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는 그동안 ‘힘들고 불쌍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쓰고 주휴수당을 받으며 당당하게 일하며 공부하는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로 이미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알바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근로계약서 작성’과 ‘주휴수당 지급’을 광고로 공론화하기 시작하면서다. 이 광고를 만든 석준원 알바천국 마케팅 팀장과 SK플래닛 강상욱 팀장은 이 시대 광고 캠페인 성공의 법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광고 메시지와 동영상의 공유를 원한다면 공감을 일으켜라. 공감을 일으키려면 공간을 확보하라.
2) SNS는 ‘듣는 매체’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걸 떠드는 곳이 아니다. 이것만 깨달아서 실행해도 소비자의 인식이 바뀐다.
3)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며 ‘내 마음대로 고객을 상상하는 일’을 그만둬라. ‘데이터 환각’ ‘접점 착각’에서 깨어나 ‘진짜 고객의 생각’을 파악하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류한별(건국대 기술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알바(아르바이트의 준말)’는 항상 ‘경험’으로 치부돼 왔다. 약속한 시간만큼 노동을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엄연한 ‘시간제 직업(part time job)’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젊은 날의 경험 정도로만 여겨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에서 정해 놓은 최저시급을 받고 근로계약서를 쓰는 복잡한 절차는 생략되기 일쑤였다. 한 저명인사는 “젊은 날 일하다 돈을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있어도 ‘경험’이라고 여겨야지 별 수 없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알바’에 대한 이런 인식으로 피해를 입는 건 흔히 ‘알바생’으로 불리는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계약서도 없이 그저 ‘청춘의 경험’으로 생각하다보니 알바를 하는 사람들 역시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가 어려웠고, 불성실한 근무나 무단결근이 발생할 여지도 커졌다. 본래 신뢰는 ‘계약’을 하고 그 계약을 지키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쌓인다. 그렇게 쌓인 신뢰를 우리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회에 가장 부족한 자본으로 꼽히는 게 바로 그 사회적 자본, 즉 ‘신뢰’이지만 알바와 고용주 간의 사회적 자본은 특히 더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너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지만 때론 ‘귀찮고 불편해서’ 혹은 ‘유난 떠는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알바생이 ‘근로계약서’를 먼저 요구하는 건 더욱 어려웠고, 그렇게 ‘정식 계약’을 하는 느낌이 없으니 오히려 알바생의 책임감도 강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내 양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알바천국은 2015년 12월 ‘알바근로계약서’ 작성 프로젝트 ‘Do Write, Do Right(작성하라. 그게 옳은 일이다, 혹은 권리를 행사하라는 등 중의적 의미)’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의무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해 서로 지킬 것을 지키는 문화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알바의 권리’ 환기시킨 알바몬, ‘상생 생태계’ 구축 나선 알바천국 참고.) 작년(2016년) 5월, 아이돌 출신 배우 수지와 반듯한 이미지의 남자 배우 강하늘을 모델로 ‘새 알바문화를 켜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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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의 권리’ 환기시킨 알바몬, ‘상생 생태계’ 구축 나선 알바천국
‘알바의 권리’를 광고 전면에 최초로 내세운 건 알바천국의 경쟁사인 알바몬이었다. 씩씩하게 일하는 ‘알바여신’의 이미지를 지닌 아이돌 출신 ‘혜리’를 모델로 내세워 ‘최저시급 액수’를 알려주며 ‘알바생의 권리’를 처음 부각시켰다. 반응은 선풍적이었다. ‘알바가 갑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나오고 ‘알바당’ 결성이라는 정치적 움직임을 상징하는 단어도 나왔다. ‘알바 권리 신장’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사회적으로 크게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도 발생했다. 다소 센세이션한 광고를 만들어내다 보니 ‘알바생’을 고용하는 많은 자영업자들 전체를 매도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발생했고 일부에서는 반발도 나왔다.
경쟁사였던 알바천국은 알바몬의 적극적 문제제기 자체는 ‘환기’라는 측면에서 분명 큰 의미가 있다고 봤지만 ‘상생’과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근로계약서 작성’과 ‘주휴 수당’ 등을 중심으로 이슈 제기를 해왔다. 이렇게 두 경쟁사가 ‘공익적 관점’에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면서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며 시장 전체를 키우는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알바천국은 2000년 부산에서 ‘아르바이트 천국’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3년에 법인을 설립했다. 2007년에 미디어윌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2008년에 ‘알바천국’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했다. 잡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알바몬은 2004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2016년 11월), 한국 사회에서 다소 생소했던 권리이자 개념인 아르바이트생의 ‘주휴수당’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주휴수당이란,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주는 것으로, 노동을 제공하지 않아도 하루 치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는 제도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근로계약서 쓰는 일조차 유난스러운 걸로 여겨졌던 한국의 ‘알바시장’에서 법에 보장된 ‘주휴수당’의 개념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가 왜 그런 것까지 챙겨줘야 하느냐’는 고용주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광고가 TV와 영화관,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알바천국에서는 이미 근로계약서를 쓰고 주휴수당을 챙겨주고 있는 ‘착한 사장님’을 찾아 나섰다. 몇몇 고용주는 알바천국 광고를 보고 주휴수당의 존재를 알게 됐고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들과의 인터뷰, 주휴수당을 지급했을 때 얻는 장기적 이익에 대한 얘기를 담아 또다시 유튜브를 통해 확산시켰다. 주휴수당 광고 캠페인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알바와 고용주의 상생’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선 알바천국에 대한 SNS에서의 긍정적 언급률이 40% 이상 높아졌다. 또 광고 캠페인이 시작된 2016년 4/4분기의 알바천국 트래픽이 전년 동기 대비 138% 이상 늘었다.112016년 5월 게시된 ‘새 알바문화를 켜다’ 론칭편은 2017년 2월 현재 약 69만3000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주휴수당’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처음 알린 일종의 ‘예고편’ 광고는 약 150만 건의 조회 수, 주휴수당 주는 착한 사장님을 ‘습격’한다는 콘셉트로 나온 11월 말 광고는 조회 수 160만 건을 넘겼다. 같은 날 올라온 ‘주휴수당 주는 착한 사장님 인터뷰’ 첫 회도 조회 수가 약 20만 건에 육박한다.(‘착한사장님’ 습격과 인터뷰는 QR코드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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