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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통합

시너지 창출의 안전판 IT통합 로드맵 구축하라

이정미 | 87호 (2011년 8월 Issue 2)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과 IT 시스템의 역할
M&A, 특히 국경을 넘어선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cross-border M&A) 중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고 시너지를 내고 있는 곳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수합병 후 기대만큼 성공적인 합병의 성과를 내는 곳은 40%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수많은 M&A가 이렇게 예상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수 과정에서 지나친 낙관론, 부실한 실사(due diligence) 협상, 잘못된 인수 거래 등이 패인이 됐을 수도 있고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상대 기업에 대한 이해 부족, 양 사 기업 문화 간 충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등이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M&A가 실패하는 데는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중 양 사 IT 시스템 통합의 실패로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 회사가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면 경영 관리는 물론 기업 운영의 복잡성을 가중시킨다. 자칫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고객 창출은 고사하고 기존 고객까지 잃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IT 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진행한다. 이렇게 IT 시스템이 기업 운영의 핵심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기업들은 인수합병 거래를 도모하는 과정에 IT 시스템 담당자를 합류시키지 않는다. 기밀 유지를 이유로 오로지 비즈니스 기획 부서만이 은밀히 인수합병을 주도하다가 양 사 IT 시스템 통합의 용이성이나 통합에 들어갈 비용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아 실제 합병 과정에서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다. 설령 M&A 계약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IT 시스템 담당자가 M&A 딜(deal)에 관여하지 못한 탓에 정작 시스템 통합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때가 부지기수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이탈하고 운영비용이 급증하며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성이 증대하는 등 인수기업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주곤 한다. 과연 IT 시스템 통합을 위해 기업은 인수 이전 무엇을 검토하고 무엇을 준비하며 합병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할까.
 
기업 간 IT 시스템 통합 방식
회사가 서로 합병을 결정하고 계획했던 대로 비즈니스를 통합하는 데 있어 이를 지원하는 IT 시스템 통합 방식은 크게 흡수통합, 포트폴리오 통합, 신규 시스템 구축, 기존 시스템 유지 및 양 사 시스템 연계 등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흡수 통합
인수사와 피인수사 시스템 중 하나를 합병 이후 사용할 시스템으로 정하고 다른 한 개 회사도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데이터를 타깃 시스템에 이관시키는 방법이다. 흡수 통합 하면 흔히 인수기업 시스템으로의 흡수 통합을 떠올린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 간 M&A가 대표적 예로 이들은 인수기업이 자사의 시스템을 피인수사에 확산 적용해 통합하는 방식으로 IT 통합을 진행했다. 하지만 언제나 인수사가 흡수 통합의 주체가 되지는 않는다. 피인수기업의 시스템으로 흡수 통합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기업들도 있다. 이는 특히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해 국내 사업을 전개하고자 할 때 많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이베이의 옥션 인수,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합병, 스탠다드차타드의 제일은행 인수합병 등이 대표적이다. 거부감 없이 피인수사 임직원과 고객을 그대로 포용할 수 있다는 점, 기존 사업 기반이 전무하던 국가에 낮은 리스크로 진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이다.
 
흡수 통합 방식은 인수합병의 주체인 양 사의 비즈니스 규모나 취급 제품·상품·서비스 규모, 지원 인프라 수준 등이 서로 대등하지 않을 때, 혹은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 대비 일방적인 우세에 있거나 그 반대일 때, 또는 인수기업이 M&A를 통해 신규 진입을 목표로 하는 타깃 시장에 대한 역량(예: 고객 기반, 비즈니스 인프라 등)이 전무한 상태일 때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기업 인수 고려 당시 선진화된 비즈니스 IT 인프라 역량을 높이 평가해 인수합병 시점부터 흡수 통합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피인수기업의 경우 경쟁력 있는 IT 시스템 서비스 역량을 통해 합병 이후 안정적인 시스템과 운영 조직의 생존을 꾀하는 사례도 있다.
 
흡수 통합 방식은 합병 작업 이후 시스템 운영 관리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흡수 통합에 대한 철저한 대직원 홍보 및 설득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인 통합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폐기 예정인 기존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던 고객이 새로운 시스템 서비스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기존에 받던 서비스에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배려와 변화관리가 필요하다.
 
