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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CEO 리스크의 3가지 패러독스 피하는 법

“대체 불가능한 CEO는 없다”
독립 이사제, 심리 평가 도입해야

고영건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CEO 리스크는 1) 손실을 피하려다 위험을 감수할 때보다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안전의 패러독스 2) 객관적인 근거 없이 과도하게 자기 확신을 갖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지피지기의 패러독스 3)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 믿는 리더가 만들어내는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와 관련이 있다. 기업은 이런 CEO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독립 이사를 도입하거나 전문적인 심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체계적인 CEO 리스크 프루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CEO 리스크와 패러독스

최근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손꼽히는 그룹 주들의 주가가 크게 요동을 쳤다. 카카오페이의 신임 대표가 스톡옵션을 통해 보유 주식을 469억 원에 매각한 것이 알려지자 주가가 무려 40%나 폭락했다. 특히 그 여파로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전 고점 대비 무려 32조 원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또 신세계 부회장이 SNS에서 ‘멸공’ 발언을 계속 이어가자 신세계그룹과 계열사 주가가 급락한 일도 있었다.

CEO 리스크는 기업의 CEO로 인해 해당 기업의 가치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CEO 리스크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대비해야 할 핵심 사안 중 하나이다. CEO는 한 기업 내 리더십 사령탑의 꼭대기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EO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CEO 리스크를 적절히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CEO 리스크에는 패러독스(paradox)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러독스는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고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론이 외형상의 그럴듯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참’이 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CEO 리스크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패러독스, 즉 안전의 패러독스, 지피지기의 패러독스,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가 존재한다. 본 글에서는 이 세 가지 패러독스를 살펴본 후 CEO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 일명 ‘CEO 리스크 프루프(risk proof)’를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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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패러독스

외견상 리스크는 일정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감수하기보다는 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패러독스가 존재한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gio)는 대뇌 전두 피질에 손상을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고전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대뇌 전두 피질은 의사결정과 감정을 통제하는 부분을 연결하는 부위다. 그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데 감정이 영향을 주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대뇌 전두 피질에 손상을 입은 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상의 돈 2000달러를 지급한 후 카드를 선택하는 게임을 진행했다.

이 게임에는 두 개의 카드 묶음이 사용된다. ‘나쁜 카드 묶음’에서 어떤 카드는 100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에 해당하지만 또 다른 몇 개의 카드는 해당 카드를 선택할 경우 큰 벌금이 부과된다. 반면에 ‘좋은 카드 묶음’에서는 전체적으로 상금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벌금도 적으며 결과적으로는 게임을 할 경우 평균적으로 손실보다는 수익이 발생한다. 일정 시간 동안 이런 게임을 하고 나면 대뇌 손상이 없는 참여자들은 자신이 어떤 카드 묶음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나쁜 카드 묶음에서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서 불안 반응을 나타내면서 카드 뽑는 일을 중단한다. 반면에 대뇌 전두 피질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나쁜 카드 묶음에 대해서 그런 감정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계속해서 카드를 뽑아 결국은 돈을 잃게 된다.

이처럼 일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위험에 대한 감각은 우리가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것을 회피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과연 위험을 회피하기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자 조지 로웬스타인(George Loewenstein)은 뇌 손상을 입은 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동전 던지기 게임을 실시한 결과 뇌 손상 환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검증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뇌 손상 환자들은 뇌졸중 등으로 감정을 지배하는 부위에 뇌 손상을 입었으나 지능은 정상 수준이었고 논리적인 사고력에서는 특별한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두 집단에 20달러씩을 지급한 후 한 번에 1달러씩 걸고서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오면 2달러50센트를 지급하고 뒷면이 나오면 돈을 받지 못하는 반면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1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따라서 게임을 하는 경우의 기대수익은 1달러25센트가 되는 반면 게임을 하지 않는 경우의 기대 수익은 1달러가 된다. 일반인들은 게임에서 돈을 잃은 후에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 비율이 40%인 반면 대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85%가 다시 게임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투자 게임을 20회 진행했을 때 대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평균 25.7달러의 수익을 나타냈고 일반인들은 22.8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로웬스타인의 연구 결과는 기대되는 수익이 예상된 손실보다 큰 상황에서는 이러한 투자 게임에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사람들은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 등의 감정적인 반응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은 양날의 검에 해당된다. 두려움은 우리가 손실을 야기하는 리스크를 피하도록 해주지만 동시에 좋은 리스크까지도 피하도록 만든다.

