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3. 메타버스 시대와 NFT

플랫폼 통한 시장 장악은 공멸 행위
표준화된 프로토콜 경제에 올라타라

329호 (2021년 0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메타버스 세계는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서로를 닮아가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두 세계가 중첩되며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진법의 비트 단위로 이뤄진 디지털 세계는 경제적 측면에서 자원의 희소성, 시공간의 제약을 특징으로 하는 물리적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 많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 기술은 디지털 경제와 아날로그 경제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메타버스 시대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다. 기업들은 플랫폼을 장악하기보단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정의해 나가는 등 새로운 세계를 같이 창조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메타버스 경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세상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언급된 메타버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인터넷상의 가상 세계와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현실 세계 사이의 차이를 없애주는 기술 또는 세계관 등을 통칭하는 매우 넓은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의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다이어그램은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 현실(mixed reality) 스펙트럼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내외적으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개념을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혼합이라는 거대한 스펙트럼으로 정의하는데, 이것이 혼합 현실 스펙트럼이다. 이처럼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학술적으로만 보거나 눈에 보이는 시각화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물리적 세계(physical world)와 디지털 세계(digital world)가 서로 만나기 위해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로 훨씬 넓게 이해돼야 한다.

만약 물리적인 현실 세계를 디지털화하는 수준을 점점 높여 종국엔 디지털 세계와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종류의 기술들을 증강현실이라 정의한다면 원시적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부터 사물인터넷(IoT) 기술, 디지털 트윈, AI 기술 및 스마트폰 등과 같은 하드웨어 기술 등은 포괄적으로 증강현실 기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편에선 게임, 웹툰, 웹소설이나 인터넷 미디어 등과 같이 처음부터 디지털의 형태로만 존재하던 세계가 물리적인 세계를 점점 더 많이 담는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단순히 게임 등을 수동적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킹, 일상생활, 영업, 마케팅, 이벤트에 이르는 현실 세계 활동이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는 것들 모두 넓은 의미의 가상현실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에 대해 매우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필자는 개념적인 차원에서 이처럼 물리적 세계의 디지털화와 디지털 세계의 물리적 세계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사실상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중첩되며 구성되는 세계를 메타버스라고 정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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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경제 vs. 디지털 경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원자(atom)라면 디지털 세계의 가장 작은 기본 단위는 ‘비트(bit)’다. 비트는 빛이나 전기 등을 활용해서 On과 Off 혹은 0과 1 두 가지 선택지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전혀 무게도 나가지 않고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원자를 얻게 됐다. 디지털은 일단 통신수단만 연결되면 무게도 없고 전송에 시간이 걸리지 않는 비트를 통해 모든 것에 대한 가치 교환을 이뤄낼 수 있다.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고 시간적으로도 자유롭기 때문에 원자가 지배하던 아날로그 세계의 규칙과는 모든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세계는 ‘풍부함의 법칙’이 동작하는 세상이다. 무한하게 공급될 수 없는 원자로 구성된 물리적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어떤 재화든 ‘희소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희소성의 정도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동작한다. 시장에서는 ‘가격’이라는 기전을 통해 원활하게 거래가 이뤄진다. 그런데 디지털 세계의 재화의 경우 무한 복제가 이뤄져도 복제에 들어가는 자원의 양과 시간이 0에 수렴하며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역시도 거의 0에 가깝다. 이렇게 되면 현실 세계의 수요-공급의 법칙이 사실상 동작하지 않게 되며 거의 모든 재화의 가격 역시 0에 가까워지며 무의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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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면 근본적으로 물리적인 세계에서 통하는 아날로그 경제의 기본 원칙이 들어맞기 어렵다. 디지털 경제에선 원자의 경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법률 체계에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디지털 세계에선 완전히 새로운 경제적 특징이 필요하다.

