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세계관 전성시대

334호 (2021년 12월 Issue 1)

방탄소년단(BTS) 팬이라면 모두 아는 BU(BTS Universe), 아바타와 인간이 함께 활동하는 걸그룹 에스파의 노래 가사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광야’의 의미,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의 이호창 전략본부장과 아이돌 듀오 매드몬스터의 멤버 제이호의 싱크로율…. 도대체 이게 다 무슨 말인가 고개가 갸웃거려지신다면 ‘요즘 것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을 놓치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야말로 ‘세계관 전성시대’가 도래한 요즘입니다. 캐릭터, 제품, 문화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요즘 뜨는 브랜드에는 모두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세계관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관 만들기 자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산업,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관이 범람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랜드를 내세운 기업들의 세계관 마케팅을 살펴보면 MZ(밀레니얼과 Z세대)를 주 타깃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설정한 규칙인 세계관에 동참하는 과정을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게임과 SNS 활용에 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기에 세계관 기반으로 기획된 가상과 현실의 룰에 익숙하고 그 간극 역시 유쾌하게 넘나들 줄 알기 때문입니다. 펭수의 ‘실체’가 알음알음 알려졌어도, 트로트 가수 유산슬과 예능인 유재석이 동일인이라는 합리적 증거가 곳곳에 널렸어도 이들은 세계관의 질서 안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모습대로만 이들을 인지하려고 애씁니다. 바이럴을 마케팅 성과 지표로 삼는 기업 입장에선 세계관의 유희를 이해하는 ‘요즘 소비자’들을 붙잡고 싶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 콘텐츠 산업계에선 IP(지적재산권) 확장,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적 기대 효과가 세계관의 확대 재생산을 재촉합니다. 특히 대표적 수출 상품이 된 K팝 아이돌에게는 세계관이 차별화 포인트이자 팬덤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전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BTS의 해외 팬들이 입덕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체로 춤과 외모, 노래에 끌려 관심을 갖기 시작하다 BU에 압도돼 그들의 세계관을 해석하느라 몰입하는 과정에서 ‘찐 팬’이 돼 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 가수의 본업만 내세웠으면 확장성이 적었을 아이돌이란 브랜드의 IP를 확장해 웹툰, 게임,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 장르로 확대시킬 때 세계관은 다양한 장르를 관통해 개연성과 서사를 부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세계관 마케팅은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CU(SM Culture Universe)의 첫 주자로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내세우며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 ‘아이(ae)’의 존재를 이 그룹의 아이덴티티에 접목하기도 했습니다.

‘세계관 전성시대’가 도래한 데 대한 인문사회학적 해석도 나옵니다. 세계관은 18, 19세기 유럽이 아메리카 신대륙, 아시아 대륙 등 이질적인 세계들과 교류가 활발했던 시절,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만든 용어입니다. 본디 새로운 세계를 만나 새로운 질서가 도래할 때 스스로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된 개념이란 의미입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기술의 도래, 코로나 감염증 확산이라는 뜻밖의 변수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의 조건이 부상한 시기, 이에 맞는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관이 양산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여러 매체와 플랫폼을 관통하는 상업적 관점에서 세계관을 접목한 시도 역시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디즈니의 창업자 월트 디즈니는 이러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지해 1957년, ‘디즈니 시너지맵’으로 구상했습니다. 영화에서 만들어진 캐릭터 자산이 굿즈, 디즈니랜드까지 연결돼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설계한 것입니다.

브랜드 홍수의 시대,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을 찐 팬으로 가두기 위해서는 우리 브랜드만의 ‘디즈니랜드’가 필요합니다. 즉, 소비자들이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즐겁고 직접 참여, 탐험하며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세계관이 바로 그 마법의 재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소비자를 꿈꾸게 할 세계관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브랜드에 잘 맞는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을지 그 비결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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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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