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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하노버 메세를 통해 본 제조업의 디지털-서비스화 혁명

新제조업 시대, 선점 효과를 노려라

임채성,류석현 | 329호 (2021년 0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 세계적으로 신제조 서비스 혁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한국도 신제조 서비스 강국으로 도약할 필요성이 커진다. 유럽은 IDTA 등 기업 공동의 신제조 생태계를 조성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2021 하노버 메세는 그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리는 자리였다. 한국 기업도 2021 하노버 메세에서 소개된 디지털 혁신 사례를 참고해 신제조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 기업 공동으로 신제조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제적으로 한국 기업의 사례를 널리 소개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신제조 서비스의 표준을 둘러싼 전쟁이 치열하다. 일례로 2021년 4월 열린 세계 최대 제조 혁신 전시회인 하노버 메세(산업박람회) 1 는 미국에 맞선 유럽의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유럽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성과가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산업디지털트윈협회(IDTA, Industrial Digital Twin Association)는 SAP, 지멘스, 보시, 슈나이더, ABB 등 주요 제조업체가 참여하는 민간단체인데 테스트베드를 통한 솔루션 입증과 글로벌 시장 진출의 속도를 높임으로써 세계 시장의 사실상 표준(혹은 시장 표준, De Facto Standard)을 장악하고자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 ‘인터넷화’ ‘서비스화’ 열풍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신제조 서비스 강국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사례들은 기업 공장 단위에서 사물인터넷 등의 신기술을 일부 적용하는 데 머물고 있다. 공장, 지역, 국경을 넘어 고객 혹은 공급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서비스로의 전환 경험은 미흡하다. 특히 중소•중견제조 기업들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동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신제조업에 주목해야 할 때다. 2021 하노버 메세에서 주목할 만한 신제조 서비스 유스 케이스(Use case)2 를 통해 신제조업의 중요성과 한국의 제조업 도약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자.

1. 신제조업의 의미

신제조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신산업화된 제조업을 의미하며 단순하게는 제조업이 ‘인터넷화’되고 ‘서비스화’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업의 본질을 바꾸는 산업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신(新)제조업이라고 부른다.3 ‘인터넷화’는 기업 활동의 가치사슬 활동 중에서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활동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인터넷화’는 ‘서비스화’를 동반하는데 서비스화란 고객에게 제품 제공 시 제품 대비 서비스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제조업으로의 변화는 디지털 트윈, 사물인터넷, 적층제조, 4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사업 활동을 중심으로 촉진된다. 이러한 ‘인터넷 화’ ‘서비스화’가 진척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제조업의 업의 본질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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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지금 신제조를 둘러싼 경쟁 중이다. 과연 누가 신제조의 주도권을 차지할 것인가? 신제조 경쟁에 유리한 여건으로는 1) 전통 제조업이 강한 국가 2) 고객 접점과 서비스 수요가 많은 국가 3) 인터넷화의 바탕을 제공하는 데이터 기술, 인터넷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 강한 국가 4) 신제조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혁신 기업의 분포와 이를 지원하는 금융 등 지원 체계가 발달한 국가가 꼽힌다. 미국과 유럽은 위의 요건 면에서 보면 아시아 국가들에 맞서 새로운 제조업 부흥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제조업은 기존 제조업과 달리 진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IT 산업과 마찬가지로 신제조업에도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 효과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외부성 효과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의 고객 수가 많을수록, 제품과 함께 사용되는 보완재 수가 많을수록 제품/서비스 가치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에서 인터넷을 매개로 한 구매, 생산, 마케팅 활동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는 해당 제품 및 서비스의 고객 수, 보완재(완성품, 부품, 소재)의 수에 따라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일례로 일본 휴대폰 업체가 삼성 안드로이드폰, 애플 아이폰과의 경쟁에 밀린 것은 일본 업체와 다른 OS(오퍼레이팅 시스템)을 사용하는 안드로이드폰 및 아이폰이 사용자 수가 많다는 점, 보완재(앱)의 수가 많다는 점 때문에 휴대폰 사용자들이 일본 휴대폰 제품보다 높은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외부성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디바이스 및 솔루션의 상호 운용성(호환성 포함), 협력 파트너 등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즉 선발자가 제품을 먼저 출시해 고객 기반을 선점하는 데 성공하고, 이 제품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보완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선발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후속 주자가 가성비 좋은 제품을 내놓는다고 할지라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기존 제조업처럼 선발자에 비해 뒤늦게 진입해 추격하는 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신제조업에 있어 적시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신제조 서비스 유스 케이스

