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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기대 관리

고객의 인식 흔들어 선두 잡아라, 펩시처럼

안희경 | 102호 (2012년 4월 Issue 1)




심리학자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생리적 욕구, 즉 배고픔이나 목마름의 욕구를 충족하고 나면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감을 느끼고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 존경받고 싶은 욕구, 더 나아가 자아실현을 충족하고 싶어 하는 욕구 등 점차 상위의 욕구를 갈망하게 된다는 이른바 ‘욕구의 5단계설’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같은 인간의 다양한 욕구는 소비경험을 통해 충족될 수 있다. 물리적 소비(physical con sumption) 그 자체, 예컨대 음식이나 물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하는 소비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채워줄 것이고 그 이외 개념이나 생각, 정보를 소비하는 일은 그보다 상위 욕구들을 채워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소비는 이처럼 간단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될 수 없다. Ariely와 Norton(2009)은 현대 사회 개인의 소비를 개념적 소비(Conceptual Consumption)라고 명명하면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과 관련된, 겉으로는 매우 단순해 보이는 소비행위조차도 그 물리적 실체(예: 물을 마셔서 갈증을 해소하는 행위)를 넘어서 심리적 개념들(예: 생수 브랜드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대형 슈퍼마켓에 진열된 생수 브랜드들을 떠올려 보라.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널려 있는가. 그 많은 브랜드 가운데 어떤 것을 마실까를 선택하는 문제는 더 이상 목마름이라는 생존본능을 해소하기 위한 일차원적 행위가 아니다. 에비앙(Evian)이 정말 더 맛있고 깨끗한 물일까? 아니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이미 형성된 기대가 에비앙을 더 맛있고 깨끗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것일까?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지는 그 소비자의 자아개념이나 가치관 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될 수도 있고 사전에 해당 브랜드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지가 선택 후 소비자의 경험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차별적인 기대수준은 시장에서 그 브랜드의 성과를 좌우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우선 소비자의 사전 기대가 그들의 지각과 선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소비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이른바 ‘기대를 소비하는 현상(consuming expectancies)’에 대해 학계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연구들을 소개할 것이다. 이어 소비자들이 물리적 실체 그 자체보다 그들의 ‘기대’를 소비하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소비자경험을 통해 소비자의 기대가 변경, 수정되는 과정을 소비자 학습의 과정으로 설명하고 기업 입장에서의 소비자 기대관리란 이러한 소비자 학습 과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시장 지위에 따른 전략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기대를 소비한다
 
제품이 가진 물리적 실체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이 가진 사전 기대가 그들의 소비 행위나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에 관한 연구는 소비자 행동, 소비자 심리 분야의 중요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소비자의 사전 기대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만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예: Oliver, 1980)은 소비자가 사전에 제품에 대해 갖는 기대가 이후 성과와 일치하거나 긍정적 불일치가 있을 때 만족하고 부정적 불일치, 즉 경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불만족이 발생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경험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명하게 평가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칫솔이나 휴지처럼 제품의 기능이 분명해 비교적 평가가 쉬운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소비 경험은 확실하게 나쁘거나 좋다고 판단할 수 있기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고 나쁨을 분명히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감각과 관련된 소비 경험들(sensory experience)의 대부분이 그렇다. 옷을 구입하거나 헤어 스타일링을 받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고 그 품질을 명확히 측정할 수 있을 때는 마케팅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제품을 평가하고 이후 추가 구입을 결정하는 일이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에 대해 좋고 나쁨을 선별하기 쉽지 않은 경우 소비자의 사전 기대와 소비 경험 간 상호작용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럴 때 마케터들이 자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기대를 형성하고 관리하며 나아가 수정·변경할 수 있는 전략적 틈새를 노려볼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갖는 사전 기대는 브랜드 네임(명성)이나 가격 등으로 생길 수 있다.
 