디지털 경제의 1차 진화-플랫폼 경제의 탄생

디지털 경제가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공개키 알고리즘(PKI, Public Key Infrastructure) 기술을 도입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한 아마존이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면서 더 이상 디지털 세계는 아날로그 세계와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로 남을 수 없게 됐다. 제3자에 해당하는 거대 디지털 기업은 개인들 간 거래를 중간에서 보증하고 처리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아날로그 세계의 거래의 불편함을 해소해줬고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에 의해 많은 산업이 빠르게 장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실물경제 전체로까지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자 과거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플랫폼 경제의 문제점들도 하나둘씩 부각되기 시작했다. 플랫폼 노동이 일상화되면서 플랫폼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먼저 이슈화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의 성장과 거버넌스 문제다. 빛의 속도로 유통되고 확산되는 디지털 경제가 가진 특징과 앞서 설명한 네트워크 효과의 위력 때문에 플랫폼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독점적 또는 소수의 플레이어에 의해 과점되는 양상으로 성장하게 되고, 일단 플랫폼이 특정한 산업 영역을 장악한 이후에는 사실상 경쟁자의 진입도 허용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최근 독점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이슈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점과 과점화가 일반화된다면 데이터와 알고리즘, 이익의 승자 독식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고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경쟁이 없어진다면 비싼 수수료와 폐쇄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대항할 방법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의 과도한 수수료 요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메타버스 경제를 이끌 NFT

다시 메타버스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메타버스는 디지털 전환이 극대화되면서 디지털 경제와 아날로그 경제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세계로 진화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버스가 요즘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들이 생활하고 경험하는 세계가 현실 세계에서 디지털로 구성된 세계로 확장되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그곳에서 만나고, 협력하고, 놀고, 일하고 교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 세계가 물리적인 세계를 포괄하며 진화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움직임 역시 감지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일종으로 최근 디지털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NFT1 기술이 대표적이다. NFT는 디지털 기술 도입의 최대 난제로 이야기되던 자원의 복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자원에 희소성을 부여하고 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입증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NFT 기술의 ‘Fungible’은 결과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하나로 대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쉽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경우 1 BTC(비트코인의 단위)를 사더라도 이를 거의 무한정 쪼개서 0.00001 BTC로 거래할 수 있지만 NFT 기술은 이렇게 나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하나의 토큰2 이 디지털 세계에서 유일한 어떤 대상과 1대1로 매핑이 되고, 이 대상의 가치를 상징하게 된다. 이 토큰의 거래는 토큰이 지정하고 있는 인터넷 주소 위에 있는 어떤 디지털 상품 또는 재화의 거래를 블록체인 분산 장부에 기록해 거래가 이뤄졌음을 공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먼저 시작됐기 때문에 블록체인 중에서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다른 퍼블릭 블록체인 중에서도 NFT 개념을 지원하는 프로토콜 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결국 전통적인 디지털 경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 복제와 0에 수렴하는 유통비용 등으로 인해 ‘희소성’이 없어진 디지털 재화에 대해 NFT 기술이 마치 태그 4 처럼 붙어서 ‘희소성’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마치 아날로그 경제 시스템과 같이 시장에 의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디지털 파일에 ‘원본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고도 할 수 있다.

NFT 기술의 시작은 NFT 개발회사 라바랩스가 선보인 제너레이티브 아트 5 ‘오토글리프(autoglyphs)’였다. 라바랩스는 ERC-721이라는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상에 드로잉, 즉 ‘글리프(Glyph)’ 6 를 자동 생성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소정의 후원금을 내면 해당 알고리즘이 유일무이한 글리프를 생성해주고 후원자는 그 결과물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였다. 뒤를 이어 2017년 11월 대퍼랩스(Dapper Labs)라는 또 다른 회사가 블록체인 기반의 고양이 키우기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디앱(DApp,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새롭게 탄생한 디지털 고양이들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역시 ERC-721 프로토콜을 구현하면서 세상에 크게 알려지게 된다.

