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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비용 절감의 핵심, 원칙과 체계 구축이 출발점

조직 군살 빼기, 다이어트와 같아
구성원 동기부여 없인 ‘요요 현상’

안장현,조성우,권진희 | 362호 (2023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비용 절감의 핵심은 조직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저비용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비용 집행 주체, 목적, 사용처 등이 방대한 판관비의 경우 ‘제로베이스 예산 편성(Zero Based Budgeting, ZBB)’ 원칙을 활용해 비용 관리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조원가 중 재료비의 경우 공급 시장 특성을 고려해 품목별로 구매 전략을 차별화하며, 제조 가공비의 경우 설비종합효율과 인시생산성에 기반해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와 같은 제조 생산성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보다 효과적인 비용 절감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고금리의 파도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경영 활동에 제약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172개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경제 상황 관련 기업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자금 조달의 주요 수단이 은행/증권 차입(64.1%)에 집중돼 있었다.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금리 기조는 기업들에 조달 비용에 대한 이자 부담으로 크게 다가오고 있다. 이자 비용의 증가는 이자보상배율(Interest Coverage Ratio, ICR)1 을 급격히 낮춰 기업이 열심히 영업 활동을 해도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 조사 업체인 애프앤가이드가 2022년 상반기 1675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 미치는 기업이 690개로 조사됐다. 40% 이상의 상장 기업이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가 심화된 2022년 하반기에는 이 수치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달러 강세는 외화 차입금 비중이 높은 회사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같은 대외적인 환경 변화로 인해 2023년 들어 많은 기업은 대내적으로 ‘긴축 경영’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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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용 절감의 원칙

기업은 어떻게 비용 절감으로 성과를 개선할 수 있을까? 기업의 비용 절감은 손익을 직접적으로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기업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용을 자른다는 명목으로 ‘군살’이 아닌 ‘중요한 제 살’을 깎을 경우 경쟁력을 상실해 기업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비용 절감의 성패는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군살만을 선별적으로 줄여야 하며 ‘요요 현상’이 오지 않도록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또 기업 구성원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즉, 비용 절감의 핵심은 조직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저비용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기업들의 비용 절감 활동은 그 목적성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론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크게 다음의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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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재료비, 제조 가공비 등 특정 부문별로 효과적인 방법론을 적용한다. 예컨대, 원부자재 공급 시장을 분석해 체계적인 구매 전략을 도입하고 점진적 재료비 절감을 꾀하거나 공정 흐름의 병목을 제거해 공정 생산성을 개선함으로써 제조 경비를 절감한다. 연구개발의 경우 출시 이후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 원부자재를 공용화, 표준화하고 양산 단계에 적용 가능한 공정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해 재료비, 제조경비도 절감한다. 이 같은 절감 활동을 추진할 때는 대상이 되는 업무 영역의 특성 혹은 전문성을 감안해 전문화된 방법론들이 요구된다.

둘째, 비용 절감 방법론 그 자체보다는 비용 절감의 성과를 내재화해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동기부여를 통해 구성원 스스로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비용 항목에 대한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절감 방향 및 목적성을 명확히 한다. 특히 판관비처럼 동일 비용 항목을 여러 부서에서 집행하는 경우 각 부서의 비용 승인권자, 보통 부서장의 성향에 따라 비용 집행의 규모나 목적 등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비용 절감 활동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지속하려면 구성원 스스로 절감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하고, 비용 항목에 대한 명확한 책임, 즉 코스트 오너십(Cost Ownership)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부문별로 전문적인 방법론을 활용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비용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비용 절감의 긍정적 성과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를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실무 담당자들은 이론적인 방법론이 현실과 괴리돼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느끼거나 인사 고과에 반영되는 비용 절감 목표를 채우기 위해 단기적인 숫자에 매몰되기 쉽다. 비용 관리 기준이나 원칙을 정립하더라도 이후에 발생하는 각종 예외 사항을 반영하지 못해 유명무실해지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복지 정책 변경으로 복리후생비 집행 항목이 추가되거나, 유통 채널 변화로 인한 영업 비용 항목과 규모가 변화하거나 온라인 등 마케팅 채널 증가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비용이 추가되면서 기존 관리 기준이나 원칙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비용 절감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현실에 부합하는, 적용 가능한 수준의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의 공감대에 기반해 관리 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즉 자발적인 절감 노력이 상시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제반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

