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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광고 콘텐츠를
마음껏 바꾸게 해보라 外

Marketing
고객이 광고 콘텐츠를
마음껏 바꾸게 해보라

Based on “Distinguishing User Experience When Customizing in a User-Generated Content Advertising Campaign and Subsequent Effects on Product Attitudes, Reactance, and Source Credibility”, Journal of Interactive Advertising, Michael D. Hanus (201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수많은 기업이 다양한 방식의 UGC(User Generated Contents) 마케팅을 활용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UGC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제품과 관련된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인터넷에 배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전용 케이스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벨킨(Belkin)은 2013년 레고(Lego)와 손을 잡고 소비자가 스스로 커스터마이징해서 다양한 형태의 케이스를 만들 수 있는 조립식 아이폰 케이스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때 고객들이 만든 독특한 케이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도록 별도의 소셜 플랫폼도 구축해 성공을 거뒀다. 국내의 경우 빙그레가 바나나맛 우유의 단지 모양 패키지에 ‘바나나맛우유’라는 문구 대신 ‘ㅏㅏㅏ맛우유’로 표기해 소비자들이 직접 원하는 메시지로 빈칸을 채우도록 유도한 참여형 캠페인을 예로 들 수 있다. 수많은 소비자가 ‘나아라맛 우유’ ‘감사해맛 우유’ ‘잠깨라맛 우유’ 등 그들만의 위트 있고 재기 발랄한 문구들을 만들어 냈다. 소비자들은 이 문구가 적힌 바나나맛 우유를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에 올렸다. 이러한 SNS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통해 바나나맛 우유 매출이 약 20% 가까이 올랐다.

UGC를 기반으로 한 참여형 마케팅 캠페인에 소비자들은 왜 긍정적으로 반응할까? 소비자 행동 연구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기업이 일방향적으로 주도하는 마케팅 메시지보다 자신과 비슷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메시지를 더 신뢰한다.

하지만 UGC 전략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각해야만 하는 부정적인 위험 요소, 리스크가 존재한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변형할 수 있는 자유도가 올라갈수록 기업이 해당 콘텐츠를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즉, 캠페인이 기업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 기업 입장에서 UGC 캠페인을 시행할 때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자유를 줄 것인가 고민하는 이유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네브래스카대 연구진은 기업이 UGC 전략을 펼칠 때 소비자가 어느 정도 자유롭게 콘텐츠를 변주할 때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는 실험 연구 방식으로 진행됐다. 피험자 290명은 한 전자회사가 만든 광고 캠페인에 참여했다. 피험자들은 무작위 방식을 통해 크게 3가지 조건 중 하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일방향적인 광고 캠페인 조건(Read-Only 조건)에 할당된 피험자들은 기업이 만든 광고 캠페인을 단순하게 읽고 해당 캠페인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맞춤화(Customization) 조건에 할당된 피험자들은 기업이 미리 정해준 가이드라인 안에서 광고 메시지를 자유롭게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창작(Creation) 조건에서는 특별한 룰이나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그들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서 광고 메시지를 자유스럽게 변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실험을 통해 광고 캠페인이 가장 효과적인 경우와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가장 높은 조건을 찾아봤다.

그 결과 연구진은 광고 콘텐츠를 소비자가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주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 때, 즉 맞춤화 조건에 있을 때 광고와 해당 제품에 대해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기업이 변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줄수록 소비자들이 해당 광고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즉, 기업들이 콘텐츠를 변주할 수 있는 정도에 제한을 가하거나 가이드라인들을 눈에 띄게 줄일수록 UGC가 가지는 긍정적인 영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유를 반발(Reactance)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반발은 일종의 심리적 기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그들의 자유가 침해당했을 때 자신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상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기업들이 지나치게 엄격한 룰을 만들어내고 가이드라인을 지나치게 눈에 띄는 방식으로 보여줄 때 소비자들은 기업이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만들어낼 것을 푸시(Push)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반발 심리로 이어지고 해당 캠페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UGC 캠페인의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지고 오히려 역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봤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 결과는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UGC 캠페인을 진행하는 기업들에 많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UGC 캠페인은 소비자들을 단순한 메시지의 수용자로 두지 않고 기업이 만든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UGC 캠페인을 시행했을 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이 반응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기업들이 UGC 캠페인을 시행할 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하는 장치를 집어넣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가 페이스북에 4행시 짓기 캠페인을 시행했을 때 회사 측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예시를 노골적으로 캠페인에 제시했다. ‘제우스의 바람기가 내게 온 듯/네 옆얼굴에 내가 반했다/시크하고 쿨하던 내 얼굴에/스리슬쩍 미소가 떴다’라는 예를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소비자들은 현대자동차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강요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반발심이 생긴 소비자들이 불평을 쏟아 내도록 유도한 셈이 됐다. UGC의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기업이 교묘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콘텐츠를 남기도록 유도한다고 생각할 때 반발 심리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물론 가이드라인 없이 소비자들이 스스로 창의적으로 콘텐츠를 변주할 수 있는 재량을 주는 것에도 문제점은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UGC 캠페인 시행 초반에는 기업이 직접적인 가이드라인들을 주기보다는 영향력 있는 일반인 인플루언서들과 사전 협력해 이들이 UGC 캠페인의 가이드 라인이 될 만한 예시들을 캠페인 초반에 올리도록 하는 형태로 캠페인을 이끄는 것이 유리하다.

