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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CT&T, CJ인터넷

‘그림의 떡’ 올림픽도 생각만 바꾸면 잡는다

박용 | 54호 (2010년 4월 Issue 1)

삼성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비결이 무엇입니까?” “기술력과 품질 외에 올림픽 후원 등 스포츠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했던 2000년대 초·중반 윤종용 당시 부회장은 성공 비결을 묻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자주 언급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무선통신 후원사로 처음 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후 스포츠 마케팅을 대폭 강화했으며 이후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했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1999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31억 달러에 그쳤지만 2009년에는 175억 1800만 달러로 세계 19위에 올라섰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나이키,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은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졌다.
따라서 스포츠 마케팅은 글로벌 기업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인종이나 이념, 종교, 국경과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의 규칙에 따라 경쟁하는 스포츠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또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스포츠 이벤트는 기업에 비약적인 성장의 기회도 제공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막대한 비용이다. 대회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수록, 인지도가 높은 스포츠 스타일수록 투자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정된 마케팅 예산이라는 제약을 받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게 스포츠 마케팅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들은 ‘매복 마케팅’으로 굵직한 스포츠 행사에 자사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원회의 감시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어 매복 마케팅의 효과를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중소·중견기업들은 스포츠 마케팅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원 제약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은 일부 기업들은 효과적인 전략과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이징올림픽에 전기차를 공급한 CT&T와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 야구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CJ인터넷이다. CT&T는 매출액이 200억 원대로 올림픽 무대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과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CJ인터넷도 대기업 계열사지만 매출이 2000억 원대여서 프로 야구 타이틀 스폰서로서는 격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실제 CJ인터넷 이전에 프로 야구 타이틀 스폰서는 삼성이었다.
CT&T와 CJ인터넷은 마케팅 예산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시장 변화와 위기 상황을 역이용했고 대기업이 공략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골라 마케팅을 펼쳤으며 투자 대비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 재무적 위험을 최소화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회사의 주력 사업과 스포츠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연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회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문헌 조사 등을 토대로 두 회사의 스포츠 마케팅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Case 1CT&T의 올림픽 마케팅
중소기업이 올림픽 스폰서로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려면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해 수천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버금가는 관심을 끄는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턱이 높은 국제 스포츠 행사를 마케팅 기회로 십분 활용한 중소기업이 있다. 바로 신생 중소기업인 CT&T다. 이 회사는 스포츠 행사 주최 측 욕구를 파악하고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전략으로 큰 성과를 냈다. CT&T는 전 세계인의 잔치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자사 제품과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다. 물론 공식 후원사 자격은 아니었다. 이 회사는 자사의 주력 제품과 타깃 시장, 고객 욕구에 맞는 전략을 개발해 올림픽이란 대형 이벤트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도로 주행용 전기차 개발로 글로벌 시장 공략 CT&T는 2004년 현대자동차 출신이 주축이 돼 설립한 전기차 생산 회사다. 2005년 골프 카트를 처음 생산하고 국내 골프 카트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국내 전동 골프 카트 시장에서 야마하, 산요, 히타치 등 일본 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었다.
일제 골프 카트는 대당 2500만 원 정도였다. CT&T는 이의 절반 수준인 1200만 원대 제품을 내놓았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했고,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늘렸다.
하지만 국내 골프 카트 시장에만 안주할 수는 없었다. 국내 골프 카트 수요는 연 40005000대 정도여서 전체 시장 규모가 약 5006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승용형 전기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CT&T는 2007년 도로 주행이 가능한 도시형 전기차인 ‘e-ZONE’을 개발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전기차의 도로 주행이 불법이었지만,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까지 지급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기차의 대당 가격은 약 2000만 원 선이지만 미국과 일본 소비자들은 정부 보조금 덕분에 1000만 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CT&T는 2008년 5월 부산 모터쇼에서 전기차를 처음 선보이고, 미국, 일본, 중국, 피지 등에 수출을 시작하며 해외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2008년 샘플용으로 100여 대를 해외에 수출했고, 2009년에는 500대 정도를 수출했다.