물론 합리적인 선택의 맥락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선택을 하는 것과 두려움 없이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무모함은 구분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리스크에 대한 공포 반응은 원시시대부터 포식자에 대한 공포 반응에서 유래한 일종의 생존 메커니즘에 해당된다. 하지만 로웬스타인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현대사회에서는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선택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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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은 경제의 위험 수준과 행운 수준에 따라 한 국가의 성장 경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분석 결과, 안전한 방향으로만 선택을 하는 조건(C)에 비해 몇 차례 위기를 겪을 수 있는 형태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선택을 하는 조건(A와 B)에서 전반적으로 커다란 변동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예외적으로 불운이 뒤따르는 조건(D)의 경우에는 안전한 선택 조건(C)보다 소득 수준이 낮게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안전한 선택 조건보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선택 조건에서 평균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소득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안전의 패러독스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선택을 선호하지만 그러한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위험을 감수할 때보다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CEO 리스크에서도 이런 안전의 패러독스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창업자는 2018년에 전형적인 CEO 리스크와 관련된 몇몇 일화를 남겼다. 그는 만우절에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특히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CEO가 파산을 직접 언급하자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또 그는 같은 해 8월에 “테슬라를 비상장 회사로 전환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펀드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 후 테슬라의 주가는 순식간에 약 11%나 뛰어오르는 등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다. 하지만 그는 곧 주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러한 계획을 백지화했다.

나중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짓된 언급으로 시장을 교란”했다는 이유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에 각각 2000만 달러씩의 벌금을 부과했다. 비록 일론 머스크의 행동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EC가 그를 CEO직에서 강제로 사임시키지 않은 것은 CEO 리스크 문제와 관련해서 좋은 시사점을 준다.

SEC는 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버리는 안전한 선택, 즉 일론 머스크를 강제 사임시키기보다는 몇 가지 안전장치를 두는 조건하에 CEO 리스크를 감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SEC는 테슬라 이사회에 일종의 ‘리스크 프루프(risk proof)’를 요구했다. 회사 내에 CEO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SEC는 일론 머스크가 CEO직에서 강제로 물러나지 않는 대신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는 물러나도록 했고 3년간 이사회 의장을 맡지 못하도록 했다. 또 그가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감독하는 2명의 독립 이사를 새로 선임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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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2018년 10월 이후 테슬라의 주가 변화를 나타낸다. 지난 4년간 테슬라의 주가는 약 17배 상승했다. 또 테슬라는 2010년 상장 이후 주가가 17달러에서 현재 888달러로 약 52배 상승했다. 이처럼 CEO 리스크와 관련된 테슬라의 일화는 리스크 프루프 시스템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지피지기의 패러독스

널리 알려진 대로 그리스 시대의 델피(Delphi)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Gnoti seauton)’라는 금언이 새겨져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생전에 그 말을 즐겨 사용했던 것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손무(孫武)의 『손자병법』에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는 명구가 나온다. CEO뿐만 아니라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이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CEO 리스크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을 실제로 이해하는 것보다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더 많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실제로 알고 있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스스로에 대해 ‘안다는 느낌(Feeling of knowing)’을 갖는다. 누구든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친숙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친숙감을 경험하는 것과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찍이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 Nietzsche)가 경고했던 것처럼 “자신만큼 자아로부터 동떨어진 것은 없다”.

『장자(莊子)』라는 책에는 호접지몽(胡蝶之夢) 고사가 나온다. 어느 날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됐는데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돼 저절로 깨치고 멋대로 지내느라 장자임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문득 깨어 보니 어엿한 장자였다. 장자는 자신이 꿈에 나비가 됐는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자신이 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당연히 성인이라면 꿈과 현실을 명백하게 구분할 줄 알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장자는 이런 말을 한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접지몽’ 고사에서 ‘꿈’이라는 단어가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호접지몽 고사에서 말하는 ‘꿈’은 우리가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때가 있는 것처럼 삶에서는 잠들지 않고 깨어 있어도 사실상 깨어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있다. 장자가 말한 꿈의 의미는 바로 명백히 잠들어 있으면서도 스스로 꿈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못 깨닫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의 패러독스’는 CEO가 스스로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믿을수록 역설적으로 CEO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로웰 부세니츠(Lowell Busenitz) 미 오클라호마대 교수는 창업주들과 대기업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 과정상의 특징을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관리자들에 비해 창업주들은 과도한 자기 확신을 보이는 경향성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창업주들의 주요한 특징을 과도한 자기 확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근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고집스럽게 내세우기 때문이다. 창업주의 이런 특징은 관리자 집단과 구분되는 중요한 요소일 정도로 현저하게 나타났다.

