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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리모트워크 시대…원격근무 3억 명 돌파한 중국 사례

“민낯 화상회의? 얼굴 화장 기능 있어 안심”
중국 IT 기업들 ‘서비스 차별화’ 경쟁 본격 시작

유마디 | 297호 (2020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보다 먼저 코로나19 상황이 닥친 중국에서는 이미 리모트워크가 일상이 됐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거대 IT 기업들은 중국 리모트워크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각축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텐센트 위챗에 뒤졌던 알리바바의 딩딩은 유저들의 재택근무 고충을 적극 반영한 부가 서비스를 통해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에서 틱톡으로 유명한 기업 바이트댄스도 클라우드 기반 보고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위기 속에서 형성된 새로운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경쟁과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각 기업의 혁신 방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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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종 코로나로 원격근무 이용자 3억 명 돌파

벌써 두 달 넘게 국가적 원격근무에 돌입한 중국의 ‘리모트워크’ 인구가 최근 3억 명을 넘어섰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메이(艾媒)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월 기준 1800만 개 기업 직원 3억 명 이상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들의 저력을 다시금 입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IT 공룡’ 알리바바(딩딩)와 텐센트(위챗워크) 등 플랫폼은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 앞다투어 영상회의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흩어진 작업물을 한 데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를 개방했다. 무엇보다 원격 근무를 처음 경험하게 된 일반 직장인들이 놀랍게도 재빠르게 이 제도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아이메이리서치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69.4%가 “원격근무에 찬성한다”라고 답했다. 원격근무에 참여했던 중국 거대 IT 공룡인 알리바바, 텐센트는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다시 한번 선두자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저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리모트워크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이들이 어떻게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는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은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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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가장 큰 수혜자, 알리바바 메신저 ‘딩딩’

중화권 유통회사 아이오앤코는 서울과 베이징에 위치한 사무실 직원 50명의 소통용 메신저로 알리바바의 딩딩(DingTalk, 釘釘)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본사와 중국 지사 직원이 함께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카카오톡과 같은 국내 메신저 접속이 자주 끊겼기 때문이다.

처음엔 양국 직원들 간 단순 소통도구였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지금은 행정 업무 전반이 딩딩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딩딩에는 출근 기록, 결제 요청, 영수증 처리, 퇴근 후 작성하는 업무일지 등이 메뉴화돼 있다. 중간에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직원이 기존 단체방에 초대되면 지난 대화 기록을 열람할 수 있어 인수인계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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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온라인 플랫폼은 크게 알리바바와 텐센트 양강 구도다. 메신저 기능만 놓고 보면 텐센트의 ‘위챗’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위챗이 개인 간 소통에 중점을 두는 동안 딩딩은 업무 협업이나 경영진의 운영관리 기능에 중점을 둬 대중적인 메신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판도가 바뀌었다. 고용주에 특화된 딩딩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가 본격화한 지난 2월 딩딩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는 위챗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70위권에 머물러 있던 딩딩을 단숨에 1위로 올려준 기능은 바로 ‘위치 기반 출근기록부’다. 중국에서 ‘다카(打卡)’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카드를 찍는다’는 뜻으로, 출근 기록을 뜻한다. 원래는 집에서 나와 회사로 출근하는 동안 회사 반경 1㎞ 이내에 들어오면 자동 출근 처리가 되는 서비스였는데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가정에서 근무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됐다. 버튼을 누르면 직원이 위치한 주소가 함께 뜨기 때문에 고용주가 별다른 의심 없이 출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체방에서 보낸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확인할 때까지 집요하게 알람이 가는 ‘족쇄’ 같은 서비스도 고용주들의 환영을 받았다. 물론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도 있다. 신종 코로나 이후 최대 302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는 화상회의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딩딩에서는 하루 평균 2000만 건의 화상회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회의실 일일 이용자가 1억 명에 달한다. 이때 재택근무 중인 이용자라면 대부분은 푸석푸석한 민낯으로 회의에 참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딩딩의 ‘메이크업(美顔)’ 기능을 누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자도 화상회의 때 이 기능을 이용해봤는데 얼굴이 뽀얘지고 생기가 돌면서 갸름한 효과가 있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딩딩의 메이크업 서비스는 직장 여성들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딩딩 이용자들이 맨 얼굴과 화장 기능을 누른 후 회의에 참가하는 모습을 캡처해 SNS에 공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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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몰이에 성공한 딩딩의 전략은 학교에서도 통했다. 딩딩이 지난해 선보인 ‘미래 교실’ 서비스는 코로나 발생 이후 현재(3월 기준) 중국 300여 개 도시에서 5000만 명의 학생이 접속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원격 수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 교실’ 서비스의 성공은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됐다. 서비스 개발자들은 출시 전인 2018년 중순부터 중국 전역에 있는 교육청 2700여 곳을 방문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빠른 속도의 통신망과 넉넉한 클라우드 공간으로 흐름이 끊기지 않는 실시간 강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코로나가 터지자마자 딩딩이 경쟁 플랫폼들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한 것도 이 덕분이다. 감염증 초기 다른 플랫폼들이 서버가 폭주해 마비되거나 클라우드가 가득 차 재구축에 나서는 동안 딩딩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젊은 감각 반영한 메신저 ‘페이슈’