신제조 시장의 경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뿐 아니라 보완재를 만들어줄 파트너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자기 회사가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다는 신호를 신제조 생태계 내의 기업들에 보내면서 함께 시장을 구축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공개된 장에서의 유스 케이스 발표다. 올해 하노버 메세에서는 특히 업의 서비스화(XaaS, X as a Service)를 중심으로 한 신제조 서비스 유스 케이스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1) MHaaS(Machine Health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기계 건전성

예지 정비는 데이터와 인터넷 기반의 모니터링 및 장애 예측 솔루션을 바탕으로 장비를 상시 점검하면서 정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예방 정비는 정기 정비 같은 태스크 관리인 반면, 예지 정비는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정비를 할 수 있는 상시 정비 태스크 관리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지 정비는 항공우주, 발전•플랜트, 생산공장, 철도 등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산업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지 정비 서비스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헬스 솔루션 업체인 어규리(Augury)의 유스 케이스에 따르면 예지 정비 서비스의 일부인 기계 건전성 진단 서비스(MHaaS)는 적은 비용으로도 수행할 수 있다.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규리는 센서를 장착하기만 하면 진동, 온도 및 자기(magnetic) 등의 데이터를 당일 수집해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핵심 부품인 무선 헤일로 센서(wireless halo sensor)가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제공하고, 오작동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전에 고장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는 기존 라인이나 공정, 회사 내 에지 클라우드 시스템을 변경하지 않고도 분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저비용으로 중요 설비에 대한 진단 및 처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했다. 또 고객사의 IT 인프라와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확장성이 크다. 어규리의 유스 케이스는 최근의 센서 및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을 반영한 신제조 서비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ENaaS(ENergy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에너지

인공지능, 디지털화, 분산화 기술의 융합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에너지 산업에도 서비스화(as a service)가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사업자의 사업 모델에서 사업자는 고객에게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설비 관리 등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고객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한다. 이로써 고객은 에너지 및 유지비용 절감 및 운영 효율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에너지 솔루션 부문의 선도 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예지 정비, 24시간/매주 7일 모니터링, 에너지 CO2 관리, 데이터를 통한 효율 관리 등 전기 기기 및 파워 시스템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와 더불어 기존 장비 수명 연장 서비스와 장비 관련 금융 서비스를 발표했다. 이는 에너지 관련 전기 제품 및 부품, 자동화 장치 및 부품 생산 및 판매 업체가 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점, 즉 에너지 부문의 신제조업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슈나이더의 이런 변화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플랫폼 구축과 이를 이용한 인터넷화된 서비스를 발전시키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슈나이더는 에너지 관련 산업을 넘어서 IT, 플랜트 및 제조, 스마트 시티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신제조 플랫폼 리딩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3) EQaaS(EQuipment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장비

2021 하노버 메세에서 발표된 신제조 서비스 발표 중 이전에 없던 눈에 띄는 비즈니스 모델로 ‘생산 수량당 과금(Pay per Part)’ 서비스 모델을 들 수 있다. 생산한 제품•부품의 수량만큼 사용료를 지불하는 서비스 모델로 글로벌 재보험사 뮤니히알이(Munich RE)를 모회사로 둔 산업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업체인 릴레이알(relayr)사가 선보였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장비 생산에 투자되는 비용을 장비 생산 업체가 떠안지 않도록 산업 사물인터넷 솔루션 제공업체(relayr)와 모기업인 금융 회사(Munich RE)가 협력해 금융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솔루션 업체는 장비 사용 업체에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장비를 사용해 생산한 부품 수에 비례한 요금으로 받는다. 장비 제조사, 즉 장비 제공 협력 기업인 트럼프(Trumpf)가 뮤니히알이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고 장비 소유권을 릴레이알에 이전한다. 장비 업체가 생산한 장비(공작기계)는 릴레이알이 장비 사용 업체에 제공하고, 예상치 못한 고장 등에 따른 작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하는 보증 서비스, 설비 개조(retrofit) 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릴레이알은 고객사의 장비 사용 시간(running time)이 길어지도록 장비 사용 효율성 향상, 운영비 절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도입한 장비 사용 기업은 고가 설비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 없이 ‘변동비’ 개념으로 설비를 활용하는 이익을 얻는다. 또 기존의 장비 렌털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시간에 대한 비용 부담이 없으며 장비 관련 서비스 인력, IoT 관련 전문 지식 및 노하우와 인프라 투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릴레이알 유스 케이스는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는 금융기관이 종합적으로 기획해 자회사를 활용해 신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신제조 서비스 창출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PaaS(Production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생산

