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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주류 고객이냐, 신규고객이냐, 지향점이 혁신방향 가른다

이동현 | 103호 (2012년 4월 Issue 2)
Strategy
주류 고객이냐, 신규고객이냐, 지향점이 혁신방향 가른다

Based on “The Effects of Mainstream and Emerging Customer Orientations on Radical and Disruptive Innovations” by Vijay Govindarajan, Praveen K. Kopalle, and Erwin Danneels (2011, Journal of Product Innovation Management 28(S1), pp.121-132)


왜 연구했나

기업 경영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활동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존 고객이나 이미 잘 알려진 욕구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진정한 혁신에 방해가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제안한 크리스텐슨(Christensen) 교수는 선도 기업들이 주력 시장의 요구에 경도된 나머지 파괴적 혁신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시장 지위를 잃는다는 점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의 고객 지향성(customer orientation)이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한 연구는 많지 않다. 만약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고객 집단에 따라 혁신에 서로 다른 효과를 준다면 이는 향후 기업의 혁신 전략 수립에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연구했나

기업이 어떤 고객 집단에 초점을 두는가를 뜻하는 고객 지향성을 ‘주류고객(mainstream customer) 지향성’과 ‘신규고객(emerging customer) 지향성’으로 구분한 후 각각이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주류고객 지향성은 말 그대로 현재 가장 중요한 기존고객에 집중한다는 의미이며 신규고객 지향성은 규모도 작고 잘 정의되지도 않는 새로운 고객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또 혁신은 신기술을 도입한 획기적인 신제품을 의미하는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과 신기술은 아니지만 기존 제품과 완연히 다른 성능을 도입한 파괴적 혁신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연구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연구팀은 포춘 200대 기업 중 19개 기업을 선정해 이들 기업의 252개 전략사업단위(SBU)에 있는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52개 SBU는 비내구성 소비재, 경공업, 중공업, 제약, 기술, 통신 등 6개 산업 분야에 고루 분포돼 있었고 총 128개 설문지(응답률 54%)가 회수됐다. 핵심변수인 고객 지향성과 혁신 외에 통제변수로 ‘기술 탐색’ ‘자기잠식에 대한 의지’를 포함시켰으며 이 외에도 기업 전체 차원의 4가지 특성(규모, 성과, 고정자산집중도, R&D 집중도)과 SBU 차원의 3가지 특성(규모, 자율성, 산업)을 추가해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 주류고객 지향성은 급진적 혁신과 정(+)의 관계가 있지만 파괴적 혁신과는 부(-)의 관계를 나타냈다. 주류고객의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을 통해 급진적 혁신은 무난히 추진할 수 있었지만 파괴적 혁신은 간과할 가능성이 높았다. 왜냐하면 파괴적 혁신이 제공하는 초기 성능은 주류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주류고객의 관점에서 파괴적 혁신은 도무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 신규고객 지향성은 급진적 혁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고 파괴적 혁신과 정(+)의 관계를 나타냈다. 새로운 시장에 주목하는 기업은 기존시장에 대한 집착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규모는 작지만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 통제변수 중 기술탐색은 급진적 혁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파괴적 혁신과는 별다른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 파괴적 혁신은 급진적 혁신과 달리 신기술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은 아닌 것이다. 반면에 자기잠식에 대한 의지는 급진적 혁신과 관련이 없었지만 파괴적 혁신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파괴적 혁신은 주류고객들에게 제공되는 기존 제품의 매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자기잠식에 대한 의지는 이러한 우려를 극복하고 파괴적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다.

● 주류고객 지향성과 신규고객 지향성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해 이 두 가지 고객 지향성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고객 지향성은 공존하거나 기업 입장에서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연구표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경우가 주류고객 지향성과 신규고객 지향성이 모두 높았는데 그 결과 급진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이 모두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설문조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기업이 주류시장과 신규시장 중 어디에 초점을 두는가에 따라 혁신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가설을 통계적으로 검증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파괴적 혁신이 등장했을 때 주류시장의 고객욕구에만 치중하는 근시안은 기업을 딜레마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비록 시장 규모가 작더라도 주변 시장 혹은 비주류 시장의 새로운 욕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기술 탐색을 통해 급진적 혁신을 준비해야 하며 파괴적 혁신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기잠식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 제안

기업 간 혁신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의 욕구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다만 기존의 주류고객에 치중하는 노력만으로는 파괴적 혁신의 위협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당장은 까다롭고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비주류 고객의 욕구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주력 시장은 물론 미개척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갖출 때 급진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필자소개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dhlee67@catholic.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했다. <MBA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 이동현 |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dhlee67@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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