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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세부묘사 효과:디테일이 사람을 움직인다

신병철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TV 광고나 홈페이지, 전단지에서 제품의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세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좋을까? 포괄적 묘사는 제품의 정보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세부적 묘사는 제품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식품회사에서 새로운 포장김치를 만들었다. 포장지에우리 농산물 100%’라고 쓰면 포괄적 묘사라 하고배추, 고춧가루, 마늘, 생강, 멸치액젓 등 우리 농산물 100%’라고 쓰는 것은 세부적 묘사에 해당한다. 포괄적 묘사를 하면 간단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품의 구체성을 전달할 수 없다. 반면 세부적 묘사를 하게 되면 제품의 구체성을 전달할 수 있지만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소비자의 정보처리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콜로라도대의 리프 반 보벤(Leaf Van Boven)과 하버드대의 니컬러스 에플리(Nicholas Epley)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2003년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업의 메시지가 추상적인지 구체적인지에 따라 정보의 진단성이 달라지고 소비자가 인지하는 확률빈도가 다르게 인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의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포괄묘사(Packing) vs. 세부묘사(Unpacking)

 

반 보벤과 애플리는 피험자들에게 메시지는 동일하지만 표현방법만 다른 두 가지 문장을 제시하고 각 문장에 대해 이들이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살펴봤다. 피험자들에게 제시한 문장 및 세부 조건은 다음과 같다.

 

“북알래스카에 있는 정유공장이 인체에 위험한 오염물질을 허용치의 2배나 초과해 환경을 오염시켰습니다. 당신이 이 문제를 판결한다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의견을 표시해주십시오.”

 

[세부묘사 조건: 정유공장 A] 이 회사는 인체에 위험한 오염물질을 허용치의 2배나 초과해 배출했다. 이 회사의 위반으로 인해 주민들의 천식, 폐암, 인후암 등 각종 호흡질환 발병 가능성이 10% 정도 증가했다.

 

[포괄묘사 조건 : 정유공장 B] 이 회사는 인체에 위험한 오염물질을 허용치의 2배나 초과해 배출했다. 이 회사의 위반으로 인해 주민들의 각종 호흡질환 발병 가능성이 10% 정도 증가했다.

 

반 보벤과 에플리는 이런 조건하에서 주민이 겪을 고통의 강도, 위반정도, 보상금액, 공장폐쇄기간 등에 대해 피험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1>에서처럼 세부묘사가 이뤄진 정유공장 A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훨씬 극단적이고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측정하려고 했던 항목, 즉 주민이 겪을 고통의 강도, 회사의 위반정도, 보상금액, 공장 폐쇄기간 등 네 가지 모두에서 A에 대한 평가가 더 나빴다.

 

A B의 메시지는 같다. 단지 차이라면 표현 방법상 포괄묘사를 했느냐, 세부묘사를 했느냐뿐이었다. 이게 바로세부묘사 효과(Unpacking effect)’. 위 실험의 경우 피험자들은 상세한 묘사를 접하게 될 때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돼 주어진 문제에 대해 진단성(degree of diagnosis)을 높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그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 정유공장 A와 정유공장 B는 똑같은 위반행위를 했지만 포괄묘사를 하게 되면 진단성이 떨어져 발생가능성이 낮게 지각된다. 반면 각종 병명을 일일이 열거하는 세부묘사를 하게 되면 진단성이 증가해 발생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제품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에는 가능하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묘사 방법을 택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똑같은 사실이 어떻게 표현돼 있느냐에 따라 발생할 가능성을 다르게 인지하고 그에 따라 평가 판단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를 들어보자. 보험회사에서 5가지 암을 보장하는 새로운 보험을 만들었다. 어떤 메시지로 표현하는 게 더 좋을까? 포괄묘사 방법(A)을 따른다면여러 가지 암을 보장해 주는 5대암 다보장 보험’, 세부묘사 방법(B)을 택한다면간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을 보장해주는 5대암 다보장 보험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메시지가 소비자로 하여금 더 높은 진단성을 느끼게 하고, 자신과의 관련성을 높게 지각하며, 발생가능성을 더 높이 판단해 궁극적으로 선택을 높일 수 있을까? 위에서 살펴본 세부묘사 효과를 적용한다면 당연히 메시지 B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더 높게 나올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제품과 관련한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것이 TV 광고든, 전단지든 상관이 없다. 어떤 메시지로 전달해야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되고 구매의향을 높이게 될까? 가능하면 세부적인 메시지로 표현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러나 조건은 있다. 바로 주제 집중성(Theme Concentration)이다. 하나의 주제에 집중한 상태에서 세부적 메시지로 전달돼야 한다. 주제에 일관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메시지가 주의 산만하게 전달되는 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소비자의 편익을 목표한 상태에서 세부적 묘사가 이뤄진다면 소비자의 진단성을 높이고 발생가능성을 높이게 될 수 있다.