PaaS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소량으로 주문했을 때 고객 맞춤형 제품을 빠르게 생산해 공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고객 욕구의 다양화와 개별화로 Paa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량 시판 생산은 반응이 좋을 경우 스케일업 생산의 주문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즉 PaaS는 소량 판매 후 스케일업 판매로 전환하려는 고객사의 주문을 소화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3T 어디티브 매뉴팩처링(3T Additive Manufacturing)사는 EOS 3D프린터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맞춤형 자전거 헬멧을 선보였다. 이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은 뒤 4주 만에 제조를 완성해 소비자에 배송하는 PaaS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입증하는 사례다. 이 PasS는 자전거 헬멧 개발 및 판매 회사인 헥스아르(Hexr)와 플랫폼 및 디지털 트윈을 제공하는 지멘스(Siemens)의 파트너십으로 이뤄졌으며 이미 주문, 판매되고 있다.

또 자동차용 부품, 산업용 전기, 전자, 기계 부품 제조 기업인 보시(Bosch)는 개별화된 고객 주문에 대응하는 PaaS는 물론, 스케일업된 형태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데모공장을 구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함을 시연했다. 이는 글로벌 선도 기업의 역량이 이미 PasS에 한 발짝 더 다가갔음을 보여준다. (DBR minibox ‘PaaS를 실현하는 보시의 데모공장’ 참고.)

DBR mini box
PaaS를 실현하는 보시의 데모공장

보시는 온라인 주문에 빠르게 대응하는 PaaS를 구현할 수 있는 재구성 가능한(reconfigurable) 조립가공업 공장(‘미래 공장’)의 모습을 발표했다. 이러한 공장은 빠른 소량 시판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대량 생산으로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데모공장(기술에 대한 사용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공장)의 전형을 구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아래와 같은 핵심 기술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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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능 바닥(Intelligent floor): 세계 최초로 선보인 ‘지능 바닥’으로 공장 내 바둑 칸 같은 바닥을 통해 데이터나 에너지가 오간다. 이것이 무인운반차(AGV), 공정과 연결되고 운반 추적 시스템(track and trace system)과 결합돼 위치를 인식하며, 이로 인해 공정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능 바닥’의 세팅을 바꾸기만 해도 공장을 재배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2. 모듈화 공정: 공정에서 작업자는 조립을 실시간 모니터하고, 작업 공구는 새로운 부품에 맞게 자동적으로 세팅된다. 테스팅 공정의 경우 약 10여 m가량 이어지는 공정이 모듈화돼 조립가공 부품 변화에 따라 공정을 붙이거나 빼는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량 주문으로 인한 빈번한 변화에도 쉽게 공장을 조정할 수 있다.

3. 플러그 앤드 프로듀스(plug and produce) 공정: 코봇(협동로봇)과 함께 결합된 붙였다 떼었다 하는 컨베이어벨트 공정이 플러그 앤드 프로듀스 공정으로 소개됐다. 자그마한 공기 사발 사이즈의 플러그 앤드 프로듀스 심플 스마트 키트도 소개됐는데 기계에 장착만 하면 간단히 해당 기계에 원하는 세팅을 적용할 수 있다.