기업의 비용 절감은 크게 제조원가 혹은 매출원가를 구성하는 비용 항목의 원가 절감과 원가 외의 비용, 주로 판관비 절감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가 절감은 원가를 구성하는 재료비, 제조가공비(노무비, 경비)의 절감을 의미한다. 판관비란 판매 및 일반관리비의 줄임말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일반 경비(인건비, 복리후생비, 총무성 용역비, 제세공과금, 기타 일반경비 등) 및 영업 활동에 수반되는 경비(마케팅비, 물류비, 수출입 경비 등)를 포괄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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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고금리로 급격하게 경색된 경영 환경에서 단기간에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운 재료비, 제조가공비보다는 판관비 절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판관비는 항목 특성상 즉시 절감이 가능하며, 급격하게 변화된 경영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판관비는 비용 항목이 다양하고, 다양한 부서에 의해 집행되는 특성 때문에 전 조직이 동일한 기준으로 비용 정책을 운용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절감 목표를 설정해 비용을 줄인다고 할지라도 일회성 절감에 그칠 수 있으며, 특히 인건비성 판관비의 무분별한 절감은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기업의 존망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판관비 절감의 방법론과 더불어 제조원가 절감의 핵심 요소를 소개한다.

2. 판관비: ZBB를 통한 비용 관리 기준 및 원칙 정립

판관비는 인건비, 마케팅비 등 다양한 경비 항목을 포괄하다 보니 반드시 필요한 경비와 있으면 좋은 경비, 불필요한 경비가 혼재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판관비 절감은 각 경비 항목이 적정한지, 즉 ‘적절한 시점, 목적, 금액(Right Time, Right Purpose, Right Amount)’을 개별 비용 항목별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전사적으로 표준화된 관리 체계, 즉 비용 집행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판관비의 경우 비용 집행 주체, 목적, 사용처 등이 방대하기 때문에 특정 기간 판관비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지라도 기간이 지나면 또 다른 주체, 목적, 사용처 등에 의한 집행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비용 항목에 대한 주체, 목적, 사용처를 명확하게 사전 정의하고, 비용 집행에 대한 가이드 또한 전사적으로 명확히 하는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상이한 주체에 의해 비용 집행이 발생하더라도 이 가이드를 지켜 절감의 성과가 전사 차원에서 지속되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관리 체계를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방법론이 모든 예산을 제로베이스로 원점에서 검토하는 ‘제로베이스 예산 편성(Zero Based Budgeting, ZBB)’이다. 1969년 미국의 반도체 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가 처음 도입한 이 방법론이 최근 다시 부각되는 이유는 고금리 시대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에 기업들이 빠르게 대처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 CFO저널의 편집장 니나 트렌트만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ZBB를 도입한 사례를 소개하며 “ZBB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의 재무 책임자들이 영업, 마케팅, 물류, 현장 운영 전반에 걸쳐 저비용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다. 이 도구를 활용해 당면한 경기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잠재적 절감액 규모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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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B는 증감식 예산 제도, 즉 개별 비용 항목이 아닌 전체 비용 예산에 대해 전년 대비 증감 형태의 예산을 수립해 운영하던 과거의 방식을 거부한다. 전년도에 얼마의 예산을 수립해, 얼마를 썼는지와 무관하게 ‘제로베이스’로 전체 비용 항목의 사용 시점, 목적, 금액, 집행 주체 등을 정의해 타당성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전체 비용 예산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맥주회사 AB Inbev는 전 세계에 걸쳐 ZBB를 적용해 비용 절감 성과를 거뒀는데 브라질에서 5개년간 2000억 원, 캐나다에서 연간 600억 원을 절감했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OB맥주를 인수하면서 ZBB를 추진해 연간 100억 원을 절감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주로 고정비성 판관비, 즉 영업 비용 및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행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ZBB를 수행했는데 가이드라인의 지속적 관리를 통해 그 성과를 꾸준히 지속시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ZBB는 ①기존 비용 집행 항목의 타당성을 검토해 집행 규모를 감축하거나 집행 자체를 금지해야 할 개선 항목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②새로운 비용 예산 목표를 설정하고, ③목표 대비 집행 실적을 관리하고 조율할 비용 항목별 책임 및 권한을 부여하고, ④목표 달성을 유도하는 단계로 추진된다.