필자소개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캐나다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마케팅 조사회사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비영리 연구·학술 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의 디렉터를 지내면서 디지털 분야의 전문가들과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바이럴-입소문을 만드는 SNS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등이 있다.



Psychology
신념에 어긋나는 일 시키면
회사 떠날 가능성 높아져

Based on “Changing experiences of work dirtiness, occupational disidentification, and employee withdrawal” John M. Schaubroeck, Long W. Lam, Jennifer Y. M. Lai, Anna C. Lennard, Ann C. Peng, & Ka Wai Chan i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published online November 201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사람은 자기 가치관과 대립되는 업무를 수행할 때 업무가 “지저분하다”, 즉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 연구자들은 그동안 이런 업무(dirty work)가 교도관이나 도축업자 같은 특정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주로 연구해왔다. 이번 논문은 일반적인 직업군에서도 업무상 불결함(experienced work dirtiness)이 직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예컨대 교수도 학생들을 평가하면서 업무상 불결함을 느낄 수 있다. 한 교수가 학생들의 강의 평가를 의식해 학생들에게 실제 실력보다 높은 점수를 줬다고 치자. 평소 객관적 평가가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던 교수는 본인이 가치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을 두고 불결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누구든 직업과 관계없이 자기 가치관과 대립하는 업무를 수행했을 때 업무가 불결하다고 느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업무상 불결함이 다양한 직업군의 직장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279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매일 어느 정도의 업무상 불결함을 느끼는지, 그로 인해 태도와 행동에는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보고하게 했다. 조사 결과 참가자들은 업무상 불결함으로 인해 본인을 업무에서 탈동일시(occupational disidentification)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들은 자기 가치관에 위배되는 업무를 수행할 때 부조화(dissonance)를 느끼고 이런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업무로부터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였다. 더군다나 이 같은 탈동일시 현상은 직원들의 이직 가능성을 높이고 거부 행동(withdrawal behavior)을 촉진했다. 업무로부터 스스로를 멀리한 참가자들은 자기 업무를 부정적으로 여기면서 업무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이직까지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조직에서 팀 주도의 리더십(team-oriented leadership)이 강할 경우 업무상 불결함이 업무 탈동일시에 미치는 영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팀 주도 리더십은 개인보다는 팀 전체의 목표와 팀 내의 협력을 강조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말한다. 연구자들은 팀 주도 리더십이 강한 조직에서는 업무의 불결함이 업무 탈동일시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팀 주도 리더십이 약할 경우에는 업무의 불결함이 업무 탈동일시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했다. 팀 주도 리더십이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기 업무의 가치보다 팀 전체의 가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서 불결함에도 불구하고 업무 탈동일시 현상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는 업무 불결함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확장했다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업무 불결함은 도축업 등 특정 직업군에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다. 직장인은 누구나 자기 가치관과 대립되는 업무를 수행할 때 업무가 불결하다고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불결함은 다양한 직업군에서 구성원으로 하여금 업무와 탈동일시하게 만듦으로써 직장인들의 거부 행동과 이직 의도에 영향을 미쳤다. 업무 불결함의 부정적 영향이 상당한 만큼 직장 내 관리자들은 부하직원들이 평소에 얼마나 업무상 불결함을 경험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이번 연구는 팀 주도 리더십이 업무상 불결함을 자주 경험하는 직원들에게 유용한 솔루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업무상 불결함은 구성원으로 하여금 업무와의 탈동일시를 거쳐 이직 의도와 거부 행동을 일으키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를 발휘하는데 팀 주도 리더십은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관리자는 직원이 도덕적으로 불결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업무 자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업무 불결함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팀 주도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에서 조직 및 인력 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교수로 2년간 재직했다. 현재는 템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감정, 조직시민행동, 팀 성과 등이 있다.



