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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 분석 방법론

열린 마음으로 변화의 ‘징후’ 파악하라

서정희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불황기일수록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소비를 잘 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호황기와는 뚜렷이 다른 소비자 특성이 나타난다. 이런 소비자의 특성을 잘 파악하려면 소비 트렌드를 읽을 능력을 소유해야만 한다.
 
소비 트렌드는 소비자의 과거 행동과 라이프스타일을 사후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아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작은 징후를 포착, 미래에 나타날 소비문화의 동향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고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즉 트렌드에는 고객이 소망하는 것이 들어 있다. 불황기에 나타날 수 있는 소비 트렌드를 읽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트렌드와 역트렌드의 변증법을 이해한다
현재 우리는 상충되는 트렌드가 동시에 나타나는 역설과 모순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트렌드와 역트렌드가 일정 기간 서로 공존한 뒤 상충되는 자극들이 모여 제3의 새로운 종합트렌드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지방화(loc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로부터 ‘세방화’(glocalization)라는 종합적인 트렌드가 탄생한 것이 좋은 예다. 코카콜라와 월마트 같은 글로벌 기업은 초창기에 각 나라 소비자들이 서로 다른 취향과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결과 큰 대가를 치렀다. 이후 이들 기업은 글로벌 브랜드의 강점이 각 나라의 고유한 지역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세방화 전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황기건 아니건 우리 곁에는 언제나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며, 이들의 특성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은 불황이라고 해서 모든 지출을 다 아끼지 않는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그 외의 다른 부분을 극도로 아끼는 성향을 보인다.
 
2. 주위의 작은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변화는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가 친숙하게 느끼는 현실 속에서 움직인다. 미래의 징후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있다는 의미다. 트렌드를 잘 읽으려면 보통 사람은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변화의 징후를 발견, 그 배후에 숨어 있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을 포함해 가족, 친구나 친지, 거리의 사람들, TV와 영화 등 대중매체 속 사람들의 생활에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그런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불황기에 소비자들의 마음상태, 그들의 욕구와 두려움, 추구하는 것 등도 추적한다.
 
LG애드의 트렌드 헌팅팀의 예를 보자. 이들은 도심의 번화가, 나이트클럽, 옷가게 등과 같이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가서 캠코더를 이용하여 촬영하고 각자가 찍은 비디오를 팀원들끼리 비교하면서 변화를 추적한다.
 
3. 상호연관성을 분석한다
소비자는 동시에 여러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사용한다. 옷과 먹을 것을 사고, 여행을 가고, 책도 산다. 각각의 소비 영역은 얼핏 보면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불황기에 식비를 가능한 한 줄이려는 소비자라면 비싼 레스토랑에서 외식하지 않을 것이며 비싼 옷도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미래주의 마케팅 회사인 브레인 리저브는 생활 교차분석 방법을 이용해 예측한 트렌드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4. 창조적인 상상력과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세계는 항상 한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매우 혼란스럽고 임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과거의 전망과 통계에만 의존하지 말고 창조적인 상상력과 열린 마음을 통해 소비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사회적 통념을 버리고 문제를 실제적이고 다원적인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클래식한 고급 가방의 대명사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일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알록달록한 ‘무라카미 백’을 출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루이비통은 이 밖에도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분기별로 한정판 핸드백을 내놓으며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게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5. 거리 문화를 분석한다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는 주류 문화보다 주변 문화나 언더그라운드 문화, 제품 전체보다 특정 제품에 대한 정서와 감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사회의 거리 문화는 다양한 하위 문화로 이뤄져 있고, 이런 다양성은 소비자들에게 차별성과 관련한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한다. 과거에는 패션 디자이너가 유행을 주도했지만 이제 거리의 청년 문화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구찌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소재와 디자인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뉴욕 거리와 나이트클럽에서 영감을 얻은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것이 바로 가죽에 대나무 소재를 접목시킨 ‘뱀부 백’과 캔버스 소재 핸드백이다.
 