  

세부묘사가 효과 없는 경우는 언제일까?

 

반 보벤과 에플리는 추가 실험에서 소비자 자신과의 관련성 정도에 따라 세부묘사 효과가 달라지는 걸 보여줬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흥미롭게도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 세부묘사 효과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신과 관련된 경우에는 관여도가 높아져 세부묘사나 포괄묘사 간 차이가 생기지만 자신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세부묘사와 포괄묘사 간 반응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들의 추가 실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반 보벤과 에플리는 심리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피험자들에게 가상의 특정 대학(사회과학 대학 X, 자연과학 대학 Z 대학)을 설명한다. 이때 한 그룹에게는 포괄묘사를 보여주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세부묘사를 보여준다. 그후 이들 대학의 학문의 질(Academic Quality)과 기대 만족도(Anticipation Satisfaction)에 대해 평가해 보도록 했다. 물론 이들은 다시 그 학교에 다니는 조건과 그렇지 않은 조건으로 구분돼 각 문장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게 했다. 각각의 세부묘사 조건과 포괄묘사 조건은 다음과 같다.

 

[사회과학대학 X]

 

세부묘사 조건: 이번 대학평가에서 심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 기타 사회과학 분야 모두가 10위권에 포함됐습니다.

 

포괄묘사 조건: 이번 대학평가에서 사회과학 분야 모두 10위권에 포함됐습니다.

 

[자연과학대학 X]

 

세부묘사 조건: 이번 대학평가에서 화학, 지질학, 물리학 등 기타 자연과학 분야 모두가 10위권에 포함됐습니다.

 

포괄묘사 조건: 이번 대학평가에서 자연과학 분야 모두가 10위권에 포함됐습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게 나타났다. 먼저 학문의 질 측면을 살펴보자. 첫 번째 나타난 결과는 사회과학대학과 자연과학대학 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부묘사(평균 7.35)와 포괄묘사(평균 6.23)에서는 세부묘사의 평가가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세부묘사가 포괄묘사보다 월등히 높은 평가를 보인다는 게 다시 증명되고 있다.

 

기대 만족도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사회과학대학에서는 학문의 질평가와 유사한 결과(포괄묘사 평균 6.62 vs. 세부묘사 평균 8.08)가 나타났다. 즉 포괄묘사보다 세부묘사에서 더 높은 평가가 나타났다. 그러나 자연과학대학에서 포괄묘사와 세부묘사 간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묘사 평균 6.23 vs. 세부묘사 평균 6.67).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그것은 피험자들이 심리학과 학생들이므로 사회과학 전공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 결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학문의 질 평가

1) 포괄묘사보다 세부묘사가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2) 이런 효과는 사회과학대학이나, 자연과학대학이나 모두 동일하다.

 

기대 만족도 평가

1) 사회과학대학은 포괄묘사보다 세부묘사가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피험자들이 심리학과 학생들이어서 사회과학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2) 자연과학대학 평가에서는 세부묘사 효과가 없다. 피험자들이 심리학과 학생들이므로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종합하면 일반적인 평가에서는 세부묘사가 월등히 높은 효과를 보이지만 만족도와 같이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에는 경험이 높은 집단에서 세부묘사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조금 복잡한가? 그렇더라도 하나는 명확하다. 세부묘사가 포괄묘사보다는 월등히 더 높은 진단성과 발생가능성을 높여준다. 어떤 경우에도 세부묘사를 사용하는 게 우수한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마케팅적 교훈

 

사람이 표현하는 방법은 크게 포괄묘사와 세부묘사 2가지로 구분된다. 포괄묘사는 추상적이라서 진단성을 떨어뜨리고 발생가능성을 낮게 전달한다. 반면 세부묘사는 구체적이라서 진단성을 높이고 발생가능성을 높게 전달한다. 기업은 어떤 방법을 쓰는 게 좋을까? 제품의 장점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법을 쓰는 게 좋다. 그럼 글 서두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해 보자. 새로 만든 포장 김치엔우리 농산물 100%. 안심하고 드세요!”와배추, 고춧가루, 마늘, 생강, 멸치액젓 등 우리 농산물 100%. 안심하고 드세요!” 중 어떤 표현을 쓰는 게 좋을까? 답은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분석 연구

 

Van Boven, L. , Epley, N. (2003). “The unpacking effect in evaluative judgments: When the whole is less than the sum of its part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9, 263-269.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 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 스핑클> 등이 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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