Allison과 Uhl(1964)의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각기 다른 브랜드의 맥주를 마셨을 때 맛의 차이가 크다고 판단하고 원래 선호하던 브랜드를 높게 평가한 반면 브랜드를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같은 맥주를 마셨을 때는 맛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고 비슷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소비자가 가진 기대(이 실험에서는 브랜드 네임이 그 역할을 했다)가 그들의 지각(perception)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선호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Allison과 Uhl의 실험 후 40년이 넘게 지났지만 비교적 최근 연구에서도 기본적인 시사점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Lee, Frederick & Ariely, 2006). Lee와 동료들은 MIT 근처의 실제 맥주 펍에서 간단한 맥주 시음 실험을 행했다. 펍의 단골 손님들에게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맥주와 MIT 맥주(MIT brew)라 명명된 맥주를 함께 시음하게 했다. MIT 맥주는 상용되는 일반 맥주에 발사믹식초를 약간 첨가해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둘 중 어떤 맥주를 한 잔 가득 마시고 싶은지를 피험자들에게 선택하게 했다. 이때 MIT 맥주에 들어간 재료를 언급한 시기는 실험 집단별로 차이가 있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피험자들은 MIT 맥주에 식초가 들어갔다는 것을 실험이 끝날 때까지 듣지 못했다. 또 다른 3분의 1에 해당하는 피험자들은 맥주 시음 전부터 MIT 맥주에는 식초가 약간 가미됐다는 정보를 들었다. 나머지 피험자들은 소량을 시음할 때까지는 가미된 재료에 대한 정보를 모르다가 시음 후 두 맥주 중 하나를 선택하기 직전에 마셨던 MIT 맥주에 식초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들었다.
 
실험 결과 발사믹식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시점은 MIT 맥주의 일반 맥주 대비 상대적인 선호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식초가 들어갔다는 정보(피험자들이 들었을 때 맥주 맛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느껴지는 정보)가 MIT 맥주에 대한 선호를 떨어뜨리는 경우는 오직 시음하기 전에 알린 그룹에서만 나타났다. 즉 마시기 전에 식초가 들어갔다는 것을 안 피험자들만 MIT 맥주를 일반 맥주에 비해 낮게 평가했을 뿐 아예 정보를 듣지 못한 그룹은 물론 이미 마시고 난 후 해당 정보를 들은 집단은 MIT 맥주가 여전히 맛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제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소비자 기대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어느 시점에 영향을 가장 크게 주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기업이 소비자의 사전 기대와 관련해 마케팅을 할 때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인적인 품질 평가가 애매한 품목에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미 경험하고 난 후보다는 본격적으로 경험하기 전에 소비자 기대를 관리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기대는 소비경험을 변화시킨다
 
기대가 소비경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뇌 과학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Plassmann과 그의 동료들은 피험자들에게 똑같은 와인을 마시게 하면서 다른 와인을 시음하는 것처럼 믿게 한 후 시음할 때마다 피험자들이 마시는 와인의 가격을 고(expensive)에서 저(cheap)로 조정했다. 실제로는 같은 와인이었지만 시음한 와인이 고가로 책정된 경우 보상과 관련된 피험자들의 뇌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는 물리적인 소비(와인을 마시는 일)를 동일하게 만들었을 때 기대를 소비하는 개념적 소비(예컨대 가격에 의해 조정된 소비자의 사전 기대에 대응하는 일)가 소비자들의 경험 효용(experienced utility)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대는 단지 소비자들의 지각이나 내적 경험에 영향을 주는 것 이상으로 외적 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부모가 자녀들의 음주 습관에 대해 갖는 왜곡된 믿음이나 기대가 결국 자녀들의 음주량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 그러한 경우다. 이를 자기완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ies)이라고 한다. 이 개념을 마케팅이나 소비자 행동 분야에서 가장 강하게 보여주는 예는 이미 의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진 위약효과(placebo effect)일 것이다.
 
Shiv와 그의 동료들의 연구(2005)는 소비자들이 정상가로 책정된 에너지 음료를 마신 경우와 가격이 인하된 에너지 음료를 마신 경우, 그 이후 실시한 인지적 과제들(예: 퍼즐 풀기)에서의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를 보였다. 정상가 음료를 마셨을 경우 퍼즐 풀기의 성과가 인하된 가격의 음료를 마셨을 때보다 더 나았다. 이러한 결과는 실제 현장 실험에서도 나타났는데 감기에 걸린 소비자들은 감기약을 정상가로 샀을 경우에 인하된 가격에 샀을 때보다 자신이 먹은 감기약의 효능이 더 좋다고 답했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갖는 기대는 마케터가 만들어내는 광고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광고와 제품 경험의 상호 작용에 관한 Hoch와 Ha(1986)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광고를 볼 때 광고에서 주장하는 메시지를 보고 제품 품질에 가설을 갖게 된다. 그리고 광고에서 봤던 제품을 실제 경험할 때 자신들의 사전 기대를 가설로 검증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때 품질에 대한 해석이 애매모호한 제품의 경우(예: 폴로 티셔츠)는 광고가 제품 품질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품질에 대한 해석이 명확한 제품(예: 페이퍼 타올)은 광고가 품질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전적으로 경험에 의존해서 평가한다. 이 역시 물리적인 소비가 일정한 상태에서 기대(광고를 통해 생긴 가설)가 소비자의 제품 경험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려준다.
 