Technology Management
CVC 지속적 생존 위해선
사업부서와 시너지 창출을


Based on “How do corporate venture capitalists do deals? An exploration of corporate investment practices”, by Vangelis Souitaris and Stefania Zerbinati in Strategic Entrepreneurship Journal, 2014, 8(4).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들어 스타트업 생태계와 교류하는 수단으로 기업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 대부분은 CVC가 창출하는 전략적 효과를 검증하거나 스타트업 입장에서 CVC 투자의 득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 과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지 않았다. 본 연구는 CVC의 투자 활동이 기존 VC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살펴봤다. 활동의 내용적 측면을 살펴봐야 하므로 데이터에 기반한 정량적인 분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본 연구는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13개 대기업 CVC를 정성적으로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CVC가 투자 전반에서 최우선하는 것은 스타트업과 사업부 간의 전략적 정합성(fit)이다. 즉, 투자를 통해 얼마나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가보다 해당 스타트업이 사업부의 매출과 수익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지,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 활용될 수 있는지, 경쟁 우위 확보에 중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의미한다. 이는 CVC가 사업부의 유보 현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으로 만약 사업부가 유보 현금의 투자 수익 극대화 목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자신이 비용을 들여가며 직접 CVC를 운영하는 것보다 전문 금융투자사의 뮤추얼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CVC는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심의하는 과정에 사업부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투자 심사역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일반 VC와 달리 CVC는 사업부를 통해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업부와 거래 관계에 있거나, 사업부가 거래를 희망하거나, 사업부가 자신의 사업에 도움 될 것이라고 CVC에 소개하는 스타트업이 주고려 대상이다. 그리고 투자 심의 과정에서 펀드 출자자인 LP(Limited Partner)를 배제하는 VC와 달리 CVC는 투자 재원을 제공하는 사업부를 투자 심의 과정에 참여시킨다. 이처럼 CVC가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심의하는 데 사업부에 의존적인 이유는 사업부와의 전략적 관련성을 담보할 수 있고, 심사 과정에서 경영진을 설득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부의 산업 지식을 활용해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사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업부의 적극적인 참여는 투자 이후 스타트업과 사업부 간의 교류를 유도하고 촉진하는 부가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투자 이후 사후 관리 과정에서도 CVC는 기존의 VC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CVC의 경우 스타트업의 개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을 넘어 사업부의 자원과 역량을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의 전략 방향 수립이나 경영 활동에 제한적으로만 참여하는 VC와 달리 CVC는 스타트업이 사업부의 전략적 방향에 부합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스타트업을 사업부에 소개하고 스타트업이 사업부의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담당자를 연결해 주고 회의를 주선하는 등 ‘중매인’ 역할을 수행한다. 스타트업 혼자서는 촘촘한 대기업 구조를 파고들어 요구되는 시너지 창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CVC의 투자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사내 후원자(sponsor)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CVC의 모기업은 대부분 복잡한 사업부제 구조를 띠고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더디고 기존 사업의 성과 창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과의 교류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업부의 고위 직급 임원이 특정 스타트업과의 딜(deal)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경우 전반적인 투자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됨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CVC는 투자를 통해 얻은 기술 변화 정보를 사업부에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CVC가 하나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통상적으로 수십 개의 제안서를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 심사역들은 관련 기술 분야에 정통하게 된다. 사업부는 이들의 통찰력을 전략 방향 수립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이 두드러지는 정도는 CVC마다 차이가 났다. CVC가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 VC 커뮤니티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든지 사업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가시적인 시너지 창출을 해야 한다. 즉, CVC는 외부 VC의 제도적 규범과 내부 사업부의 제도적 규범 중 하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실제로 기존 VC 커뮤니티와의 활발한 교류를 중요시하는 CVC보다는 스타트업과 사업부 간의 통합을 강조하는 CVC일수록 투자 활동에 사업부를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특히, 후자의 경우 투자 분야도 사업부와 관련성이 높은 소수의 기술 분야로 좁혀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CVC는 투자라는 방식을 통해 스타트업과 관계를 맺는다는 측면에서는 기존 VC와 동일하지만 사업부의 전략적 가치를 우선해야 하므로 전반적인 투자 과정의 세세한 부분은 기존 VC와 다르다. CVC 도입을 검토하는 대기업이나 CVC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검토하는 스타트업 모두 CVC의 특징과 생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접근해야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대기업 관점에서 CVC는 막연하게 전략적 목적만을 추구할 수 없다. 만약 딜을 소싱하는 데 기존 VC 커뮤니티와의 교류가 중요하다면 이들의 목적인 투자 수익 극대화를 감안해야 하며 이들의 제도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 스스로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전략적 가치 창출을 위해 스타트업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면 내부 통합에 초점을 둔 CVC 구조나 운영이 필요하다. 창업가 입장에서도 CVC 투자를 유치하려는 경우 대기업의 자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가정을 버리고 대기업 내부에 후원자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강신형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david.kang98@gmail.com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 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Entrepreneurship
‘형식 갖춰 관리’ 조언했더니
스타트업 성장에 효과적


