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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입소문 마케팅’ 타깃은?

DBR | 36호 (2009년 7월 Issue 1)
최근 업계의 화두는 ‘바이럴(viral) 마케팅’ ‘버즈(buzz) 마케팅’으로 불리는 ‘입소문 마케팅’이다. 입소문 마케팅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자신이 속한 동호회나 커뮤니티를 통해 신제품을 직접 홍보하는 것을 뜻한다. 입소문 마케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방법이야말로 기업의 마케팅 투자수익률(ROI)을 끌어올리는 최선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입소문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비자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다. 이에 입소문 마케팅 전문가들은 ‘처음 씨앗을 뿌리는 사람’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친목 동호회의 중심 인물이며,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주위에 적극적으로 소문을 내는 사람들이다. 이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야말로 입소문 마케팅의 최적임자다.
 
와튼 스쿨의 라구람 이옌가르 교수와 크리스토프 반 덴 벌트 교수가 남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의 토머스 발렌테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과거 입소문 마케팅의 최적임자로 평가받던 소비자들이 실제로는 큰 효과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이들이 발표한 논문 ‘신제품 보급에 기여하는 오피니언 리더십과 사회 전파성(Opinion Leadership and Social Contagion in New Product Diffusion)’은 이 연구를 후원한 제약회사에 큰 놀라움을 안겨줬다. 바로 논문에 나타난 ‘의사 184호’ 때문이다.
 
연구진은 후원 업체에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기 위해 점과 선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 속에서 점은 대도시의 개업 의사, 선은 그 의사들의 인맥을 나타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새로 나온 처방약이 의사들 사이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알려지는지를 추적했다. 이때 소문을 전파하는 사람, 소문을 들은 사람, 환자를 다른 개업 의사에게 소개하는 의사가 누군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했다.
 
이 지도는 입소문의 전파 과정을 명확히 보여줬다. 의사 사회는 크게 동양인 의사와 백인 의사의 2가지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이 지도에서 각기 다른 2개의 거미줄 사이에 줄을 친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 한 점이 있었다. 각기 다른 두 의사 그룹을 연결하는 이 인물, 즉 입소문 마케팅의 주역이 바로 ‘의사 184호’였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마케팅 부서나 영업 직원들은 이 의사의 존재조차 몰랐다.
 
이 연구는 입소문이 실제로 의사들의 처방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입증했다. 제약회사 영업 직원들의 방문 효과를 배제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적임자만 포섭한다면 입소문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커진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 연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제약회사 경영진이 입소문 마케팅의 전파 네트워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핵심 인물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반 덴 벌트 교수는 “인맥이 화려한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의사 184호’는 각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우리가 몰랐던 사람이 의사 사회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은 제약회사 경영진에게 가장 큰 놀라움을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소문을 주도하나?
연구진은 소위 ‘전염’이라 부르는 입소문 제품 홍보가 사람들의 친목 네트워크를 통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연구 결과 역시 이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제약회사들은 의사 단체의 지도자급 인물들을 중점 공략했다. 입소문을 퍼트릴 사람의 명성이 높아야 신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옌가르 교수는 많은 업종의 마케터나 시장 조사기관이 오피니언 리더를 잘못 파악해왔다고 주장했다. 그간 마케터나 시장 조사기관은 주로 설문조사를 통해 오피니언 리더를 파악해왔다. 이들은 먼저 소비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은 오피니언 리더인가?”라고 질문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 응답자의 나이, 소득, 학력, 언론 이용 행태 등을 모두 감안해 오피니언 리더를 선정하는 식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기법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일부 기업은 입소문의 진원지를 설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궁금증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택한다.
 
영국 패션업체 ‘프렌치 커넥션 UK(FCUK)’의 이니셜을 보자.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비속어 ‘Fuck’과 철자가 같다. 프렌치 커넥션 UK는 모든 매장의 쇼윈도와 가방 제품에 FCUK를 대문짝만한 크기로 새겨 넣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사회학자들은 인간관계가 이뤄지는 방식에 주목한다. 의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을 파악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사회학자는 “이 질환을 치료할 때 어떤 동료에게 자문을 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누가, 어떤 마케팅 기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입소문 마케팅의 결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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