초기에는 이 기술이 가진 디지털 재화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특징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적었기에 주로 크립토키티와 같은 게임 아이템 거래를 중심으로 기술이 개발됐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디지털 세계와 메타버스 세계가 확장되면서 디지털 아트나 디지털 음원 등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프로토콜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도 많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추가적인 프로토콜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ERC-721은 어떤 디지털 재화에 대해 하나의 토큰으로 전체를 대표하게 만드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룹으로 이뤄진 재화의 구성품을 거래할 때는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하나의 토큰으로 여러 아이템을 집단적으로 대표하고 거래할 수 있는 ERC-1155와 같은 프로토콜이 새롭게 정의되고, 이를 구현한 모델도 탄생했다. (그림 1) 이 같은 방식으로 NFT의 단점들은 계속해서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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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기술의 한계점과 보완의 노력들

이처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커뮤니티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표준안과 프로토콜을 제안하고, 이를 수정해 합의한 이후에 정해진 프로토콜에 맞춰 누구나 기술과 서비스를 구현해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프로토콜 경제’라고 한다. 즉, 프로토콜 경제는 다양한 경제 주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모델을 말한다.

물리적 세계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발전하는 메타버스는 기존의 플랫폼 경제가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세계와 접목되는 방식이 웹이나 모바일에서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또는 디지털 트윈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클라우드나 인공지능 서비스와 같은 후방 지원 체계에 해당되는 것들은 여전히 기존의 플랫폼이 가지고 있거나 구축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중앙화를 통해 네트워크 참가자들에게 권한을 분산시키고, 암호화 기술을 통해 과거의 행위를 증명하고 보상이 가능하다면 메타버스 세계의 과도한 플랫폼 독점 가능성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

그렇지만 NFT 기술이 메타버스 경제의 기초를 탄탄히 제공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첫 번째 가장 큰 도전은 저작권 제도 그 자체에 있다. 미술 시장의 경우 작가보다는 컬렉터나 갤러리 등의 제삼자가 저작권을 보유하거나 더욱 큰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관람객이 재창작 등을 통해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향유할 가능성을 차단하거나 작가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이는 NFT 기술이 적용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NFT 저작권 소유자가 작가의 허락 없이 작품을 판매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작가나 예술가들이 인터넷 기업이나 플랫폼 사업자, 갤러리 등의 독점적 유통사업자에게서 벗어나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작가들에게 창작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저작권법도 본래의 제정 취지에 맞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의 NFT 기술 자체의 문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까진 거래 당사자들이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창작자들이나 예술가들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디지털 재화가 아닌 아날로그 상품이나 예술 작품 등을 같이 연계해서 거래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이들이 소유한 것이 진품인지 감정이 필요하며 실질적인 소유권 이전이 일어났는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NFT 거래가 이뤄지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전력이 소모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거래가 늘수록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고민과 해결책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디지털 경제와 아날로그 경제가 교차하는 상황이 점차 많아지면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려는 기술들이 많이 제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플랫폼 경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독점화 혹은 가속화로 인한 이슈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경제 인프라로서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국내외 몇몇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국내외를 통틀어 NFT와 메타버스를 엮어주는 서비스로 가장 유명한 것은 프로토콜 경제와 플랫폼 경제의 장점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동시에 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수많은 거래가 이뤄지게 만든 오픈시(OpenSea)라고 할 수 있다. 오픈시는 NFT 기술의 싹을 틔운 이더리움 기반 프로토콜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디지털 작품들을 등록하고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오픈시는 NFT 기술 활용의 어려움을 전통적인 플랫폼 경제의 서비스로 보완했다. 특히 사용자를 늘리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전형적인 인터넷 기업의 사업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픈API7 를 통해 오픈시뿐만 아니라 오픈시 기반의 다양한 마켓플레이스가 탄생했다. 그 덕분에 다른 NFT 마켓플레이스도 상당수가 오픈시의 API 기반으로 구현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도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것이 오픈시가 성공한 가장 큰 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21년 8월 듄어낼리틱스 분석8 에 따르면 오픈시는 한 달간 거래 액수가 34억 달러(약 3조900억 원)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인지한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은 2021년 3월 오픈시에 23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그라운드X의 클레이(Klay) 기반 NFT 마켓플레이스인 클립드롭스(Klip Drops)를 주목할 만하다. 클립드롭스는 가상 자산 지갑인 클립(Klip)에서 한정판 디지털 작품을 전시하고 유통하는 서비스다. 2021년 7월28일 첫 번째 작품 판매를 시작했고 9월19일까지 국내 주요 아티스트 24명을 ‘24 퓨처 컬렉티브’로 선정해 오픈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공개된 작품 대다수는 불과 몇 분 내에 완판되기도 했다. 클립드롭스에는 오픈시와는 다른 전략적인 차별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카카오톡 앱을 통해 쉽게 클립이라는 암호화폐 지갑을 생성하게 하고, 이 암호화폐 지갑이 마켓플레이스 거래의 중심이자 동시에 디지털 작품이나 자산들을 보관하는 보관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접근성을 높였다. 자체 암호화폐 기술 수준이나 제공되는 프로토콜의 완성도 등에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런 강력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메타버스 전반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이미 스마트폰 운영체제 경쟁에서 독과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애플, 구글 등에서도 막강한 강점을 갖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페이스북 파이낸셜(Facebook Financial)의 대표이며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디엠(Diem) 공동 운영자인 데이비드 마커스가 2021년 8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NFT를 지원하는 디지털 지갑 노비(Novi)의 출시를 공식화한 바 있다.