앞에서 설명한 소비자 기대와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소비에 대해 사전에 가진 개념, 즉 기대나 생각들이 물리적인 제품 소비 경험을 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맥주나 와인을 시음하는 것, 감기약을 먹는 것 등과 같은 매우 단순한 경험에서조차 ‘기대’라는 심리적 요소가 물리적인 소비 경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나타낸다. 따라서 이 같은 개념을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적용해서 소비자의 기대를 적절히 관리할 수만 있다면 물리적 실체로는 비슷한 효용을 주는 제품들이 넘쳐나는 중에도 자사 제품을 시장에서 더욱 매력적인 제품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마케팅 현장에서 소비자의 기대관리를 잘하는 기업으로는 애플을 꼽을 수 있다. CEO였던 steve Jobs는 매번 신제품이 나오기 적전 시연회를 겸한 제품 설명회를 통해 소비자 기대를 형성했다. 화려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설명회는 시장에 화제를 일으켰고 입소문을 양산했으며 실제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사전 예약이 끝나버리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그리고 제품이 출시된 이후 소비자들의 제품 경험도 사전에 만들어진 높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방향으로 형성됐다.
 
이는 소비자들이 그들의 제품 경험을 자신들의 기대에 맞춰 해석하려는 현상, 일종의 확인의 편향(confirmation bias)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 상황에서는 대부분 이미 구입한 한 개의 브랜드만 놓고 경험 및 평가(seperate evaluation)를 하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은 제품들과의 비교 평가(joint evaluation)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Hsee, 1986 참조). 이 같은 구조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근거한 하향식 정보처리(top-down processing)를 더욱 부추기고, 사전에 갖는 기대에 따라 사후 경험이 해석될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 된다. 물론 이때 너도나도 명백하게 제품 품질을 나쁘게 경험한다면 사전에 아무리 높은 기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실망이 생기면서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애플을 포함해 대부분 구매 및 소비 상황에서 명백하게 품질이 나쁘다고 할 만한 상황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실망감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불량품을 산 경우는 제외하자). 다음에서는 소비자의 기대관리 및 수정을 통한 소비자 학습을 기업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전략을 짤 수 있을지를 논의하기로 한다.
 
효과적인 소비자 기대관리는 제품 경험 및 학습을 달라지게 한다
 
소비자의 사전 기대가 제품 경험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학습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학습은 소비자들이 의사결정, 소비행동과 관련해 제품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는 소비 경험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Hoch와 Deighton(1989)은 소비자들의 학습 과정을 제품 경험 전 갖는 사전 기대나 믿음이 네 가지 단계(가설 생성 → 증거에의 노출 → 증거 입력 → 증거와 사전 기대의 통합)를 거쳐 조정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각 단계 사이에 소비자의 제품군에 대한 친숙도, 학습에 대한 동기, 정보가 주어진 환경의 애매모호성이 영향을 미친다고 제시했다. 달리 말해 기업이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학습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면 제품군에 대한 친숙도와 학습 동기, 정보 환경 등에 주목해야 한다 는 의미다. 필자는 이 글에서 기업 입장에서의 소비자 기대관리란 소비자가 제품 경험을 통해 그들의 기대를 형성, 수정해나가는 학습 과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본다.
 

소비자의 제품군에 대한 친숙도는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와 관련돼 있다. 마케터 입장에서 소비자 기대를 적절히 관리하고 기업에 유리한 학습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짚어봐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친숙하지 않다면 제품이나 서비스에 사전 기대를 갖기가 쉽지 않다. 이때 마케터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제품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지를 알려주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소비자의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 수준은 소비자가 학습할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와 연결된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구매 욕구, 이로 인한 정보 탐색 및 입력 활동을 들 수 있다. 학습에 대한 동기가 높을수록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경험하기 전에 더 많은 가설을 만들어내고 활발한 검증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동기 부여 수준은 높을수록 유리하다.
 