올해는 각국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완성차 3000대와 부품 형태의 수출 1만 대 등 총 1만 3000대의 전기차를 수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3월 30일부터 전기차의 도로 주행이 허용돼 관공서 등에서 새로운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 올림픽의 틈새시장 발굴 도로 주행용 전기차를 시판하면서 CT&T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했다. 골프 카트 판매는 몇몇 거래처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기업 간 거래(B2B) 영업으로 충분했지만,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를 팔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했다.
CT&T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주목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전기차를 홍보할 수 있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공식 후원사 공식 물품 공급 회사 공식 라이선스 등 3가지 경로를 통해야 했다. 하지만 공시 후원사가 되기에는 투자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전기차는 공식 물품 공급 업체 목록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공식 라이선스도 투자비용 대비 효과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CT&T 측은 세밀한 검토 끝에 이런 공식 경로를 포기했다. 대신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주최 측의 욕구를 충족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당시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세계 언론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부 국가 대표단은 서울에 숙소를 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CT&T는 이 점에 착안했다. CT&T 중국 법인 관계자는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산하 올림픽공원 관리위원회와 접촉해 전기차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경기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내에서 운영 요원용으로 전기차를 사용하면 친환경 올림픽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다며 위원회 측을 설득했다. 이 제안은 친환경 이미지 강화에 부심하고 있던 위원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환경문제로 고민하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CT&T 측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역량 및 자원의 한계 고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협상은 쉽지 않았다. 조직위원회는 CT&T 측에 260대의 전기차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친환경 이미지로 대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규모의 차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CT&T는 이 조건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올림픽 공식 물품 공급 업체 카테고리에 전기차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CT&T는 공식적인 지위를 획득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또 자동차는 이미 아우디가 후원사로 결정된 상황에서 CT&T는 제품만 공급하고 ‘들러리’가 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260대 공급은 불가능하다고 조직위에 통보했다.
이에 조직위 측은 140대를 달라고 수정 제안했다. CT&T는 이 수준도 현재 기업 규모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신생 중소기업이 30억 원에 이르는 돈을 효과도 장담할 수 없는 마케팅에 투자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협의 끝에 회사 규모와 브랜드 효과 등을 고려해 20대를 공급하는 선에서 조직위 측과 최종 합의했다. 대신 조직위는 전기차를 올림픽공원 내 운용 차량으로 활용하되 CT&T가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선에서 비공식적인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었다. CT&T는 올림픽이란 이벤트를 활용하면서도 회사 규모와 역량 한계를 파악해 지나친 투자로 인한 재무적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냉철하게 접근했다.
비공식적 올림픽 마케팅 활용 CT&T는 베이징올림픽 공식 자동차 공급 회사도 아니었고, 대외적으로 이를 홍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60여 개국 정상과 150여 개국 선수단이 참가한 베이징올림픽에 CT&T의 차량이 운행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CT&T의 전기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리는 주 경기장과 수영장 등이 자리한 올림픽공원 내에서 사용됐다. 선수단 및 VIP 관람객들은 CT&T의 승용형 전기차 e-ZONE, 유틸리티형 전기차 c-ZONE, 앰뷸런스 전기차 등을 경기장 이동 수단으로 활용했다.
위원회 측이 CT&T의 전기차에 올림픽 휘장을 새겨 올림픽공원 내에서 운용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다. 특히 이로 인해 VIP들은 CT&T 차량이 올림픽 후원 전기차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 2인승의 깜찍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전기차는 관람객과 선수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백인영 CT&T 상무는 “올림픽 관람객들이 차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를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브랜드와 차량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며 “회사가 대외적으로 이를 홍보하지는 않았지만, 언론 매체들이 전기차 제공 사실을 보도하면서 간접적인 홍보 효과도 거뒀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에 전기차를 공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나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전기차 업체로서의 공신력도 얻게 됐다. 그 결과 2012년 런던올림픽을 개최하는 영국 정부가 CT&T 측에 전기차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2009년 방한한 영국 교통부 장관은 주한 영국대사와 함께 CT&T 본사와 충남 당진 공장을 방문하고 시설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 회사 차량 지원을 협의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런던 방문을 요청했다.
