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무인 자동차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기술을 통해 풀자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회사를 설립한 목적입니다. 그리고 인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여름, 당시까지만 해도 루머로만 떠돌던 비밀프로젝트 ‘무인자동차 개발’을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가 구글 블로그를 통해 그 실체를 인정했다. 이날 발표에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물론 일반인들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1990년대 인터넷 혁명 이후 ‘구글 검색’으로 새로운 IT 패러다임과 세계 기술계의 방향을 제시하던 구글이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960년대부터 미국과 일본 등의 자동차 전문기업들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무인자동차 개발에 구글이 재도전한다는 사실은 작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인터넷과 광고 서비스가 주력인 구글이 왜 전형적인 하드웨어 기술인 자동차 개발을 시도하는지에 대해 의문과 회의가 팽배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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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이후 20만㎞에 달하는 무인자동차 실험 운행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미국 교통국에서는 도로교통법에 무인자동차 법령을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구글이 일반적으로 IT 산업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자동차 기술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그리고 구글의 무인자동차 개발에서 일반 기업들의 빅데이터를 통한 비즈니스 혁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빅데이터란 IT와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는 기술적 의미에서 탄생했다. 10여 년 전 야후나 구글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대용량 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IT 기업에서 기존 데이터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 처리, 분석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생긴 기술적 용어다. 비록 태생은 기술이지만 2011년 이후 이 단어는 기술뿐만 아닌 사회, 문화, 정치 등 삶 전체의 이슈이자 혁신적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기술 중심적 단어가 혁신적 패러다임 이슈로 증폭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글 무인자동차에서 찾아보자.
1970년대 이후 일반 운전자에게 필요한 자동차의 기계공학적 이슈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당시 업계를 주도하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새로운 이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람 없이 움직이는 무인자동차였다. 자동차 사고 대부분이 운전자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무인자동차 개발의 당위성을 제공했다. 하지만 무인자동차 개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자동차의 가속과 정지, 방향을 제어하는 기계적 이슈부터 주위를 인식하고 상황에 대처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운전이라는 행위를 기계적으로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몇 대의 시험용 무인자동차가 1980년대 소개됐지만 이는 자동차라기보다는 바퀴 달린 실험 장비에 불과했다. 개발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하나둘씩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그런데 2010년까지만 해도 실패했던 도전이 구글에 의해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구글이 무인자동차 개발에서 점진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1980년대에는 불가능했지만 2010년에는 가능하게 만든 기술은 무엇일까? 바로 빅데이터 분석이다.
무인자동차를 움직이려면 주변을 인식하고 주변을 주행하는 다른 자동차를 시각적으로 파악해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최적의 속도와 방향을 찾고 운전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컴퓨터가 알고리즘을 통해 실행한다.
일반적으로 빅데이터의 핵심 기술은 3V와 애널리틱스로 표현된다. Variability 또는 Variety로 표현되는 비정형 데이터 분석,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엄청난 자료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실시간 분석 능력(Velocity),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 분석(Volume)이다. 여기에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애널리틱스(Analytics)가 포함된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무인자동차를 실현했다. 구글 자동차에는 다수의 비디오 카메라가 장착돼 운전자의 시각을 대신한다. 비디오로 유입되는 영상 정보는 숫자로 정형화된 데이터가 아닌 전형적인 비정형 데이터다. 자동차 운전자는 운전 중에 주위 자동차들에만 시선을 두지 않는다. 주변 지형과 도로, 목적지까지의 교통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운전한다. 구글은 이미 구글 스트리트뷰라는 기술로 미국 대부분 도로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저장된 도로 정보를 운전 주행에 연계해 무인자동차 제어에 활용한다. 여기에 바로 빅데이터의 특성인 방대한 데이터 분석기술이 활용된다.
또한 자동차 운전의 특성상 순간순간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빅데이터 분석의 또 다른 핵심 기술인 실시간 분석이 응용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것이 바로 애널리틱스다. 이처럼 과거 1980년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했던 무인자동차를 빅데이터 기술로 가능하게 한 것, 이것이 바로 구글의 무인자동차 개발이 갖는 의미이자 빅데이터 자체의 의미다. 데이터 분석능력이 핵심 경쟁력인 구글이 무인자동차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무인자동차 사례는 과거 불가능했던 일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하게 한 예다. 무인자동차 개발이라는 목표를 두고 많은 기계공학자 및 전자공학자들이 고민하던 이슈를 데이터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구글은 자신들만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