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실험 모델이 발표되고 있으며, 가끔씩 입는 컴퓨터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실용화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 센서와 기계장치가 달린 입는 컴퓨터는 부식에 취약하고 너무 커서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풀어줄 해결책이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와 중국 장난(江南)대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탄소 나노튜브를 코팅한 전자 옷을 만드는 기술을 발표했다.
전기가 통하는 옷 제작 가능
이 기술의 핵심은 일반적인 목화 실(cotton thread)을 고전도의 센서 나노튜브로 코팅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목화 실을 탄소 나노튜브와 전도성이 있는 폴리머의 혼합물에 담그는, 어찌 보면 간단한 방법을 이용했다.
이렇게 만든 전자 실로 옷감을 만들 수 있다. 이 옷감은 전기가 통하며, 그 자체가 센서 역할을 한다. 이를 이용하면 여러 유독물질 또는 단백질을 감지하거나, 자유자재로 옷의 색을 바꾸거나, 온도를 자동으로 변경하는 옷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학술지인 ‘나노레터(Nano Letter)’ 온라인판에 발표한 아티클에서 옷감 사이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놓고 불을 켜는 모습을 공개했다. 정말로 옷감에 전기가 흐르게 한 것이다.
옷에 피 묻은 것 감지할 수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앞에서 지적한 대로 이 옷감을 센서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항체와 같은 분자들을 탄소 나노튜브에 코팅하면 단백질 분자 등 특정 항원이 항체에 달라붙었을 때 나노튜브의 전도성이 변한다.
연구팀은 실제로 탄소 나노튜브에 인간의 피 안에 있는 알부민을 잡아내는 항체를 코팅했다. 이것은 옷에 피가 묻은 것을 감지할 수 있다는 말로, 이런 옷감으로 군복을 만들면 전장의 병사가 부상했는지 여부를 야전병원이 바로 알아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센서 옷감이 소의 혈액에는 반응하지 않을 만큼 정확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이 기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더운 여름철에 옷의 기공을 넓게 해 공기 유입으로 온도를 낮추거나, 입은 사람의 컨디션에 따라 색을 바꾸는 옷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는 옷으로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필자는 대학에서 영어교육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경영학 석사,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재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미래 기술 트렌드와 기업 경영의 접목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겸임교수, 고려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융합팀 과제기획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디지털 비즈니스 게임> <미래 기술경영 대예측> <다른 것이 아름답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