영국 정부는 런던올림픽을 친환경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승용차, 버스, 트럭 등 1000여 대의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었다. 이 정도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 생산회사가 있다면 올림픽 공식 물품 공급 업체에 전기차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기존 자동차 후원 업체와 분리할 수도 있다는 게 조직위 측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물량을 댈 전기차 업체는 유럽은 물론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해외 시장 개척에 막 나선 CT&T도 무리해서 대규모 계약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결국 런던올림픽 공식 자동차 공급 업체는 BMW로 결정됐고, 전기차 공급 업체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베이징올림픽의 사례처럼 전기차를 비공식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소기업 맞춤형 스포츠 마케팅이 과제 CT&T는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는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올림픽 마케팅을 펼쳐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기차라는 특수한 분야와 친환경이라는 고객의 욕구를 조합해 깐깐한 올림픽 시장을 뚫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비공식 마케팅에는 공식 후원사와의 갈등과 법적인 분쟁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포츠 행사의 특성과 후원 규정, 회사의 주력 사업과 포지셔닝, 타깃 고객, 행사 조직위원회의 욕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회사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을 찾아야 한다.
CT&T는 비용이 많이 드는 메이저 대회 대신 당구 대회, 이종격투기 등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당구 대회는 케이블TV를 통해 중계될 때 특정 각도에서 고정된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브랜드 노출 효과가 크고, 당구 인구의 저변이 넓다는 점을 고려했다. 하지만 회사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백 상무는 “현재는 마이너 스포츠 대회를 후원하고 있지만 향후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스포츠 대회로 마케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중국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골프 대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ase 2CJ인터넷의 프로 야구 후원 마케팅
CJ인터넷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던 2009년 초 과감한 스포츠 마케팅 투자 의사결정을 내렸다. 온라인 야구 게임 ‘마구마구’ 등을 보유한 이 회사는 삼성도 재계약을 포기한 2009년 프로 야구 타이틀 후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거대 금융 회사와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부도를 냈고 세계 경제는 얼어붙었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인력과 불필요한 사업을 줄였지만 CJ인터넷은 전년보다 마케팅 예산을 50% 이상을 더 투자하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회사 안팎의 논란을 불러왔다. 당장 내부에서 단독으로 프로 야구를 후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고, 시장에서도 회사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무모한 투자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로부터 1년여가 흐른 현재 CJ인터넷의 의사결정은 투자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성공적인 스포츠 마케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대표 야구팀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2009년 프로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야구 게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실제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서도 CJ인터넷이 출시한 온라인 게임 마구마구의 매출액은 50% 정도 증가했다. 2009년 한 해 TV와 신문을 통해 브랜드가 노출되면서 투자 금액을 웃도는 마케팅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인터넷이 당시 타이틀 스폰서 투자를 결정했을 때 시장에서 투자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며 “기업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매출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긍정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CJ인터넷의 성공 요인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역발상 철저한 투자 대비 효과 검증 기업의 브랜드 전략 및 주력 사업과의 연계 등을 꼽을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역이용 2009년 프로 야구는 ‘2009 CJ마구마구 프로 야구’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전년도 스폰서였던 삼성마저도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자칫 후원사 없이 시즌을 열어야 하는 급박한 처지였다. 이때 CJ인터넷이 나섰고, 개막을 앞둔 3월 31일 극적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프로 야구단을 운영하지 않는 인터넷 기업이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의 타이틀 후원 계약을 따내자 “대회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경제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CJ인터넷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투자를 했다”는 비난도 나왔다.
하지만 CJ인터넷 측의 생각은 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장의 변화를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온라인 게임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스폰서 시장의 변화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였다. 삼성, LG 등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한국 스포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시들해졌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국내 메이저 스포츠 대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 시장의 진입 장벽 중 하나였던 후원 금액도 떨어졌다. 프로 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고, 보통 연간 타이틀 후원비용이 45억50억 원에 이르렀다. 계약 당시에는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스폰서 비용이 35억 원까지 내려간 상황이었다.