① 비용 집행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비용 항목별 집행 시점과 목적, 규모와 주체에 대한 과거 실적을 먼저 분석한다. 과거의 비용 집행 시점, 목적, 규모, 주체가 적정했는지, 또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를 검토함으로써 개선 항목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런 검토 과정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비용 항목별 적정성 판단 기준을 수립해 활용한다.

② 개선 항목을 도출하면 개선 목표를 설정하는데 비용 항목별 개선 목표를 합치면 전체 판관비 비용 예산이 된다. 비용 예산의 목표를 세울 때 집행 혹은 관리하는 부서 실무자와의 공감대 형성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자발적인 목표 달성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

③ 통상적으로 판관 비용의 항목들은 비용 집행 부서의 의사결정(비용 승인) 구조를 그대로 따른다. 그래서 비용 항목별 집행 기준이나 원칙을 따르기보다는 집행부서 승인권자(통상 부서장)의 성향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ZBB를 실천하려면 비용 항목별로 오너십(Ownership), 즉 전사 단위의 집행 및 관리 책임과 권한을 별도로 부여해야 한다. 부서별 의사결정과 비용 항목별 의사결정을 크로스체크(cross-check)하고 집행의 적정성을 담보하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④ 마지막으로 설정된 비용 항목별 예산 목표와 크로스체크가 가능한 의사결정 구조를 기반으로 목표 대비 예산 집행이 적정한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완하는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비용 예산 목표 달성을 유도한다.

물론 ZBB도 만능은 아니다. 비용 절감의 첫 번째 금기는 절감 대상 항목이 기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ZBB 활용은 자칫 양날의 검이 돼 기업에 치명적 손실을 줄 수 있다. 워런 버핏이 투자했다가 “내가 틀렸다. 너무 비싼 돈을 들여 인수했다”고 반성한 것으로 유명한 크라프트하인츠(Kraft-Heinz)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인즈 케첩, 맥스웰커피,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으로 유명한 크라프트하인츠는 버핏과 사모펀드 3G Capital의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탄생한 회사다. 이 회사는 ZBB를 도입해 극단적인 비용 감축 및 마진 확대를 모색했다. 2016년 전면적인 ZBB 활동으로 전체 고정비의 30%가량을 감축했으며, 특히 R&D 인력을 포함한 전체 인력의 10%가량을 구조 조정했다. 이런 극단적인 비용 절감은 일견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2016년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6% 이상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고, 이는 동종 업계에 ZBB가 들불처럼 번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비용 절감은 회사의 근원적 경쟁력까지 갉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이 유기농과 프리미엄 식품을 원할 때 시장과 반대로 극단적 비용 절감에 따른 판가 인하에 주력한 탓이다. 주력 제품들의 시장점유율 하락 속에 2018년 4분기 14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어닝쇼크를 맞았다. 현재까지 크라프트하인츠는 자산 및 주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거나 구조 조정해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과거의 위용을 되찾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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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비용 절감으로 인해 핵심 경쟁력이 붕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명확한 사업 방향과 이에 기반한 비용 전략 혹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ZBB를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ZBB는 반드시 써야 하는 비용 항목 이외의 항목에 대한 절감을 모색하는 방법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비용, 즉 회사의 핵심 경쟁력과 관련된 비용 항목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예컨대, 회사의 매출이나 시장 위치, 향후 성장성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이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인력이나 첨단화된 설비, 혹은 물리적 거점 등을 정의하고, 이런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항목은 절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반대로 관행적으로 집행해왔으나 집행하지 않아도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관련성이 낮은 비용 항목의 경우, 적극적 비용 절감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모든 비용 절감이 다 좋은 절감은 아니다.