그 밖에도 저렴한 수수료 정책을 무기로 가격이 싼 디지털 아트 작품의 거래를 주된 목표로 삼은 테조스(Tezos)와 웹XR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 갤러리 솔루션 빌리버의 브이스페이스(V.Space)를 서비스하는 코인플러그, CBDC 플랫폼을 국제적으로 제공하면서 확보한 강력한 거래 당사자 확인과 다양한 실물 거래를 위한 인프라와 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유명해진 메타무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토콜과 플랫폼의 결합형 서비스들이 이미 등장했거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더리움 등 여러 가상 화폐가 서로 쉽게 연결되고 교환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토콜을 정의하고 구현하고 있다. 이런 문화가 잘 정착되고 참여자가 늘어난다면 플랫폼 경제의 대안 또는 최소한의 견제자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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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경제에 대응하는 방법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하드웨어의 변화나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 인프라 등에 해당하는 것들을 따로 떨어진 시스템이나 제품으로 인식하고 접근하기보다 이와 같은 거대한 경제학적 변화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존재함을 인지하고 그에 걸맞게 대비해야 한다. 자신들만의 단일한 장터를 제공하고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시도보다는 글로벌하고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정의하는 노력에 동참할 것을 권하고 싶다. 다시 말해 새로운 세계를 같이 창조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만들 때 이런 메타버스와 NFT 프로토콜을 직접 구현하려는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라면 디지털 전환 전략을 세울 때 다양한 디지털 재화의 생성과 보관, 유통과 거래에 관련한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런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할 때 어떤 프로토콜 또는 플랫폼을 선택하고 같이 연결할 것인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변화를 선도적으로 준비하는 프로토콜과 플랫폼, 서비스 등이 국내외에서 앞으로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역시 거대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미완성된 메타버스 경제 인프라 구축에 과감히 뛰어들 것을 권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빌리버의 브이스페이스는 메타버스 공간 기술을 NFT 작품 감상의 영역에 발 빠르게 접목한 경우다. 메타버스 경제의 구성 요소가 되는 재화의 생성과 창작의 편의성 제공, 쉬운 사용성을 위한 유틸리티, 감상이나 활동을 위한 경험, 심지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연결하는 하드웨어 등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들이 활약할 공간과 기회는 차고 넘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주요 프로토콜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그것이 프로토콜 경제의 시대에 적응하는 중요한 요령이다.

디지털 경제의 진화에 있어 플랫폼 경제가 거의 모든 변화를 주도해왔던 시절과는 달리 메타버스 경제의 시대에는 방대한 상황과 산업군을 포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단일한 플랫폼에 의존해야 했던 때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런 기회를 잘 포착하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다면 글로벌한 메타버스 경제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탄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 jihoon.jeong@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에서에서 보건정책관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의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 빅뱅엔젤스와 DHP 파트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문, DGIST 겸직 교수를 맞고 있다. 저서로는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무엇이 세상을 바꿀 것인가』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공저)』 『호모 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공저)』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