미국 광고업체 스푸트니크 네트워크는 미국의 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통신원들을 통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편집한다. 이 통신원들은 거리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젊은이들과 동년배이자 가장 친한 친구들이어서 문화 현장에 직접 침투할 수 있다.
6. 신조어를 분석한다
언어는 사회 변화를 직설적으로 반영한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할수록 언어도 눈부시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에서는 자고 나면 신조어가 생긴다. 국립국어연구원에 따르면 한 해 400500개의 신조어가 만들어진다. 신조어에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연구소는 정보기술(IT)트렌드를 읽기 위해 IT 신조어를 분석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웹 상에서 관심 있는 이야깃거리나 정보를 스스로 찾아 다니는 사람들을 ‘디지털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라 명명한 바 있다. 호모 나랜스는 라틴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찾아 다니며 자신과 같은 소비자의 이야기를 신뢰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 계층인 호모 나랜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광고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7. 소비자들이 의견을 표현하는 사이트를 분석한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특정 생각이나 기록들이 사람들에게 전염병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보의 확산이 이뤄지는 과정을 잘 관찰하면 소비트렌드의 징후,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방향과 속도를 잘 파악할 수 있다.
블로그, 미니홈피, 손수제작물(UCC) 등이 유행하면서 이러한 유형의 정보 확산이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워 블로거와 댓글을 분석하거나, 인기 검색어 순위와 변화를 알아보고, 은어를 검색하여 그 뜻을 파악하는 것도 소비트렌드를 분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온라인 구전을 조사, 분석해 주는 리서치 회사도 많다. 미국 버즈 메트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P&G, 노키아 등을 포함해 세계 굴지의 대기업 100여 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버즈인덱스, 다음소프트, 버즈워드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버즈인덱스는 네티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을 조사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다.
 
블로그 가치를 측정하는 블로그얌(www.blog yam.co.kr) 은 블로고 스피어에서 나오는 블로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세대 및 분야별로 분석해 보여 주는 블로그 트렌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로그 트렌드 서비스는 1318세대, 2529세대, 3040세대 등 세대별 이슈 태그를 분석하고 인물, 방송 프로그램, 만화 등 분야별 트렌드를 분석한다.
 
제일기획은 트렌드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온라인 포털의 인기검색어를 관찰한다. 새 인기 검색어가 나오면 관련 사이트나 동아리에 직원들이 가입한다. 이 가운데 새로운 트렌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현상이라고 판단하면 참여 관찰 및 심층 면접을 통해 이를 포착해 낸다.
 
8. 얼리 어답터를 관찰한다
이 세상에는 남보다 먼저 특정 욕구를 느끼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얼리어답터(early adapter)다. 이들은 단순히 특정 물건을 남보다 일찍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정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불편함을 느껴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사용해 본 제품에 대한 평가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일도 얼리어답터의 중요한 기능이다.
 
얼리어답터는 단순한 모니터링이나 벤치마킹과 달리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소비자의 숨어 있는 욕구를 잘 파악할 수 있다.
 
트렌드 정보를 만들어 고객 기업에 파는 뉴욕의 유스 인텔리전트는 해마다 패션, 광고, 음악, TV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시험을 통과한 300여 명을 알파 소비자로 선발한다. 알파 소비자들이 관찰한 소비 흐름에 관한 정보를 통해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사파(SAFA)’라는 음향기기 전문브랜드로 알려진 천보전자는 지난해 11월 산업기술 커뮤니티 포털인 ‘엔펀’과 함께 프로슈머, 얼리어답터 등 제품 전문가와 소비자들로 구성된 ‘SAFA 브랜드 스토리 공동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제품 개발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신제품 ‘반디’를 출시했다.
 
9. 독서, 토론, 사색으로 미래 관련 아이디어를 얻는다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는 트렌드는 유행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과 움직임의 논리를 찾아내는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 주는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내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잘하려면 독서, 토론, 사색이 필요하다고 데이비스는 강조했다. 데이비스는 독서를 할 때 자신의 분야와 그 밖의 분야 책들을 5대5 비율로 읽는다고 밝혔다. 자신의 분야와 상관이 없는 독서를 할 때는 과학기술 분야와 소설을 주로 읽는다고 덧붙였다.
 
10. 트렌드는 일시적 유행과 구별되어야 한다
흔히 트렌드와 일시적 유행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트렌드와 일시적 유행은 엄연히 다르다. 트렌드는 시장이 변화하는 일반적인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가치관, 태도, 생활양식 등의 광범위한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 유행은 대중 문화나 대중 매체가 선도하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기업이 일시적 유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미국 장난감 회사 콜레코는 일시적 유행인 양배추 인형에 사운을 걸었다 이 유행이 지나가자 결국 파산했다.
 
서정희 교수는 서울대에서 소비자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울산대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이며 한국소비문화학회 회장, 공정거래위원회 중요정보제공협의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 서정희 | - (현) 울산대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
    - (현) 한국소비문화학회 회장
    - (현) 공정거래위원회 중요정보제공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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