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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수암시장

기업-대학 네트워크로 고객 창출 새 판 짰다

신수정 | 82호 (2011년 6월 Issue 1)
 

 
 “전통시장 죽이는 홈플러스 입점을 결사 반대한다!”
 
2002년 8월, 울산 남구청 앞에서는 홈플러스 입점을 반대하는 수암시장 상인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상인들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아예 장사를 접고 반발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입점할 곳은 수암시장과 불과 1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상인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홈플러스는 이듬해인 2003년 5월 예정대로 개점했다. 홈플러스가 들어선 후 수암시장은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상인들은 오랫동안 장사해온 터전을 떠나야만 했다. 상인들은 처음엔 그저 ‘남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 바로 옆에 자리잡은 홈플러스는 물론 입점을 허가해준 구청을 원망했다. 하지만 ‘남 탓’만 해서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상인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홈플러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관할 구청인 남구청은 수암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홈플러스가 입점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수암시장은 홈플러스와의 경쟁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활기를 띠고 있다. 매출도 홈플러스 입점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수암시장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상생 모델로 도약하다
울산광역시 남구 수암동 689의 1번지에 위치한 수암시장이 형성된 지는 40여 년이 다됐다. 수암시장은 1970년 초 지상 1층, 2905㎡의 상가건물로 시작해 점차 골목시장 형태의 점포가 늘어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금은 1만1917㎡가량의 면적에 180여 곳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수암시장의 상권은 동서오거리에서 남울산 전화국 사거리에 이르는 수암대로를 따라 형성돼 있다. 인근에 대단위 아파트, 사택 등이 밀집해 있어 상권이 좋은 편이다. 소비자 수요에 따라 야채, 과일, 고기 등이 주력 품목이다.
 
2003년 홈플러스가 들어서자 수암시장은 시설현대화에 나섰다. 2006년 아케이드를 준공해 비가 오는 날에도 고객들이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게 하고, 화장실과 강의실 등이 마련된 고객편의시설과 주차장도 갖췄다.
 
이러한 시설현대화를 발판 삼아 수암시장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주력한 사업이 있다. 바로 울산 지역 기업체와의 자매결연사업이다. 수암시장은 현재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울산 남구에 소재한 35여 개의 기업 노조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결연한 기업 및 노조는 재래시장에서 통용되는 ‘온누리 상품권’ 사주기 운동을 비롯해 재래시장을 우선 이용하고 시장의 행사와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한다. 회식 및 모임 때도 수암시장을 주로 이용한다. 일부 기업들은 명절 선물로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기업체 노조와의 자매결연 사업은 울산 남구청의 노력이 컸다. 주무부서인 남구청 지역경제과는 자매결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업체 노조와 접촉해 여러 차례 간담회를 열고, 노조 임원들을 시장으로 초청해 현장 분위기를 느끼도록 했다.
 
자매결연 대상은 기업뿐 아니라 대학으로도 확대됐다. 수암시장은 지난해 12월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와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울산과학기술대는 시외곽 지역에 위치해 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생들은 주로 학생회관에 있는 편의시설에서 먹을거리를 구매했다. 자매결연을 통해 수암시장은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학교로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암시장에서 모임을 갖는 학생들에게는 음식값을 할인해 준다. 또 정기적으로 ‘과일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과일 축제는 성황리에 끝났다. 수암시장 상인들은 딸기 160상자, 오렌지, 바나나 등 200여 명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양을 준비해 도매가로 학생들에게 선보였다. 당초 3시간 동안 판매할 계획으로 준비했지만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30분 만에 매진됐다. 학생회는 학교 축제 때 사용할 식자재 구입을 수암시장에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수암시장 부스를 만들어 학생들이 지역 전통시장에 좀 더 관심을 갖게 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업 및 대학과의 자매결연은 수암시장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수암시장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해온 자매결연 대상을 확대해 경쟁자인 홈플러스와도 자매결연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에서 고객들이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하면 지급하는 사은품을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으로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울산광역시 남구청 장재홍 지역경제과장은 “이미 오랜 시간을 통해 홈플러스와 수암시장은 고객층이 거의 겹치지 않고, 일부 겹친다 하더라도 해당 고객이 구매하는 품목이 마트와 시장에서 각각 다르다는 점을 서로 잘 알고 있다”며 “홈플러스와 자매결연이 성사되면 수암시장은 매출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홈플러스는 전통시장과 상생하는 양심적인 대형마트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인회, 벤치마킹까지 나서다
수암시장 상인회 조직은 110여 명으로 다른 대형시장보다 작은 편이지만 여성부, 청년부 등 조직이 잘 갖춰져 있고 잘 뭉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장 가까이에 홈플러스가 입점한 후 상인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전국시장박람회를 비롯해 수원 못골시장, 진해 중앙시장 등 잘 되는 곳들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함께 벤치마킹을 다녔다. 해당 지역 시장에서 특산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하는지, 시장 상인들이 고객들에게 얼마나 친절한지를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배워왔다.
 