3. 제조원가 절감

1) 재료비: 공급 시장 특성 고려한
품목별 구매 전략 차별화

앞서 기술한 판관비 외에 전통적으로 수행된 비용 절감의 방법론은 제조원가 절감에 집중돼 있다. 재료비, 재료비 외의 제조가공비에 대한 절감 등에 관한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방법론은 유사한 원칙으로 귀결되기에 핵심을 간략히 논하고자 한다.

먼저, 재료비 절감은 구매하는 재료, 즉 원부자재 혹은 상품을 적정 원가에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재료비 절감, 즉 구매 원가 절감의 지향점은 ‘적절한 가격, 품질, 수량(Right Price, Right Quality, Right Quantity)’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순하게 단가 인하를 통해 구매 원가 절감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품질의 품목을, 적정한 가격에 조달’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기준보다 저렴한 재료는 품질에 문제가 있거나 수량이 너무 많아 재고 과잉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에 가격, 품질, 수량 간의 적정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구매 원가 절감 활동을 두고 ‘적정한(Right)’ 수준을 찾아내는 예술이라고도 일컬어지며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은 구매 혁신 활동을 두고 “구매의 예술화”라고까지 명명했다.

이런 적정 수준을 찾아내려면 구매하는 품목 및 품목별 공급 시장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급 시장 특성에 맞는 구매 전략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구매 전략 방향은 단가, 품질, 안정적 납기 등의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는 품목의 기술 특성, 공급 시장의 경쟁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시장 표준 스펙(Spec)에 기반한 품목은 공개 입찰을 통한 공급사 교체 혹은 최저가 유도가 가능할 수 있다.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르고 소요량의 변동폭이 작은 품목은 구매량 증가를 통한 단가 인하(Volume Leverage)를 유도할 수 있다. 품목 자체의 품질 요구 수준이 높고 제품 혹은 서비스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 단가 인하보다는 공급사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를 통해 조달 안정성을 확보해 제품 혹은 서비스 품질 저하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 예로, 제조 환경설비 제작 업체인 A사의 경우 지난 2013년 자사의 주요 구매 품목을 대상으로 구매 원가 절감 활동을 진행했다. 여러 부품 종류 중 높은 기술 역량을 필요로 하는 산업용 송풍기 팬(fan)에 대해서는 공급사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장기 계약, 기술 협력 제휴 등)를 통해 조달 안정성 강화를 모색했고, 일반 부자재의 경우 공개 입찰을 통해 최저가 업체로 공급사를 변경했다. 그 외 품목들도 품목의 공급 시장 특성을 고려해 구매 전략 방향을 설정해 구매 정책을 적용한 결과, 전년 대비 5% 내외의 구매 원가 절감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일회성 절감에 머물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구매 전략 방향을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게 수정 및 보완해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용 절감으로 실패한 사례도 있다. 자동차 베어링 제조 B사의 경우 약 10여 년 전 구매 원가 절감을 위한 내부 혁신 활동을 시작했다. 품목의 공급 시장 특성을 고려하기보다는 단순히 구매금액 규모를 기준으로 A, B, C 등급으로 구분해 A등급(단가 높고, 구매 수량 많음)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단가 인하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10% 가까운 구매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지만 단가 인하를 추진한 품목 중 기술 요구 사항이 높은 일부 품목의 경우 불량이 빈발했다. 이로 인해 관련 제품에 대한 품질 실패 비용이 급증했으며 납품 불량률 상승으로 인한 고객 클레임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B사는 고객의 지속적 클레임으로 인한 매출 손실, 품질 실패 비용 증가로 수익이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었다.

