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난 고객의 조용한 이별 통고

25호 (2009년 1월 Issue 2)

얼마 전 모 보험회사로부터 통지서 한 통을 받았습니다. 보험 배당금이 쌓여 있으니 찾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연말이어서 용돈이 궁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집사람과 함께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홈페이지에 있다는 ‘배당금 지급’ 메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이튿날 업무를 얼추 마친 오후 5시경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절한 목소리의 안내원이 한 말은 “해당 업무는 오후 4시 20분 이전에만 처리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지서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두 번이나 허탕을 치고 나자 짜증이 나더군요. 그러면서 ‘내 다시는 그 회사 보험을 들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불만 고객 중 6%만이 직접 항의
이는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경험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기업의 고객 관리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불만이나 짜증을 느낀 고객의 재구매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런 고객 중에 실제로 항의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 조금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 관계에서도 상대방이 내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삐치면 엄청나게 난감하지 않습니까.
 
이런 사실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이 2005년에 1186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불만고객 연구 보고서’란 것이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쇼핑 고객 가운데 매장에서 짜증이나 불만을 경험한 사람의 3236%가 같은 매장을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해당 매장에 항의하는 사람은 6%에 불과하답니다. 더 좋지 않은 것은 불만 고객의 31%가 주위에 부정적인 입소문을 퍼뜨린다는 것이지요.
 
기업이 먼저 불만 사항 물어라
정말로 소비자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침묵하는 불만 고객’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SK마케팅앤컴퍼니의 문종훈 상무는 “기업이 먼저 능동적으로 고객의 입을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문 상무는 미국의 소비자 조사기관인 JD파워의 소비자 만족도 설문이 참고할 만하다고 하시더군요. JD파워는 신차 모델을 구입한 고객에게 구매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만족도 설문을 합니다. 아주 세밀한 체크포인트로 고객의 불만사항을 점검해 차량 100대당 불만 포인트가 몇 개인지 집계하고 신차 모델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지요.
 
고객의 행태를 관찰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동국대 경영학과 여준상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외국의 한 항공사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 달 동안 관찰해 그들이 대기 시간을 매우 지루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항공사는 비행기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은 어렵지만 고객의 지루함을 달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수시로 음료수를 제공하거나 고객이 지루해 할 때쯤에 안내 방송을 해 줌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접하는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께서는 스스로에게 한번 질문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고객의 불만을 능동적으로 수집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가만히 앉아서 고객이 전화를 걸어오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