우리에게 ‘틱톡(TikTok)’으로 친숙한 중국의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업계 후발주자지만 수평적이고 자유분방한 회사 분위기를 기업용 메신저 ‘페이슈(飛書•Lark)’에 담았다. 딩딩이 고용주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된 메신저 개념이라면 페이슈는 이용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젊은이들을 겨냥한 메신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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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트댄스 사무실에는 평소 임원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독립 업무 공간이 없다. 입사 시 부여되는 사원번호도 누가 선후배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임의로 배정한다. 페이슈는 딩딩, 위챗워크보다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이처럼 수직적인 회사 문화 분위기를 수평적으로 바꿔나갔다.

중국의 게임 시장 조사 업체 완플러스(WanPlu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직원 199명이 원격 근무에 돌입하면서 페이슈 메신저를 사용하게 됐다. 페이슈가 코로나 직후 기존에 유료로 제공해오던 기업형 서비스를 무료 개방한데다 무제한 화상회의와 직원들에게 각각 클라우드 용량 100GB씩을 제공한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슈 사용 이후 이 회사는 뜻밖의 기능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바로 ‘원페이지’ 기능이다. 클라우드 문서 작성 공간에 프로젝트명을 적고 담당자들을 초대하면 누구나 글을 편집하고 결재할 수 있다. 대리가 작성한 기안을 과장이 검토하고, 차장, 부장을 거쳐 임원까지 가는 기존의 보수적인 결재 문화를 바꾼 것이다. 또 1000명 이상 동시 접속이 가능하고, 수정사항이 생기면 팀원들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간다. 자오핀치 완플러스 CEO는 “문서 작성이 한데서 통합 운영되면서 팀의 결속력도 강해지고 업무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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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슈에서는 단체방 대화 기록이 영구 저장된다. 딩딩은 1년, 위챗워크는 180일이다. 화상회의 기능만 놓고 보더라도 딩딩, 페이슈, 위챗워크는 차별화돼 있다. 위챗워크는 최대 300명까지 회의에 입장할 수 있지만 이 가운데 30명까지만 카메라를 켤 수 있다. 페이슈는 100명이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이를 다른 플랫폼에 스트리밍 형태로 내보낼 수도 있다. 화상회의에 자사를 대표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틱톡’의 DNA를 담은 시도다. 딩딩과 위챗워크보다 후발주자지만 페이슈의 별점이 4.7에 달하는 것은 이처럼 메신저에 이용자들을 배려한 감각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시장 진출 기회? 도전장 내민 글로벌 플랫폼

난공불락인 중국 시장에 코로나를 계기로 진출에 성공한 글로벌 플랫폼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벌 최대 규모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1 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의 제프 매기온칼다(Jeff Maggioncalda) CEO는 3월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을 위해 7월 말까지 플랫폼을 무료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료 회원 모집이 주요 수입원인 코세라의 커리큘럼 전격 개방은 파격적인 선언이었다. 코세라의 정책 결정에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미국 듀크(Duke)대의 중국 캠퍼스. 중국 상하이 인근 도시 쿤산(崑山)에 캠퍼스를 둔 듀크대는 신종 코로나가 터지자 코세라에 ‘듀크 캠퍼스’를 열고, 중국에 재학 중인 학생 6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온라인 수업과 함께 4000여 개에 달하는 코세라에 있는 강의를 제공하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코세라에는 지금까지 490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는데 이 중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이용자가 전체의 1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10만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접근을 통해 코세라는 중국 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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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POST) 코로나’ 준비해야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중국의 원격근무 시장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3강 구도로 원격근무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다. 각 기업이 과거부터 꾸준히 시장을 조사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결과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순발력 있게 적용한 결과로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아직 리모트워크 자체의 정의, 필요성, 업무 매뉴얼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좋든 싫든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확대 분위기는 우리에게도 이미 일상이 됐고, 자체 플랫폼 개발 및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원격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결국 우리에게 효율적인 삶을 가져다줄 수 있게, 학습 능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게, 또 기업에는 비용절감 효과와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게 새로운 혁신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다.


필자소개 유마디 장강경영대학원(CKGSB) 한국사무소장 madiyoo@ckgsb.edu.cn
필자는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칭화대에서 공공관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선일보 기자로 국제부, 미래기획부, 산업부 등을 거치며 주로 중국 관련 취재와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중국의 대표 MBA 스쿨인 장강경영대학원(CKGSB)의 한국사무소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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