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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사람들은 어떤 질문에 대해 ‘실제로 한 일’보다는 ‘그래야 하는 일’을 말하곤 한다. 또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실제를 마치 진짜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말만 듣고는 그들의 행동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는 이유다. 침대와 주얼리를 구입하는 소비자를 직접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여러 차례 면담을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과 실제 매장에 가서 적용한 기준 사이에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그 차이는 구입하는 아이템에 따라, 성별에 따라, 매장 직원의 설명이나 태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소비자의 ‘민낯’을 알고 싶은 기업들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이다. |
필자주
이 글은 2014년 갤럽 학술논문상 우수상을 수상한 필자들의 논문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인식과 실제 행동은 어떻게 다른가? - 심층면담과 동반쇼핑 참여관찰 결과 비교연구”(마케팅연구 28권 1호, pp181∼210)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소비자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이 실제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컨대 필자들이 실시한 한 연구에서 조사자가 연구 참여자의 일상생활을 관찰한 후 면담한 결과, 참여자인 20대 남자는 관찰된 것에 비해 긴 시간을 공부에, 짧은 시간을 컴퓨터 게임에 사용했다고 답했다. 1시간 정도 텔레비전을 시청했지만 이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휴식시간(컴퓨터, 운동 준비 등)이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비생산적이고 쾌락적인 활동(게임, 검색 등)에 대해서는 실제 소비한 시간보다 적게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반면 생산적인 활동(공부, 운동 등)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오래 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의식적인 왜곡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1934년 La Piere가 실행한 연구1 는 ‘관념’과 ‘행위’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 연구에서는 중국인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편견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사를 했다. 우선 미국 서부에 있는 276명의 호텔, 모텔, 식당 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226명(81.9%)이 중국인은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다음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멋진 옷차림의 젊은 중국인 부부(즉 중국인에 대한 당시 미국인들의 고정관념과 다른 모습)와 함께 같은 숙박 및 요식업체 251개를 방문했다. 그들이 거절당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특히 사람들은 특정 질문에 대해 ‘실제로 그들이 하는 일’보다는 ‘그래야 한다’는 당위 또는 상상된 실제(imagined reality)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화장실에 다녀온 뒤 손을 씻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95%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미생물협회(American Society of Microbiology)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다섯 개 도시의 붐비는 화장실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실제로는 여성의 67%, 남성의 58%만 손을 씻었다.
위와 같은 결과들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업이 아무리 심층적으로 면담을 진행한다고 해도 소비자 행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응답자의 답변에만 의존하는 조사 결과의 타당성에도 의구심을 가져볼 만하다.
어떤 의미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 언제나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현실은 복잡하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으며 이 때문에 수없이 많은 애매모호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연구자들은 동일한 개인과 시기를 달리 하며 나눈 여러 차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의식과 실제 행위의 정합성을 체크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그에 대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한 내용과 대조해보거나 실제 상황 속에서 보여준 행위와 비교하기도 한다. 즉 의식적 차원과 실제 행위적 차원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필자들이 수행한 다음의 연구는 행동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 실제 행동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소비자 면담과 참여관찰(participant observation) 결과를 비교해서 파악했다. 참여관찰을 통한 정성적 조사방법이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침대, 주얼리를 사려고 매장에 방문하는 소비자 37명을 각각 조사자가 두 곳 이상 따라다니며 참여관찰을 하고, 첫 번째 매장과 두 번째 매장을 방문하는 사이와 두 번째 매장을 방문한 후에 각각 면담을 가졌다. 이처럼 조사자가 소비자의 쇼핑에 동행하면서 소비자의 구매의도, 구매과정, 매장 직원과의 상호작용 등을 관찰하고 면담하는 방법은 참여관찰의 한 종류로 동반쇼핑 또는 동행구매라고 한다.
동반쇼핑을 떠나기 전에는 사전면담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는 “내가 침대/ 주얼리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것은 ____이다”라는 문장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빈 칸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들을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단어가 적힌 포스트잇(구매 시 고려사항들)을 중요한 순서대로 늘어 놓아 달라고 요청한 후 분석표에 그 순서의 번호를 적었다. 동반쇼핑 후에는 매장에서 실제로 중요하게 고려한 순위 또는 등급을 사전면담에서의 결과와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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