권영식 CJ인터넷 상무는 “경기 상황은 나빴던 게 사실이지만 타이틀 스폰서 비용도 떨어졌다”며 “사내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스포츠 마케팅을 해보자는 역발상 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전 검증으로 투자 효과 분석 CJ인터넷은 20092011년까지 프로 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대신 3년간 매년 35억 원씩 총 105억 원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2009년에는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위기 속에 이 정도의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면 마케팅 효과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검증이 필요했다.

CJ인터넷은 야구 마케팅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었다. CJ인터넷은 베이징올림픽과 WBC(World Baseball Classic) 야구 대표팀을 후원하면서 프로 야구 마케팅 효과를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당시 평가전을 치를 때 대표팀 선수들의 모자에 자사의 온라인 야구 게임인 마구마구로고를 넣었다. ‘본선만 가도 성공’이라는 회사의 기대를 뛰어넘어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온라인 야구 게임 마구마구의 매출도 2030% 상승했다. 이 경험을 통해 CJ인터넷은 야구 스폰서십이 기업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땅한 후원사를 찾지 못하던 KBO가 타이틀 스폰서십을 제안하자 CJ인터넷은 본격적으로 사업성 평가를 시작했다. 후원 계약으로 연간 35억 원이 들어가지만,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하면 연간 5060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림픽과 WBC에서의 선전으로 야구 붐이 형성됐고 야구 시청률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 등 이전 후원사들의 계약 내용도 분석했다.
권 상무는 “1년 계약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3년 정도는 후원해야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말했다. CJ인터넷은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KBO와 매년 35억 원씩 3년간 후원하는 계약을 했다.
기업 브랜드 및 주력 사업과의 연계 CJ인터넷의 성공 요인으로 기업 브랜드 가치 및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전까지 후원사들은 자사 제품명을 타이틀에 내걸었지만 실제 매출 향상과 직접 연결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CJ인터넷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면서 CJ인터넷이나 마구마구로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고, 그룹 브랜드인 ‘CJ’와 자사 온라인 야구 게임 ‘마구마구’를 포함하는 ‘CJ마구마구’를 사용했다. 마구마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매출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스포츠의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이미지와 그룹 인지도를 연계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세계적인 게임사인 EA의 축구 게임인 ‘피파 온라인’처럼 마구마구를 대표적인 야구 게임으로 육성하겠다는 장기적 구상도 타이틀 스폰서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2009년 프로 야구가 인기를 끌면서 선수의 실명과 각종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하는 온라인 야구 게임도 인기몰이를 했다. 마구마구의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CJ인터넷은 이 여세를 몰아 2011년경 기존 게임을 보완한 새로운 야구 게임을 내놓고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09년 CJ인터넷이 프로 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통해 얻은 미디어 노출 효과는 1500억여 원으로 추산됐다. TV 광고 단가가 하락해 금액 기준 미디어 노출 효과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방송 시간과 평균 시청자 수는 증가했다. 미디어를 통한 브랜드 노출 효과의 측정 지수인 스폰서 지수(sponsor index)도 약 5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임은 산업적으로 유망한 분야이지만 그동안 중독성 등 부정적 측면이 강조됐다”며 “스포츠를 통해 인터넷 게임 브랜드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가 높아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역량 키워야 CJ인터넷은 경기 침체로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프로 야구 타이틀 스폰서에 전격 투자를 단행해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CJ인터넷은 앞으로 프로 야구 타이틀 스폰서의 권리를 활용해 새로운 온라인 야구 게임을 선보이는 등 스포츠 마케팅을 주력 사업과 연계시켜 지속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린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선수 이름과 얼굴 등을 온라인 게임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해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선수 얼굴과 이름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면 야구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 우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CJ는 KBO로부터 구단 CI와 선수 이름 및 초상권에 대한 독점 사용권을 갖는 대신 3년간 매년 15억 원씩을 지불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현재 이와 관련한 법률적 논란과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으로 당장 독점 사용권을 행사하지는 않고 있다. 대중적 영향력이 큰 프로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추진할 때 계약, 실행, 사후 관리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관리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많아질수록 여러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이런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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