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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극장가는 여름에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해 더위를 잊으려고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이 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작비를 많이 들인 대작 흥행물들은 주로 여름에 개봉한다. 최근 몇 년간 여름 극장가 관객 동원 상위권에는 항상 한두 편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끼어 있었다. 디즈니사에 합병된 픽사, 또 다른 미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가 제작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의 장편 만화영화들이다. 올해 여름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 됐다. 드림웍스에서 제작한 슈렉 4, 드래곤 길들이기, 토이 스토리 3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더 이상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이미 다양한 연령대로 관객들의 폭이 넓어졌다. 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기술들도 예전 저임금 노동집약적 기술이 아닌 첨단기술로 바뀌었다.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 다른 영화산업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왔다. 초기에는 주로 상영시간이 짧은 단편 만화영화였지만 서서히 상영시간 40분 이상의 장편물 제작도 늘어났다. 1932년 이후로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단편물’이라는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았다.
애니매이션 산업은 1920년부터 1980년까지 비교적 단순한 생산을 바탕으로 한 제1기, 세분화되고 다양한 소비층과 시장들이 나타난 1980년대 이후의 제2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 애니메이션 생산 시스템
제1기 애니메이션 생산 시스템은 단순히 두 개의 유형이 존재했다.(표1) 첫째는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장인 혹은 예술적 애니메이션 방식이다. 1980년대 이전, 체코슬로바키아 등 냉전시대 동유럽 국가들의 애니메이션은 국가의 보조를 받아 제작되던 고품질의 예술적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투명한 셀을 이용해서 단시간에 단순 노동의 반복을 가능하게 해준 브레이-허드(Bray-Hurd) 기법이 도입되면서 기존 장인적 제작방법이 주를 이루던 애니메이션 산업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전에는 필요한 배경을 손으로 프레임마다 그려 넣어야 했으나 투명한 셀(cel)을 이용해 매 프레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배경이나 요소는 한번만 만들어도 됐기 때문에 제작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이를 통해 애니메니션의 장인적 생산방식이 대량의 단일 작업환경 하에서 이뤄지게 됐다. 이러한 작업환경의 변화는 할리우드의 대규모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 판타지아 등의 극장용 장편 만화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은 해외시장으로부터 얻는 수입을 축소시켰다. 또 수상기의 일반화와 방송의 시작으로 1950년대 이후 극장 관객이 주가 되었던 애니메이션 산업에는 변화가 일었다. 이 시기의 TV애니메이션 방영은 방과후 시간과 주말 아침대의 어린이들을 겨냥했다. 하나-바바라(Hanna-barbera)를 비롯해 방송 시장에 집중하는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생겼다. TV와 방송의 보편화가 외형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팽창을 가져온 듯 했지만 방송 스케줄에 기대는 제작현실은 애니메이터들의 대량 실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시기에는 애니메이터들을 고용했다가 방송이 쉬는 시기에는 이들을 해고하는 방식의 계약직 애니메이터의 고용이 빈번해졌다.
한편 극장을 겨냥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시장은 축소됐으나 TV방송과 광고용 애니메이션 제작은 꾸준한 수입원이 됐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국 제작사인 하나-바바라는 1971년, 호주 등에 미국 혹은 캐나다 국적의 애니메이터들을 파견해 해외 하청 여부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하나-바바라는 1985년까지 한 시즌 분량(30분짜리 TV용 애니메이션 10여 개)을 8개의 다른 국가에서 제작했다. 애니메이션의 국제적 제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월트 디즈니가 대표하는 할리우드식 애니메이션 외에도 프랑스 및 다른 유럽국가, 미국의 하청으로 경험을 쌓아 자체 애니메이션 제작국가로 부상한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이 이 시기를 양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 한국 대만 필리핀 등이 주요 하청국가로 부상했고, 최근에는 베트남이 저렴한 제작비를 내세워 애니메이션 제작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제2기 애니메이션 생산 시스템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 제 2기는 1980년대 이후로, 기존 예술지상주의적인 장인적 소량 생산체계, 할리우드와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과 이에 따른 다양한 하청국가들로 이뤄진 글로벌화된 환경에 더해 새롭게 도입된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 imagery; CGI)이 가미된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대중화와 극장 상영이 주가 아닌 세분화된 관객층을 겨냥한 대량생산 시스템이 가미된 총 네 개의 상이한 분야가 나타나게 됐다.(표2)
기존 TV를 통한 애니메이션 수요는 24시간 케이블 채널 및 위성방송 신설과 함께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다. 미국 방송사에서 방송되는 90% 가량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아시아 국가에서 하청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작품의 사전 기획- 캐릭터 설정, 줄거리 만들기, 그리고 사후 제작(성우 더빙, 음악 입히기) 정도만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카툰 네트워크, 니켈오디언, 디즈니 채널 등이 유명하며 미국 이외의 현재 여러 국가에서 방송 사업자로 활동 중이다. 이들 애니메이션 전문 방송사들은 주로 세계적 미디어 대기업인 바이어콤, 타임 워너,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신설 애니메이션 전문 방송사들은 과거 작품들을 재방송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애니메이션물 방영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이는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도 좋은 기회가 된다. 가전기기, 의류 등의 제품과는 달리 애니메이션 같은 문화적 생산품은 현지 문화, 지리적 특성을 비교적 많이 반영한다. 천편일률적인 할리우드 식의 애니메이션보다는 각국의 문화와 상황에 걸맞은 애니메이션 제작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일례로 이란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작품은 이슬람 교도가 대다수인 터키를 비롯해 이슬람 국가들에서 많이 방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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