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자사의 전략을 현실화하고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장소는 바로 영업 현장이다. 때문에 어느 조직에서건 영업 전략에 대한 논란은 종종 뜨거운 감자가 된다. 성과 향상을 위해 영업 운영 체계의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섣부른 변화는 실적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기 때문이다. 이럴 때 최고경영자(CEO)나 마케팅 담당 임원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먼저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경쟁자나 신규 진입자가 선수를 친다는 점이다.
모든 기업은 해당 산업의 특성이나 자사의 차별화 전략에 기초한 주력 유통 채널을 갖고 있다. 주력 유통 채널은 기업 성과의 대부분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강력한 경쟁우위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세상의 모든 사물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자사의 제품 구조, 고객의 구매 행태, 경쟁 역학이 변화하면 기존의 질서 아래 만들어진 주력 유통 채널의 존재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영업 운영 체계의 혁신을 어떻게 단행해야 할까. 우선 3가지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①영업 단위가 많을수록 실적이 늘어난다 그렇지 않다. <그림1>에서 보듯 산업 특성 및 유통 채널 형태를 막론하고 영업 실적의 대부분은 대개 생산성이 높은 상위 20∼30%의 영업 단위에서 나온다. 대다수 영업 단위들은 낮은 실적과 높은 밀집도를 나타내는 회색 표시 영역에 머무를 뿐이다.
②영업 비용을 많이 투입할수록 실적이 늘어난다 아니다. <그림2>의 성과 분석 사례에서 보듯, 기본적으로는 영업 비용과 판매 실적이 상관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그 상관관계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내는 사례와 훨씬 많은 비용으로도 극히 낮은 성과를 내는 사례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③영업 단위의 존재 의의는 판매에만 있다 그렇지 않다. A사는 고객의 매장 방문 목적을 조사한 후, 구매를 위한 방문 비율이 단지 5%에 불과함을 알아냈다. 나머지 95% 고객의 방문 목적은 제품 정보의 획득, 가치 체험, 서비스를 위해서였다.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영업 운영 체계의 혁신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그림2>는 영업 체계 혁신을 위한 3가지 방법이다.
첫째, 영업 단위를 혁신해야 한다 성과가 우수한 영업 단위의 규모는 더욱 키우고, 성과가 저조한 일부 영업 단위는 과감히 퇴출시켜라. 다다익선이 아니라 최적화를 추구하라는 뜻이다. 성과가 낮은 하위 30∼50%의 영업 단위를 구조조정하면 상당한 수준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실적 또한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성과의 절대적 액수는 미미하지만 여전히 실적을 창출하는 군소 영업 단위를 꼭 정비해야 하느냐고 질문한다. 이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다음의 기회 손실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지닌다.
- 성과가 낮은 영업 단위가 본사 방침에서 벗어난 영업 활동을 하면 시장 가격과 판촉 질서가 교란됨
- 성과가 낮은 다수의 영업 단위는 후선 및 지원 업무의 복잡도와 비용을 증대시킴
- 불필요하게 많은 영업 단위는 새로운 영업 방식의 도입을 어렵게 함
- 불필요하게 많은 영업 단위는 때로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킴
B사는 전국적으로 289개의 위탁 유통점을 보유한 업계의 선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영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영업 실적의 90%가 상위 96개 유통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개의 유통점이 유명무실하다는 뜻이다.
이는 B사에 △부실 유통점의 과감한 정리를 통한 비용 절감 △방만하게 운영되던 전국 11개 지사의 통폐합 △영업 권역 및 자원의 최적 재분배를 통한 우수 유통망의 성과 증대 △본사 차원의 직접 영업 수행 가능 △왜곡된 판매 관행과 낮은 고객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획기적인 영업 비용 절감과 판매 증가가 나타났다.
덴마크의 고급 오디오 전문회사 뱅앤올룹슨도 영업 단위 최적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소매점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현상을 방치했다. 문제는 곧 나타났다. 각 소매점들끼리 가격 경쟁을 벌여 제품의 판매 가격이 낮아졌고, 마진이 줄어든 소매점들은 다양한 고객 지원 서비스를 줄였다. 이로 인해 고급 브랜드라는 회사의 기업 이미지와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뱅앤올룹슨은 유럽과 미국의 전속 딜러를 각각 70%, 85%씩 줄였다. 자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속 프랜차이즈도 만들어 고급 오디오 업체라는 브랜드 지위를 회복했다. 딜러 수가 줄었음에도 매출액은 더욱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