4. 5G 커뮤니케이션 자동화 플랫폼(automation platform): 보시 소프트웨어와 외부의 소프트웨어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개방형 플랫폼(ctrlX automation)이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작업 현장에서 만들어서 장착하고 공유할 수 있다. 공장의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요구되는 부품에 따라 공정을 변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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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제조 ‘플랫폼’ 유스 케이스

신제조업화가 성공적으로 진척되려면 플랫폼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조업체가 만든 플랫폼으로는 GE의 프레딕스(Predix)와 지멘스의 마인드스피어(MindSphere)가 가장 선도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들 플랫폼이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면 자사의 사업 영역을 넘어 타사의 사업 영역 및 다른 업종까지 확대돼 신제조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제조업체의 플랫폼이 다른 업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도전적인 이슈였다. 2021년 하노버 메세에서 슈나이더일렉트릭이 발표한 에코스트럭처(Ecostruxure) 플랫폼은 이렇게 확장성이 강한 플랫폼의 모습을 보여줬다. 슈나이더 플랫폼은 에너지 분야의 Ecostruxure Power와 Ecostruxure Grid, IT 분야의 Ecostruxure IT, 플랜트 및 제조 분야의 Ecostruxure Plant & machine, 스마트 시티 분야의 Ecostruxure Building을 갖추고 있다. 특히 2018년 3D CAD 전문 업체 아비바(AVEVA)의 인수는 슈나이더에 취약한 3차원 입체 디지털 트윈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 역량의 확충이 다른 업종 진출에 중요한 발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슈나이더의 플랫폼은 신제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제공한다. 동일한 플랫폼이 다른 업종 영역에 걸쳐 발전할 때,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 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바탕으로 서비스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슈나이더는 자사의 솔루션과 파트너 기업 솔루션의 상호운용성의 확보를 위해 ‘보편적 자동화(universal automation)’를 함께 추진하자는 캠페인을 하노버 메세에서 밝혔다. 보편적 자동화는 IEC61499 표준5 에 의해 가능해진 ‘플러그 앤드 프로듀스(plug and produce)’ 자동화 소프트웨어 부품(component)을 의미한다. 슈나이더는 보편적 자동화를 적용한 첫 제품으로 EcoStruxure Automation Expert를 소개했다. 이는 하드웨어와 연결돼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본 하드웨어에서 분리해 IT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애플리케이션과 전반적인 소프트웨어에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든 범용 자동화 솔루션이다. 플랫폼이나 장치에 구애받지 않는 소프트웨어로 개방성을 높였다. 이런 슈나이더의 움직임은 자사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보다 확대된 상호운용성 생태계를 펼치고자 하는 노력으로 주목할 만하다.

4. 시사점 및 대응 방안

1) 신제조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발굴

국내 기업은 대개 신제조 서비스와 관련해 선도 기업의 사례를 먼저 접한 뒤 결과를 보고 대응을 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그런 속도로는 이길 수가 없다. 제조업의 인터넷화로 인해 국내외 시장의 구분이 사라진 오늘날,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신제조 시장 가운데 아직 선도 기업이 선점하고 있지 않거나 한국 기업의 강점을 살려 선점할 수 있는 니치 영역을 확인하고 해당 분야의 신제조 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신제조 서비스/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기존 제조 기업의 ‘효율’ 중심 마인드세트를 새로운 ‘가치’ 창출 중심의 마인드세트로 전환했을 때 가능하다. 한국 기업의 신제조 대응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 추진은 디지털화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즉,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 적용으로 기존 공정이나 생산 효율을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제조업의 게임의 룰을 ‘효율’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바꾸면서 아시아 제조 강국 기업에 비해 경쟁 우위 구축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 창출 서비스 제공은 IIC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념도에서는 횡축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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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한국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있는 신제조 서비스 영역의 확보에 나서야 한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 2차전지, 전자, 기계금속, 화공, 건설, 플랜트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 영역 가운데 글로벌 선도 기업인데도 신제조에서는 선점 우위를 미처 확보하지 못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영역 가운데 세계 니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신제조 서비스/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 기업 역량의 한계와 경험이 일천한 점을 고려했을 때 외국의 디바이스 업체, 소프트웨어 기업, 플랫폼 기업 등을 한데 모아 한국 중심의 데이터 및 인터넷 기반의 신제조 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산업 분야에서의 리더십과 함께 대형 사업을 조직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경쟁력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 중심으로 함께 힘을 합쳐 신제조 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방법이다. 초기 단계에선 정부가 이런 노력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

