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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Management

행복을 위해서는 고급화 아닌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최명기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마케팅을 강의하다 보면 고급화와 차별화를 착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고급화와 차별화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고급화는 강남의 요지에 최고급 인테리어를 하고 세련된 코디네이터가 상담을 하는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최고의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차별화는 돈을 많이 들여서 고급스럽게 하지는 않지만 남과는 다르게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직 인터넷 홈페이지의 개념이 없던 1990년대 우리나라 최초로 병원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인터넷을 통해 병원을 홍보한 사례는 차별화다. 아직 병원들이 카드 결제를 꺼렸을 때 카드결제를 오히려 더 반긴 성형외과나 피부과는 결제수단을 차별화한 셈이다. 관절수술을 해서 움직이기 힘든 환자가 퇴원했는데 다리가 아프다고 전화가 오면 병원 직원이 환자의 집을 방문해 이상 유무를 확인해 주는 것도 차별화다. 그렇게 진정 차별화에 성공한 병원들이 빨리 자리를 잡는 반면, 고급화를 차별화라고 생각하면서 무조건적인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병원들은 대게 차별화에 실패한다.
 
욕망은 채워도 불안해진다
우리는 남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폼 나게 살고 싶어 한다. ‘나는 다를 뿐이지 열등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비싼 수입차를 몰고 강남에 사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동문회에 가서 나보다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질투심이 생긴다. 부인이 은근히 친구 집은 몇 평이라고 이야기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우리 모두 죽음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알고, 죽음의 순간 동전 한 개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다. 사실 죽었을 때 뭔가 재산이 남아있을수록 손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손해 보는 삶을 향해가는 이들의 부를 부러워하고 동경한다.
 
욕망은 채워도 불안하다. 모든 것은 일단 성취하고 나면 시시해진다. 로또에 당첨돼서 돈이 많아져도 들뜨고 좋아하는 것은 며칠이다. 그 돈을 가지고 뭘 할까 고민할 때가 가장 좋다. 그 돈으로 갖고 싶던 것들을 다 사고 나면 권태로워져서 필요 없는 것들을 사기 시작한다. 그래도 돈이 남으면 투자라는 명목 아래 뭉텅이로 건물을 사고 주식, 채권을 산다. 그렇게 더 이상 살 것이 없게 되면 삶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레고리 번스의 <만족>에는 노스웨스턴대 사회심리학자인 필립 브리크먼이 시행한 돈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인용돼 있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와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의 반응을 비교했을 때, 현재 그들의 행복 수준에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복권이 당첨되고 소망하던 것들을 획득하는 과정이 행복한 것이다. 그런데 일단 돈이 많아지면 줄어드는 것이 두렵다. 그레고리 번스에 따르면 돈이 줄어든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지고 있는 것마저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나이 40에 아무리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도 20대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10대의 눈으로 볼 때 40대는 예쁘건 말랐건 뚱뚱하건 거기서 거기인 중년여성이다. 40대가 보기에 10대는 다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아름답다. 늙지 않기 위해 안 먹고, 하고 싶은 것도 참고, 하루의 상당시간을 지루한 운동을 한다고 늙지 않고 건강하게 영원히 살 수는 없다. 나이가 든 후에는 오래 살기 위해 과거의 소중한 시간을 굶는 고생을 하고 지겨운 운동을 하면서 날려버렸다고 후회할 수도 있다. 심각한 과체중이라면 모르겠지만 운동을 했다고 더 오래 산다는 보장은 없다. 운동을 하면 더 오래 산다는 통계도 사실 왜곡돼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운동을 할 정도로 건강하기 때문에 오래 사는 것인데 그것이 ‘운동을 하면 오래 산다’로 해석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설령 운동을 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운동이 암을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 그 나이의 평균체중, 평균체형, 평균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면 괴롭게 운동하고 굶는 대신, 야식도 먹고, 술도 어느 정도 마시고, 육류도 일정 수준 섭취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또 누군가 비리를 저지르고 엉뚱한 짓을 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불같이 화를 내는 것보다는 다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더 좋을 수 있다. 내게도 너그럽고 남에게도 너그러운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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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기myongki@chol.com

    - (현) 정신과 전문의·부여다사랑병원장
    -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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