제품과 관련된 경험이 소비자 기대 조정 및 학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특히 소비자를 둘러싼 정보 환경에 달려 있다. 제품에 대한 경험이 명확하고 다양한 해석이 불가능하다면 소비자 학습이 매우 빨리 일어나고 마케터들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줄어든다. 기업의 마케팅으로 소비자 학습이 변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여러 가지 정보나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제품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환경은 기업 마케팅에 위협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자사의 신제품 출시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쟁사 제품만 구매한다면 위협이 될 것이고 자사 브랜드를 선택하고 선택한 브랜드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경험을 해석하는 경우에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위에 제시된 세 가지 항목 외에 마케터들이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생각해야 할 네 번째 질문은 브랜드의 시장 지위에 따라 제품군에 대한 학습을 촉진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 문제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지위는 자사 브랜드가 동종 제품군에서 지배하는 우위 브랜드(topdog)인가, 아니면 지배당하는 열위 브랜드(underdog)인가를 의미한다. 시장지위는 주로 시장에서의 점유율로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점유율이 높으면 우위 브랜드, 낮으면 열위 브랜드에 해당한다. 마케터 입장에서 소비자 학습을 어느 정도로 촉진할지는 자사 브랜드의 시장지위에 따라 달리 결정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제품군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친숙성은 일반적으로 우위 브랜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반면 열위 브랜드들은 이미 정해진 시장 지위를 누리는 우위 브랜드에 의해 결정된 소비 규칙들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우위 브랜드들은 소비자 학습을 막아야 유리하고 열위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이전에 가진 기대를 수정 변경할 수 있도록, 즉 소비자의 학습을 촉진하는 것이 경쟁에 유리하다. 또한 우위 브랜드는 대체로 열위 브랜드보다 시장에서의 통제력이 강하기 때문에 우위 및 열위 브랜드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를 동시에 한다고 해도 열위 브랜드가 우위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열위 브랜드는 소비자 학습이 자사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우위 브랜드와 정면으로 대응하는 광고보다는 다른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샘플 증정과 같은 시용 촉진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열위 브랜드가 자사의 제품력에 자신 있을 경우 일단 소비자의 시용을 유도하기만 한다면 소비자들이 사전에 가졌던 우위 브랜드에 대한 호의적인 기대나 믿음을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될 경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표1>과 <표2>는 소비자 기대를 자사 브랜드에 유리하게 수정해나가는 소비자 학습을 유도하는 데 사용하는 우위 브랜드와 열위 브랜드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열위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갖는 기대가 낮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높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동기부여가 높은 소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이미 갖고 있는 기대를 업데이트하기 위한 동기가 크기 때문이다. 제품 간 차이가 애매할 경우 제대로 학습이 일어나기만 한다면 열위 브랜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위 브랜드도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높은 소비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기부여가 높은 소비자들은 우위 브랜드에 대해 갖는 사전 기대가 컸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경험을 통해 기대를 수정 및 변경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위 브랜드의 마케터들은 소비자 학습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계속적으로 우위 브랜드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는 어젠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낮은, 즉 그들의 사전 기대를 새로운 제품 경험을 통해 수정 및 변경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은 어차피 관성적으로 우위 브랜드에 대한 기대에 근거해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위 브랜드 입장에서는 제품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동기부여가 높은 소비자를 관리하는 편이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실제로 우위 브랜드의 광고를 살펴보면 제품이 지닌 구체적인 속성들을 열위 브랜드의 속성과 비교하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브랜드 간 비교를 하지 않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자사 브랜드가 만든 소비 규칙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때 우위 브랜드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촉진 전략의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명성을 강화(reinforcement)하는 광고다. 이를테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제품군에 대한 새로운 학습(예: 다른 브랜드와의 비교)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면서 그들의 현재 선택이 바람직한 의사결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의 광고다. 이는 구매 후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후회와 인지부조화(post purchase dissonance)를 최소화해서 우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콜라 전쟁은 브랜드 시장지위가 비교적 분명했던 1970년대 미국 청량음료 시장에서 열위 브랜드였던 펩시가 어떻게 우위 브랜드였던 코카콜라를 위협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펩시가 시장에 침투했을 때 코카콜라는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1976년에서 1978년의 2년 동안 코카콜라 청량음료의 성장률은 연간 13%에서 2%까지 하락했다. 코카콜라가 주춤할 동안 열위 브랜드이자 후발주자였던 펩시는 ‘펩시제너레이션’이라는 광고 문구를 통해 청량음료 시장의 가장 큰 소비자군인 젊은 층과 펩시의 새롭고 젊은 이미지를 확실히 연결했다(하틀리와 장, 2011). 이렇게 시작된 펩시의 광고 캠페인은 콜라를 마실 때 관성적으로 코카콜라만 구매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켰다. 다시 말해 펩시제너레이션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코카콜라 외의 다른 브랜드를 경험해보려는 동기를 불어넣었다. 이는 동기부여가 낮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했다. 이렇게 열린 가능성을 토대로 펩시가 코카콜라를 추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광고가 바로 ‘펩시 챌린지’다. 이 문구를 담은 광고 속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가리고 콜라를 시음하는, 이른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도한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소비자들은 확실히 펩시를 선호했다. 브랜드를 떼어내자 브랜드에 의존해 형성됐던 코카콜라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맛에 근거해 펩시에 대한 기대가 확대된 것이다. 이는 열위 브랜드가 그들의 제품력(맛)에 자신이 있을 때 우위 브랜드에 대한 관성적 기대로 선택하는 일을 막고 대신 경험에 근거한 선택을 유도해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 <그림2>는 이 시기 코카콜라와 펩시의 충성고객 점유율 변화를 나타낸다. 1972년에는 청량음료 소비자 가운데 18%가 코카콜라만 마신다고 답하고 4%가 펩시를 마신다고 답했지만 불과 10년 새 코카콜라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12%로 줄고 펩시만 마신다는 충성고객이 11%로 대폭 늘었다.
 
