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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야기가 된 브랜드

서동욱 | 84호 (2011년 7월 Issue 1)
 
팀 버튼 감독이 제작한 영화 중에 2003년작 ‘Big Fish’가 있다. 항상 허풍스러운 이야기로 주변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아버지가 싫어서 연락을 끊고 지내던 기자 아들이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점차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영화 속에서 아들은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단 한 번만이라도 얘기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들의 부탁에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가 다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들이 보기에 아버지가 해주는 이야기들은 마녀, 거인, 전쟁 영웅 등이 등장하는 허풍 가득한 것들뿐이다.
 
그러던 와중에 아버지의 병은 점점 악화되고, 아들은 그 사이에 본인이 알게 된 몇몇 사실버전의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결국 아버지의 장례식날, 아들은 그동안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던 실제 주인공들과 만나면서 아버지가 해주던 이야기들의 실체를 접하게 된다. 이후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줬던 ‘허풍스러운’ 버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아들의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A man tells his stories so many times, that he becomes the stories. They live on after him. And in that way, he becomes immortal.’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해서 자신이 이야기 그 자체가 됐다. 이야기들은 아버지 덕에 생명을 얻었고,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게 됐다.)
 
필자는 영화 속에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이야기를 말하던 이야기꾼(아버지)이 영속하는 것을 보면서, 영속하는 생명력을 가지는 브랜드는 바로 이런 이야기꾼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57회 깐느광고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조니 워커(Johnnie Walker) 광고를 보면서도 빅 피쉬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이 다시 들었다. 광고는 5분이 넘는 시간 동안 원샷으로 조니 워커의 시작과 그동안 변해온 모습을 설명한다. 그리고 “… and Johnnie Walker’s still walking.”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끝난다.
 
시대 속에서, 그리고 사회 속에서 함께 녹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때 브랜드는 영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확연히 기억에 남는 스토리를 가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브랜드들도 많다. 또 몇 십 년 혹은 몇 백 년에 걸친 이야기를 갖고 있어야만 영속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케팅이나 홍보를 통해서 빛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야기 자체가 돼 영속성을 지닐 수 있으려면, 그래서 그 이야기 속에서 영원히 사는 ‘Big Fish’가 되기 위해서는 긴 여정 속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브랜드가 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것은 비단 상품의 브랜드만이 아니라 개인의 브랜드 측면에서도 같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영화 ‘빅 피쉬’와 ‘조니 워커’ 광고를 보면서 내 자신은 지금까지 스스로의 브랜드를 위해서 어떤 길을 걸었는지 돌아봤다. 나는 과연 결코 짧은 레이스가 아닌 인생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을까.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멋진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 HA사업부 해외마케팅전략그룹을 거쳐 현재 NHN투자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IT/마케팅/UX 등 관심 분야에 대한 생각을 담은 블로그(http://purered.me)를 운영 중이다.
 
서동욱 블로거 http://purered.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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