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에서 줄을 서지 않고 빠르게 탑승할 수 있는 ‘익스프레스권’을 두고 새치기인지 또는 합리적인 서비스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 두고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는 익스프레스권의 사용자 경험이 누군가는 자신이 더 빠르게 놀이 기구를 탑승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한다고 느끼게끔 설계됐기 때문이다. 호텔, 은행 등와 같이 일반 고객과 VIP를 분리해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예약 개념을 도입하면 시간을 판다는 인식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익스프레스권을 결재하는 대신 SNS에 이벤트 참여 인증 글을 올리면 빠른 입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의 한 놀이동산에서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1시간째 서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몇몇 사람이 계속 우리를 앞질러 들어갔다. 익스프레스(Express) 티켓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계속되는 기다림에 지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서 있는 아이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해서 4인 가족의 익스프레스 티켓 가격을 확인해 봤다. 역시나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였다.11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Universal Studio)의 익스프레스권은 일반 자유이용권의 2배 가격으로 4인 가족 기준 대략 130만 원 정도(시즌별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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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첫째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저 사람들은 왜 줄 서지 않고 들어가는 거예요?” 아내가 어떻게 답을 할지 궁금해서 유심히 지켜봤다. “저 사람은 우리보다 돈을 더 많이 냈으니까 먼저 들어가는 거야.” 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이 없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아이들이 잠들자 넌지시 아내에게 아까 그 일에 대해 물어봤다. 익스프레스 티켓을 가진 사람이 우리 옆을 지나 들어갔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아내는 “자기 돈 들여서 좀 빨리 타겠다는데 뭐 어떤가. 딱히 별생각 안 들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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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영ryun@hongik.ac.kr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시각디자인 학사를, 카네기멜론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석사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UX 디자인 리서처로 근무했다. 주 연구 분야는 사용자 경험(UX), 인터랙션 디자인(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등이며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용자를 유인하고 현혹하는 UX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 트랩』 『디자인 딜레마』가 있다.