2) 포트폴리오 통합
두 회사의 시스템별 장점을 살려가며 통합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단순히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하나만 가지고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드물다. 많은 기업의 IT 시스템 인프라는 창업 이후 계속해서 각 부문별 지원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하고 보완·운영하며 각기 다양한 성숙도와 서비스 역량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느 한 기업의 모든 시스템이 일방적으로 훨씬 나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 부문별로 다양한 측면을 분석해 장점을 취하는 방식의 시스템 통합을 진행하는 게 가장 보편 타당한 통합 방식이다.
 
포트폴리오 통합 방식은 △신기술 도입 여부 △서비스 환경 안정성 및 향후 변화될 지원 니즈에 대한 확장성 △비즈니스 지원 서비스 수준 △현업 만족도 △유지보수 효율성 △M&A 이후 변화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적합도 △운영기술 수준 및 관리 용이성 및 전사적 차원에서의 아키텍처 준수도 △향후 타 시스템과의 연계 운영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판단 요소를 통해 기존 시스템을 분석하고 각 부문별로 장점을 취해 시스템 통합을 이뤄간다. 이 방식은 인수합병 시 최적의 IT 시스템 통합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는 하지만 △새로이 형성될 시스템 간 표준화 측면에서의 복잡성 △다양한 기술 요소로 인한 운영 비용 과다 △새로운 인터페이스 구현에 대한 부담감 등 도전 요소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통합 이후 발생하게 될 파급효과까지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적 사고(systematic thinking)가 필수다.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계획하는 노력은 향후 발생 가능한 통합의 잠재 리스크를 줄이고 인수합병의 시너지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특히 인수합병의 양 당사자가 대등한 정도의 비즈니스 운영을 하고 있었거나 또는 전혀 상이한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 또는 전혀 다른 산업이었던 경우에도 매우 적합하다. 단 이러한 포트폴리오에 의한 실제 통합 작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되고 운영·보완될 필요가 있다.
 
3) 신규 시스템 구축
양 사의 기존 시스템을 모두 버리고 신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M&A가 이 방식을 택했다. 신규 시스템 구축을 통한 통합은 일반적으로 IT 시스템 부서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모든 기업의 IT 시스템은 기업 운영을 지원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갈수록 복잡해지고 개선해야 할 문제들도 함께 커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또 다시 인수합병이라는 거대한 비즈니스 과제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과감히 새로운 인수합병 이후의 비즈니스 모델에 최적화한 IT 시스템을 신규로 구축해 내는 편이 비즈니스 현업 사용자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를 효과적으로 수용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고려되곤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인수합병 예측 시점에 충분한 기간과 비용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인수합병의 효과를 제로화시킬 만큼 큰 비용 투자가 수반된다. 이에 더해 신규 시스템 오픈 시점까지 장기간 현재의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고객과 임직원의 불만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부담까지 있다. 인수합병으로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요건을 제시해야 하는 어려움은 물론이다.
 
특히 해외 기업을 인수하고서 전면적인 신시스템 구축을 통한 합병을 진행할 때에는 △해당 지역에서의 SI(시스템통합) 참여 인력 수급 가능성 △SI 진행 시 해외 기업 임직원이 제시하게 될 해외 시장 요건의 효과적인 수용방안 △해외 시스템 출범(launch) 시 교육 및 지원 방안 △운영 대책 등도 사전에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4) 유지·연계
마지막 방식은 양 사 모두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양 사 간 최소한의 어플리케이션 및 데이터 연계 환경만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수합병은 했지만 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전혀 달라 인수 시점부터 기존 비즈니스를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갖고 있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같더라도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운영하기로 한 경우에 이런 방식의 통합 운영이 활용되곤 한다. 양 사 직원들은 기존 비즈니스에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업무를 하고 대고객 영업과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네 가지 통합 방식 중 합병에 따른 변화관리나 통합을 위한 신규 투자 니즈가 가장 적다. 그러나 동일한 업무를 브랜드별로 진행함에 따라 중복 투자가 발생하기 쉽고 양 사 간 뛰어난 업무 역량이나 경험 공유가 어렵다. 전사 차원에서 볼 때도 운영의 복잡성이 가중되는 등의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지·연계 방식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양 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무리 양 사의 기존 시스템을 병행·유지한다 하더라도 △재무·회계 부문의 연계 통합 △양 사 영업 및 재무 운영 정보를 연계해 임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경영 보고 시스템 구축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임원들의 승인결재 업무를 동일한 환경으로 통일하기 위한 그룹웨어 및 포털 통합 등의 핵심 프로젝트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위 4가지 통합 방식 중 어느 한 가지가 모든 M&A에 적용할 수 있는 답안이 될 수는 없다. 각 기업의 인수합병 배경과 목적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적합한 통합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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