2) 기업 공동 신제조 생태계 조성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이라고 하는 산학연 협동 네트워크를 통해 신제조 육성을 추진해온 독일은 2020년 기업이 중심이 되는 별도의 민간단체를 출범시키면서 기존과 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독일이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배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신제조 서비스의 경우 글로벌 시장 접근과 스케일 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 글로벌 시장 확보에 실패한 서비스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네트워크 외부성 효과 확보 경쟁에서 실패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보면 독일은 상대적으로 서비스와 인터넷 플랫폼이 발전된 미국에 비해 불리하다. 미국은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6 과 디지털트윈컨소시엄(DTC, Digital Twin Consortium) 7 을 중심으로 테스트베드, 테스트 드라이브, VIP(Value Innovation Program) 등을 통해 빠르게 입증하고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시장 접근 규모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세계 시장의 사실상 표준(혹은 시장 표준, De Facto Standard)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은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중심으로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 8 등 분야에서 전통적 표준을 장악하는 접근을 취해 왔는데 이런 기존 방식은 시장 접근 속도가 미국에 비해 떨어진다. 최근 독일의 변화는 이 같은 현실 진단 및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미국에 비해 서비스 및 플랫폼 역량이 떨어지고, 독일의 플랫폼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산학연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지 않다. 독일의 기업 중심 민간단체 추진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여건하에서 개별 기업이 신제조 서비스 강국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 기업 또한 독일 사례와 같이 개별 기업의 네트워크를 넘어선 협업 커뮤니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도 IDTA가 내세우는 목표와 유사하게, 즉 ‘글로벌 커뮤니티와의 협력’ ‘비즈니스 모델(신제조 서비스 포함) 실행’ ‘글로벌 시장 접근’을 목표로 하는 기업 중심의 민간단체를 구축하는 것이다. 장비 제조기업, 장비 사용 기업, 산업 인터넷 서비스 기업, 센서 등의 디바이스 제조기업, 에너지기업, 디지털 트윈 서비스 기업, 금융 기업 등이 중심이 돼 서로 협업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생태계의 핵심은 민간 기업의 글로벌 시장 확보를 위한 자발적인 투자와 리더십이 근간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 신제조 서비스 혁신에 필요한 스피드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보해야 한다. 민간 기업 주도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정부나 정부 산하의 단체 주도적 생태계가 상호 돕는 생태계가 꾸려질 때 신제조 서비스 혁신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판 신제조 유스 케이스의 국제화

한국의 제조업은 수출 경쟁력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신제조업이 보여주는 서비스 본격화 조짐은 수출 시장인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점차 신제조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려준다. 자사가 창출한 신제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신제조 수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신제조 서비스의 네트워크 외부성 효과를 확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선도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하노버 메세와 같은 발표의 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선도 기업은 글로벌 단체의 공개된 행사에 참여해 유스 케이스 소개, 테스트베드 등의 공동 실험을 통해 공개적으로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보해나간다.

공개된 행사를 제공하는 글로벌 단체의 대표적인 예로 IIC를 들 수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 Inter-X, 경남 테크노파크, 전자부품 연구원(스마트제조혁신센터) 등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제조기업이 IIC와 같은 단체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와 연결된 스마트 팩토리 및 신제조 서비스 유스 케이스를 창출하고, 테스트베드에 참여한다면 자연스럽게 한국 기업의 솔루션이 세계 시장에 소개되고,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신제조 기업이 공동으로 직면하는 문제를 IIC와 같은 단체 멤버 커뮤니티를 통해 풀어나가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신제조업 육성은 제조업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산업화’로의 불연속적 변화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은 중화학 공업화라고 하는 불연속적 변화를 추진하는 데 약 10여 년간의 수익률(ROI) 악화의 역경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그 같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30여 년 이상,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산업 발전의 견인차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50여 년 전 한국 기업이 이뤄낸 불연속적 변화와 과감한 도전의 역사를 상기할 때이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신제조 강국으로 가는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임채성 교수는 영국 Sussex대 SPRU에서 기술혁신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미국 스탠퍼드대 방문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인더스트리4.0 협회 명예회장이다.
류석현 교수는 KAIST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두산중공업 CTO 겸 기술연구원장과 부사장, 대한금속재료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송공학상과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수상했고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며 현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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