울산광역시 남구청 조민숙 지역경제주무관은 “전통시장은 상인회 조직이 잘 돼 있는 게 중요하다. 마트와 달리 전통시장 상인들은 모두 각각 사장이어서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는 게 만만치 않은데 잘 조직된 상인회가 있으면 상인들을 한마음 한 뜻으로 모으기가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구청에서 주최하는 각종 교육에 상인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상인대학을 비롯해 친절 교육, 위생 교육, 상품 진열 및 영업방법 교육, 컴퓨터 교육 등 각종 교육에 상인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거의 100% 참여한다.
 

수암시장 상인회 김정자 부회장은 “재래시장이 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 현대화로 쇼핑 환경은 크게 개선됐지만 상대적으로 상인 의식은 못 따라가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상인회 차원에서 많이 했다”며 “처음에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이러한 상인회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던 상인들도 점차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수암시장 사랑축제와 특가판매는 단골인 인근 주민들을 위해 상인회가 주축이 돼서 진행하는 행사다. 지난 1회 축제 때 상인회는 500인분의 비빔밥을 준비해 시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대접했다. 상인들이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비빔밥 재료를 내놔 500인분의 비빔밥을 마련해 시장을 찾은 고객들과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눴다.
 
특가판매 역시 단골들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한 달에 한두 번씩 진행하는 행사다. 특가판매는 최소 30%에서 최대 90%까지 가격을 할인해주는 행사로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센터의 지원으로 이뤄진다. 전통시장에 일종의 반짝세일 기법을 도입해 전통시장 이용객들을 유입하고 이를 통해 전통시장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상인들이 상품을 발굴하고 홍보판촉비 일부가 지원된다.
 
수암시장은 이러한 특가판매를 잘하고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상인회는 특가판매에서 선보일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자주 회의를 연다. 가까이 있는 홈플러스를 찾아 고객들이 좋아하는 품목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제철에만 만날 수 있는 상품 중 고객들에게 가장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공부해 회의를 통해 품목을 결정한다. 품목이 정해지면 거의 원가로 두세 시간씩 반짝세일을 한다. 반짝세일 전에 전단지를 통해 특가판매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처음에 특가판매를 진행했을 때 일부 가게 주인들은 자신이 팔고 있는 물품과 겹친다며 상인회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전체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해야 공생할 수 있다는 상인회 간부들의 설득에 한 발짝 물러섰다. 특가판매를 할 때는 어김없이 긴 줄이 만들어진다. 그만큼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가판매가 입소문 나면서 수암시장을 알리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상인회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는 친절교육이다. 재래시장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인 불친절함, 불투명함을 개선하기 위해 친절교육에 신경쓰면서 재래시장의 장점인 정()에 기반한 단골 고객 확보, 저렴한 물건 공급을 위해 애쓰고 있다. 가령 여러 물품을 갖고 와서 파는 경우, 일부 품목은 마진을 남기되 몇몇 품목은 마진이 거의 없이 아주 저렴하게 파는 상인들이 많다. 대형마트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미끼상품’ 전략을 벤치마킹해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 품목은 도매가로 팔기 때문에 수암시장 아니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그 가격에 살 수 없다는 것을 내세워 단골 고객을 꾸준히 유인하고 있다.
 
지난 광복절에는 광복 당시의 먹을거리를 준비해 팔고, 일부 품목은 60년 전 가격으로 선보이는 톡톡 튀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이러한 이색적이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재래시장의 존재 의미를 알리고 있다.
 
수암시장에서 죽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보경 상인회 여성부장은 “대형마트는 물건을 보고 구매하지만 전통시장은 주인을 보고 산다. 주인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를 쌓아 고객이 최대한 다시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데 상인들이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에서 사용하는 ‘온누리 상품권’에 대해서도 상인회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해 상품권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온누리 상품권은 전통시장 수요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발행하고 있다. 전국 가맹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1만 원권과 5000원 권으로 구성돼 있다. 초창기에는 일부 상인들이 고객들이 주는 상품권을 거부하고 현금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시장 안에 있는 상인회 사무실에서 상인들이 가져오는 상품권을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불편함을 이유로 상품권을 꺼리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출의 20∼30%가 상품권으로 거래되며 명절 때는 하루 2억 원어치의 상품권이 들어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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