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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Wave

DNA를 마이크로칩으로 쓰면…

박근태 | 49호 (2010년 1월 Issue 2)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마이크로칩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다. 개인용컴퓨터(PC)는 물론 휴대전화, 차량용 내비게이션까지 생활 속에서 마이크로칩을 사용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1975년 인텔 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집적 회로의 메모리 용량이 2년마다 2배씩 커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실제로 그 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의 예측대로 마이크로칩의 집적도와 성능은 계속 올라갔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은 얼마 안 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실리콘 반도체로는 저장 용량이나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에 도달한 것. 과학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더 작고 빠르며 값싼 컴퓨터칩을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무어의 꿈을 이어나가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분자 1개를 트랜지스터처럼 사용하고 빛을 정보 단위로 사용하는 방법이 고려되고 있다. 전자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해 정보량을 2배 이상 늘린 스핀 전자 공학이라는 새 학문도 주목을 끌고 있다. DNA의 염기 서열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종전 개념을 뒤흔드는 방안도 실험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언젠가 이들 기술이 실용화될 때 우리 생활 패턴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분자 1개로 만든 트랜지스터 등장
광주과학기술원 이탁희 교수 팀은 지난 12월 영국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독특한 방식의 신개념 트랜지스터를 선보였다. 이 교수가 개발한 트랜지스터는 일명 ‘분자 트랜지스터’. 벤젠 분자 하나로 트랜지스터 스위치를 구현한 것이다. 트랜지스터는 전류나 전압을 켜고 끄거나 증폭하는 역할을 하는 등 마이크로칩에서 핵심 기능을 한다. 보통은 반도체를 3겹으로 겹쳐 만든다. 하지만 이 교수가 만든 분자 트랜지스터는 벤젠 분자 1개만을 이용해 전자를 통과하게 하거나 멈추게 한다. 벤젠 분자 중 한쪽에 전압을 가하면 다른 두 쪽에 연결된 단자에 전기가 흐르는 원리. 따라서 전기가 흐를 때를 ‘1’, 흐르지 않을 때를 ‘0’으로 간주하면 종전 트랜지스터처럼 전자 회로에 사용되는 스위치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트랜지스터에 비해 소모되는 전류도 1000분의 1 수준이다.
 

 
미국 예일대와 라이스대 과학자들도 벤젠 분자를 이용해 분자 스위치를 만드는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분자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면 종전보다 더 값싸고 빠른 마이크로칩을 만들 수 있다.
 
이 교수 팀의 연구는 과학계에서 불고 있는 신개념 소자 기술의 개발 열풍을 대변하고 있다. 실제 흔들림이 없을 것만 같던 ‘무어의 법칙’은 최근 10년 위협 받기 시작했다. 무어의 예견대로 IT 제품들은 지난 35년간 더 작아지고 빨라졌다. 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조비용도 떨어졌다. 하지만 트랜지스터가 원자 10개 정도로 작아지면서 제조비용은 다시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회로의 집적도가 올라가면서 다량의 열이 발생하는 등 칩 성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컴퓨터 1대에 마이크로프로세서 2개를 넣은 듀얼코어 컴퓨터가 등장하는 등 컴퓨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컴퓨터 성능을 계속해서 높일 본질적인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 무어의 법칙은 사형 선고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 과학자들도 종전 개념을 뛰어넘은 신개념 설계 기술과 나노 물질을 통해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크기, 열, 속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현재 상용화된 트랜지스터 중 가장 작은 것은 약 32nm정도 폭을 갖고 있다. 실리콘 원자 약 96개를 층층이 쌓은 것과 같은 두께다. 기업들은 현재 반도체를 만드는 ‘리소그래피’ 공정으로는 22nm보다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크로스바(Crossbar)’는 더는 줄이기 힘든 트랜지스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 전자 회로는 교통 정체를 빚고 있는 고속도로의 차선을 매운 차량처럼 트랜지스터가 배열돼 있다. 하지만 크로스바 기술은 서로 이웃한 차선에 우회 도로를 만들 듯 수직으로 나노선을 교차시킨다. 나노선이 서로 교차된 부분을 멤리스터라고 부르는데 트랜지스터처럼 스위치 역할을 한다. 멤리스터는 또 정보를 저장하기도 한다. 멤리스터 1개는 일반 트랜지스터 10개 또는 15개와 맞먹는 기능을 한다. HP 연구 팀은 실제로 티타늄과 백금으로 약 30nm 크기의 멤리스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소프트웨어로 마이크로칩 열 제어
마이크로칩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열을 식히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트랜지스터가 0과 1을 켜고 끄는 과정에서는 상당량의 열이 발생한다. 켜고 끄는 속도가 빠를수록(처리 속도가 빠를수록) 더 많은 열이 방출된다. 하지만 마이크로칩의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처리 속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열 방출을 줄이는 연구는 그만큼 칩 성능 개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PC 성능이 높아지면서 지금의 컴퓨터에도 내부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냉각 팬이 달려 있다. 일부 칩에도 냉각 팬이 달려 있다. 하지만 컴퓨터 내부에서 열을 뽑아내려면 상당량의 전기를 소모해야 한다. 전기 소모량이 많은 팬 대신 마이크로칩의 열을 누그러뜨리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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