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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의 빅뱅, 촉매 상품

강희흔 | 33호 (2009년 5월 Issue 2)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에 3만5000여 개의 애플리케이션 등록, 10억 건의 다운로드.’ 애플이 아이폰용 응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오픈마켓 앱스토어(App Store)의 실적이다. 얼마 전에는 국내 개발자가 취미로 개발한 게임 애플리케이션이 앱스토어에서 판매 실적 3위에 오르며 억대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앱스토어는 능력 있는 개발자와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이 직접 소통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로, 아이폰의 기능과 연결돼 있어 아이폰 판매와 더불어 동반 성장하고 있다. 나아가 매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앱스토어의 역동성과 다양성이 거꾸로 아이폰 판매를 견인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리고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너도나도 앱스토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는 이유다.
 
일부 신흥 시장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휴대전화는 이제 대표적인 성숙기 상품이 돼버렸다. 그래서 앱스토어의 등장과 성공이 지닌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성장을 멈춘 성숙기 상품이라도 앱스토어 같은 ‘촉매 상품(catalytic product)’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촉매 상품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 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양면 시장은 프랑스 IDEI의 장 샤를 로셰 교수와 장 티롤 교수가 만든 개념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둘 이상의 집단 간 거래를 중개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시장을 뜻한다. 다수의 가맹점과 신용카드 가입자를 중개하는 신용카드가 좋은 예다. 양면 시장 비즈니스 모델은 그 외에도 광고주와 독자들을 중계하는 신문사 및 결혼 적령기의 남성과 여성을 중개하는 결혼정보회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리처드 슈말렌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저서 ‘카탈리스트 코드(Catalyst Code)’에서 다양한 양면 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화학적 개념에 비유해 ‘촉매 반응(catalytic reaction)’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촉매 상품을 ‘둘 이상의 집단(혹은 네트워크) 사이에 상호작용을 일으키거나 촉진하는 상품’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두 집단은 서로를 간절히 필요로 하지만, 촉매 상품이 없으면 절대로 한곳에 모일 수 없고 상호작용도 불가능하다. 아이폰은 기존 휴대전화와 달리 개발자와 사용자, 두 집단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독보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앱스토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앱스토어 같은 촉매 상품이 없었다면 이 두 집단 간 활발한 거래는 결코 일어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성숙기 시장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촉매 상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촉매 상품이 시장 성숙기에 새로운 성장을 도와주는 데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들면 고객의 니즈는 극도로 세분화되며,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내놓게 된다. 실제로 최근에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휴대전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성숙기 시장의 고객과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초(超)세분화된(fragmented) 니즈를 가진 고객과 대량 맞춤(mass customization)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존재하게 된다.

촉매 상품은 두 집단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촉매 상품을 쉽게 디자인할 수 있다. 다양한 니즈를 가진 다수의 고객들, 그리고 모듈화된 생산 환경 속에서 다양한 생산 역량을 가진 다수의 생산자 집단들이 촉매 상품을 통해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고객의 니즈가 충족되고, 생산자는 더 큰 비즈니스 기회를 얻게 되며, 이런 과정은 촉매 상품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촉매 상품은 애플과 같은 IT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성숙기 산업인 자동차와 패션 산업에서도 촉매 상품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다. 도요타의 미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싸이온은 외양, 인테리어, 사운드 시스템, 휠 등 1만3000가지가 넘는 부품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튜닝을 가능케 한 촉매 상품이다. 다양한 부품 공급자가 싸이온을 통해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들과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싸이온은 북미 경차 시장에서 선두를 점하고 있다. 스니커즈 브랜드로 유명한 컨버스도 패션 감각이 탁월한 개인 생산자들이 취향에 맞게 개조한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이 역시 패션 생산자 집단과 고객 집단이 만나는 촉매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숙기, 혹은 불황기에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광고를 확대하거나, 목표 세분 시장의 변경 및 확대를 통해 매출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시장 내 경쟁만 치열해졌다. 마케팅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고통 받는 기업들만 늘어났다.
 
전통적인 성숙기 마케팅 전략과 달리 촉매 상품이 시장에 제대로 자리잡으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고객과 생산자 두 집단 간 상호교류가 촉진되면서 다양한 고객 니즈가 충족되고, 이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 시장이 급팽창할 수 있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 정체의 늪에 빠졌다면 촉매 상품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원가 절감, 생산 역량 제고, 상품 혁신과 같은 내부 노력도 벽에 부딪히고,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 분석을 통해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면, 이제 생산자와 고객 사이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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