Based on Chatterji, A., Delecourt, S. M., Hasan, S., & Koning, R. (2018). When does advice impact startup performance?.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무엇을, 왜 연구했나?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각종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선배 및 동료 창업자와 대화를 나누고,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으로서는 형식 없는 대화를 통해 다른 스타트업이 어떻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고, 즉석에서 묻고 답하며 크고 작은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다른 창업자와 격식 없이 나눈 대화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으로 막연히 추측돼 왔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예상대로 다른 창업자와 격식 없이 조언을 주고받은 후 스타트업의 성과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까?

미 듀크대 차터지(Aaron Chatterji) 교수와 스탠퍼드, 하버드의 연구진은 타 창업자와 조언을 주고받은 행위가 추후 스타트업의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2016년 1월8일부터 10일까지(2박3일간), 인도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행사에 참여한 100여 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무작위 현장 실험(Randomized field experiment)을 실시했다.

평균 3년 안팎의 업력을 지닌 이 스타트업들은 행사 둘째 날과 셋째 날 이틀 동안 무작위로 짝을 이루고, 각자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사례 발표와 토론을 하는 등 서로의 비공식 조언 파트너가 됐다. 연구진은 그로부터 9개월 후, 실험에 응한 스타트업들을 추적해 성과 변화를 측정했고, 2년 후인 2018년 1월에 공개된 2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번 더 성과 추이를 살펴봤다. 연구자들은 실험 전후 시간에 따른 일반적 변화를 배제하고, ‘형식 없는 조언’의 영향만을 추정하기 위해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을 이용해 꼼꼼히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결과는 예측과 맞아떨어졌다. 무작위로 짝지어져서 짧은 기간 조언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이 행위가 향후 1∼2년 후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줬다. 놀라운 것은 어떤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는 동료와 짝을 이뤄 대화를 나눴느냐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나타난 것이다. ‘체계적 조직 관리’라는 경영 원칙을 가지고 있는 동료와 짝을 이뤄 토론을 했던 창업자의 스타트업은 ‘방임주의 관리’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는 동료와 짝을 이루게 된 사람의 회사에 비해 조직이 약 28%가량 성장했고 실패할 확률 또한 10%가량 감소했다.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위의 효과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또한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짝을 이룬 창업자들의 회사가 가까이 위치해 있을 때는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두 배로 커지는 반면에 분석 대상 기업의 창업자가 MBA 출신이거나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등 정규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일 경우는 조언의 영향이 사라졌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동료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형식 없는 조언이 내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합리적 추정을 연구진이 끈기 있는 추적 관찰과 면밀한 분석 기법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비록 조언은 형식이 없더라도 그 조언의 내용이 ‘형식을 갖춰 관리하라’는 메시지였을 때, 스타트업의 성과에 크게 도움이 됐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자칫 스타트업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대표돼 체계적인 인사 및 조직 관리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본 연구에서 살펴봤듯 ‘방임주의 조직 관리’의 철학을 가지고 있던 기업가와 대화했던 경우 2년 후 조직의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에 주목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당사자가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관련 정규 트레이닝을 받았을 경우 아무리 상대방이 도움 되는 조언을 해줬더라도 성과에는 직접 효과가 없었던 점도 눈길을 끈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이곳에서 소개한 연구와 함께 『탈무드』에 적힌 글귀를 되새겼으면 한다. “나는 스승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내가 벗 삼은 친구들에게서 더 많이 배웠다.”

필자소개 배태준 한양대 창업융합학과 조교수 tjbae@hanyang.ac.kr
필자는 한양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미국 루이빌대에서 박사(창업학)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벤처산업연구원 초기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동부제철에서 내수 영업 및 전략 기획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박사 학위 취득 후 미국 뉴욕 호프스트라대 경영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세계 한인무역협회 뉴욕지부에서 차세대 무역스쿨 강사 및 멘토로 활동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창업 의지, 창업 교육, 사회적 기업, 교원 창업 및 창업 실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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