2) 제조가공비: 설비종합효율과 인시생산성에 기반한 제조 생산성 혁신

제조가공비 절감은 다른 말로 제조 생산성 향상으로 표현될 수 있다. 제조 생산성이란 제조를 하는 데 필요한 투입 자원 대비 제품 등의 산출물 비율을 의미한다. 물론 투입 자원의 단가나 품질 적정성 관점에서 재료비 또한 제조 생산성과 무관하지는 않으나 재료, 인력, 설비 등의 정해진 투입 자원으로 최적의 산출물을 산출하는 데는 제조 가공 과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조가공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제조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제조 생산성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제조에 필요한 설비 혹은 공정, 제조에 투입되는 인력의 단위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제조 생산성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다양한 지표가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설비종합효율(OEE, Overall Equipment Effectiveness)과 인시생산성이다.

설비종합효율은 공정상 불량률, 설비의 가동률, 설비 본연의 성능으로 측정된다.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품질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하고, 설비의 가동률을 개선하려면 보유한 설비를 최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생산 계획과 작업 계획/순서의 최적화, 효율화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설비 본연의 성능을 이론치에 최대한 가깝도록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전 활동, 예를 들어, 설비 고장 혹은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예지 정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처럼 설비종합효율 지표는 품질, 구매, 생산 기획, 설비 등 전체 운영 업무에 걸쳐 있기에 제조 생산성을 측정, 관리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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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설비종합효율을 개선함으로써 제조가공비를 직접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데 불량률을 개선해 제조가공비에 포함되는 불량 비용을 줄이고, 설비의 시간 가동률을 개선해 시간당 생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제품당 배부되는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비 등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설비의 성능을 향상시키면 불필요한 가동 정지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성능이 올라감에 따라 시간당 처리량이 증가해 생산량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인시생산성은 ‘1인(人)의 근로자가 1시간(時間) 동안 업무를 수행한 결과의 생산성’을 의미한다. 좀 더 적은 인력이 많은 산출물, 즉 생산 실적 등을 산출할수록 지표가 개선된다. 인시생산성은 특히 제조 라인에서의 투입 인력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라인에 투입되는 인력의 규모는 제조 공정의 특성뿐 아니라 현장 운영 기준의 효율성, 개별 근로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제조가공비 중 노무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조 생산성을 구성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로 관리되고 있다.

설비종합효율과 인시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 활동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1970년대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를 통해 도입돼 전 세계 수천 개의 기업들이 현장 혁신의 방법론으로 활용하고 있다. TOP는 일반적인 혁신 방법론인 ‘As-Is 현황 분석 → 문제점 도출 → 문제점 해결’의 방법이 아니라 생산성, 원가, 제품 품질 등 개선 대상 영역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를 상향식(Bottom Up)으로 먼저 도출한 후, 각 아이디어의 개선 가능성과 개선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현장 혁신 활동을 수행하는 단계로 추진된다. 개선 대상 영역에 관해 가감 없는 아이디어 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산, 품질, 설비, 물류 관리 업무 등 방대한 제조 영역에서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고, 개선 목표 설정 및 목표 달성 활동을 현업 주도적으로 수행함에 따라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직접 수행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쉽게 조직에 내재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장비 전문 제조기업 A사의 경우, 약 15년 전 제조 현장에 대한 생산성 절감을 위해 제조 중심의 TOP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년 남짓 외부 컨설팅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를 도출 및 실행해 생산성을 절감했으며 동시에 컨설팅 과정에 동참했던 내부 직원들의 역량을 지속 개발해 컨설팅 이후 이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현장 운영 혁신 조직을 발족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발굴해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개선 활동 수행에 익숙해진 운영혁신 조직은 이후 외부의 도움 없이 정기적으로 현장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작업들을 수행해 나갔다. 이를 통해 A사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생산성을 보유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TOP 전문가로 양성된 운영혁신 조직 출신의 인력들을 관계사로 확산시킴으로써 현장 운영 혁신을 그룹 내에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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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혁신의 특징 중 하나는 개선 가능한 영역에 대한 아이디어, 목표 설정 등의 작업을 외부 컨설턴트와 현업 실무자가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산출한다는 점인데 현업 담당자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고 개선 목표를 설정해 달성 노력을 하다 보면 혁신의 문화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조직에 내재화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직 외부에서 설정한 목표를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아이디어와 목표 설정을 통해 개선 노력을 기울인다는 측면 때문에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조직 문화를 바꾸는 성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4. 디지털 관리 체계의 발전