CEO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자 한다면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조언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CEO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리더십의 측면에서 권장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그러한 믿음에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지 여부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검증받지 않은 삶은 무가치하다”. 만약 CEO가 스스로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 반드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근거가 무엇인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 중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로르샤흐(Rorschach) 검사’ 같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나한테 실망을 하게 될지라도 그들은 무언가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로르샤흐 검사는 잉크 반점을 통해 성격을 심층적으로 검사하는 전문 심리검사 중 하나다.

적어도 버락 오바마는 자기 이해를 위해 전문적인 심리 평가를 통한 검증의 과정을 거친 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의 패러독스와 마찬가지로 지피지기의 패러독스와 관련해서도 ‘CEO 리스크 프루프’가 필요하다.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

때로는 ‘보이는 위험’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CEO 리스크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 문제다.

최고의 CEO는 대체 불가능한 리더인가? 상식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모름지기 최고의 CEO는 대체 불가능한 면모를 갖추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CEO 리스크 중 하나는 CEO가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리더라고 믿고 있을 때 발생한다. 대체 불가능한 리더의 존재는 결국 승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뜻하며 결국 그런 기업의 운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체 불가능한 CEO가 경영하는 기업은 사실상 풍전등화 상태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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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 믿었던 대표적인 CEO 중 하나가 바로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 애플 창업주일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의 수많은 언론이 이제 애플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사람들은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에 팀 쿡(Tim Cook)이 뒤를 이어 애플의 CEO로 취임할 당시 애플의 주가는 5%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전망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밝혀지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취임 후 팀 쿡의 애플은 일시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지난 10년간 승승장구했다. 2022년 1월 애플의 주가는 팀 쿡이 취임한 후 약 14배나 상승해 시가총액이 역사상 최초로 3조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폰은 여전히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 1위를 굳게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잡스의 손길이 닿지 않은 팀 쿡 시대의 제품인 애플워치는 웨어러블 시장에서 1위를 점유하고 있다.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와 관련해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일화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만들었지만 팀 쿡은 그것을 현금화했다. 따라서 스티브 잡스가 팀 쿡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준 것은 대체 가능성의 조건을 무난하게 충족할 만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모든 대체 불가능성은 대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CEO 리스크와 관련된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다.

팀 쿡이 스티브 잡스를 승계한 것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CEO직을 사임하기 이전에 두 차례 병가를 냈을 때도 이미 스티브 잡스는 팀 쿡에게 애플의 경영을 맡긴 적이 있었다. 팀 쿡은 CEO로 취임하기 이전에도 이미 오랫동안 스티브 잡스의 직무를 대행해 왔던 것이다.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와 관련해서도 CEO 리스크 프루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CEO에게 병가나 사고 등 예기치 않은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그 빈자리를 누가 승계하도록 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그 승계자는 사전에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대체 가능성에 관한 검증을 거친 사람이어야 한다.

CEO 리스크 프루프의 제언

지금까지 CEO 리스크를 키우는 세 가지 패러독스, 즉 안전의 패러독스, 지피지기의 패러독스,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를 살펴봤다. 기업에서 이런 CEO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CEO 리스크 프루프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CEO 리스크 프루프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SEC가 테슬라에 요구했던 것처럼 독립 이사 제도를 운용하는 것과 같은 CEO 리스크 프루프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이때 독립 이사는 CEO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은 해당 기업의 CEO 리스크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둘째, CEO를 위한 전문적인 심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CEO 리스크 프루프 시스템 차원에서 어떤 전문성을 갖춘 독립 이사가 필요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CEO를 위한 전문적인 심리 평가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지피지기의 패러독스를 통해 살펴봤듯이 전문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CEO는 그 자체로 기업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좋은 리더라면 모름지기 로르샤흐 검사 정도의 전문적 검증 과정은 받아둘 필요가 있다.

셋째, 대체 불가능성의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후계 승계 작업에서도 전문적인 심리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적어도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모든 대체 불가능성은 대체 가능하다. 단, 전문적 심리 평가를 통한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CEO 리스크의 관점에서 CEO의 자기 확신보다는 전문적인 검증 과정이 훨씬 더 객관적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lip@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고려대 학생상담센터장이다.
  • 고영건 고영건 |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lip@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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