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일본의 푸드테크 산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식품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각종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대체육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식량난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육류 소비의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생과 건강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로봇 연구에 쓰이던 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해 배양육 실용화에 나선 일본 닛신식품, 대두 가공기술을 진화시킨 이토햄 등 여러 기업이 신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일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대체육 시장세계적으로 콩 등의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 시장이 확대되면서 일본에서도 식품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리아나 모스버거 등은 햄버거 메뉴에 대체육을 사용한 제품을 추가했으며, 육가공 브랜드인 이토햄도 햄 포크커틀릿, 미트볼 등에 대체육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그 이외에도 오츠카식품, 에스비식품 등도 대체육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슈퍼에서는 대체육을 사용한 햄버거 패티와 각종 야채를 포함한 반찬 세트를 함께 판매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다소 가격이 비싸고 익숙한 맛이 아니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체육 관련 제품의 수요는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코로나19로 위생과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동시에 대체육의 맛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육가공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는 동물들이 분뇨 범벅의 대량 사육 환경에서 자라고, 성장 촉진과 질병 예방을 위해 각종 약품을 투여받기도 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에는 미국 육류 가공 공장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건은 가뜩이나 위생에 예민한 일본 소비자의 심리에 영향을 줬다. 지구환경이 오염되면서 동물 유래 바이러스와 균이 연일 변이를 일으키고 신종 감염병의 위험이 높아진 것도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소비자 심리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계속 확대되는 육류 소비가 전 지구적 차원의 식량난을 악화시키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점은 일본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행동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지향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대체육 사업을 필수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지구상에 거주 가능한 토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축산업이 인구증가와 육류 소비 확대로 계속 팽창할 경우 산림 파괴, 온실가스 배출, 수자원 낭비 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동물 사육 과정에서 곡물이 대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육류 소비의 확대는 비효율적인 식량 소비 구조를 낳고, 빈곤 지역의 식량 수급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물론 콩 등의 식물을 활용한 대체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소비가 급증하면 공업형 농업의 한계를 노출하고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산업계에서도 대체육 시장에 진출하면서 식물성 대체육뿐만 아니라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 기술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하려 하고 있으며 원가 절감에도 주력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지구환경과 식량 문제 개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대체육 관련 푸드테크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해 산학관 연계로 ‘푸드테크 연구회’를 발족했고, 작년 7월에는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푸드테크 연구회는 주요 식품회사, 기술 스타트업 기업, 관계 부처, 정부 산하 연구기관, 주요 대학 등 164개의 기업 및 단체의 참여로 본격적인 진영을 갖추고 있다. 일본 정부, 농림수산성도 산학관 연계로 대체육 관련 연구개발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푸드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