판관비든, 제조원가든 상관없이 비용 절감 활동은 본원적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며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발적 비용 절감을 최대한 유도하면서 이를 모니터링하는 명확한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실행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실천이 어려워 많은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내용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비용 절감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지속적인 비용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ZBB는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ZBB’라는 이름으로 그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 그중에서도 특히 기존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대량의 데이터를 분류하고 해석할 수 있는 AI 기반의 디지털 분석 체계를 활용해 판관비 중 영업 혹은 마케팅 비용에 대한 매출 기여도를 판단하고 이를 통해 집행의 적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흔히 그동안 마케팅 투자수익률(ROI), 즉 마케팅 비용 집행의 결과로 매출이나 수익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브랜드 이미지 등 마케팅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분석 체계를 활용하면 마케팅의 대상과 시점, 그 시점의 유통 단계별 매출/판매 추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좀 더 활용 가능한 수준의 지표를 산출할 수 있다.

재료비 절감과 관련해서 그동안 곡물, 유류, 철광석 등 시황 변동성이 큰 원자재의 경우 구매 단가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져 원가 절감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도화된 AI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시황 변동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량의 실시간 데이터 집계 및 분석 체계가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제조 현장의 생산성, 품질 등의 이상을 사전에 감지해 대응하는 선행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제조 생산성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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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술한 대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비용 절감의 어려움으로 인식됐던 여러 영역, 특히 관리 체계 정착 및 지속화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즉, 비용 관리 기준이나 원칙에 대한 분석 및 모니터링, 비용 집행 효과 분석을 통한 적정성 판단,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등이 그 예이다.

다만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금액의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또 다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역설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대상 업무와 적용 목적, 그리고 기대하는 성과가 무엇인지를 먼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원의 공감대와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없고, 이는 결국 기술의 활용도 저하로 이어져 투자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명확한 목적과 방향성에 근거해 단계별로 소규모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작은 성과를 통해 구성원들이 성공을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더 큰 비용 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비용 절감에 한 가지 정답이란 없다. 다만 기업 스스로 적합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있을 뿐이다.


안장현 딜로이트안진 상무 janahn@deloitte.com
안장현 상무는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액센추어, PwC컨설팅 등을 거쳐 현재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서 제조/유통기업 대상으로 원가/비용 절감 및 운영혁신 전반에 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성우 딜로이트안진 전무 sungwcho@deloitte.com
조성우 전무는 17년째 딜로이트안진 파트너로 근무하고 있으며 디지털 파이낸스 어드바이저리(Digital Finance advisory) 서비스 리더를 맡아 자동차/석유화학/반도체/유통 등 다양한 산업의 프로세스 혁신 및 원가 관리와 관련한 컨설팅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권진희 딜로이트안진 시니어 매니저 jinhekwon@deloitte.com
권진희 시니어 매니저는 런던대에서 학사, 케임브리지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PwC컨설팅, EY 파르테논 등을 거쳐 현재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서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기업의 운영혁신, 밸류 크리에이션 서비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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