1972년부터 1982년까지 10년 동안 코카콜라의 실적을 악화시킨 요인에는 펩시의 공격적인 시용촉진 광고도 있었지만 코카콜라 광고가 우위 브랜드로서의 시장 지위(자동판매기 숫자, 업소용 음료판매시설 숫자, 진열대의 공간 확보율, 가격 경쟁력)를 유지시키고 그 명성을 강화시켜가지 못한 데도 기인한다. 물론 이 시기에도 코카콜라는 펩시보다 1억 달러 이상을 광고에 더 쓰고 있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우위 브랜드의 장점을 살리거나 브랜드 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광고를 행하기보다 오히려 펩시에 대항해 그들만의 시음회를 시행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위 브랜드라면 소비자들의 비교 가능성을 오히려 막아야 한다는 점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시음회 결과, 코카콜라가 주관한 시음회였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펩시의 맛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라전쟁이라고 불리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격돌은 이후에도 수십 년에 걸쳐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으며 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제까지 결론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크게 격차를 두고 열위였던 펩시를 코카콜라와 대등한, 때로는 앞서는 경쟁자로 거듭나게 했다. 반면 코카콜라는 우위 브랜드 입장에서 콜라 시장의 원형(prototype)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통해 사전 기대를 수정해가는 학습을 막는 데 실패했다. 결국 맛이라는 측면에서 펩시와 계속 비교 평가되면서 소비자들이 코카콜라에 가졌던 기대를 펩시에 유리하게 바꾸는 것을 허용했고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지키는 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요약하면 코카콜라와 펩시의 격돌은 소비자 기대를 적극 수정해가면서 소비 학습을 자사에 유리하게 유도했던 펩시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지금까지 소비자 기대가 그들의 제품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특히 기대가 애매모호한 제품 경험이나 정보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봤다. 또한 브랜드의 시장지위에 따라 소비자가 기대를 수정해가는 학습 과정이 다르고, 그에 따라 기업의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Hoch와 Deighton이 제시한 방안을 중심으로 고찰했다. 현대 사회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제품의 물리적 실체만 소비하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그러한 소비는 먼 원시시대에 배고프면 음식을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던 시절, 생존을 위한 기본 욕구를 충족하던 시대의 소비라고 봐야할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마케팅에 따라 없던 욕구도 생겨나는 치열한 상황에서 오늘날 소비자들은 그들의 기대를 소비한다. 또한 그들이 가졌던 기대와 경험의 상호작용을 통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기대를 업데이트하며 변경해나간다. 기업이 소비자 기대를 어떻게 관리하고 자사에 유리하게 유도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일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기대와 제품성과의 일치-불일치와 같은 비교적 단순한 모형으로 고객 만족을 측정하는 것을 뛰어넘어 좀 더 질적인 면에서 소비자 기대관리를 포함한 고객 만족 전략을 짜야하는 시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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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마케팅 조교수
 
필자는 서강대학교 문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거쳐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경영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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