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

30호 (2009년 4월 Issue 1)

소비자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고객들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매 결정을 내리는가? 첫 대량 생산 제품이 판매된 후부터 마케팅 담당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질문들이다. 이 질문들은 신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결코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커피 한 잔, 휴대폰, 은퇴 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대 소비자들의 행태는 그 어느 때보다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들은 많다. 소비자 행태에 대한 최근 연구는 1960년대에 나온 ‘소비자 선택 모델’이라는 분석 도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개선시켰다. 이 모델은 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대니얼 맥패든 교수가 처음 개발했다. 이 모델은 어떤 선택에 대한 개개인의 이유를 점검한 뒤 이 선택을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즉 개개인이 여러 가지 제품 가운데 특정한 선택을 하는 이유를 분석함으로써 각기 다른 경제학적, 인구 통계학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특징을 선호하고 이에 대한 지불 의사가 얼마인지를 파악할 때 도움을 준다.
 
원래 이 기술은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길고 긴 서면 조사를 실시하면 소비자들의 선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반응에 따라 질문 방향을 유연하게 바꾸지 못하면 도출 결과에서 큰 의미를 찾기 힘들 때가 많다.
 
기술 진보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초고속 인터넷, 디지털 이미징, 비디오 등 실험 설계 기법 및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응답자의 대답에 따라 제품 선택을 변경하는 등 조사의 유연성과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연구진은 설문지 가운데 표본을 뽑아 분석함으로써 특정 제품의 기능 및 특징과 가격의 상대적 비중을 측정하는 계량경제학 모델을 마련했다.
 
2007년 부즈 앤 컴퍼니는 휴대폰 수요를 이끄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소비자 선택 모델을 활용했다. 당시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수개월 전이었음에도, 아이팟의 가격이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부즈 앤 컴퍼니가 사용한 모델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이팟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것임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부즈 앤 컴퍼니는 미국 내 소비자 18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제 휴대폰 구매 프로세스를 시뮬레이션하고, 소비자들에게 기존 휴대폰 단말기 및 서비스를 몇 가지 대안과 비교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저렴한 샤프 단말기를 쓰고 통신업체로는 버진 모바일이나 부스트 모바일을 선택한 고객들에게 100달러가 넘는 삼성 휴대폰과 넥스텔 서비스, 250달러 이상의 LG 휴대폰과 버라이존 서비스 조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부즈 앤 컴퍼니는 응답자들에게 “여러 조합 중 2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둘 다 선택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삼성-넥스텔의 조합만 선택할 수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아니면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하시겠습니까?”라는 식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저가 및 중가 휴대폰 사용자들 대부분은 단말기 가격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단말기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휴대폰과 서비스를 바꾸도록 설득하는 게 무척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추가 분석 결과 미국 소비자 중 3분의 1은 휴대폰 가격 인하 폭에 상관없이 기존 단말기와 서비스 교체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무선통신기기 및 서비스 업체들이 1990년대 블랙베리폰 출시 이후 고객들의 눈길을 끌 만한 새로운 제품을 거의 내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모든 휴대폰 사용자들 가운데 노키아의 저가 단말기 소유자들이 교체 의사를 가장 강하게 드러냈다. 경쟁사들이 노키아보다 조금이라도 우수한 단말기에 저렴한 요금제를 결합시키면 노키아 고객들을 뺏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디자인과 기능이 우수한 소니 에릭슨 단말기 소유자들은 노키아 사용자들보다 기능, 사용 가능 범위, 구매 장소 등에 더욱 민감했다. 이들은 코스트코나 서킷시티와 같은 대형 유통매장보다 개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일반 점포를 선호한다. 이들도 가격에 민감하지만 제품 만족도만 높다면 더 많은 돈을 쓸 의사가 있음을 표시했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소니 에릭슨 단말기 고객들을 공략하려면, 기존과 유사한 단말기 및 서비스를 제공하되 가격을 약간 낮추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소비자 선택 모델은 향후 시판될 제품 및 서비스의 영향도 예측할 수 있다. 부즈 앤 컴퍼니가 무선통신업계 자료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고가 휴대폰’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기능, 디자인, 브랜드 등 3가지 요소에 가장 큰 가치를 뒀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대성공을 거둔 이유는 바로 이 부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델이 예측한 대로 애플은 모든 가격대의 휴대폰 구매자들이 중시하는 가격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아이폰 가격이 599달러에 달하는 만큼 이 제품이 고가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애플이 가격을 낮추면 아이폰 판매 실적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2007년 9월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200달러 낮추자 다음 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보다 1000% 이상 늘었다. 애플은 2008년 6월 AT&T의 3세대 네트워크를 통해 속도가 훨씬 빨라진 8기가 아이폰을 불과 199달러에 내놓았다.
 
2004년 이후 판매 규모가 3배 증가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소비자 선택 모델을 연구할 때 최적의 제품이다. 초기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환경과 연료 비용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제 연비가 높다는 점도 각광 받으면서 휘발유 상승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의 세제 혜택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환경 오염과 휘발유 가격 상승에 대처하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디젤과 바이오 연료 기술 발전으로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대체 연료들이 나올 수 있다. 완전히 전기나 수소만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개발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간단히 말해 오늘날 세계 자동차 업계의 유일한 경향은 불확실성이다. 향후 환경 및 세제 정책에 따라 큰 변화가 있겠지만, 현재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이해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부분, 즉 소비자 수요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을 뿐이다. 자동차 업체가 “소비자들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그들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선택을 한다.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브랜드, 비용, 성능, 연비, 안락함, 스타일, 서비스, 친환경성 등 매우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고려한다. 하지만 개개인에게 이러한 부분들을 어떻게 검토하냐고 물어보면 많은 이들은 구체적으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설명하지 못한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 선택 모델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 사항들을 제시하고, 이들이 실제 자동차 구매자들처럼 기존 자동차나 과거 구매 경험을 다양한 하이브리드 대안들과 비교하도록 한다. 이 연구는 개개인이 연료 사용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성능, 디자인, 가격 등 다양한 요소들 가운데 특정 부분들을 선택한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자동차 업체들은 여기서 나온 결과들을 통해 다양한 고객군이 정말 친환경 차량을 원하는지, 이들이 선호하는 특징이나 기능은 어떤 것인지, 가장 중요한 결론인 이들이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추측해볼 수 있다.
 
소비자 선택 모델의 미덕은 제조 업체들이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끊임없이 질문할 필요 없이 이들이 현실적인 대안 중에서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소비자 선택 모델이 복잡한 소비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분석할 때 매우 이상적인 도구라고 믿는다. 고객들의 가치 판단 기준,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조합이 시장점유율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략 수립을 도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델이 고객의 실제 수요 및 선호와 이에 대한 관리자들의 인식 간 괴리를 명확하게 드러내준다는 사실이다. 자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실제 반응을 알고자 하는 관리자들은 소비자 선택 모델을 활용하면 수익성 높고 지속 가능한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존 줄렌스는 부즈 앤 컴퍼니의 클리블랜드 지점장으로 매출 신장 전략, 브랜드 관리, 고객 유지, 소매 채널 효과 등 수요 측면 전환 문제의 전문가다. 그레거 하터는 부즈 앤 컴퍼니의 뮌헨 지점 파트너로 통신 및 기술산업, 시장 전략 구축, 운영 실적 개선 등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부즈 앨런 해밀턴이 펴내는 경영 전문 계간지 Strategy+Business에 실린 존 줄렌스와 그레거 하터의 글 ‘Tracking the Elusive Consumer’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NYT 신디케이션 제공)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