하 시대, 1415-1784: 중국은 왜 해양 진출을 ‘주저’했는가?』 『대운하와 중국 상인: 회양 지역 휘주 상인 성장사, 1415-1784』 『엘로우 퍼시픽: 다중적 근대성과 동아시아(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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