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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성공적인 피벗, ‘무엇을 그만할지’부터 결정을

강신형 | 343호 (2022년 04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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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What is a pivot? Explaining when and how entrepreneurial firms decide to make strategic change and pivot”, by J. Kirtley and S. O’Mahony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피벗(pivot)은 스타트업이 자신의 활동, 자원, 관심을 재분배하고 조정함으로써 전략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스튜어트 버터필드가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다가 슬랙(Slack) 서비스를 출시해 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전략 변화에 관한 기존 연구는 대부분 기성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 연구를 토대로 스타트업의 피벗 행위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존 이론은 조직의 실제 성과가 목표와 차이가 클 때 혹은 기술 혁신 같은 외부 충격에 대응하려 할 때 전략 방향 전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즉, 전략 변화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고 바람직한 의사결정이라고 가정한다. 반면, 스타트업은 높은 불확실성에 처해 있다. 기존 전략에 문제가 있음이 분명한 기성 기업의 상황과 달리 스타트업의 피벗은 무엇이 바람직한 것인지 비교 가능한 과거 데이터나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피벗은 과거의 성공 전략을 개선하거나 진화시키는 행위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전략을 실행하면서 수집한 시장 반응 정보를 학습함으로써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행위다.

이처럼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피벗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와튼스쿨의 커틀리 교수와 퀘스트롬 경영대의 오마호니 교수가 종단적 사례 연구를 수행했다. 에너지와 클린테크 분야 스타트업 7개를 선정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93개 전략적 의사결정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어떤 요인이 스타트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지, 각각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어떻게 기업 전체의 전략 방향 전환인 피벗으로 연결되는지를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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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스타트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촉발하는 요인 다섯 가지를 규명했다. 이는 기술, 시장, 자금 조달, 공급사슬, 조직 운영이다. 스타트업은 수집한 정보가 성과에 우호적이면 기회, 위협적이면 문제로 인식한다. 새롭게 수집한 정보는 기존 전략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만약 새로운 정보가 기존 전략의 기반 가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은 기존 전략을 고수한다. 반면, 새로운 정보가 기존 전략의 가정을 크게 벗어나면 스타트업은 전략 변화를 감행한다. 새로운 정보가 기존 전략의 성과 창출 어려움을 보여주면 기존 전략을 중단하고, 새로운 정보가 예상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회를 보여주면 기존 전략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는 형태로 변화를 꾀한다.

연구자들은 스타트업이 피벗에 도달하는 과정도 살펴봤다. 핵심은 피벗이 한 번의 전략적 의사결정으로 발생하지 않고 점진적인 전략 변화가 누적돼 나타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은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 전략의 타당성을 끊임없이 검토한다. 애초에 수립한 전략에 문제가 있는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회가 발현하는지 예의주시한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 전략의 일부를 중단하거나 약간의 변화를 가미해 대응한다. 그리고 이런 작은 변화가 누적되면서 결과적으로 사업 전체의 전략 방향이 바뀌는 변화, 즉 피벗이 나타난다.

더 나아가서 연구자들은 궁극적으로 피벗에 성공하는 스타트업과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로 기존 전략의 중단을 지적한다. 기존 전략에 반하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을 때 전략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전략을 고수한 스타트업은 피벗에 실패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우선 기존 전략을 중단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전략을 조금씩 수정한 스타트업은 최종적으로 피벗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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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업 모델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주력한다. 자신의 전략이 올바른지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수립한 최초의 전략에는 필연적으로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벗에 성공한 스타트업만이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피벗은 하나의 커다란 전략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발생한 여러 작은 전략적 의사결정의 누적적 결과물이다. 특히 피벗은 기존 전략을 중단하는 의사결정에서 시작한다. 스타트업은 매우 제한된 자원으로 전략을 실행한다. 따라서 기존 전략에 대한 자원 투입을 멈추지 않으면 새로운 전략을 실험할 수 없다. 어쩌면 ‘무엇을 할까’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지 않을까’이다. “전략의 핵심은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이다(The essence of strategy is choosing what not to do)”1 라는 마이클 포터의 명언을 기억하자.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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